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무대에 선 배우는 관객들이 야유를 하건 찬사를 보내건 간에 일단 막이 오르면 커텐이
내릴때 까진 쇼를 진행하여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커텐이 내릴 때 받는 박수에 진정한 의미를 둔다고들 한다.
시절인연 따라 떼밀리다 싶이 어머님 뱃속을 뛰쳐 나온 것이 우리의 인생이라면 죽음이라는
커텐이 내릴 때 까진 연극같은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얼마 전에 집안 할머니 한 분이 돌아 가셨다.
무엇 하나 어려움없이 복된 삶을 잘 누렸으나 약간의 재산을 남긴 할아버지가 먼저 세상을
뜨면서 자그만 악수를 둔 것이 화근의 빌미가 된다.
평소에 더 이뻐하던 둘째 아들에게 상속지분을 더 높여 준 것이다.
다마내기(양파)같이 생긴 큰 며느리의 입이 저어새 주둥이처럼 된 것은 아주 자연스런 일이
다.
7~8년 전에 중풍으로 할머니가 쓸어 지시자 다마내기가 한 일은 쥬스 몇 병 사 들고 종합 병
원 입원실에 가끔 문병온 일 뿐이다.
둘째 아들이 병든 노모를 모시게 되니 동기간엔 아주 자연스럽게 불화가 생기게 되고 위계
는 이미 땅에 떨어져 버리게 되었다.
가끔 찾아 뵈면 옛날 호시절의 고향 생각이 나서인지 한차례 눈물을 흘리시곤 자신이 무엇
때문에 사과 궤짝 여러 개 엎어 놓은 듯한 이런 아파트 촌에서 창 밖만 내다 보며 우리에 갇
힌 동물처럼 살아야 하는 것과 본인 때문에 둘째 아들의 가정이 이 모양이니 하루라도 자신
이 빨리 죽어야 한다는 말만 리피트를 한다.
착하디 착한 둘째 며느리는 늘 그렇듯 별 말이 없다.
나이에 걸 맞지 않게 머리가 하얗게 된 것이 눈에 띌 뿐이다.
모르긴 해도 병원에 가서 엠알아이 촬영을 해 보면 가슴 부근에 갈비집에서 쓰는 숯뎅이 몇
개와 부서진 19공탄 파편만 여러개 힘겹게 판독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늦게 목사가 된 둘째 사위가 병원 영안실에서 허접을 떤다.
하느님 나라로 가게 되었으니 축복이라고 한다.
진정 축복스런 일이라면 암표라도 사서 먼저 갈려고 머리통이 터질텐데 난 아직까지 그런
사람들은 본 적이 없다.
문상객들이 오면 다마내기도 저어새 주둥이로 제법 슬픈 소리를 내며 꺼이 꺼이 울어 댄다.
화장실에선 연신 웃다가 나오기 바쁘게 꺼이 꺼이 울어 대는 저어새가 행여 정신분열증이나
생기지 않을까 몹시도 걱정이 되었다.
연극이 아닌 자신의 참된 삶과 내면의 불성을 찾는 불교의 바른 진리를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동네 절에는 많은 노보살님들이 시간에 구애없이 기도에 매진하신다.
낮에는 절에서 여러가지 일들을 하시다가 밤이 되면 어김없이 철야 정진을 하신다.
장부의 기백으로 자신의 길을 가는 분들이란 생각이 든다.
며느리 가슴 숯껌뎅이 만들 일은 전혀 없을 것이다.
마지막 커텐이 내리고 모든 관객이 기립박수를 치는 저러한 무대를 꿈 꾸지 않을 수 없다.
만법귀일 일귀하처.
초 여름비 뿌리는, 몹시도 그로테스크한 밤이 새볔의 밝음 속으로 서서히 힘을 잃어 가는군
요.
오늘의 벅찬 하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터이군요.
스님들 말씀에 의하면 육도윤회중 인간의 몸을 받기가 몹시도 어렵다고들 하신다.
많은 사람들이 대학로에 있는 삼류 작가가 쓴 각본에 따라 어두운 그림자처럼 그저 묵묵히
마지막 커텐이 내릴 때 까지 생명을 부지할 뿐이다.
남의 배에 무임승선하여 배 밑창 3등 선실에서 토악질이나 하면서 사느냐 아님 자신이
키를 잡고 밀려 드는 폭풍우와 과감히 맞서 싸우며 항로를 잡아 가느냐의 두 갈래 길 중
한 길을 필연코 가야만 할 것이다.
입버릇처럼 어느 절집 앞에 자그만 오두막 짓고 낮이면 절에 올라 가서 부목일이나
하다가 밤이 되면 오두막으로 돌아 와서 열심히 기도나 하면서 살아야 겠다고 말하곤
했었다.
쪽빛처럼 아름다운 이 꿈이 불행하게도 얼마 전에 정녕 깨어 지고 말았다.
모래 바람만 풀풀 날리는 정향사 앞 암사동 아파트 값이 엄청 올랐다고 하더군요.
구래서 오늘도 내일도 작은 소반에 향 하나 사루고 원한의 롯또, 기필코 당첨을
간절한 마음으로 빌고 또 빌고 있습니다.
부처님과 인연을 맺은 축복 받은 이 삶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늘 구름만 쫓다가 어저께는 비 맞은 도사 꼴이 된 돌삐 합장드립니다.
카페 게시글
불자님 글방
Show must go on.
돌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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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04 01:5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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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머리가 온통 복잡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하루입니다. 축 처진 어깨너머로 보이는 세상이 망망대해를 사는거 같네요~
돌삐님의 글 내용...우리 주변에서 가끔 일어나기도 합니다. 눈으로 보고, 글로 읽고~ 지금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