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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맞춤법》 비교연구
어학 연구부 (2000)
Ⅰ. 들어가는말
맞춤법이란 어떤 문자로써 한 언어를 표기하는 규칙이다. 그런데 그 규칙의 형성과 발달은 간단하지가 않다. 왜냐하면 맞춤법은 '언어사용의 체계를 고도로 추상화시켜 제도적으로 규칙성을 부여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어를 글자라는 이차적인 기호로 전환하는 방법은 그 언어의 의미부를 보여주느냐, 음운부를 보여주느냐, 형태소·어휘 단위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제각기 독특한 글자의 체계와 맞춤법의 구조를 이루기 때문이다. 또한 언어는 그 나라의 정치와 역사·경제와도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언어가 같다고 하여도 나라가 다르면 맞춤법이 조금씩 다를 수가 있는 것은 이 때문이기도 하다. 영국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 사이의 맞춤법의 차이가 그 대표적 예이다. 다만 이 두 나라는 서로 다른 국가를 이루고 있어 언어 문제를 방임해 버릴 수 있지만 우리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통일국가를 반드시 이루어야 할 우리의 과제로 생각한다면, 통일된 맞춤법을 만드는 일만큼 중요한 일도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 각각의 맞춤법 개정 과정과 현행 맞춤법에 차이를 살펴봄으로써 남·북한 맞춤법규정의 차이점을 살펴보는 일은 선행되어야 한다.
Ⅱ. 남북 맞춤법 개정의 과정
분단 직후 남북한에서 공통으로 실시되던 맞춤법은, 주시경 선생의 맞춤법 이론이 조선어학회 회원들의 손을 거쳐 1933년에 공포된『한글 마춤법 통일안』이었다. 이 통일안은 1937년, 1940년 두 차례에 걸쳐 부분적으로 개정의 손길이 미쳤으며 광복 이듬해(1946)에 수정을 가하지 않은 바 아니었으나, 원칙과 뼈대는 큰 변동이 없었다. 그러다가 남·북한의 맞춤법은 1948년 1월 북쪽의『조선어 신철자법』의 공포가 계기가 되어 분화의 길을 걷게 되었다.
Ⅱ.1. 남한의 맞춤법 개정 과정 남한은 1948년 정부 수립 이후에도 1933년의『한글 마춤법 통일안』을 그대로 사용하여 왔다.『한글 마춤법 통일안』은 공포된 직후부터 사회적 호응을 받아 우리 문자 생활의 규범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러다가『한글 마춤법 통일안』의 제정 이후 거의 반세기 동안 일어난 말의 변화와 그 당시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복잡하고 다양한 문자 생활에 맞추어『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대한 검토와 수정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이에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정부의 주도하에 맞춤법 개정이 시행되었다. 1970년 4월에 시작하여 동년 12월에 초안을 작성한 뒤 여러 방법으로 의견을 수렴하여 1979년 12월에 최종시안을 마련하였다. 1981년 5월 이후 4년 동안에 학술원에서 검토, 보완하여 1987년 9월에 최종안을 문교부에 제출하였다. 문교부는 국어심의회의 최종 심의를 거쳐『한글 맞춤법』을 확정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1988년에『한글 맞춤법』을 고시하였으며, 1989년부터는 그것을 실제로 시행하기 시작하였다.
Ⅱ.2. 북한의 맞춤법 개정 과정 북한은 1948년 그들 나름의 독자적인『조선어 신철자법』을 제정·공포하였다. 이 맞춤법은 북한의 어문학술단체인 조선어문연구회에서 제정·공포하였으며 1950년 4월에 정식 책자로 간행되었다. 북쪽은 조선어학회의 한글 맞춤법이 표면상으로는 주시경 선생의 형태주의 원리를 계승하고 있으면서도 철자법의 기본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을 가하면서 몇몇 조항에 있어서는 표음주의로 흘렀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요컨대 북한이 독자적으로 마련한『조선어 신철자법』의 특징은 철저한 형태주의 원리를 고수한 점이라고 하겠다. 북한의 두 번째 맞춤법 개정은 1954년 과학원 조선어 및 조선문학연구소에서『조선어 철자법』을 제정·공포하면서 이루어졌다. 이 개정으로 한글 자모에 대한 규정, 세칙의 부분적인 사항, 문장부호의 삽입에서 차이를 보이게 되었다. 북한의 세 번째 맞춤법 개정은 1966년 6월 공포하고 7월에 출판, 공포된『조선말 규범집』에서 비롯된다. 이는 김일성의 교시에 따라 1966년 6월에 제정한 것으로『조선어 철자법』에 대한 개정이었으며, 북쪽에서 약 10년만에 이루어진 제2차 개정인 것이다. 맞춤법·띄어쓰기·문장 부호법·표준발음법의 4부로 되어있고, 각기 총칙과 세칙의 여러 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은『조선어 철자법』에 비해 띄어쓰기가 더 세밀하게 규정되어 있고, 표준발음법이 더 확충되어 규범화된 것이다. 그리고 다시 22년만에 1988년『조선말 규범집』이 개정되었다. 북한은 이전의『조선어 철자법』에서는 띄어쓰기, 표준발음법, 문장부호를 맞춤법에 포함시켜 함께 다루었으나, 1966년의『조선말 규범집』에서부터 나누어 다루게 된다. 즉,『조선말 규범집』에서 맞춤법은 단어 내부의 표기만으로 한정한 것이다. 남한의 맞춤법이 여전히 띄어쓰기까지를 포함하고 있는 것과는 차이를 보이는 태도라 하겠다.
Ⅲ. 남·북한의 맞춤법 비교
남북한의 맞춤법 내용의 순서를 보면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서 보면 북한은 『조선말 규범집』에 맞춤법 외에, 띄어쓰기, 문장부호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즉 북한의 맞춤법은 『조선말 규범집』에서 띄어쓰기와 별개의 사항으로 구분하여 맞춤법을 단어 내부의 표기만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남한의 『한글 맞춤법』은 띄어쓰기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이는 맞춤법에 대한 남북의 개념이 다름을 의미한다. 여기서 우리는 남한의 규정을 기준으로 하여 남·북한 맞춤법의 세부적 차이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Ⅲ.1. 총칙 남북 맞춤법의 총칙을 살펴보면 남한은 제1장 총칙에 1, 2, 3항을 두어 맞춤법에 대한 것, 띄어쓰기에 대한 것, 외래어 표기법에 대한 것을 함께 두고 있으나, 북한은 띄어쓰기를 따로 규정하기 때문에 맞춤법에 대한 것과 띄어쓰기에 대한 것을 따로 두고 있다. 다음은 맞춤법에 대한 남북한의 총칙을 나란히 보인 것이다.
『한글맞춤법』은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이라 하여 표음주의적 표기법1)과 형태주의적 표기법2)을 절충한다는 것이며, 북한에서는 체언이나 용언의 어간 등 단어의 의미부를 '단어에서 뜻을 가지는 매개 부분'이라 하여 이들의 표기에서는 기본형으로 고정하여 적는 형태주의적 표기법을 강령으로 한다는 것이다. 단, '일부 경우 소리나는 대로 적거나 관습을 따르는 것을 허용한다'에서 소리나는 대로 적는 것을 부차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두 맞춤법 총칙의 표현은 다르지만 '표음주의와 형태주의를 절충한다'는 실제적인 내용 면에서는 동일하다.
Ⅲ.2. 자모의 배열과 그 이름의 비교 남북의 맞춤법은 기본 자모의 수, 자모의 이름, 자모의 배열에서 각각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글 맞춤법』은 『한글 마춤법 통일안』의 기본 자모, 자모 이름, 자모 배열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북한은『조선어 신철자법』에서부터 이를 새로 정하여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우선 기본 자모에 있어 남한은 스물네자, 북한은 마흔자를 가진다. 북한은 모든 문자 결합을 자모로 인정하여 기본적인 문자 다음에 두 개의 기본 문자가 결합된 문자를 배열하고 있다. 자모 이름의 경우, 'ㄱ, ㄷ, ㅅ'의 세 글자와 된소리계열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다른 글자의 이름과 보조를 맞춘다는 뜻에서 '기윽, 디읃, 시읏'으로 고쳤으며 발음의 특수성에 치중하여 '된기윽......'으로 바꾸었다. 또한 자음글자의 이름을 '그, 느......'와 같이 부를 수도 있음을 허용하고 있다. 자모 배열의 경우, 북한은 된소리나 'ㅐ, ㅔ, ㅘ, ㅝ' 등을 기본자모에 넣음으로써 이를 남한의 사전들보다 순서적으로 훨씬 뒤에 배열하고 있다. 사전배열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차이로 'ㅇ'이 있다. 'ㅇ'의 경우에 자음으로서의 기능을 가지는 종성'ㅇ'과 단순히 글자의 모양을 갖추기 위하여 사용되는 초성'ㅇ'과는 구분 된다. 따라서 종성'ㅇ'은 종성'ㅅ'다음에 배열되지만, 초성'ㅇ'은 아주 없는 것으로 보고 '아, 야'등이 'ㅏ, ㅑ'로 처리되어 'ㅉ'으로 시작되는 말 다음에 배열되는 것이다.
Ⅲ.3. 형태부 형태부 규정에 있어 된소리에 관한 규정을 『조선말 규범집』 6항과 『한글 맞춤법』 5항과 53항을 통해 살펴보겠다.
즉, 어미에서 'ㄹ' 뒤에서는 된소리가 나더라도 된소리로 적지 않는다는 규정은 형태주의 표기법을 취한 것으로 남·북한이 동일하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의문을 나타내는 의문어미에서도 이 표기법을 따르고 있는 반면 남한에서는 형태주의 표기법에 위배되는 이형태를 취하고 있다.
Ⅲ.4.어간과 어미/말줄기와 토 어간과 어미를 북한에서는 '말줄기와 토'라고 부른다. 북한에서는 조사를 하나의 품사로 인정하지 않고 하나의 접미사로 처리하여 어미와 함께 '토'라 부르고 있다. 현대에 어간과 토로 분리할 수 있는 경우는 전부 본래의 형태를 밝혀 적도록 하고 있다. 다만, 어간과 토가 어울릴 적에 일부 소리가 변한 것은 소리대로 적고 있다. 즉 불규칙활용이나 소리가 줄어질 적의 경우이다. 이는 남한도 마찬가지이나 세부 사항에서는 서로 차이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어간 끝소리 'ㅂ'이 '오/우'로 바뀌는 경우이다. 남한에서도 맞춤법을 개정하기 전까지는 어간 끝소리 'ㅂ'이 양성 모음과 어울리면 '오'로, 음성모음과 어울리면 '우'로 변하여 그 변한 것을 그대로 적었다. 북한은 현재까지 이것을 그대로 지켜오고 있다. 반면에, 남한은 『한글 맞춤법』 개정 후 어간 끝소리 'ㅂ'이 어떤 모음과 어울리더라도 '우'로 변하는 것을 표준으로 정하여 남·북한 맞춤법에 있어 차이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것은 엄밀히 말하면 맞춤법의 문제가 아니라, 표준어의 문제이다.
다음에는 어미 '어'가 '여'로 바뀌는 경우이다. 남한에서는 '여'의 표기를 어간이 '하-'인 경우만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북한에서는 어간의 끝소리가 '하'인 경우는 물론이고 어간의 끝소리가 'ㅣ, ㅐ, ㅚ, ㅟ, ㅢ'인 경우에도 어미 '-여-', '-였-'으로 적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남·북한 간의 발음은 동일하나 표기의 차이라 하겠다.
Ⅲ.5. 합성어 / 합친말 합성어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은 것이 북한에서는 '합친말 적기'이다. 합성어의 표기는 남·북한의 규정이 대체적으로 일치하나 남한의 "'이(齒,슬)'가 합성어나 이에 준하는 말 사이에서 '니' 또는 '리'로 소리날 때에는 '니'로 적는다"는 내용과 사이시옷에 대한 규정이 『조선말 규범집』에 비하여 더 들어 있다는 점에서 북한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남한에서 사이시옷을 사용하여 '냇가, 깻잎'이라 적는 말을 사이표를 사용하여 '내가, 깨잎'이라 적기로 한 지난 『조선어 철자법』의 규정을 『조선말 규범집』에서 삭제함으로써 현재는 합성어에 아무런 표시도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조선말 규범집』의 사이시옷이 완벽하게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다. "샛별-새별(새로운 별), 빗바람(비가 오면서 부는 바람)-비바람(비와 바람)"과 같이 소리가 같은 말의 혼동을 피하기 위한 사이시옷은 1966년에는 없었던 것이 1988년에 『조선말 규범집』의 제 15항으로 첨가되어 쓰이고 있는 것이다.
Ⅲ-6. 어근과 접사 / 말뿌리와 뒤붙이 북한에서는 어근과 접사를 '말뿌리와 뒤붙이'라 한다. 여기에서는 어근과 접사 또는 일부 토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접미사 '이'가 붙어 명사나 부사가 될 때 형태를 밝혀 적는 데에서 남한과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먼저, 접미사 '이'가 붙어 명사가 되는 경우, 남한은 '하다'뿐 아니라 '거리다'가 붙을 수 있는 어근까지도 그 형태를 밝혀 적도록 하여 '하다'가 붙을 수 없는 어근이라도 '거리다'가 붙을 수 있는 어근이면 그 형태를 밝혀 적고 있다. 이에 비해 북한은 '하다'가 붙어서 단어를 이루지 못하는 어근일 경우에 소리나는 대로 적는다. 또 접미사 '이'가 붙어 부사가 되는 경우, 남한에서는 형태를 밝혀 적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 북한과 차이가 있다. 곧 '하다'가 붙을 수 없는 어근이라도 그것이 부사인 경우는 밝혀 적는 것이다.
Ⅲ.7. 한자어 여기에서는 남·북한간의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남한에서는 의존명사나 외래어를 제외하고는 어두의 'ㄹ'과 'ㅑ, ㅕ, ㅛ, ㅠ, ㅣ, ㅖ'앞의 'ㄴ'소리를 인정하지 않고 두음법칙에 따라 소리나는 대로 적으며, 모음이나 'ㄴ'받침 뒤에 이어지는 '렬, 률'는 '열, 율'로 적는 것이다. 이에 비해 북한은 한자어를 음절마다 해당 한자음대로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즉, 한자어의 음절 각각을 하나의 형태부로 인정하여 어느 위치에서나 같게 적는 형태주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은 한자어 모음에서 'ㅖ'는 '계, 례, 혜, 예'에서만 인정하고 있으며, 남한에서 인정되고 있는 '몌, 폐'를 북한에서는 '메, 페'로 완전히 바뀐 것으로 적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Ⅲ.8. 그 밖의 규정 『한글 맞춤법』과『조선말 규범집』의 규정을 살펴보면『한글 맞춤법』에 없는 조항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내려쓰기 규정인데, 북한은 1987년『조선말 규범집』에 내려쓰기를 설정하고 있다. 원래『조선어 신철자법』시절부터는 가로쓰기를 원칙으로 삼아 왔는데 1987년부터는 내려쓰기를 허용하였다. 내려쓰기를 할 때는 왼쪽으로부터 오른쪽으로 쓰며, 이때 맞춤법, 띄어쓰기, 부호 등은 가로로 쓸 때의 규칙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규정도 명시하였다. 내려쓰기는 우리 전통적 서법으로, 남한에서는 신문이나 소설 등의 문장에서 아직도 쓰이고 있으나 『한글 맞춤법』에서는 특별히 명문화된 일은 없다.
Ⅳ. 띄어쓰기 비교
띄어쓰기 규정은 『한글 맞춤법』에서는 맞춤법의 범위에 들어 있으나, 『조선말 규범집』에서는 총칙 및 6장의 22개 조항을 가진 독립된 규정으로 설정되어 있다. 먼저, 총칙을 비교해 보면 남·북한 모두 단어를 단위로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여 토를 그 앞말에 붙여 쓰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에서의 '단어'의 개념은 보다 넓은 의미의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것은 총칙의 '특수한 어휘부류는 붙여쓴다'는 규정이 첨가된 데 따르는 것이다.
① 명사와 관련한 띄어쓰기 남한에서는 성과 이름, 성과 호 등은 붙여 쓰고, 성명 이외의 고유명사는 단위별로 띄어 씀을 허용하며 이외의 경우는 붙여 쓰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비해 북한에서는 붙여 쓰는 경우를 남한보다 많이 인정하고 있는데, 첫째 명사들이 토 없이 직접 어울린 경우에는 하나의 대상으로 묶어지는 덩이를 단위로 띄어 쓰며(예 : 사회주의농총건설속도, 15세기중엽, 사회경제형편, 네발짐승), 둘째 불완전명사는 그 앞 단위에 붙여 쓰도록 하고 있다(예 : 말할나위가, 칠것, 회의중, 오기전, 금년초). ② 수사, 대명사와 관련한 띄어쓰기 남한에서는 수를 적을 적에는 만단위로 띄어 쓰며 (예 : 십이억 삼천사백오십육만 칠천팔백구십팔, 12억 3456만 7898), 순서를 나타내는 경우나 숫자와 어울린 명사는 붙여 씀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북한에서 수는 아라비아숫자로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우리글로만 적을 경우나 단위를 우리글로 달아 줄 적에는 '백, 천, 만, 억, 조'등의 단위에서 띄어 쓰도록 하고 있으며(예 : 구십삼억 칠천 이백 오십팔만 륙천 삼백 예순다섯, 98억 7천 2백 58만 6천 3백 65), 연달아 세어 나갈 때의 단위로 될 수 있는 명사는 붙여 쓰도록 하고 있다(예 : 서른켤레, 다섯알). 그리고 북한의 경우 대명사는 불완전명사와 직접 어울린 것만을 붙여 쓰도록 하고 있다(예 : 이것, 저분, 누구것이냐, 이 책, 우리 나라, 내 조국, 누구 가방).
③ 동사, 형용사와 관련한 띄어쓰기 남한에서는 어미 '아, 어'나 'ㄴ, ㄹ'뒤에 연결되는 보조용언에 한해, 경우에 따라 붙여 씀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앞말과 직접 어울리지 않거나 합성어의 경우와 중간에 조사가 들어갈 적에는 같이 붙여 씀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예 : 잘도 놀아만 나는구나!, 책을 읽어도 보고, 그가 올 듯도 하다). 북한에서는 어미 '지'가 아닌 다른 어미 뒤에 연결되는 보조용언은 붙여쓰며(예 : 돌아가다, 분석하여가지다, 올려다보다, 버티여내다), 하나로 녹아 붙은 것은 붙여 쓰고, 동사나 형용사가 잇달아 있을 경우에는 행동의 단위에 따라 띄어 쓴다(예 : 짜고들다, 먹고떨어지다, 기여넘어가 살펴보다).
④ 관형사, 부사, 감탄사와 관련한 띄어쓰기 북한은 뜻이 비슷하거나 맞서는 부사를 겹쳐 쓸 경우는 붙여 쓰며(예 : 가로세로, 더욱더, 모두다, 이리저리), 두 개 이상의 말들이 합치어 한마디의 부사와 같이 된 경우도 붙여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예 : 간밤에, 이다음, 여러차례, 두고두고, 곧이곧대로). 또, 감동사나 느낌을 나타내는 말마디를 잇대어 쓸 경우는 소리내는 특성이나 그 뜻을 고려하여 띄어 쓰도록 하고 있다(예 : 아아 아!, 얼시구 절시구).
⑤ 특수한 말의 띄어쓰기 남한에서 전문 용어는 단어별로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붙여 씀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북한에서는 하나의 대상으로 묶어지는 덩이를 단위로 띄어 쓰도록 하고 있다(예 : 작은물병아리, 나도국수나무, 꿩의다리아재비).
Ⅴ.맺음말
이상으로 남·북한의 맞춤법 개정과정 및 총칙과 세칙을 살펴보았다. 처음에는『한글 마춤법 통일안』으로 시작한 남·북한 맞춤법은 분단으로 인하여 조금의 이질화된 경향을 보인다. 그 결과를 정리하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첫째, 남·북한간에 맞춤법이 포괄하는 내용에 차이가 있다. 남한에서는 맞춤법에 띄어쓰기까지 포함하고 있으나 북한에서는 따로 띄어쓰기 규정을 두고 있다. 둘째, 총칙에 있어서 남한은 표음주의와 형태주의를 절충하고 있으며 북한은 형태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셋째, 자모는 남·북한의 순서와 이름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기본자모를 인정하느냐 않느냐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 넷째, 어간과 어미의 결합에서 나는 차이는 남한이 형태주의를 반영한 것이라면 북한은 음소주의를 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섯째, 북한은 두음법칙을 대개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남한은 인정하고 있다. 여섯째, 띄어쓰기의 경우는 남·북한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50여년의 분단상황에서 남한은 한차례, 북한은 세 차례에 걸친 개정이 있었지만 위에서도 볼 수 있듯 남·북한 간의 맞춤법의 차이는 다만 눈에 띄는 이색적인 표기형식의 차이일 뿐 본질적인 차이는 아니다. 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되어 가고 있는 지금 국토의 통일도 중요하지만 언어의 통일도 그와 함께 모색되어져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고영근, 『북한의 말과 글』, 을유문화사, 1989. , 『통일시대의 어문문제』, 길벗, 1994. , 『북한의 언어문화』, 서울대학교, 1999. 국립국어연구원, 『한국어문규정집』, 1998. 국립국어연구원, 『북한의 언어정책』, 1992. 북한 언어연구회, 『북한의 어학혁명』, 백야, 1989. 이현복 외3명, 『한글 맞춤법 무엇이 문제인가?』, 태학사, 1997. 이희승 외1명, 『한글 맞춤법 강의』, 신구문화사, 1994. 연규동, 『〈통일시대〉의 한글 맞춤법』, 박이정, 1998. | ||||||||||||||||||||||||||||||||||||
1) 표음주의적 표기법(음소주의적 표기법) : 한 형태소가 환경에 따라 모습을 바꿀 때 바뀐대로 적는 표기법. 예: 목+이>모기 2) 형태주의적 표기법 : 한 형태소가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더라도 그 것을 표기상에 반영하지 않는 표기법. 예 : 값- 값이, 값만, 값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