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란?
일본 씨름인 ‘스모’(相撲)는 우리의 샅바 씨름과는 많이 다르다.
허리에 ‘마와시’(回し)라는 두껍고 넓은 띠를 두르지만 샅바처럼 제대로 힘을 쓰기는 어렵다. 발바닥 이외의 신체가 땅에 닿거나 직경 4.55m의 씨름판, 즉 ‘도효’(土俵) 밖에 몸의 어느 부분이라도 닿으면 진다. 우리의 씨름과 달리 밀어내기 위주의 기술이 발달한 것도 이런 규칙 때문이다.
‘큰 씨름’이란 뜻의 ‘오즈모’(大相撲)는 프로 씨름이다.
‘바쇼’(場所)라는 말로는 대회를 나타내고 일본 스모협회가 주최하는 연 6회의 대회를 ‘혼(本)바쇼’라고 한다. ‘혼바쇼’는 일요일에 시작돼 15일째인 일요일에 끝나며 마지막 날 경기가 ‘센슈라쿠’(千秋落)다.
승패 전적으로 우승자를 가리므로 우승자 결정전이 열리기도 한다. ‘스모토리’(相撲取)나 ‘리키시’(力士)라 불리는 씨름꾼들은 예외없이 도장, 즉 ‘헤야’(部屋·방)에 소속돼 있다. 은퇴후에는 스스로 도장을 열어 주인 겸 수석 사범인 ‘오야카타’(親方·어버이)가 된다.
씨름꾼은 철저한 계급사회에 속해 있다.
계급에 따라 보수는 물론 머리 모양과 복장도 전혀 다르다.
위에서부터 요코즈나(橫網)·오제키(大關)·세키와케(關脇)·고무스비(小結)·마에가시라 등이 있다. 오제키에서 고무스비까지의 3계급을 ‘산야쿠’(三役)라고 불렀다. ‘요코즈나’는 애초에 오제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씨름꾼이 굵은 새끼줄을 옆으로 둘렀던 데서 나온 말이나 지금은 최고 계급으로 독립했다.
마에가시라는 ‘히라마쿠’(平幕)라고도 부르며 다시 15계급으로 나뉘어 있다.
가장 위에 그냥 ‘마에가시라 힛토(筆頭)’가 있고 그 아래 ‘마에가시라 니마이메(二枚目·2번째)’의 식으로 14번째까지 서열이 정해져 있다.
여기까지가 천막 안에 들어가 앉을 수 있었던 상급 씨름꾼인 ‘마쿠노우치’(幕內)이며 동·서로 편을 갈라 벌이는 이들의 경기가 ‘혼바쇼’의 백미다. 이런 계급이 과거의 성적을 기준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마쿠노우치 경기는 대개 요코즈나와 산야쿠가 우승을 하게 마련이지만 더러 마에가시라(히라마쿠)가 우승해 돌풍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아래에 또 주료(十兩)·마쿠노시타(幕下)·산단메(三段目)·조니단(序二段)·조노구치(序ノ口) 등의 계급이 있다. 이들도 계급별 경기를 벌이며 주료를 제외하고는 대회기간이 7일이다. 스모 대회장에는 언제나 씨름꾼의 서열을 적은 현판인 ‘반즈케’(番付)가 내걸린다.
맨 위의 ‘마쿠노우치’ 바로 아래 현판에 이름이 적힌다는 뜻에서 ‘마쿠노시타’는 ‘니단메’(二段目)라고도 불렸다. 마쿠노시타 상위 10명까지가 과거 최소 10량의 급여를 받았다는 뜻에서 ‘주료’라 불렸고 나중에 별도 계급으로 독립했다. 입문 단계인 조노구치에서 출발, 수많은 경기를 거쳐 한걸음씩 위로 올라가는 씨름꾼의 세계는 일본 전통사회의 계급구조를 잘 투영하고 있다.
스모’(相撲)라는 말은 ‘다투다’, ‘지지 않으려고 버티다’, ‘맞서다’등을 뜻하는 ‘스마후’(爭ふ)라는 고어에서 온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10세기 전반의 일본 고사전인 ‘와묘쇼’(和名抄)에는 ‘스마히’(須末比)라는 경기가 나와 있다.
‘스마후’의 명사형이 ‘스마히’여서 이를 스모의 원형으로 추정할 수 있으나 차고 때릴 수 있었던 경기 방식에서 차이가 난다. 다만 스모의 ‘박’(撲)이 우리 고대의 ‘수박희’(手搏戱)의 ‘박’(搏)과 마찬가지로 ‘치다’는 뜻이라는 점에서 연관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현재 우리의 씨름에서는 제의적 특색을 찾아볼 수 없지만 스모에는 아직까지 그런 특성이 강하게 남아 있다. 일본 역사 기록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스모는 642년 백제 사신을 접대하기 위한 것이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한반도와 일본 열도의 씨름에 비슷한 제의적 성격이 남아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스모는 서민 사이에서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농경의례로서 행해졌고 추수 후에는 하늘에 풍작을 감사하는 봉납 의례로서 치러지기도 했다. 8세기 전반부터 일본 궁중에서는 ‘스모세치에’(相撲節會)가 열렸다. 칠석 등 중요한 기념식인 ‘세치에’에 문인에게 시를 짓도록 하고 여흥으로 스모를 펼쳤다.
호족들을 불러모은 가운데 펼친 당시의 스모세치에가 천황의 권능을 과시하는데 이용됐을 것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제정(祭政) 분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고 천황이 하늘의 아들로 통했다는데서 이런 권능의 과시는 무력보다는 하늘과 통하는 초자연적인 힘을 과시하는데 치중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풍속화 등에 남아 있는 고전적인 씨름꾼의 몸이 고대 로마 검투사의 근육질과는 너무나 다른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씨름꾼은 가슴이 부풀어 처지고 배는 불룩하다. 얼굴의 수염도 말끔히 밀어 전체적으로 둥글고 부드러운 느낌이다. 갓 태어난 아기나 임신부를 보는 듯해 농경사회에서 생산·풍요를 기원하던 제의로서의 원형이 저절로 떠오른다.
현재의 스모에도 제의적 장치가 무수히 남아 있다. 씨름판인 도효(土俵)의 ‘표’(俵)는 일본에서는 가마니, 즉 ‘다와라’를 뜻하는 한자로 쓰였다. 흙과 가마니는 생산과 수확의 상징이다. 도효 위에 매단 ‘쓰리야네’(吊り屋根·매단 지붕)는 천황가의 조상신에 제사지내는 으뜸 신사(神社)인 이세진구(伊勢神宮)의 지붕을 본땄지만 신사의 제의에 빠지지 않는 ‘미코시’(神輿)라는 가마와도 통한다.
씨름꾼은 정한수 치가라미즈(力水)를 마시고 도효에 올라가고 승자만이 다음 선수에 이 물을 떠서 전할 수 있다. 경기 직전에는 도효 위에 소금을 뿌린다. 맑은 물과 소금 키요메노시오(淸めの塩)는 지금도 위생과 관련이 있지만 정화(淨化)의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도효는 이처럼 신성한 구역이며 부정을 탈까봐 여자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자치단체장이 시상을 맡는 관행에도 불구하고 봄대회에서 오타 후사에(太田房江) 오사카(大阪)지사는 시상식에 나서지 못했다.
스모 경기를 할 때 씨름꾼은 땅에 한 손을 짚은 자세로 서로를 노려보다가 앞으로 튀어나가 힘과 기를 겨룬다. 구부린 자세에서는 허리에 두른 엉성한 발 모양의 ‘사가리’(下がり)가 하늘을 향해 곧추선다.
이는 닭싸움에서 볼 수 있듯이 조류가 깃털을 세우고 기를 불러모으는 듯한 모습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조상을 포함한 광의의 동이족이 대대로 전해 온 숭조(崇鳥)신앙의 흔적을 스모에서 찾는 학자도 있다.
일본의 스모팬들은 순식간에 결정되는 단판 승부의 박진감을 즐기면서 이런 전통적·제의적 요소를 양념으로 삼는다.
현재 유일한 일본인 요코즈나인 다카노하나(貴乃花)를 이을 뚜렷한 스타 선수가 없고 하와이 출신의 요코즈나 아케보노(署)와 무사시마루(武藏丸) 등 외국 선수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일본내의 인기는 날로 떨어지고 있다. 반면 NHK 위성방송을 통한 활발한 전파 노력으로 해외팬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서구인이 스모에 흥미를 갖게 되는 요인의 하나가 바로 강한 전통성이다.
용어 설명
도효(土俵)
스모 경기를 하는 장소로 도효바(土俵場)의 줄임말. 이것은 흙(土)을 담은 가마니(俵)를 바닥에 둥그렇게 둘러 놓은 공간을 가리키는 말로 한면이 6.7m 정사각형 흙을 쌓아 올려 단을 만들어 굳히고, 그 위에 지름이 4.5m가 되도록 장내 경계선을 만든 것입니다.
마와시(廻し)
우리 씨름의 샅바와 같은 것으로 리키시(力士)의 계급에 따라 '토리마와시'와 '케이코마와시'의 두 종류가 있습니다.
키요메노시오(淸めのしお)
리키시(力士)가 씨름판에 등장해서 뿌리는 소금으로 일본에서는 예로부터 소금이 부정을 막아준다고 하여, 씨름판에 리키시(力士)가 등장하자마자 소금을 허공에 뿌리는 것은 부정을 막고 씨름판을 맑은 기(氣)로 채운다는 의미.
치카라미즈(力水)
도효 모서리에 놓여진 물통의 물을 국자로 퍼서 리키시(力士 )가 씨름판에 나오기 전에 입을 헹구고 기력을 왕성하게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치카라가미(力紙) 일본 전통종이를 반으로 접은 것으로 리키시(力士)가 시합에 들어가기 전 이것으로 몸을 닦늗데 , 이것은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한다는 의미.
시코(四股)
한자로 네 개의 넓적다리라는 뜻으로, 씨름판에 나온 선수들이 시합을 하기 전에 각자 자우 양다리를 서로 번갈아 들어 올렸다가 힘껏 내디디는 등의 독특한 동작을 취하는 행동...(뭔지 아시져?) '시코'는 선수들의 준비운동이자 상대에게 힘을 과시하는 것입니다.
교우지(行司)
스모경기의 심판.
스모마게(相撲まげ)
리키시(力士)의 특이한 머리모양을 가리키는 말로 시대에 따라 그 명칭과 모양이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스모마게는 리키시의 품격을 높이고 스모의 독특한 전통을 전하는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첫댓글 스모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네요,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