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혈과 민속 오일장으로
탐라왕국의 발상지 삼성혈은 제주를 찾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가 보아야할 필수코스ㅡ
제주에는 많은 신화와 전설들이 가득하지만 그중 대표적인 곳 중의 하나가 삼성혈이 아닌가 싶다.
제주 최초의 조상되는 고 부 량(高 夫 梁)이라는 3성의 三神人이 바로 이곳 삼성혈에서 태어났다는 것.
인간은 누구나 혈(穴)에서 온 것은 부인할 수 없으나, 초원의 작은 혈을 두고 3성이 태어났다는신화가 퍽 재미있는 이야기....
예사롭지 않게 땅속에 뚫린 구멍이기에 이런 신화를 낳은 것일까?
믿거나 말거나 제주에는 고 부 량이라는 3성씨가 조상이 되었다니 이곳 삼성혈은 매우 신성한 땅이리라.
삼신인은 여기서 태어나 수렵생활을 하다가, 오곡의 종자와 가축들을 가지고온 벽랑국(碧浪國) 3공주를 맞이하여 농경생활이 비롯되었으며, 이들로 인하여 탐라왕국이 건설되었단다.
역사적으로 어느 시기(BC,200ㅡAD,200추정)인지는 확연히 알 수는 없는 일이나, 탐라국은 삼국시대 고구려, 백제, 신라등과 각각 교역을 했고, 일본과 중국 당나라와도 외교관계를 맺는 독자적인 해상왕국의 역사를 지녀 왔다고 한다.
이곳 삼성혈은 조선조 중종 때 목사로 부임한 이수동이 처음 표단과 홍문을 세우고 담장을 쌓아 춘추로 봉제를 시작한 이래 역대 목사에 의하여 성역화 사업이 이루어졌고, 현재도 그 전통을 이어받아 매년 춘추봉제(春秋奉祭)와 건시대제(乾始大祭)를 올리고 있다한다.
삼성문(분향소)을 거쳐 삼성전(4300여년전 탐라를 창시한 삼을나의 위폐가 봉안된 묘사)과 전사청(제향에 관한 일을 맡아보는 집),삼성혈과 숭보당(뛰어난 선비를 두어 면학하던 제사)등을 차례로 한 바퀴 둘러보았다.

삼성혈은 예전에 한번 가본 곳이긴 해도 가까운 시내 권에 있기에 재방문한 것이었고, 이곳을 돌아본 후 검은 오름이 생각나 그곳을 가볼까 했으나, 여긴 사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기에 가볼 수가 없었다.
검은 오름은 울창한 숲 때문에 검게 보인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제주도에서 으뜸으로 꼽히는 오름으로 트래킹코스로 유명한 곳이란다.
박 정진 시인의 검은 오름을 잠시 떠올려 본다.
검은 오름
신들이 아직도 숨 쉬는 곳
그 침묵은 지금도 흐르나니
활화산의 기억을 안고
바위가 물을 머금은 곳
태초의 검은 여인
그 안에서
무언가 꿈틀거려
생명이 있었나니
숲은 정령들로 가득하다.
검은 오름을 포기하고 돌 문화공원을 다녀올까 했는데, 아들 내외가 민속오일장으로 구경 가자는 연락이 왔다.
제주 민속오일장은 2일과 7일날 장이 서는 곳으로 평일 날은 1만 여명, 주말인 경우엔 2만 여명의 손님들이 모인다고 한다.
장터로 가려는데 행단보도도 아닌 곳에서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가는 이색적인 광경이 눈에 띄었다.
선두에서 한 아주머니가 손짓하며"와라,와라"하니까, 일행 5,6명이 그뒤를 우루루 달려가는 풍경은 재미있다고 해야하나??.
아니 국제적 관광도시에서 이렇게 교통법규도 무시하고 차량이 다니는 길를 횡단하다니....
아들한테서 들었던 얘기가 실증적으로 눈앞에서 벌어진것이다.
제주에선 흔히 나이먹은 사람들이 횡단보도와 상관없이 차량이 안오는 것 같으면 길을 건너기 일쑤인데, 그러다가 교통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고, 사망하는 경우도 흔히 일어난다더니 말이다.
민속오일장은서귀포(4,9),중문(3,8),한림(4,9),성산(1,6),표선(2,7),세화(1,5),대정(1,6)등지에서 차례로 장이 서기 때문에, 장 구경을 하려면 그곳 지역들을 찾아가면 된다.
장에 들에서니 과연 손님들이 대만원이다.
없는 것이 없다하리만큼 돈 주고 살 수 있는 것들은 죄다 집결해 놓은 듯싶다.
우선 떡 볶기와 어묵을 한 사발씩 사먹고, 과일 가게를 둘러보니 값이 파격적으로 싸다는 느낌이든다.
민속 오일장은 어떤 물건이든 이처럼 가격이 싼 까닭에 대중들의 큰 인기 시장이란다.

며느리가 감귤을 한 박스 선물로 사주기에 저녁은 내가 사주기로 하고, 해물 찜 집을 찾았다.
중 짜 하나를 시켰는데 다섯 식구가 포식할 정도로 푸짐하여 포식을 즐겼다.
해물 찜에는 전복, 대하, 키조개, 미더덕을 비롯해서 각종 조개들이 가득했다.
해변이라 해산물이 이처럼 풍성하게 나옴을 다시금 실감하며, 여행 중 먹거리도 간과할 수없는 품목이기에 어딜 가나 맛 집 하나쯤은 알아둘 필요가 있으리라 믿는다.
짬짬이 둘러본 신엄리 올레길
신엄리는 애월읍에 속한 마을이지만, 예전부터 면단위로 승격을 늘 종용받았던 제법 범위가 큰 마을이다.
꿈꾸는 바다별장에서 리 소재지까지 가는데 만도 도보로 30여분이 걸릴 정도다.
우선 리 사무소를 보면 누구라도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사무소자체가 면사무소수준인데다, 사무소경내에는 송덕비와 공덕비, 기념비들로 가득 차 있다.

신엄리 리사무소는 내가 보기엔 면사무소 수준이다
360여호되는 큰마을을 끼고 있어 진즉부터 면으로 승격시키려 했지만 부락민들이 극구사양.
이유는 뒷간과 관공서는 멀리 두고 싶기에 그랬다고 ....

리사무소에 왠 공덕비가 이렇게 즐비한지?
신엄리 본 마을만 해도 360여호에 이른다고 하니 대단히 큰 마을이라 아니할 수 없다.
마을 안길만 해도 미로처럼 길이 뚫려 있어, 한번 골목길을 잘못 들어서면 아주 엉뚱한 곳으로 빠져나가기 일쑤다.
돌담 안에 한 평도 안 되는 쬐끄만 밭 뙤기도 지나칠 수 없는 구경거리며, 호텔 앞에 무덤이 있다는 것은 상상 할 수없는 신기하기 그지없는 일....
주민들이 살고 있는 전통가옥에다 팬션이란 간판을 단것도 생경스럽게 다가오고, 마을 구석진 곳에 ‘당거리 동네 말 방아’라는 지방문화재가 눈에 들어오는 것도 흥미롭다.
제주에 돌이 많다는 건 상식으로 익히 아는 바지만, 가정집 담장이나 밭들의 울타리, 묘지울타리까지 돌담을 싸놓은 점도 역시 제주도에서만 볼수 있는 고유한 특색.
해변에 이르면 솔밭으로 에워싸인 사색의 오솔길도 유혹의 손짓이며, 해골처럼 널려있는 해변의 돌덩이와, 돌고래와 전어 같은 고기들이 점핑하는 것도 볼거리의 모습들...
신엄리는 그동안 별로 관심 밖의 한적한 시골이었으나, 최근 관광 붐에 이어 땅값도 천정부지 올랐고, 호텔, 리조트를 위시해서 각종 숙박업소들이 곳곳에 새로 들어서고 있기도 한곳이다.
그러나 아직 여유로운 숲과 들에는 한가로이 소와 말들이 풀을 뜯는 모습도 이따금 시야에 들어왔다.
담장울타리에 둘러싸인 전통적 초가 돌담집은 제주도에서만이 볼수있는 매력적인 또 하나의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