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들이개요
ㅇ 언 제 : 2024. 5. 1(수)
ㅇ 누 가 : ‘그그들’ 4명
ㅇ 어 디 : 태안나들이(충남 태안군 안면도일원)
ㅇ 날 씨 : 맑음
ㅇ 여 정 : 만리포해수욕장 - 천리포수목원 - 호남횟집(만리포) – 세계꽃박람회(‘꽃지’해안공원) – ‘영목’전망대 -
‘바이 더 오’카페(원산도) - 복가든(외산)
나들이여정(앨범)
태안반도
풋풋한 5월의 시작입니다.
‘근로자의 날’이기도 한데요, 아직 노인일자리를 놓지 못한 이들에겐 달콤한 휴일입니다.
다시 찾아온 우환(憂患) 때문에 그동안 나들이가 뜸했는데요, 아직까지도 밉상(^^) 의사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이들이 있어 안타깝습니다.
꽃향기 유혹을 견디지 못한 노인네 4명이 단출하게 해안국립공원 태안반도를 찾습니다.
서산(瑞山)과 인접한 동부지역을 제외하고는 3면이 서해안과 맞닿아 있는 곳입니다.
천혜의 자연경관과 함께 다양한 해안생태계를 갖춘 해안이 230km에 달하는데요, 사계절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국태민안(國泰民安)의 준말인 ‘태안(泰安)’이란 이름에서 보듯 자연재해가 없고 온화한 기후와 풍부한 먹거리로 삶이 편안하다는 땅입니다.
유럽의 ‘베네치아’나 ‘프라하’ 등을 벤치마킹(Bench marking)하여 관광레저도시로 만들겠다는 거창한(?) 꿈도 꾸었었는데, 요즘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비릿한 포구의 정취에 둘러싸여있을 봄 바다가 그리웠습니다.
지나간 시간이 빚어낸 온갖 풍물들이 켜켜이 쌓인 채, 그냥 그대로였으면 좋겠습니다.
홀로 남은 짝지가 걱정이 되어 자꾸 뒤돌아보며 집구석 나섭니다.
까짓것 오늘 하루는 모든 걸 잊기로 했습니다.
”나는 자연인이다~!“
아~ 만리포!
태안의 명소 ‘만리포(萬里浦)’입니다.
장벌이 길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데요, 기실 백사장은 십리도 안 됩니다.
옛날 명나라 사신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전별식(餞別式)이 열리던 곳이라네요.
반달모양 해안에 저무는 노을이 아름다운 태안반도에는 해수욕장이 무려 28개나 있는데, 위쪽 ‘꾸지나무’골부터 ‘바람아래’까지 어느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만리포는 울창한 소나무 숲과 끝없이 펼쳐진 수심 얕은 은빛해변으로 일찍부터 각광을 받았습니다.
입구에 서있는 ‘만리포 사랑’ 노래비 앞에 잠시 멈춰 추억을 소환해냅니다.
“♪~똑딱선 기적소리 부푼 꿈을 싣고서, 갈매기 노래하는 만리포라 내 사랑~♬”
젊음을 회상하듯 고래고래 질러대는 노인네들의 떼 창(^^)이 파도소리를 잠재웁니다.
자원봉사의 괴력이 만들어낸 기적의 현장이기도 한데요, 유류피해극복 10주년 행사가 열릴 때 방문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바지선과 유조선이 충돌하여 약 12,000㎘의 원유가 유출되면서, 충남연안과 아랫녘까지의 해안생태계는 물론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습니다.
사고 1년 후 정부는 방제완료를 선포했지만, 어민들의 생활터전인 바닷가는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었습니다.
유류오염으로 인한 해난사고의 심각성을 일깨워준 커다란 재앙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절망도 자원봉사자들이 몰려들면서 희망의 현장으로 뒤바뀝니다.
추위와 악취를 이긴 봉사자들의 따뜻함에 놀랍게도 시커멓던 바다가 다시 살아났습니다.
당시 위기를 기회로 만든 자원봉사자들의 방제모습이 세계적으로 큰 이슈(Issue)였는데요, 그야말로 희망성지가 되었습니다.
생각할수록 위대한 국민들입니다.
천리포수목원
우선 ‘천리포수목원(千里浦樹木園)’부터 훑기로 합니다.
만리포 – 천리포 – 백리포 – 십리포 해변이 순서대로 이어지는 게 신기한데요, 푸른 눈의 ‘민병갈(Carl Ferris Miller)’박사가 해변마을에 조성한 세계적인 수목원입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출신으로 1952년 유엔군사원조단으로 한국에 온 ‘민’박사는 1962년부터 2002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수목원 조성에 매진했습니다.
사람과 자연의 조화를 의미하는 한국적 느낌의 천리포 풍경을 담았다는 평입니다.
공로가 인정되어 최초로 산림분야 금탑산업훈장도 받았다는데요, 한국인보다 더 한국의 미와 가치를 깨달은 분입니다.
설립자의 마음을 담아 양아들(고‘송진수’)이 지었다는 ‘민’박사 기념관도 기웃거립니다.
처음 땅을 샀던 4마지기의 논과 애지중지하던 초가집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바다와 인접한 밀러가든(Miller Garden)에서는 사계절 푸른빛을 머금은 곰솔 사이로 탁 트인 서해바다를 볼 수 있습니다.
수목원내 노을쉼터나 바람의 언덕은 낙조감상의 최고명당으로 꼽히는데, 산책하면서 고운 모래펄이 펼쳐진 바다를 볼 수 있어 감동의 깊이를 더합니다.
아름다운 추억이 스며드는 ‘솔바람’길, 졸졸 흐르는 물길 따라 생명이 자라는 ‘오리’길, 나무처럼 살고 싶어 했던 ‘민 병갈’길, 꽃과 열매의 찬란한 향연 ‘꽃샘’길, 싱그러운 풀숲의 이야기 ‘수풀’길, 귀 기울여 들어보는 자연의 ‘마음소리’길 등의 산책길이 있습니다.
앞바다엔 썰물 때 바다가 갈라져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 벌어진다는 ‘낭새’섬도 보입니다.
학생들로 북적대지만, 어릴 적 꿈을 키우던 바다를 바라보면서 잠시 멍도 때립니다.
“평생의 행복을 원한다면 정원을 가꿔라!”
죽어서도 나무들의 거름이 되고자 했던 ‘민’박사가 남겼다는 말이 귓전을 맴돕니다.
곳곳마다 아름다운 삶의 향기가 가득한데요, 입장료 10,000냥이 조금은 눈에 거슬려도 참 의미 있는 Healing 시간이었습니다.
오찬
오찬을 위해 ‘호남횟집’을 두들깁니다.
만리포해변에 자리하고 있는데요, 손 내밀면 바다가 닿을 듯합니다.
언젠가 하룻밤 묵으면서 석양풍경에 함 빠져들고 싶은데, 아직 미완입니다.
바로 앞에 2호점도 생겼는데요, 왠지 원조느낌이 드는 1호점을 찜했습니다.
파란 하늘과 은빛해변, 그리고 싱싱한 해산물 -.
상상만으로도 행복이 부풀어 오릅니다.
기실 태안은 수산물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모처럼의 나들이니 한상 받아봐야죠.
지난 주말 78회 생신을 맞은 목사님께서 한턱 쏘시겠답니다.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태안의 봄을 달구는 생선들이 상위에서 온갖 기교(技巧)를 뽐냅니다.
‘★’을 많이 주고픈 마음까진 들지 않는데요, 이번에도 간판 보고 들어갔다가 또 실망했습니다. ㅋ
오만방자한 생각 다 내려놓고, 말없이 허리띠 풉니다. ㅋ
가는 세월이 아쉽지만, 그래도 반짝반짝 빛날 날들이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세계꽃박람회
볼록해진 배를 앞세워 낙조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꽃지’해안공원으로 이동합니다.
1년 내내 여행자들의 핫 플레이스(Hot place)로 일몰 명소이기도한 곳입니다.
이곳 ‘코리아플라워파크’에서 4월 10일부터 5월 7일까지 ‘2024년 태안세계튤립꽃박람회’가 열립니다.
미국 ‘스캐짓 밸리(Skagit valley)’, 인도 ‘스리나가르(Srinagar)’, 터키 ‘이스탄불(Istanbul)’, 호주 ‘캔버라(Canberra)’와 함께 세계 5대 튤립도시로 선정될 만큼 규모가 대단하다죠.
엄청난 꽃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입장료 14,000원(경로 12,000원)에 망설여지는 게 흠이랄까요. ㅎ
전망대에 올라 이국적인 박람회장을 한눈에 스캔(Scan)합니다.
‘할매 & 할배’바위 타고 넘어오는 부드러운 봄바람에 절로 꽃물결이 일렁입니다.
알록달록 동화 속 장면을 연상케 하는 포토 존(Photo zone)에서 인생 샷도 남깁니다.
칙칙한 옷차림의 노인네들에게 색색의 꽃들이 다가와 사랑을 고백합니다.
함께할 여인네들이 없어 아쉽네요. ㅋ
‘코끼리’열차를 탈까하다가 노약자 취급받기 싫어 포기합니다.
축제로 사계절 내내 신명난 태안이 국제슬로시티 인증과 함께 지역브랜드 이미지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낮에 아름다운 튤립과 함께 향기로운 시간을 보냈다면, 해질녘엔 낙조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해안공원입니다.
정서진(正西津)에서의 일몰은 또다시 숙제로 남겨야할 것 같네요.
꽃과 함께 하니 모두 환해졌습니다.
영목항전망대
아랫녘으로 내달리다가 ‘영목항전망대’에서 잠시 멈춥니다.
해당화 꽃잎을 형상화했다는 지상 22층의 곡선형 전망대인데요, 주변 원산안면대교와의 조화가 돋보입니다.
제7회 태안건축문화상 공모에서 공공분야 우수작으로 선정됐다는군요.
잠시 주변을 서치(Search)합니다.
안면도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영목’항은 오지였는데, 보령해저터널과 원산안면대교가 생겨 이젠 태안의 관문이 되었습니다.
천수만을 향하는 배들이 부지런히 물살을 가르고, 수산물이 풍부하여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곳입니다.
바다건너 원산도, 효자도, 추도와 함께 삼형제 바위도 보입니다.
날렵한 원산대교는 밤이 되면 조명으로 더욱 아름답다죠.
2019년 12월 26일 개통된 ‘원산안면대교(元山安眠大橋)‘를 건넙니다.
1,750m의 사장교(斜張橋)로 전국의 해상교량 가운데 6번째로 길다는데요, 광활한 서해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집니다.
하늘인지 바다인지 모를 정도로 끝 모를 풍광이 펼쳐지는데요, 무거웠던 마음들을 창파에 실려 보냅니다.
’바이 더 오‘카페
눈 깜작할 사이에 ‘원산도(元山島)’로 진입합니다.
지난번 추억을 되살려 카페 ‘바이 더 오(By the O)’도 들립니다.
밤 풍광이 아름답다기에 밤에 다시 들리겠다고 다짐하고선 또 낮입니다.
다시 봐도 View 하나는 끝내주는데요, 크루즈(Cruise)를 탄 기분을 흉내 내보기도 합니다.
낙조를 준비 중인 바닷가에 잠시 일상의 고뇌를 내려놓습니다.
원산도는 충남에서 안면도 다음으로 큰 섬입니다.
옛날엔 ‘고란’이라 불렸는데, 1914년 ‘원산’이란 이름이 지어졌습니다.
주위에 삽시도, 효자도, 고대도, 장고도 등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개발 붐 타고 국내최초로 섬(원산도)과 섬(삽시도)을 연결하는 3.9km의 해상관광케이블카도 들어설 예정이랍니다.
아름다운 삽시도를 편하게 관광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입니다.
CNN에서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33개 섬’ 중 하나로 선정했다는 ‘효자도’와 개신교 선교를 Thema로 ‘미션아일랜드’를 조성할 계획이라는 ‘고대도’도 곧 들려야할 섬입니다.
오래 살아야 다 볼 수 있습니다. ㅎ
테라스(Terrace)로 나와 느긋하게 빙수를 즐깁니다.
대형 Rooftop에서의 인증 샷을 남길까 했는데, 지난번 했으니 그냥 가잡니다.
원산도 체크아웃(Checkout)~!
만찬
최근 도로 확장공사가 완료된 부여방향으로 귀가키로 합니다.
계획했던 ‘무궁화수목원’은 패스하면서도, 참새들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복 가든’ 앞에서 멈춥니다.
부여 외산(外山)에 숨어있는 노포(老舖)집이라는데요, 수없이 지나다니면서도 첨 들립니다.
복(伏)날은 아직 멀었지만, 없어지기 전에 챙겨야할 먹거리가 이곳에 있습니다. ㅋ
사라져가는 보신탕(補身湯) 문화를 안타까워하는 노인네들입니다.
조선실학의 거두 ‘다산’선생이 즐겨먹었고, 사도세자 모친 혜경궁 홍씨 환갑잔치에도 올랐다고 의궤(儀軌)에 실려 있다는데...
동의보감엔 성질이 따뜻하고 독이 없어 오장을 편하게 하며, 혈맥을 조절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한다고 기술되어 있을 정도라는데, 그 음식이 사라진다니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ㅎ
특히 동양에서는 인류역사와 더불어 단백질 보충을 위해 식탁에 올랐던 음식이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포유류 중 왜 개만 안 된다는 거요?”
“개를 안고 다니나 뱃속에 넣고 다니나 다를 게 뭐요?“ ㅎ
“진돗개처럼 보전해야할 종(種)도 아니거늘 왜 다리아래나 산속으로 숨어야하느냐 이겁니다!” ㅎ
말 되죠?
꺼억~ 잘 무우따! ㅋ
에필로그
봄입니다.
애틋한 봄날은 열차가 플랫폼에 들어오듯 눈에 보입니다.
도착시점은 지역마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여느 해처럼 올해의 봄도 조용히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끈기 있게 지켜보는 사람에겐, 그 떠들썩한 도착이 보입니다.
그동안은 찾아오는 이 없고, 외출도 자유롭지 않던 힘든 봄이었습니다.
모처럼 떨치고 나섰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자연 속에 묻힌 봄을 꼼꼼히 관찰했습니다.
예전의 추억을 끄집어내주는 봄 냄새에 취하기도 했습니다.
아직 남아있는 봄이 또 재촉합니다.
그나저나 봄날은 참 잘도 갑니다.
알뜰한 그 맹세와 함께...
목욜(5. 2) 아침에 갯바위가
첫댓글 왕대나무님 고향 태안을 방문하셨네요.
태안 튜울립 축제장 멋지리라 생각하며
건재하신 선배님들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