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은 전통의 '온천여행 1번지'다. 도고온천지구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에서 여행자들이 온천욕을 즐기고 있다. 사진제공=파라다이스 스파 도고
한기가 옷깃을 파고드는 겨울입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몸도 마음도 안으로 속으로 오그라듭니다. 뜨끈한 아랫목에만 있고 싶지만 겨울이라서 더욱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이 시기가 아니면 즐길 수 없는 게 너무 많기 때문이죠. 겨울 여행지는 넘칩니다. 스키를 타러 가거나, 얼음을 깨고 낚시를 즐기거나, 눈꽃 기행을 떠나도 됩니다. 그러나 그 어디보다 온천이 제일일 겁니다. 뜨거운 온천탕에 몸을 담그면 추위에 위축됐던 몸과 마음이 스르르 녹으며 무장해제가 됩니다. '두한족열'의 건강함을 느낄 수 있는, 이렇게 기분 좋은 체험이 또 있을까요?
전국적으로 온천의 명소는 많습니다만 '온천 1번지' 하면 충남 아산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 정도로 아산은 '온천의 도시'입니다. 아산의 온천은 임금님이 다녀가실 정도로 예로부터 정평이 나 있었습니다. 사극에서 흔히 접하는 '온양행궁'을 떠나는 지역이 바로 아산입니다.
아산에는 온천특구가 3개 형성돼 있습니다. 제일 유명한 것이 온양온천입니다. 아산시 온천동에 위치한 온양온천은 역사가 1300년에 이를 정도로 오래됐습니다. 백제시대 때부터 있었고, 현존하는 문헌기록상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이라고 합니다. 세종 숙종 영조 정조 등 조선시대 왕이 병을 치료하거나 휴양을 위해 이곳에 행궁을 짓고 들렀다고 해서 '왕실온천'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아산시 도고면 기곡리 도고온천도 신라시대 때 약수로 이름났고, 대규모 개발이 된 건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일본인에 의해서라고 합니다. 아산온천은 비교적 최근에 발견돼 개발된 온천지구입니다. 1987년 발견돼 1991년에 관광지로 지정되면서 레저형 온천특구로 거듭났습니다.
온양온천시장 족욕탕인 '건강의 샘'에서 한 여행자가 족욕을 하며 쉬어가고 있다.
돈 없이도 온천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지하철 1호선 온양온천역에 내리면 두 군데 무료 족욕탕이 설치돼 있습니다. 온양온천역 광장 오른쪽에 설치된 아산시가 운영하는 족욕시설과 온양온천시장에 설치된 족욕탕 '건강의 샘' 두 곳입니다. 온양온천시장 상인회가 운영하는 건강의 샘은 시장 인근 온양온천탕에서 온천수를 직접 끌어다 쓰고 있다고 합니다. 물거품을 내며 보글보글 솟아오르는 뜨끈한 족욕수는 걷기에 지친 여행자의 몸과 마음을 달래줍니다.
온천뿐만 아니라 아산은 최근 역사여행지로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순신의 고장' 아산은 최근 영화 역사상 최다 관객을 기록한 '명량'의 영향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임진왜란의 위기 속에서 나라를 구한 이충무공은 청년기부터를 외가인 이곳에서 보냈습니다. 이충무공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사당인 현충사와 이충무공의 묘소가 아산에 있습니다. 이충무공을 기리는 건축물도 있습니다. 온양민속박물관 내 미술관인 구정아트센터 건축물은 거북선을 형상화해 목조로 천장을 꾸민 독특한 곳입니다.
예로부터 약수로 유명했던 온천과 역사여행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충남 아산으로 겨울여행을 떠났습니다.
● 온천욕부터
- 온양지구 노천 족욕탕 인기 - 도고지구 실내·외 힐링 스파, 아산지구 대형 워터파크 운영
● 외암민속마을 거쳐
- 조선시대 초가·기왓집 고스란히…5개 봉우리· 6㎞ 돌담 등 볼거리 - 주민 거주 함부로 문 열면 안돼
● 역사여행까지
- 이순신 영화 흥행, 현충사 주목 - 온양민속박물관 2만여 점 전시 - 산토리니 닮은 마을 이색 경관
온천으로 유명한 충남 아산으로 겨울 여행을 떠났다.
온천 뿐만 아니라 아산은 이순신 장군의 고장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아산에서는 온천욕을 즐기고 역사여행도 즐길 수 있다.
■온천여행
온갖 먹거리가 넘치는 온양온천시장. 온양온천역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하고 있다.
아산에는 온양온천 아산온천 도고온천 등 3대 온천특구가 있다. 지하철 1호선 온양온천역에 내리면 바로 온양온천지구가 펼쳐진다.
온양온천역 광장과 온양온천시장에 노천 족욕탕이 조성돼 있어 무료로 뜨끈한 족욕을 즐길 수 있다. 온양온천시장 족욕장에는 '건강의 샘'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다. 족욕탕 뒤편에는 '소원 분수'가 있고 소원을 적는 벽면도 있다.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는 소원이 많이 새겨져 있다.
온양온천지구에는 온양온천탕 청주온천탕 온양그랜드호텔 용문대중탕 신천탕 온양관광호텔 등 11개 온천탕이 집합해 걸어다니면서 온천지구를 구경할 수 있다. 특정 온천탕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골목골목마다 설치돼 있어 어디든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온천탕에서 땀을 빼고 전통시장인 온양온천시장에서 출출해진 배를 채울 수 있다.
'힐링과 놀이가 함께하는 공간'을 내건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는 도고온천지구의 대표적 온천탕이다. 2만5000여 ㎡ 부지에 최대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로 실내와 실외 스파로 나뉘어져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은 온천수로 된 실내외 수영장. 뜨끈한 온천수로 실외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실내 스파에는 독일식 수치료 기기인 바데풀, 천연허브 꽃 한방재료 등을 넣은 이벤트 스파도 인기다. 파라다이스 스파 한쪽에는 캐러밴 캠핑장이 조성돼 있어 숙박을 할 수도 있다. 4인용 30대와 6인용 20대의 캐러반이 있으며, 각 캐러반에는 야외 바비큐 시설이 갖춰져 있다. 캠프 파이어 시설도 있어 캠핑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는 연말을 맞아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매주 금~일 주말에는 밤 11시까지 야간에도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나이트 스파' 행사를 실시한다. 또한 연말을 맞아 회원정보를 수정하는 이벤트에 참여하면 온천욕을 50%를 할인해주는 행사도 마련한다.
아산온천지구의 대표적 온천탕은 아산 스파비스다. 국내 처음으로 온천수를 사용한 대규모 워터파크를 만들어 주목받았다. 온천탕 외 다양한 물놀이 시설도 갖추고 있어 '가족 휴양지'로 인기가 많다. 온양온천 시티투어 버스를 타면 각 지구별 유명 온천탕에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초겨울의 외암민속마을
초가와 기와집 등 조선시대 삶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외암민속마을.
안동에 하회마을, 경주에 양동마을이 있다면 아산에는 외암민속마을이 있다.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에 위치한 이곳은 조선시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초가와 기왓집 마을로 중요민속자료 제236호로 지정돼 있다. 대표적인 충청도 양반마을인 외암민속마을은 500년 전 형성된 부락으로 반가의 고택이 잘 보존돼 있다. 참판댁 참봉댁 감찰댁 종손댁 신창댁 등 집주인의 관직이나 출신지를 따 불리우던 집 명칭도 그대로 남아 있다. 원래 평택 진 씨의 집성촌이었는데 참봉 진한평의 사위인 예안 이 씨 이사종이 이곳에 들어와 살면서 예안 이 씨 중심이 됐다. 지금은 예안 이 씨 거주자가 절반을 넘고 있다.
지형을 보면 전형적인 배산임수다. 마을에서 산을 올려다보면 5개의 봉우리가 보이는 데 설화산이다. 5개 봉우리라고 해서 오봉산으로 불리기도 했다. 설화산을 오르려면 이 5개 봉우리를 다 올라야 설화산을 등반했다고 할 수 있다. 가운데 우뚝 솟은 봉우리가 문필봉이다. 문필봉이 있는 곳은 예로부터 선비의 고장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6㎞가량 되는 마을의 돌담도 외암민속마을의 볼 거리다. 설화산 봉우리 사이로 골짜기가 형성돼 있는데 여기서 나온 돌로 돌담을 쌓았다고 한다.
외암민속마을에는 사람이 실제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시끄럽게 하거나 문이 열려 있다고 해서 집에 마구 들어가는 건 실례다. 마을 골목길을 조용히 감상하며 돌자. 대신 민속마을 앞에 만들어놓은 재현마을에는 직접 들어가 가옥을 살펴볼 수 있다. 이 마을에는 안방과 사랑채, 부엌, 문간방 등 조선시대의 생활상을 재현해놓고 있다. 이곳에서 촬영한 영화 드라마 등의 포스터를 볼 수 있는 전시관도 있다. 전통혼례 재현장에서는 요즘 리마인드 웨딩을 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현충사와 온양민속박물관
거북선을 형상화해 만든 구정아트센터.
아산은 또한 이순신 장군의 고장이기도 하다. 태어난 곳은 서울이지만 청년기에는 외가인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 아산은 그의 '본가'가 됐다. 누구나 학창시절 수학여행으로 갔던 아산 현충사를 기억할 것이다. 현충사는 임진왜란 때 나라를 구한 성웅 이순신 장군의 영정이 모셔진 사당으로 숙종 32년(1706년) 만들어졌다. 현충사 초입의 아름다운 은행나무길을 20분 정도 들어가면 본당에 이른다. 사당에는 이순신 장군이 썼던 난중일기와 그가 사용했던 장검 등이 보관돼 있다. 이순신의 고장 아산은 최근 영화 '명량'의 흥행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래서 현충사와 인근 이충무공의 묘소는 참배를 하러 오는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온양온천역 근처의 온양민속박물관은 1978년 설립된 사립박물관이다. 출판사인 계몽사의 고 김원대 회장이 우리 전통문화를 알리고 계승하고자 사재를 털어 만들었다. 옛 한국인의 삶을 담은 2만여 점의 민속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은 한국인의 의식주, 한국인의 일, 한국 전통문화 등을 주제로 전시실이 나뉘어져 있다. 박물관 공원 한쪽에는 구정아트센터도 위치해 있다. 제주도 포도 호텔과 하늘의 교회 등을 설계한 유명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한 미술관으로 충무공의 거북선을 형상화해 지붕을 나무로 만들었다. 건물 안에 들어서면 거북선 안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건물 양 옆 전시관에는 아산과 중국 동관의 미술작가들이 참여한 '한중 교류전'이 열리고 있다.
그리스 산토리니처럼 꾸민 아산 탕정면의 지중해마을.
아산 탕정면의 지중해마을은 요즘 여행자들로부터 입소문을 타고 있는 여행지다. 천안아산역에서 버스로 30분 정도 걸리는 이곳은 유럽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삼성디스플레이시티가 조성되면서 이주해야 했던 원주민 66명이 2만 여 ㎡ 부지에 지중해 건축양식으로 재개발했다. 그리스 산토리니처럼 새하얀 백색 건물에 지붕을 푸르게 만든 산토리니 거리, 파르테논 신전처럼 꾸며놓은 거리, 프로방스 거리 등이 조성돼 있다. 지중해마을은 공방 카페 옷집 등이 있어 쇼핑을 즐길면서 쉬어갈 수 있다. 취재협조=코레일
# 대중교통으로 여행하기
- 부산서 KTX 타고 전철 환승…3개 코스 시티투어 활용도
고속열차 천안아산역이 생겨 충남 아산은 대중교통으로 편하게 여행할 수 있다. 부산에서 KTX로 천안아산역으로 이동한 뒤 전철 아산역에서 환승, 온양온천역에 하차하면 된다. 그리고 온양온천역 바로 앞에 정차한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여행을 즐기면 된다. 아산 탕정면 지중해마을은 천안아산역에서 택시를 타거나 777번 버스를 타면 갈 수 있다. 지중해마을에서 현충사까지는 차로 10분 정도 거리다. 현충사에서 온양온천역을 연결하는 버스는 많다.
아산시는 아산 여행자를 위해 '온양온천 시티투어' 프로그램을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운행하고 있다. 아산의 관광명소를 잇고 있기 때문에 편리하게 아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계절에 따라 프로그램이 조금 달라진다. 요즘 같은 겨울에는 온천을 주제로 '온양온천' '아산온천' '도고온천' 3개 코스로 나뉜다. 아산의 3대 온천 명소인 온양온천 아산온천 도고온천 등 주요 온천과 현충사 외암민속마을 온양민속박물관 등 주요 명소를 잇는다. 온양온천역 앞에서 오전 10시40분 출발하며 투어를 마치면 오후 5시 정도. 탑승료는 4000원이며 각 방문지 입장료와 중식비는 별도다. 시티투어 탑승권을 가지고 있으면 온천과 박물관 공연장 등 이용료가 할인된다.
코레일도 별도로 아산 여행상품을 내놓았다. '이순신 생애 탐방' 프로그램으로 천안아산역을 출발해 외암민속마을과 현충사를 들렀다, 이순신 장군묘를 참배하며 온양민속박물관을 여행하는 코스다. 전화(041-549-8788)로 예약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