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원적(입적)에
드신 경북 김천 직지사 큰스님의 다비식이 27일에 있었고,
어제는
우리 달마사의 종무식과 올해 마지막 산신기도 입재가 있었습니다.
시작과 끝이라는 구분이야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하나의
분별심에 지나치지
않겠지만, 그래도 시작과 끝을 굳이 정해놓으려는 고집은 무언가 새로운
계기를 통해
거듭나고 싶은 우리들의 몸부림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전 늘 년말이되면 되면 티비나 책에 나오는 말들이
있었습니다.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눈길을 걸을 때는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함부로 걷지 말라.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내가 걷는 발자국이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뒤에 오는이의 길잡이가 될터이니....
-서산대사(휴정선사)-
妄道始終分兩頭 (망두시종분양두) 묵은해니 새해니 분별하지 말게
冬經春到似年流 (동경춘도사년류) 겨울 가고 봄 오니 해 바뀐 듯하지만
試看長天何二相 (시간장천하이상) 보게나 저 하늘이 달라졌는가?
浮生自作夢中遊 (부생자작몽중유) 부초같은 인생들이 다만 꿈 속에서 노닐
뿐인것을.
-학명선사-
그렇게 좋던 글들이 있어서 출가한 삶이 참으로 행복했었습니다.
삶의 관점이 되고,
방향이 되었던 두 글귀였습니다.
너무 흔히 사용되어서 다른 분들이야 어떨진 몰라도
제게는 너무나 큰 울림의
글귀들이었습니다.
요즘들어 글자에도,
문장화된 글에도 무게가 있음을 느낍니다.
예전의 그 글, 그
문장 그대로인데 무게가 더 묵직해졌습니다.
예전에는 두 눈과 마음으로 들 수 있는 무게였다면, 지금은....온 몸으로 들어도
쉽지 않은 무게가 된 것 같습니다.
팔순에 가까워지신 은사스님께서 말씀하시길...."갈수록 밥숟갈 무게가 무거워.
음식이 아니라 업식을
먹는거라서 그런건가봐...젊을때 부지런해야 해.
우리같은
출가자는 나이들어 공부안되면 속인보다 더 숟가락이 무거워 져."
라고 하셨습니다.
그때 '공부'가 뭘까하고 고민했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열심히보고, 강의와 법문을 열심히 들으면 그기에 공부가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지나고보니...
'행주좌와, 어묵동정,
일체처, 일체시(行住坐臥, 語默動靜, 一切處, 一切時)'
떠돌거나 머물거나,
깨어있거나 정신없거나, 떠들거나 침묵하거나, 시끄럽거나
고요하거나,어느곳, 어느때에 공부 아닌것이 하나도 없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을 만나면 만나는 그 자리에, 말을하면 말하는 그자리에, 앉고 눕고 먹고
노는 그 자리에 마치
내 그림자처럼 공부가 함께 했었음을...그런데 그때는 왜
몰랐는지...은사스님께서
부진런하라는 말씀이 그런 눈을 뜨는데 게으르지
말라는 말씀이었음을....진즉 알았다면....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만...지금이라도
알았으니 얼마나 다행인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더욱 주어진 시간과 인연들에 최선을 다하게되는
것 같습니다.
내일 떠나게 될 지라도,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최선을 다해 역할을하고,
사과나무를 심고.....떠난후 아쉽지않고....
여담이지만, 가끔 '열반, 니르바나'를 어떻게
풀이할까를 고민하다가 '후회없는
죽음, 아쉬움이 없는 죽음'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단 하나의, 단 한 순간의 후회, 아쉬움없이 완전한 행복의 마음으로 생을
마감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열반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이런 마음들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픈 1년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누었습니다.
여러 불자님들과 함께한 시간들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내년에도 또 함께할 감사를 기다립니다. 그리움으로...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