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생활의학이란?
[장두석의 '병은 없다']<9>
기사입력 2012-08-15 오후 12:18:55
- 1.민족생활의학이란?
민족생활의학은 수천 년을 건강하게 살아온 선조들의 경험과 지혜를 모은 것이다. 민족생활의학은 정통 동의학과 민간요법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는 자연의학적 측면과 생활이 곧 건강법이었던 생활의 측면, 그리고 민간요법 등으로 정리한다.
1) 민족생활의학은 자연의학이다
병 없이 오래 사는 것은 인간의 가장 큰 바램이다. 나서 죽을 때까지 크고 작은 질병들이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힌다. 산과 들에 사는 짐승들은 좀처럼 병을 앓는 일이 없다. 어쩌다 상처가 생겨도 금방 낫고 주어진 수명을 다 누린다. 그리고 떠날 때를 알고 은밀한 곳에서 쓰레기 하나 남기지 않고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인간은 왜 병마(病魔)에 시달려야 하는가? 야생동물들은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데 반하여 인간은 자연을 거역하며 탐욕과 이기 속에 묻혀 살기 때문이다. 만족을 모르고 끝없는 욕심으로 자연을 거스르는 생활로 일관한 대가가 질병이다. 온 지구촌이 썩어가고, 탐욕으로 몸과 마음이 막히고 뒤틀려 있는데 어찌 건강할 수 있겠는가?
"자연과 가까울수록 병은 멀고, 자연과 멀수록 병은 가까워진다"는 말처럼 병은 약이나 수술로 치료되는 것도, 의사가 낫게 해 주는 것도 아니다. 몸이 스스로 낫는 것이다. 지나친 욕심과 오만을 버리고 자연을 따르면 자연치유력이 높아져 저절로 낫게 된다.
2) 민족생활의학은 바른생활건강법이다
'생활'이 곧 건강법이고 살림살이다. 이웃을 경쟁자나 넘어야 할 사람으로 삼지 않고 '이웃이 있어 내가 있다'고 생각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삶이 곧 '생활'이요, '살림살이'이다. 산업이 발달하면서 물질만능의 배금주의(拜金主義)가 사회를 지배하고, 부의 쌓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서로 어깨를 부비고 따뜻한 체온을 나누며 살아가던 공동체 의식이 사라지고, 수천 년 내려오던 '도타운 정'도 희미해져 간다.
조상들은 고단한 삶 속에서도 웃음과 눈물, 정과 한을 합하고 나누는 살림살이를 해 왔으며, 삶의 정한을 높은 예술로 승화시키는 멋과 여유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역경 속에서 삶의 지혜를 일구어 많은 문화유산을 남겨주었다.
'두레'는 어려움을 이웃과 함께 나누고 이겨내는 공동체 생활의 본보기 이다. 절기마다 빚어먹는 과자와 떡, 술과 명절이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벌이는 각종 놀이와 굿판도 이웃끼리 나눔을 위한 것들이었다. 떡 한쪽이라도 나누어 먹고 소외된 이웃을 감싸주었다.
'밥상이 곧 약상'이라 하여 시고, 짜고, 달고, 맵고, 쓴 다섯가지맛이 잘 어울리게 차렸다. 또 계절의 변화에 따라 한, 냉, 온, 열을 조절하여 먹었으며 집과 옷도 이에 맞게 꾸려왔다.
노동요와 타령, 육자배기, 판소리, 농악, 살풀이 등의 춤사위도 심신의 조화를 이루게 하며 맺힌 응어리를 풀어주는 건강법이었다. 곤지곤지, 짝짜꿍 등 아이를 어르는 동작들까지도 뛰어난 건강법임을 생각하면 조상들의 지혜에 감탄하게 된다.
이러한 생활법, 곧 건강법이 홍수처럼 밀려오는 서양문화와 이를 무분별하게 따르고 흉내내는 오늘의 못난 후손들에 의해 외면당하고 있다. 서양 '매너'는 잘 알면서 큰 절은 할 줄도 모르고, 양식은 하면서 김치와 간장, 된장, 고추장은 담글 줄을 모른다. 국악엔 음치이면서 팝송은 유창하다. 조상을 모시는 일은 미신으로 치부하고, 부모를 봉양하는 것마저 이해득실을 따지는 판이다. 이래서는 사회가 바로 서지 못한다. 조상의 얼과 지혜가 담긴 예절과 문화를 제자리에 돌려놓아 잃어버린 민족혼을 찾고 김치, 간장, 된장, 고추장만이라도 가정에서 되살려야 한다.
3) 민족생활의학은 서양의학과 어떻게 다른가?
① 서양의학은 무려 17만 여 가지의 병이 있다고 하나 민족생활의학은 병이란 없다고 본다. 서양의학이 '병'이라고 부르는 것은 '몸이 음양의 부조화 등으로 인해 균형과 질서를 잃었을 때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자연치유력이 작용하고 있는 상태'일 뿐이다.
② 서양의학은 병의 원인을 물리적, 화학적, 정신적 자극이나 병원체의 작용, 영양실조 내지 유전 등으로 보고 있다.
민족생활의학은 탐욕과 오만, 자연을 거스르는 식의주생활 등으로 몸의 조화가 깨졌을 때 병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본다.
③ 서양의학은 해부를 통해 발전해 왔다. 몸을 부분적으로 해석하여 아픈 곳이나 증상에 따라 병명을 달리 붙이고 각기 다른 처방으로 치료한다. 병명에 따라 진료과목을 만들고 과마다 전문의가 치료를 전담한다. 그리고 몸을 기계의 부속처럼 다루는 국부치료법을 쓴다
민족생활의학은 몸을 통일된 유기체로 본다. 몸은 하나의 소우주로서 작은 부분으로 나누어 분석할 대상이 아니라고 보며, 치료는 심신의 균형과 조화를 회복하는데 초점을 둔다. 국부 치료로 일시 증상을 덜 수는 있으나 근본 치료는 어려우며, 오히려 심신의 조화를 깨뜨리고 병을 잠복케 만들어 더 큰 병을 만들 우려가 있다.
④ 서양의학은 병의 치료를 약과 칼에 의존한다. '찢고', '죽이고', '태우는' 것이다.
민족생활의학은 약이나 기술보다는 음양의 조화와 자연 순환의 원리를 중시하며, 세상에서 가장 흔한 햇볕, 공기, 물, 곡식과 채소, 소금 등을 치료제로 쓴다. 또 바른 생각과 올바른 생활로 자연의 이치와 생활의 도를 깨닫게 함으로써 스스로 병을 이겨내도록 한다.
⑤ 서양의학은 증상 자체를 질병으로 보아 열이 나면 해열제, 설사에는 지사제(止瀉劑), 발작을 일으키면 항경련제를 투여한다.
민족생활의학은 열이 나면 더 열이 나도록 하고 구토나 설사, 경련이 있을 때는 이런 증상이 더욱 원활히 되도록 도와준다. 즉, 열은 열로 풀고, 냉은 냉으로 푼다. 증상은 몸의 필요에 의해 생기는 것이라고 본다.
⑥ 서양의학은 대증요법, 약물요법, 경감요법이며, 바른생활건강법은 원인요법, 자연요법, 생활요법이다. 대증요법은 일시적으로 병세가 완화되고, 증세가 가실 수 있으나 병의 원인이 몸에 남음으로써 병을 근본적으로 다스릴 수 없다. 또 몸의 자연치유력을 약화시켜 환자를 병약체질로 만들 우려가 있고, 난치병인 소위 '약원병', '의원병'을 유발하는 등 악순환을 가져오기도 한다.
민족생활의학은 자연치유력을 높여 스스로 병을 이겨내도록 하여 근본치료를 꾀하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을 일깨움으로써 병나지 않게 하는 생활법이다.
첫댓글 잘보고 갑니다.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