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참석인원 : 술꾼, 도봉거사, 유사장, 산중턱, 푸르뫼, 햇살, 그린, 대동, 금강초롱, 아산
2. 산행코스 : 그린파크 - 법안사 우측능선 - 왕관봉 - 육모정 - 우이동
3. 산행시간 : 20:12 ~ 22:35
봄은 저 깊은 땅 속에서 물을 길어 올려 가냘픈 씨앗으로 하여금 생명을 꽃피우게 하고
여름은 풍부한 햇살과 바람으로 그 여린 생명을 살지게 하고
가을은 다시 새로운 생명의 씨앗이 될 열매를 맺은 다음에는 그 나머지 것들을 전부 덜어내고 비우며
겨울은 이윽고 그 모든 것을 벗어버린 나신(裸身)으로 본령(本領)과 마주하는 계절이다.
마침내 가을이다.
생명에서 생명으로 건너갈 열매를 맺고 난 뒤 물러가야 할 것들이 물러가는 계절이다.
입자와 입자를 끈끈하게 엉기도록 만들던 수분이 증발한 계절에서는 모든 것이 서로 헐겁다.
시푸른 기세가 한 풀 꺾인 잎사귀들이 헐거우며 그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또 헐겁다.
그 헐거운 것들이 서로 힘없이 끌어안은 채 마지막 절정으로 타오를 단풍을 기다린다.
물러가야 하는 것들을 보내야하는 땅에는 흙먼지가 풀풀 인다.
메마른 공기 속에 풀벌레의 울음소리도 목이 멘다.
모든 것이 서걱거리며 잠 못 이루는 가을밤에 산을 오른다.
앞선 이의 발끝에서 이는 흙먼지에 공연한 갈증이 난다.
자연을 따라 세월을 따라 순리대로 살아가는 우리네이지만 어쩐지 이 가을의 메마름은 거역하고 싶다.
존재와 존재가 헐거워지는 이 계절에도 칡넝쿨, 으름덩굴처럼 꼭 붙잡고 싶은 그런 것이 있다.
본령을 향해 돌아가려는 그 무언가를 붙잡아 곁에 두지 못해 마냥 외롭고 쓸쓸해진다.
아마도 가을앓이는 그러하여 아픈 병인가 보다.
다행히도 모든 것이 마냥 비워지는 것만은 아닌가 보다.
참으로 오랜만에 금강초롱님께서 나타나셨다.
야무지고 다부진 금강초롱님의 참석으로 강북야등이 가득 채워진다.
반갑고 또 고맙다.
오늘 코스에는 짜릿한 암벽이 등장했다.
오랜만에 등장한 암벽이 다들 싫지 않은 기색이다.
차갑고 생명이 없는 그것에 몸을 바싹 붙이고 의지하여 오를라 치면 어느 순간 바위와 내가 한 몸이 된다.
그 합일의 경지에서는 바위에도 따뜻한 생명의 기운이 넘쳐나 피가 흐르고 숨을 쉬는 나와 다를 바 없다.
시인 유치환은 죽어서 바위가 되겠노라 했다.
바위
-유치환-
내 죽으면 한 개의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哀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憶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黙)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어두운 밤, 암벽을 타며 아찔해지는 순간을 시 한 수로 극복한 끝에 왕관봉에 오르니 옛 추억이 떠오른다.
처음 강북야등에 입문하여 만난 산벗들과 왕관봉에 올랐던 일이 순결한 첫사랑의 기억처럼 새삼 그리워
막걸리 한 잔으로 마음을 적셔본다.
대동님과 그린님은 오늘의 코스가 무척 마음에 든다는 말씀을 몇 번이나 하신다.
대동님과 그린님께서도 훗날 왕관봉에 다시 올랐을 때 오늘의 산행이 그리운 추억으로 남기를 바란다.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고 겪는 일상이 다를지라도 같이 산행을 하면 함께 느끼는 바가 있다.
같은 길을 걸으며 그 길이 내주는 풍경과 소리에 눈과 귀를 열고
가쁜 호흡으로 요동치는 가슴을 산바람이 식혀주는 그 뜨겁고도 시원한 맛을 맛보고 나면
너와 내가 그리 다르지 않음을, 너와 나의 사이가 그리 멀지 않음을,
그리하여 나는 그렇게 외롭고 쓸쓸하지 않음을,
그러므로 이 세상이 아직 살아볼 만함을 새삼 사무치게 느끼는 것이다.
강북야등의 이 맛을 뜨끈하고도 구수한 순댓국집에서 다시 한 번 음미를 하고 자리를 정리하다.
출발 !~~~ 주섬주섬 출발준비중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을 보여주신 금강초롱님
곧 손주를 보시게 될 강북야등의 쾌남아, 산중턱님
짜릿한 손맛을 안겨준 암릉구간의 시작
왕관봉에서 그린님
왕관봉에서 막걸리 한잔의 여유
야등삼남매, 스마트폰 무아지경.
하산 시작~~~
육모정 데크계단
뒷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