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횡단열차로 상징되는 러시아 철도는 날로 진화하는 중이다. 러시아 철도청은 11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여행 포럼'에서 새로운 철도 객차(여객용 차량)인 '캡슐 차량'을 선보였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철도청은 이날 '여행 포럼' 참가자들과 언론 매체를 위해 '파벨레츠 기차역'에 새로운 '캡슐 차량' 모델을 설치,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문가들과 고객들의 평가와 조언을 듣고 이르면 올해 중에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러시아철도청, 새로운 캡슐형 철도 차량 소개/얀덱스 캡처
캡슐형 차량의 내부 모습. 편안하게 앉아가다가 침대로 활용 가능하다/현지 매체 영상 캡처
신종 코로나(COVID 19) 팬데믹(대유행)으로 시베리아횡단 여행이 멈춰선 지금, 러시아가 새 차량을 생산, 배치한다면 백신 접종후 시베리아횡단열차에 다시 몸을 실을 때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질 수 있다.
러시아 시베리아횡단열차는 통상 세 등급의 차량(객차)를 달고 다닌다. 특실(2인실)과 1등석 꾸뻬(4인실, 2층 침대 2개), 2등석 쁠라쯔까르뜨 плацкарт (개방공간, 통상 6인실이라고 한다)이다. 한국인 관광객은 보통 '꾸뻬'를 예약하지만, 배낭을 짊어진 우리 젊은이들은 '쁠라쯔까르뜨'에도 많다.
러시아 철도청은 지난해 10월 '쁠라쯔까르뜨'의 새로운 모델을 선보였다. 새 모델은 각 침대 앞에 커튼이 달려 있고, 개인 수납공간도 넉넉해졌다. 개인용 전기 콘센트와 수면용 전등도 설치됐다.
지난해 10월에 소개된 새로운 '쁠라쯔까르뜨' 석 내부 모습. 개인 침대공간이 확보되도록 커텐을 달았다. 통로 오른쪽 2층 침대쪽 모습 / 사진출처:러시아철도청 파트너 잡지
이번에 소개된 '캡슐형 객차'에는 불빛을 막고 소음도 차단할 수 있는 커튼이 달린 캡슐 56개가 설치돼 있다. '캡슐형 호텔'(호스텔)을 생각하면 된다. 2층 구조여서 기존 개념의 방으로 따지면 28개다.
캡슐은 오랜 시간 여행하는 승객의 편의를 위해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안락 의자 형태다. 낮에는 편안하게 앉아 여행을 즐길 수 있고, 밤에는 침대로 바뀐다. (팔걸이용) 작은 탁자도 배치해 안경 등 사소한 물건을 둘 수 있고, 전기 콘센트와 USB 소켓는 물론 수면용 조명 장치도 달려 있다.
러시아 철도청이 새로 선보인 캡슐형 차량 내부 모습/현지 매체 동영상 캡처/
기존의 객차와는 컨셉 자체가 달라 보인다. 지금까지는 특실이든 꾸뻬든 쁠라쯔까르뜨든 동반자와 함께 가는 포용형이었다. 그러나 '캡슐형'은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혼자 조용히 여행을 즐기기에 맞춤형으로 보인다.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러시아 철도청은 "각 캡슐은 기존의 좌석보다 15cm 더 길어 편안한 수면 공간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캡슐안에 수하물을 둘 수 있는 공간도 적지 않고, 자전거나 스키, 카약 등과 같은 큰 물건을 넣을 수 있는 공간도 별도로 마련됐다. 차량 폭이 28cm, 전체 길이가 290cm 커지면서 가능해졌다.
개인 위생 시스템도 개선됐다. 물과 공기의 살균 시스템이 설치됐고, 화장실과 샤워 실은 현대식으로 위생처리된다. 와이파이(Wi-Fi)도 설치될 예정이다.
러시아 철도청은 오는 2025년까지 전체 철도차량 1만6천여대 중 3분의 1이상을 새 모델로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중 캡슐형 차량을 얼마나 배치할 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