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여름에만 사용하는 물품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더위를 식혀주는 에어컨과 선풍기가 아닐까? 우리집은 15년전에 분양받은 아파트라 천정형 에어컨이 없어 스탠드 에어컨 1대에 벽걸이 에어컨 2대 그리고 선풍기가 4대가 있다. 선풍기 4대중 2대는 전기식 일반형이고 1대는 충전식 탁상용이며 나머지 1대는 충전식 휴대용 손선풍기이다.
금년 여름은 예년보다 크게 덥지 않아 아직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고 있고 일반형 선풍기 2대만을 사용하고 있다. 1개월 전부터 집사람이 한여름에도 추위를 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분명 갱년기는 아닐텐테 백화점이나 음식점을 가면 추워서 겨울 옷을 별도로 챙겨 거기서 옷을 덧입고 볼일을 봐야하는 지경이다.
때문에 집에서도 일반 선풍기 바람도 멀리 하라고 한다. 날씨가 무척 더운 날에 부채를 꺼내 사용하다가 문득 생각이 났는지 1주일 전에 탁상용 선풍기를 꺼내 이거 어떻게 사용하지? 하고 물었다. 집에 그 선풍기가 있었나? 하고 받아서 충전잭을 연결하니 쌩쌩 돌아갔다. 그 선풍기는 몇년전에 큰며누리가 자기 집에서 써보니 좋더라고 하면서 사 온것이다.
이제 나이가 들어가니 어제 사용한 것도 깜빡깜빡하는데 1년간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살아간다. 근데 어제 또 목부러진 손선풍기를 주면서 이것 고칠 수 있으면 고치고 안되면 버려야 겠다고 했다. 지난번 냉장고 셀프 후기담을 쓰면서도 언급했지만 난 손재주가 별로 없는 편이다.
그것을 알아 집사람이 목부러진 선풍기를 건네 주면서도 잘 고치는 솜씨가 아니라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헸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집사람이 이번 여름나기에는 그 선풍기가 딱 안성맞춤 일것 같았다. 집안에 혹시 본드가 있나 싶어 찾아보니 하나가 있었다. 이본드로 부착을 하고 몇시간 뒤에 보니 접착이 되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순간 접착제가 딱인데 집에 가지고 있는 것이 없어 선풍기를 분해해서 고치기 시작했다. 워낙 작은 선풍기라서 공구도 맞지 않고 1시간 정도 시도해 보았지만 고칠 수가 없었다. 집사람보고 저녁에 순간 접착제를 사 놓으라고 하고 취침에 들어갔다. 새벽에 일어나 보니 순간접착제가 거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어 새벽 루틴을 중지하고 수리에 들어갔다.
자기 전에 분해해 놓은 부품들을 챙겨 책상에서 부러진 부분은 순간접착제로 발라 부착하고 나머지 부품들은 원상태로 조립을 했다. 수리하는 시간은 약 40분 정도 소요되었다. 깜쪽같이 새것으로 변신했고 완벽하게 작동이 되었다. 셀프수리 후기를 남길것 같았으면 수리할 때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그럴 생각이 없어 아쉽다.
목부러진 손선풍기의 수리 핵심은 순간접착제를 한번이 아닌 여라차례 시차를 두고 바르는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상황이면 선풍기를 버리고 새로 구입하리라 본다. 나역시도 이작업을 하면서 내가 왜 이러고 있지? 그것도 3차에 걸쳐 약2시간 이상 시간을 허비했으니 말이다.
신품으로 구입해도 1~2만원이면 될 것을 그이상으로 돈을 까먹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그동안 집사람이 사용해 왔던 물품이기에 정이 들어 어떻케든 함께 할 수 있으면 그것이 신품보다 몇배의 가치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변명아닌 변명을 해 본다. 그리고 이 선풍기로 원인모를 냉방병을 확 날려 보낼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