긇쓴이)김종열
[수필] 가슴으로 듣던 종소리
살다 보면 문득 까닭 없이 마음이 먹먹해지는 날이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오래전, 어느 해질녘에 들려오던 은은한 종소리를 떠올리곤 한다.
‘딩동뎅, 딩동뎅…’
공기를 맑게 진동시키며 퍼지던 그 소리는 어딘가 모르게 아련했고, 때로는 서글프게까지 들렸다. 그 시절의 나는 종소리가 울릴 때마다 마음속으로 나지막이 묻곤 했다.
'너는 무슨 슬픔이 그리 많아 매번 저렇게 목놓아 울어댈까. 바보처럼 왜 저리 쉬지도 않고 울고 있을까.'
그 청아한 울림 뒤에 숨겨진 깊은 뜻을 알지 못했던 탓이다. 그저 내 안의 외로움과 슬픔이 커서, 종소마저 나를 대신해 눈물 흘려주는 것이라 착각하며 살았던 시절이었다.
세월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종이 제 몸을 쳐서 소리를 내었던 것은 슬퍼서가 아니었음을.
혹여라도 제시간을 맞추지 못해 누군가의 소중한 약속이 어그러질까 봐, 어김없이 제 자리를 지키며 세상을 향해 외치던 책임의 울음이었음을 말이다.
종은 남들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오직 세상 사람들과의 약속을 지켜주기 위해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소명을 다하는 그 고용한 모습을 돌이켜볼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나는 과연 내 삶에서 그토록 진실하게 약속을 지키며 살아왔는가.'
약속이란 천금보다 귀한 법이다. 약속을 중히 여기고 신의를 지키는 삶이야말로 지나온 날에 부끄러움이 없고, 앞으로의 미래를 환하게 밝히는 길임을 종소리는 나에게 가만히 일러주고 있었다.
지금도 문득 삶이 지치거나 마음속 깊은 곳에 답답한 응어리가 얹힐 때면, 가만히 눈을 감고 그날의 종소리를 다시 불러내어 듣는다.
내 가슴속 어두운 흉금을 환하게 밝혀주던 그 청아하고 고마운 울림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하던 그 바보 같고 고마웠던 종의 울음소리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