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말할 수 있다. - 뱀살을 지닌 아이의 해맑은 미소
요즘 저 자신에게 희한한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오래 적 기억이 하나씩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입니다. 마치 바로 앞에 있었던 사건처럼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옛이야기를 글로 남기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오해는 마십시오!
옛 추억에 머물러 현재를 가볍게 여기거나 미래에 대한 Vision을 잃은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1963년도 초등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제 학급에 아이들이 ‘뱀살’이라고 놀려대는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피부의 각질이 굳어져 온몸이 뱀 가죽처럼 보였던 아이였습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이 아이를 가까이하지 않았고, 언제나 외톨이로 지내야 했습니다. 아이는 한여름에도 긴소매를 입을 정도로 스스로 부끄러워했었습니다.
5월의 어느 날, 어린이날을 앞두고 강변의 모래사장으로 소풍을 하러 가게 되었습니다. 모여서 오락 놀이를 즐기면서 드디어 기다리던 점심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모두 삼삼오오 짝을 이루며 가져온 도시락을 나누고 있었지만 아이는 저만치 떨어져서 도시락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 아이를 보는 순간 제 마음에 불쌍한 생각이 들어 그에게 다가가 보았더니 노란 알루미늄 도시락 그릇에 무장아찌와 꽁보리밥이 전부였습니다.
저는 얼른 찐 달걀 하나와 사이다 한 병을 건네주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보았습니다. 아무 말 없이 환하게 미소짓는 모습을 말입니다. 그 미소가 제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와닿았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웃을 수 있는지, 어떻게 그렇게 투명한 햇살처럼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 6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저는 그 미소를 보고 싶어 교실에서 점심을 먹을 때 간혹 달걀부침도 갖다 주고 사탕이 있으면 몇 개를 건네주곤 하였습니다. 그때마다 아이는 변함없이 밝고 환한 미소로 내게 보답을 해주었습니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사이다 한 병으로 그런 미소를 볼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것입니다. 삶은 달걀 하나로 그런 환한 얼굴을 볼 수 있다면 저는 10개를 주고라도 사고 싶습니다.
그 아이의 몸은 거칠어 다른 아이들에게 혐오감을 주었을지라도 그 영혼은 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는 것을 세월이 흘러 알게 되었습니다.
고후 4:16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