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년 설날에[丙子元日] 이날은 병자일(丙子日)이었다.
어느새 벌써 나이 쉰 살 五十之年忽已至
지금부턴 흰머리 한탄하지 말아야지 從今休歎鬢邊絲
문거가 남긴 말 하염없이 떠올리며 長思文擧書中語
고생의 시편들 눈여겨 살펴보네 細閱高生卷裡詩
조참도 생각뿐 병들어 못 나간 채 病阻朝參唯繫戀
터뜨리려는 꽃망울에 애다로이 눈길 주네 老憐春物欲含姿
도소주(屠蘇酒) 한 모금 약간 도는 취기(醉氣) 微醺却得屠蘇力
누워서 바라보는 창틀의 느긋한 해 그림자 臥看窓欞日影遲
[주1] 문거(文擧) : 후한(後漢) 공융(孔融)의 자(字)이다. 그가 친구인 성헌(盛憲 자(字)는 효장(孝章)임)의 구명(救命)을 위해 조조(曹操)에게 보낸 ‘논성효장서(論盛孝章序)’에 “세월이 멈추지 않고 계절이 유수처럼 흘러 어느새 벌써 나이 오십을 맞았는데 …… 이 세상 친구들 거의 모두가 낙엽처럼 지고 오직 남아 있는 것을 회계의 성효장뿐이다.[歲月不居 時節如流 五十之年 忽焉已至 …… 海內知己 零落殆盡 唯有會稽盛孝章尙存]”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보통 이 글을 ‘공융비세서(孔融悲歲序)’라고 부름. 《文選 卷41》
[주2] 고생(高生) : 당(唐) 나라 시인 고적(高適)을 가리킨다. 간의대부(諫議大夫)를 거쳐 몇 차례나 절도사(節度使)로 나가 난을 평정하다가 나이 50이 되어서야 시를 짓기 시작하였는데, 변새(邊塞)의 이정(離情)을 잘 읊어 잠삼(岑參)과 함께 고잠(高岑)으로 병칭되었다. 《新唐書 卷143》
[주3] 조참(朝參) : 매달 네 차례씩 문무 백관이 검은 조복(朝服)을 입고 정전(正殿)에 나가 임금에게 문안을 드리고 정사를 아뢰는 것을 말한다.
[주4] 도소주(屠蘇酒) : 설날에 마시는 약주(藥酒)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