마르코폴로 양의 죽음 그리고...
오래전에 어느 방송사에서 방영한 '마르코폴로양의 죽음'이란 동영상을 본적이 있었다. 나는 그것을 떠올릴때마다 부모 자식간 마음의 한계를 느꼈다.
부모란 자식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가다가 마지막 험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시는 것이고, 자식은 그러한 부모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도 또 다른 자신이 걸어가야할 필연적인 앞날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멀리 눈쌓인 파미르고원이 바라다 보이는 평원, 뿔이 크고 나이가 많아 보이는 양 한마리가 무리에서 이탈했고, 새끼양이 그뒤를 따랐다. 평소엔 못보던 광경이다.
어미양은 평원을 달려가고, 새끼양은 영문 모른채 뒤쳐져서 따라 갔다. 어미양은 한참동안 먼곳까지 달려갔고, 새끼양은 보이지 않았다.
평원 한가운데를 홀로 걷는 어미, 점차 속도가 느려졌다. 다음순간 어미는 걸음을 멈추었고, 몸의 균형이 흐트러졌다.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고, 다리에 힘을 주며 버티려고 애를 써댔다.
어미양의 발걸음은 거기까지, 갑자기 머리를 땅에 쳐박으며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다. 바람이 분다. 얼굴을 땅에 대고 큰눈을 껌뻑거리는 어미양은 서서히 숨이 멎어갔다.
석양이 파미르고원의 거칠고 누런 모습과 하얗게 눈쌓인 산을 대조하듯 비추며 지고 있었다.
이제 어미 양은 자신이 태어나고 살아온 파미르 거친땅 흙의 일부로 돌아갈 것이다.
날이 밝아 먼 흰눈 쌓인 고산아래 넓게 펼쳐진 고원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때 먼곳으로부터 다가오는 점하나, 새끼 양이었다. 영문 몰래 망연자실한듯, 새끼양은 한참동안 죽은 어미 양을 바라다보며 움직이지 못했다.
새끼양의 머리속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어미가 죽었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이 무리를 찾아가 어미의 보살핌 없이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인식할 수가 있을까? 돌아가는길 여우나 늑대가 해치지는 않을런지...
작은 수리 한마리가 죽은 어미양이 자신의 먹거리란듯 막아서며, 새끼양을 위협했다. 그러나 새끼 양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나 엄마후 새끼양은 아쉬운듯 힘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멀리서 유목민이 개를 데리고 다가오고 있었다.
유목민은 죽은 어미 양의 사체를 자신의 개의 먹이로 이용했다. 이렇듯 생태계란 다른 동물을 위해 자신의 몸을 내어준다. 냉정한 먹이사슬에 엮여 있는 것이다.
어미양의 사체를 먹는 개, 멀리서 새끼 양의 울음소리가 구슬프게 들려왔다. 고원은 아무일 없었다는듯 다시 태양이 솟아오르고, 하늘엔 흰구름만 유유히 흘러가고 있었다.
동물 중에도 죽음 직전 그리는 고향을 찾거나, 고향을 향해 머리를 돌리는, 귀소본능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동물들에는 여우, 거북이, 연어, 호랑이 등이 있으며, 특히 여우는 죽을 때 자기가 살던 굴이 있는 구릉을 향해 머리를 둔다는 이야기가 있어 수구초심(首丘初心)이란 고사성어를 남겼다. 변절자 많은 세상에 근본을 잃지 말라는 교훈인 것이다.
거북이는 천년을 살고도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 죽는다 하였고, 연어는 바다에서 자라다 출산 시기가 되면 다시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돌아온단다.
호랑이 또한 죽을 때 자기가 태어난 굴을 찾아가 죽는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그외에도 극제비갈매기, 두루미, 신천옹 등도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 새끼를 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인간은 때로는 동물보다 못한 것 같다. 요즘은 그 넌넉하다던 시골 인심도 변하여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살다 죽으면 고향땅에 묻히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단다.
사정에 의하여 고향떠나 살다가 고향 선산에 묻히고자 하여도 동네 사람들이 묘를 쓰는걸 받대한다고 들었다.
물론 자식이 그 마을에 살고 있거나, 평소 고향에 대한 기여도, 기타 마을의 관습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대략 그 정도로 세상이 바뀌었음을 말하는 것이다.
예전 나는 먼 아프리카 사막이나 인도의 황무지를 끝없이 걷다가 그곳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었다.
이젠 꿈같은 현실, 자식 더러는 '죽거든 화장해서 아무산 나무밑에다 뿌려달라'는 말로 바꾸었다.
어젯밤 동영상속 평범한 사람들의 노래를 들었다. 지인들과 어울려 기타 치며, 노래부르는 모습이 100만원 짜리 콘스트보다 더 감명깊었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자신을 드러내기 꺼려하며, 감춰진 장기를 가진 숨은 고수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
이젠 감당 못하게 넘쳐나는 정치판 구호에서도 사라졌지만, 정직하고 부지런한 사람이 잘사는 평범한 세상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