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4월의 마지막 수업 시간이다.
가천동산의 벚꽃은 지고 철쭉이 그 자리를 차고 있다.
오늘은 방통대 학생들이 모두 와서 교실이 꽉 찬 느낌이다.
가슴에 꽃을 달고 오신 이정원샘이 봄향기를 교실에 가득 가져오셔서 모두를 기쁘게 해주셨다.
교수님께서 피에르 쌍소의 책을 소개하시면서 '느림의 미학'에 대해 말씀하셨다.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피에르 쌍소, 동문선 출판사(2000)
느림은 부드럽고 우아하고 배려 깊은 삶의 방식이다.
느림은 살아가면서 겪는 모든 나이와 계절을 아주 천천히 아주 경건하게 주의 깊에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제1장 시간에 쫒기지 않기 위해서
한가로이 거닐기, 듣기, 고급스러운 권태, 꿈꾸기, 기다리기, 내마음의 시골 고향, 글쓰기, 포도주 한 잔의 지혜, 모데라토 칸타빌레 중 우리한테 특별하게 해당되는 것이 글쓰기이다.
글쓰기를 잘 하려면 3多-읽기(다독), 생각하기(다상량), 글쓰기(다작)를 많이 해야 한다.
봄의 경치를 봄에 말하지 않고 묵혔다가 가을이나 겨울에 꺼내보는 것도 느리게 사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현실에 적응을 잘 못하는 것이 느림이다. 뜬구름 잡기 같이 사는 것이 느림이다.
이어 장경린 시인의 작품을 공부했다.
문학은 내 속을 돌아다니는 여행이다,
장경린
라고 말한 어느 문호의 글 행간에서
비스킷 부스러기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며
잔머리를 굴리는 바퀴벌레
같은 여자와 사랑에 빠진 후로
나는 술이 늘었다 다시 말해
술병과 그녀를 번갈아 쳐다보는 우울한 날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내 시는 늘 크레디트 카드를 지니고 다닌다
잘 빠진 자동차를 보면
성적 충동을 느끼는 내 시는 이따금
대책 없이 옆길로 새서 애를 먹이곤 한다
그러나 아무리 막장 같은 곳이라도
가보면 어디론가 길이 나 있었다
집에 돌아오면 리모컨부터 찾는 내 시는
주말에 북한산 계곡에서
사철탕을 먹기로 했다 문학은
내 속을 돌아다니는 여행이 아니다 업자한테 속아
아파트 물딱지를 산 뒤로 내 시는
매사에 이면을 들춰보는 버릇이 생겼다
중국산이 아니냐고
잘 놀고 있는 광어를 뒤집어보듯이
제 속도 못 믿고
그 속에 또 나도 모르는 뭐가 있지나 않은지
궁금해 뒤적이고 있는 내 시는
된통 김기에 걸려 콩나물국을 끓여 먹고
이제 막 잠든 내 시는
이 시는 제목을 본문과 연결한 실험적인 새로운 시이다.
난해하고 장황하게 보이나 잘 쓴 시이다.
순환 구조로 연상 작용을 통해 고리처럼 이어지면서 통일성을 이루는 작품이다.
장경린은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한 시인으로 <토종닭 연구소> 시집에 실린 대표적인 시 퀵서비스도 소개해 주셨다.
퀵서비스
장경린
봄이 오면 제비들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씀바귀가 자라면 입맛을
돌려드리겠습니다
비내리는 밤이면
발정 난 고양이를 담장 위에
덤으로 얹어드리겠습니다
아기들을 산모 자궁까지 직접
배달해 드리겠습니다
자신이 타인처럼 느껴진다면
언제든지 상품권으로
교환해 드리겠습니다
꽁치를 구우면 꽁치 타는 냄새를
노을이 물들면 망둥이가
뛰노는 안면도를 보내 드리겠습니다
돌아가신 이들의 혼백은
가나다 순으로 잘 정돈해 두겠습니다
가을이 오면
제비들을 데리러 오겠습니다
쌀쌀해지면
코감기를 빌려드리겠습니다
시집 <토종닭 연구소> 문지. 2005
이어 간식시간 오늘은 많이 분이 오신만큼 간식도 풍성했다.
이봄표 감자떡, 김영주표 딸기와 오렌지. 김옥희표 빵과자, 합평회 때 먹은 허복례표 과자,
그 중 오늘 간식의 으뜸은 직접 만들어온 박경자표 샌드위치였다. 이거 만드시느라 오늘 지각을 하셨다. 다음에도 또 만들어 오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하실까?
2교시는 홍긍표샘의 시 '옹관'을 감상하고, 수정을 해 주셨다.
옹관(甕棺)*
길고 둥근 항아리는
누군가 타고와 버려둔 비행선
종착역은 또 다른 출발이다
주변을 맴돌던
하얀 나비 한 마리
수평선 너머 멀리멀리 날아간다
기울다 차면 비추는 달과
밤새 깜박이는 별들
맘속 깊이 자리한 어머니 눈빛이다
봄이 오면 새싹 돋듯
소생하리라는 누니 말에
새 생명이 잉태된다
우주를 접어 넣은 항아리에
노을빛 긴 물결이 반짝일 때
어딘선가 아이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옹관 : 시신 또는 화장한 뼈를 담아 매장하는 데 쓰는 토기. 신석기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유적에서 확인된다.
박물관의 옹관을 보고 이런 발상을 할 수 있는 홍긍표샘의 시심이 놀랍다.
이어 단어에는 다양한 뜻이 있다. 이런 다양한 관용적 표현을 살려 시를 써야 한다고 하셨다.
*먹는다
1. 떡국을 먹는다.
2. 나이를 먹은다.
3. 마음먹기에 달렸다.
4. 챔피언 먹었다.
5. 한 골 먹었다.
6. 돈, 욕을 먹는댜.
7. 겁먹고, 애먹는다.
8. 말이 먹힌다, 안 먹힌다.
9. 경비가 얼마 먹혔다.
10. 사회 물 억었다.
11. 따먹었다.(저속한 말)
12. 동편제는 경상도 사람이 먹고
서편제는 전라도 사람이 먹는다.
(좋아한다, 인기 있다.)
수업의 마지막은 수업 교재(18쪽)로 마무리 하셨다.
시이에서 이미지란 무엇인가?
이미지는 상상력과 관계된다.
이미지는 말로 만들어진 그림이다.-루이스
이미지는 지적으로 재생된 기억이다.
이미지가 잘 나타는 시를 보면,
물에서 갓 나온 女人이
옷 입기 전 한 때를 잠깐
돌아선 모습
달빛에 젖은 塔이여!
온몸에 흐르는 윤기는
향긋한 풀 내음세라
검푸른 숲 그림자가 흔들릴 때마다
머리채는 부드러운 어깨 위에 출렁인다
조지훈, <여운(餘韻)> 부분
탑을 보고 이런 이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시인인가 보다.
간식을 많이 먹어서 바로 합평회를 시작하였다.
오늘은 심양섭샘이 오셔서 사회를 잘 보셨고, 6개의 작품을 낭송하고 의견을 교환했다.
심양섭샘의 '사월', 채기병의 '맘몬의 힘', 박경자샘의 '느린 우편', 김종근샘의 '어머니', 최영희샘의 '할머니의 채소마켓', 박연자샘의 '아침 일기'순으로 살펴보았다.
오늘 점심은 박경자샘이 사셨다. 샌드위치도 만들어 오시고 밥도 사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첫댓글 들으면 들을수록 포근한 안식을 안겨 주는 교수님 강의~
느리게 사는 지혜를 깨닫게 해주시네요~
이번 주말 '시창작론' 출석시험 보는데
이미지에 대하여 강의 하여주셔서 많은 도움이 될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교수님! 채기병선생님~♡
감사합니다. 방통대 시험에 도움이 되신다니 좋군요.
느리게 사는 미학!
여유로 다져진 문학적인 소재 좋지요.
향기나는 모습들 먼 이웃 같네요.
홍샘의 옹관 잘 읽었습니다.
근데 대촌님의 가슴에 꽃은 요?
달콤한 분위기 좋습니다.
어우러진 수고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얼굴 잊겠어요. 이번엔 오시지요?
정성을 다해 수업 내용을 정리해주시는 도여 채기병 선생님과
애정을 담아 사진을 준비해주시는 홍긍표 선생님, 감사합니다.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것은 사랑하는 가천시창작반 학생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도 교수님 뵙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기다리던 월요일 사이버시창작반 수업, 잘 들었습니다.
수강생이 있어서 좋습니다.^^
가천 시창작반이 갈수록 더욱 활기있어 보입니다.
느림의 미학!! 좋네요~화이팅!!^^
하유샘이 응원을 오시니 힘이 납니다.^^
느림의 미학~~ 좋아요 👍
좋지요? 카페에 자주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