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진도를 갈려면 약 다섯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새벽 6시에 출발한단다. 다섯시에 일어나면 된다. 나는 평소에도 다섯시경이면 일어난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라 젊을 때 부터 새벽 운동을 해온 버릇이 있다. 주로 테니스를 해왔고 조깅이나 동네 산을 등산하기도 한다.
배낭에 술과 사과 김을 챙겨 넣고 세수를 하고 썬크림을 바르고 등산복을 갈아입고 나서니 다섯시 40분이다. 큰 길로 나가니 시약가는 시내버스가 바로 내앞을 스쳐 지나한다. 텍시를 타야겠다. 약산회에 참가하려면 부지런 해야 한다. 멋진 자연풍광을 감상할려면 새벽에 일어나는 귀찮음을 감수해야하고 즐거움을 위한 투자라 생각해야 한다.
시약에 도착하니 부지런한 쌤들은 일찍 도착해서 버스에 앉아 있다. 지남번에 통크게 아침,점심,저녁 세끼를 스폰서 했던 봄향기님이 보인다. 반갑다. 반고개,성서 홈플에서 쌤들을 모두 태우니 30명밖에 안된다. 차가 꽉차는것 보다 자리가 좀 남고하니 여유가 있어 좋다. 요즘 리무진 버스로 등산 다니는 등산팀도 있다는데 우리도 부자 산악회라 리무진으로 해도 된다.
팔팔고속도로로 해서 가다 광주 근처에서 목포를 경유해서 진도로 간다. 진도가 섬이지만 지금은 연육교가 생겨 육지나 마찬가지다.엣날에는 배를 타고 건너가야 했다. 갈길이 멀어 휴게소에서 밥과 국으로 식사를 하던걸 김밥으로 떼운단다.가는 깁밥을 세줄과 콩나물국을 준다 먹을만 하다. 오늘 아침 식사는 모범회원인 신현희쌤이다. 초창기 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나오는 분이다. 아침까지 찬조해주니 고마운 일이다.점심은 내가 스폰서 했다. 고참회원으로써 일년에 한두번은 아침이나 점심을 찬조 해야 안되겠나 생각하고 있다.지리산 휴게소에서 양치질을 하고 체중조절을 했다.이른시간이라 그런지 휴게소가 조용하다.
다섯시간을 달려 진도 끝에 있는 동석산 입구다. 동석산은 유명한 산은 아니다. 별로 들어보지 못한 산이다. 내려서 보니 뾰족 뾰족한 바위산이 여러개 연결되어 있다. "사량도"의 바위산과 많이 비슷하다. 에이조는 바로 산 능선을 타고 종주하는 코스이고 비이조나 특에이조는 에이조가 내려가는 쪽에서 꺼꾸로 산을 타고 올라 오다 에이조와 만나는 걸로 되어있다.
시작부터 가파른 등산코스다. 선선한 날씨인데도 능선에 오르니 더워진다. 모두들 윗도리를 하나씩 벗어 배낭에 집어 낳는다. 나는 속에 입은 등산 조끼를 벗어 베낭에 집어넣었다. 능선 초입에서 조금 나아가니 바로 바위산이다. 올라가는 길이 가파르고 계단이 없어 굵운 밧줄을 메어놨다. 밧줄을 잡고 유격 훈련하듯이 허리를 직각으로 유지하며 다리는 쭉 뻗은 상태에서 올라가고 내려가야 편하고 안전하다. 나는 유격훈련때 배운 "유격!"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밧줄을 타니 공포감이 덜 하고 재미있다.
고개를 두개정도 넘고나니 점심시간이다 열두시 반이다.. 칼바위 능선의 연속이라 여러명이 앉아 먹을 장소가 잘 없다. 오늘 에이조는 16명이다. 비이조는 14명이면 비슷한 숫자다. 겨우 찾은 자리도 한꺼번에 삥둘러 앉을 자리가 안되어 두팀으로 나뉜다. 조윤희쌤이 싸온 돼지고기 김치 볶음과 회장사모인 이계화님이 싸와서 나눠준 모듬 야채와 같이 식사를 하니 푸짐한 산상만찬이된다.이계화님은 부지런하다 아침에 계란을 삶아오고 야채도 준비하고 성의가 대단하다. "고맙습니다!"
동석산이 해발은 219미터 뿐이 안되어도 가파른 바위능선이라 종주하는데 4시간이 걸린다. 세시경 큰애기봉 입구에 도착했으나 비이조가 먼저 차에 와서 기다린다고 빨리 내려 오란다. 큰애기봉을 가느냐 마느냐 토론을 하다 바로 내려가기로 한다, 바로 앞에 있는 큰애기봉 전망대를 못가보고 가는게 약간 아쉽다. 갈길이 멀어 시간을 야껴야 한다니 어쩔 수 없다.
주차장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가파르다 통나무로 계단을 대충 만들어 놓았고 주변에 동백나무를 많이 심어 놓았다. 산 중턱이라 그런지 아직 동백 꽃이 남아 있다. 여쌤들은 동백을 보자 사진을 찍작고 한다.역시 여성들은 나이가 많아도 꽃을 좋아 하는 모양이다.
세시가 조금 지나서 주차장 입구에서 차를 불러 타고 "운림산방"으로 출발이다. 우리 약산님들은 수준이 있어 미술작품을 꼭 보고 가잔다. 운림산방은 남도화의 거두인 동양화가 소치 허련선생의 생가와 박물관이 있는 곳이다.이삽분 정도 달려가니 산세가 수려한 곳에 선생의 생가와 미술관이 잘 꾸며져 있다. 입장료를 받는다. 65세 이상은 무료라 표를 사야 할 사람이 반정도 밖에 안된다. 우리 산악회의 평균 연령이 많이 높아진 모양이다. 평균연령이 65세를 넘었나? 역시 풍광이 좋은 곳에서 자라면 좋은 그림이 나오는지 허씨 대대로 그린 산수화가 운치가 있고 멋있다.
진도읍내에 있는 식당으로 가기위해 다시 차에 오른다. 조금 달려오니 신도시처럼 깔끔한 시내의 큰 식당앞에 차를 세운다.오늘 메뉴는 낙지볶음 정식이다. 우럭탕을 추가 했다는데 회종류가 없어 좀 허전하다.그러나 음식 맛은 좋은 편이다. 나보고 건배사를 하란다. 등산도 약국일도 즐겁게 하면 그게 행복한 것이라고 얘기를 했는데 제대로 알아 들었는지 모르겠다. 음식 먹느라 분위기가 산만하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즐거운 일과 기쁜 일이 많으면 행복한 것이고 괴롭고 슬픈일이 많으면 불행한 것이다.
식사를 끝내고 차에 오르니 여섯시가 다 되어 간다. 식당에서 미역을 한 묶음 샀다. 생일이 아니라도 미역국을 끓여 먹어보니 맛있고 변비에도 도움이되고 철분과 요드가 공급되나 좋은 음식이다. 좀 쉬었다가 노래를 하잔다. 등산도 많이하고 술도 한잔했으니 졸린다. 한숨 자고나니 노래를 신청하란다. 요즘나온 신곡 "뿐이고"에 도전 하기로 했다.노래를 하러 앞으로 나가니 봄향기님이 내 노래값을 내준다. 그이는 우리 반의 "반장님"이다. 반원 관리 차원인지 모르지만 노래값까지 내어주니 좌우지간 고맙다. 사실 나는 음치수준이라 노래를 잘 못한다. 하지만 노래를 듣고 부르는건 좋아한다."음주가무"는 우리의 삶을 즐겁게 하는 삶의 촉매 아닌가.
대구에 도착하니 열한시는 안되었다. 마침 막차인 시내버스가 온다. 잡아타고 집에 도착하니 열한시가 조금 넘었다.대충 씻고 자자! 내일 아침 운동은 생략하고 늦게 까지 자면 월요일 근무에 지장은 없을 것이다. 한달에 한번 가는 약산회 등산은 나의 삶의 활력소다.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개근을 하며 다니고 싶다! "약산 화이팅!" 약산이여 영원하라!
첫댓글 그래서 식사찬조를 또 하셨군요. 고맙씁니다. 정선생님께서 점점 활기차게 보이시던데... 글에서도 활기가 넘쳐보여요.도 곧 선생님을 들여다 볼것같은 기분이 듭니다.
기다리던 후기 선생님이 스타트 하셨군요..산을 좋아하는 마음 그리고 산을 향해 가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 어느것 하나도 다름이 없으니...감사합니다. a조 유지해주셔서 ...감사합니다.어제 동석산은 정말 요새 보기드문 빡신코스였지만 산이 너무 멋졌던것같습니다. 양사이드로 터진 논밭과 저수지 그리고 바다...조물주가 빚다가 생긴틈으로 저수지가 생긴게 아닌가 하구요.ㅋ
빨리도 후기를 올리셨네요,..담백한 문장으로 쓰시는 후기는 언제나 멋지시네요,..
약산을 사랑하시는 정회장님의 마음을 담은 후기 즐감합니다,.고맙습니다,~~~
정회장님 언제나 간결하고 사실적인 후기의 매력에 푹 빠집니다....
작년 산행때 회장님께서 제 노랫값 주셨잖아요...
다음에 동행하게 되면 제가 또 내겠습니다.그 버스 안에서 같은 반원이 또 없잖아요...
멋진 후기 감상 잘 했습니다...^^*
정회장님 산행후기를 읽어면 물 흘러가듯 줄줄 잘도 읽어진답니다.회장님 성품갚은 문체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