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조(僧肇·384~414) 법사는 구마라습의 수제자였다. 워낙 총명하여 모두가 그의 식견에 감탄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중국 후진의 2대 왕인 요흥(姚興)은 불교를 독실하게 믿은 군주였는데, 요흥은 승조의 천재적인 자질과 인품을 알고 그를 등용하여 재상을 삼고자 하였다. 후진(後秦)의 황제 요흥(姚興)이 그에게 벼슬에 나갈 것을 말했다.
“스님은 환속해 재상이 됐으면 하오. 지금은 천하가 갈라져 쟁패를 거듭하고 있으니 스님 같은 분이 나오셔서 지혜를 보태면 요순의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요. 이것 또한 중생을 크게 이롭게 하는 것이니 스님은 청을 거절하지 말기 바라오.”
그러나 승조는 이를 거절하며 말했다.
“일국의 재상이란 다 꿈속의 일입니다. 저는 무상대도(無上大道)를 얻어 일체중생을 구제하는 것이 소원이니 제발 저를 오라 가라 하지 마십시오.”
요흥은 거듭 청했으나 승조는 그때마다 말을 듣지 않았다. 아무리 청해도 듣지 않자 화가 난 요흥은 승조를 옥에 가두고 '거듭 거절하면 목을 치겠다'고 했다. 그래도 승조는 막무가내로 거절했다. 요흥은 승조를 다른 나라에서 데려가면 큰 인재를 잃을 것이니, 그 게 두려워 정말로 죽이려 했다.
이에 승조는 '꼭 죽이려면 이레 동안 말미를 달라.'고 했다. 그런 뒤 붓과 종이를 청해 글을 썼는데, 이것이 승조의 또 다른 저서인 <보장론(寶藏論)>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다 쓴 승조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임종게를 남기고 칼날 아래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사대원무주(四大元無主) : 이 몸에는 본래 주인이 없고
오온본래공(五蘊本來空) : 마음과 생각느낌 본래 비었다.
장두임백도((將頭臨白刃) : 저 칼이 내 목을 자른다 해도
흡사참춘풍((恰似斬春風) : 봄바람을 베는 것에 불과 하리라. 승조(僧肇·384~414) 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