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COVID 19)에 대한 K방역의 우수성은 세계 시장에서 '코리아 브랜드'의 가치 제고와 해외 진출의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그 흐름을 주도한 제약및 의료기기 업체에 대한 평가는 인색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뒤늦게 무임승차(?)하려는 관련 기업에 대해서는 철저한 검증은 이뤄져야 '메이드 인 코리아' 의 가치가 앞으로 평가절하되지 않을 터. 쏟아지는 국내 바이오업체의 해외 진출 발표를 가려봐야 하는 이유다.
특히 시장 정보가 많이 부족한 러시아 진출(수출) 발표는 최소한의 검증이라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최소한 3가지 정도는 확인해야 한다고 본다.
우선 러시아 당국의 (사용 혹은 판매) 인증을 받았는지 여부다. 통상 러시아의 EAC(Eurasian Conformity) 인증이라고 하는데,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인증은 더욱 까다롭다. 당연하다.
때마침 코트라가 '해외시장 뉴스' 코너에서 장정우 현대건설기계 모스크바 지사장의 기고를 통해 러시아 인증제도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장 지사장의 기고문에 따르면 EAC 인증이란 구 소련 붕괴후 러시아권 5개국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아르메니아)이 각기 다른 공산품 품질 인증체계를 통합하기 위해 2013년 도입한 것이다. 유럽연합(EU)의 CE인증과 유사하다.
이들 5개국에 포함되지 않는 아제르바이잔에 의료기기 수출을 하려면 아제르바이잔 고유 인증인 AZS 인증과 보건부의 수입허가증, 원산지증명서, 품질증명서, 적합성인증서, ISO, CE, GMP 관련 인증서가 필요하다고 한다.
EAC 인증의 목적은 소비자들의 권익 보호다. 질 낮은 제품의 유통이나 무분별한 제품의 수입 등으로 인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막자는 것이다. 장 지사장은 그러나 "외국 제품에 인증 발급을 까다롭게 해 현지 제품의 유통을 보호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아직은 더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증 미부착 제품이나 위장 부착 업체에 대한 단속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슈퍼마켓이나 약국 유통망과 같은 네트워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 인증이 꼭 필요하다. 국내 의료기기 업체가 제품을 러시아에서 대량으로 유통시키려면 사전에 의료기기 인증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의료기기 인증이 쉽지 않다는 점. EAC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현지에 법인이 있어야 한다. 국내 업체가 러시아 수출에 앞서 현지 수입업자와 함께 인증을 받아내는 이유다.
러시아권에 수출 계약을 따냈거나 구매 발주서를 받았다고 하면, 최우선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관련 제품의 인증을 받았는지 여부다. 제대로 된 관련 기사는 인증을 받았다는 사실을 빠뜨리지 않는다. 물론 인터넷 유통망이나 자체 유통망으로 러시아에 배급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국내 제품이 그런 식으로 유통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다음으로 러시아 수입업체에 대한 분석이다. 러시아는 2010년 시행한 'Parma 2020 정책'으로 의료기기 수입시장이 어느 정도 정착됐다는 평이다. 지금부터 7~8년 전 러시아에 처음 진출하던 시기와는 다르다는 것.
대형 유통업체는 자체 홈페이지와 온라인 관련 쇼핑몰을 통해 제품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적지 않은 물량을 러시아권에 유통하려는 업체가 제대로 된 홈피하나 없다면 뭔가 이상하지 않는가? 더욱이 요즘은 신종 코로나로 '비대면 마케팅' 시대다.
러시아에서는 국내 의료업체와의 협력 사실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게 자사 마케팅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일양약퓸과 신종 코로나 치료제 임상시험을 하기로 했다는 러시아 '알-팜'사나 동구바이어제약이 개발한 스마트X를 홈페이지에 올린 '벨라시스텍'이 대표적이다.
파트너 업체에 대한 자세한 정보 및 자료 제공 여부를 살피는 일도 중요하다. 어물쩍 넘어가는 것은 아직 공개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다. 러시아에 진출한다면, 그것을 홍보하고 싶다면, 러시아 파트너사가 얼마나 믿을만한업체인지, 그만한 능력을 갖춘 기업이라는 걸 알리는 게 당연하다. 숨기거나 정보 제공을 피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