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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회 계획 A 코스인 '절골 입구 → 이성대 → 아리랑산 → 노추산 → 늑막골 삼거리 → 사달산 왕복 → 늑막골 삼거리 → 조고봉 갈림길 → 임도 → 모정탑길 → 세월교'의 13km, 6시간 코스를 탐방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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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추산[魯鄒山]
높이: 1,322m
위치: 강원도 정선군 북면 구절리
노추산은 강원도 산골 중에서도 산골 깊숙이 자리한 산이다. 노추산 정상에 오르면 북쪽 발왕산(1,458), 서쪽으로 가리왕산(1,560m), 동쪽으로는 석병산(1,055m) 등 1천m급 준봉들이 펼쳐져 있다.
노추산은 대기리에서 조고봉(1,189m 일명 작은 노추산)이나 늘막골 구절리에서 사달골이나 대성사를 거쳐 오르는 네 가지 코스가 있다. 이중 구절리에서 산판길을 따라 대성사~이성대~정상으로 이어지는 코스가 가장 무난하다.
산판길은 트럭이 다닐 정도로 넓으며 30분 정도 걸으면 오산장 능선(733m)에 닿는다. 마치 시골의 고갯마루를 연상 시켜 준다. 5백여 미터를 걸으면 갈림길이 나타나며 오른쪽 길을 따라 5분여 걸으면 산판길이 끝난다. 이곳부터 경사가 급하다.
정상까지는 두 군데의 너덜(돌이 많이 흩어져 덮인 비탈)지대를 지나게 된다. 40분을 오르면 첫 번째 너덜지대에 닿는다. 멀리 가리왕산과 설총이 수도했다는 이성대가 보인다. 이성대에서 3백여 미터를 오르면 노추산 주 능선과 마주치는 삼거리. 정상은 오른편으로 3백m. 총 산행 시간은 천천히 걸어도 6시간이면 충분하다.
노추산 등은 서울에서 1박 2일로 떠나기엔 다소 어려움이 따르는 주말 산행지다. 영동고속도로가 주말이면 나들이객이나 스키어들의 차량으로 체증이 심하기 때문에 버스를 이용할 경우 오후 9시는 넘어야 서울에 도착하게 된다. 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 한국의 산하
사달산
높이: 1,182m
위치: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사달산은 노추산과 마주 보고 있으며 산세는 동서로 6km에 걸쳐진 산이다. 사통팔달 길이 사방으로 통한다는 이 사달산에서 공부하면 학문에 통달하게 되는데 지금까지 설총, 율곡, 인회 같은 이가 학문을 닦았다고 한다.
산행기점은 대기리다. 작은 늘막골 입구의 대기교를 건너 장구목까지 간 후 장구목에서 왼쪽 능선을 따라 1,280봉에 오른다. 이곳에 동쪽으로 주릉을 따라 40분 정도 가면 정상인 헬기장이다. 하산은 큰늘막골로 내려간다. - 한국의 산하
애초 이번 주는 금요무박으로 한 안내산악회 정맥 팀이 진행하는 낙동정맥 북진의 거의 마지막인 19구간 석개재~통리재 산행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사실 대간이니, 정맥이니, 지맥이니 하는 거에 별 관심 없는데,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산행인 해발 1,000m가 넘는 산 중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교통이 불편한 곳을 당일로 다녀올 방법을 찾다가 많은 산이 맥 구간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즉 안내산악회의 맥종주 팀을 따라다니면, 원하는 산에 오를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해서 아직 오르지 못한 산 중 맥상에 있는 걸 찾아 각 안내 산악회 맥종주팀 산행계획과 맞춰보았다. 그 결과 맥종주가 지금과 같은 인기를 유지한다면, 2년 내에 목표로 하는 산의 95% 이상은 안내산악회를 이용해 다녀올 수 있었다. 나머지 5%는 다른 수단을 찾아야 하지만. 그중 하나가 강원 태백의 면산으로 낙동정맥의 거의 시작부에 있는 산인데, 산악회의 계획에 따라 금요무박으로 다녀오려고, 6월 21일 회비를 입금하고 자리를 하나 배정받았다.
이후 산악회의 산행 계획을 보고 있노라니, 최소 3가지가 마음에 안 들었다. 첫 번째가 금요무박 산행으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잠을 잔 후 토요일 새벽에 산행을 시작하는 거로 체력소모가 심해, 가능하면 지양하는 산행 방법이다. 물론 맥종주 산행 중 입산금지 구간(물론 불법으로 과태료 부과)을 통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어, 무박산행을 진행하기도 하나 이 코스에는 입산금지 대상이 없다. 두 번째는 첫 번째와 연결된 문제로, 남진이 아니라 북진하는 종주라 석개재에서 시작하는데, 목적하는 산인 면산이 들머리인 석개재와 멀지 않아, 해 뜨기 전 정상에 도착할 확률이 높다. 단순히 인증을 남기기 위해 산을 오르는 인증꾼이 아닌 산꾼은 원하는 바가 아니다. 최소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일출 후 도착해 내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진정한 산행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석개재 → 통리재의 순서를 통리재 → 석개재, 즉 같은 구간을 북진이 아니라 남진한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2020년 4월 백병산에 오르기 위해 이미 낙동정맥 삼거리에서 통리재까지 다녀온 상태라 다시 가고 싶지 않았다[산행기].
세 가지 이유로 낙동정맥 19구간 종주가 내키지 않았으나, 두 가지 이유로 취소를 못 하고 망설여야 했다. 하나뿐인 백두대간과는 달리 정맥, 지맥을 합하면 100개가 넘고, 정맥만도 9개라 언제 다시 낙동정맥 팀을 구성할지 알 수 없고, 8월 21일 산악회 산행계획 중 면산을 대체할 만한 게 보이지 않았다. 해서 취소하고 다른 산을 선택해야 하나 계속 진행해야 하나, 거의 한 달 반을 고민하다가,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8월 10일 면산행인 낙동정맥 19구간 산행을 취소했다. 그리고 그나마 갈만한 산이라고 생각하던 까만 소 100 산 중 하나인 정선 백운산을 신청했다. 그런데 코스나, 거리나 백운산은 언제든 갈 수 있고, 많은 체력을 요구하는 산이 아니라, 등산방 야유회 산행 적임지라는 판단에 일단 8월 15일 백운산도 취소했다. 그리고 대체 산을 찾기 위해 내가 아는 모든 산악회를 뒤졌으나, 마음에 드는 산을 찾을 수가 없어, 산행일 며칠 전 다시 정선 백운산과 대중교통의 근교 산을 놓고 고민하던 중 산악기상예보에 당일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해서 토요산행 자체를 취소하고,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다다음 주 일요일까지 계속 비가 내리나 그 중간 일요일만 비 소식이 없어, 일요산행으로 변경했다.
물론 안내산악회 토요산행 중 마음에 드는 산행지가 없어 일요산행도 찾아봤으나, 적당한 산행지를 찾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무조건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나마 현재 진행 중인 해발 1,000m가 넘는 산 중 까만 소가 선정한 노추산과 연계한 사달산이 있으나, 단풍으로 유명한 산이라 가능하면 가을에 가기 위해 8월 5일에 10월 9일 자 산행을 신청해 놓은 상태였다. 그렇다고 대중교통의 근교 산은 코로나 19는 인간과 공존하는 바이러스라고 공표된 이후 등산방 정기 산행으로 가야 할 산들이라, 단독산행은 좋은 그림은 아니다. 그렇다면 선택은 하나밖에 없어 10월 9일 자 사달산행을 취소하고 8월 22일 자로 다시 신청했다. 아직 신청자가 없어서 비어 있던, 제일 뒷자리 2자리 중 그나마 좋은 28번 자리를 신청할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하며. 이번 사달산행은 낙동정맥 19구간과 같이 2019년 10월 두 동무와 함께했던 아리랑산, 노추산 연계 산행[산행기]에서 이미 다녀왔던 두 산을 다시 가야 하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다.
가능하면 가을 단풍철에 사달산 방문을 원했으나, 상황이 시기를 선택하는 걸 허락하지 않아, 한 달 반가량을 당겨 이번 일요일 다녀오기로 했다. 장마철 중간 일요산행인 만큼 비가 내릴 것에 대비한 산행 준비를 했다. 점심은 여차하면 걸으며 먹을 수도 있는 간편식으로 하고, 카메라는 작고 가벼운 거로, 그리고 평소 관심도 없던 방석을 챙겼다. 그런데 비 소식에 산행을 포기한 토요일 무서울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는 걸 보며, 만약 내가 산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상상해보는 순간 공포에 몸서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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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이 새벽에 기상해 아침을 먹고 미리 준비해둔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선 시각이 5시 45분이다. 불광역에서 6시 6분 차를 타기에는 이른 시간이나, 그나마 불광역까지 걸어가는 수고를 덜기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을 가기 위해 1km가 채 안 되는 거리를 걷기 싫어하는…. 뭐 5분 일찍 집에서 나오면 되는 거라 앞으로 계속 이렇게 하기로 했다. 동명탕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주변을 둘러보니 평소 주의 깊게 보지 않았던 가게가 보인다. '코로나 19' 시대의 영향인 거 같은데 배달 전문 가게다. 요즘, 이면 도로 주변에 많이 생기고 있는 거 같다. 얼마 전에는 쾌 큰 24시간 편의점이 문을 닫고 배달 전문 공유 주방이 문을 열기도 했다. 코로나 방역 때문에 자영업이 망한다고 얘기하지만, 배달 전문은 오히려 흥하는 걸 보면, 그것도 아닌 거 같고, 사실 자영업자 죽는다는 소리야….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정확히 5시 51분에 마을버스가 고개를 돌아 달려오고 있었다.
도착한 마을버스를 타고 자리에 앉아 창에 붙어 있는 시간표를 지난 주에 이어 다시 유심히 봤으나, 불광역발 6시 6분 전철을 탈 방법은 동명탕 정류장에서 5시 50분경 차를 타는 거 외에는 없었다. 물론,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고, 당연히 6시 6분 전철이 아니라 그보다 배차가 하나 빠른 전철을 여유 있게 탈 수 있다. 뭐 이런 연구를 하는 동안 3분 만에 불광역에 도착했다. 유유자적 불광역으로 가 원래 타고자 했던 6시 6분 전철보다 배차가 하나 빠른 5시 57분 차를 타고 등산객의 성지 양재역으로 달려 5시 37분에 도착했다. 버스 출발 시각이 7시니, 23분 동안 버스가 올 때까지 멍하고 있어야 한다. 어쨌든 역 밖으로 나가 보니, 이른 시각임에도 산악회 버스 정차장 주변에는 많은 등산객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 있다는 것과 멍 때리는 건 어울리지 않아, 서초구청 주차장에 앉을 만한 곳을 찾아보니, 간밤에 내린 비로 돌이 다 젖어 있었다. 해서 태어나서 처음 들고 간 등산용 방석을 꺼내 깔고 앉아, 버스 도착지를 쳐다보며 멍하고 있었다. 15분 정도 정말 멍하고 있으니, 버스가 나타났다. 해서 멍 때리던 걸 멈추고 방석을 챙겨 배낭 옆 주머니에 넣고 재빨리 버스가 있는 곳으로 가보니 내가 신청한 산악회가 아니다. 물론 등산지도 다르고. 그렇다고 다시 구청으로 돌아갈 수도 없어, 다른 등산객과 함께 그 자리에서 버스를 기다리니, 6시 56분에 버스가 도착했는데, 앞창 LED에 "노추산"이란 글자를 새기고 있었다. 만원인 버스라 별수 없이 선택한 자리가 승차감은 최악이나 배낭 등, 짐을 놓을 공간은 충분해 체온을 잰 후 모든 걸 짊어진 그대로 버스에 타, 제일 뒷자리에 가서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안전띠를 채우고 배낭에서 보조 파우치를 꺼냈다. 파우치에서 슬리퍼를 꺼내 갈아 신고, 패드를 들어 전철에서 읽던 책을 이어서 읽기 시작했다. 28석 최고급 버스라고는 해도 제일 뒷좌석은 요동이 심해 책 읽기가 쉽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걸 알기에 그 자리는 피하고 싶었는데. 죽전에서 남은 승객을 태운 버스는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린 후, 휴식을 위해 문막 휴게소로 들어갔다. 딱히 볼 일은 없었으나, 그래도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버스에서 내려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후 화장실에 들린 후 휴게소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강원도 여행 지도를 발견하고 각 시·군의 위치 확인을 통해 그동안 많이 헷갈렸던 부분을 정리할 수 있었다. 확실히 운전하는 사람은 도로와 지역을 연결하는 뇌가 발달했을 거 같은데, 나 같이 운전과는 거리가 먼 사람은 각 지역 간 연결망을 과거 학창 시절 배운 거로 해결하려고 하니 가끔 오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휴식이 끝나고 다시 버스에 탈 때, 인솔 대장이 휴게소에서 휴식 후 다시 탈 때 필요한 사람은 가져가라고 한 이번 산행 코스 지도 한 장을 들고 자리로 가 앉았다. 사실 지도가 필요 없었음에도, 인솔 대장이 설명할 때 있어야 할 거 같아 들고 왔다. 늘 그렇듯이 버스가 출발하자 대장이 지도를 이번 산행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주의 사항의 핵심은 '사달산'을 왕복하는데, 2시간 이상 걸리고, 길이 좋지 않아, 소위 얘기하는 알바를 많이 하니 웬만하면 가지 말라는 거였다. 이번 산행 안내에 있는 산이라 대놓고 가지 말라고는 못 하겠는데, 사달산 때문에 늦어지는 건 용납할 수 없어 그냥 출발하겠다고 위협적인 어투 얘기했다. 그런데 대장의 얘기와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달라 고민에 빠졌다. 분명 산악회 지도는 사달산 왕복 후 하산하는 A 코스는 13km, 바로 하산하는 B 코스는 11.5km로 표기하고 있다. 고로 왕복 거리는 1.5km에 불과한데, 2시간이 걸린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사달산에 오르기 위해 이번 산행을 신청했는데, 사달산을 빼버리면 목적이 사라진다. 그렇다고, 사달산을 다녀오느라 산행 마감 시각을 맞추지 못하면, 남감해진다.
해서 산악회 지도에는 표기하지 않았으나, 이미 다녀온 아리랑산이나 노추산을 우회해서 바로 사달산으로 가는 등산로가 있을 거 같아, 폰의 등산 앱 두 가지로 찾아봤다. 그런데 등산 앱 둘 다 아리랑산을 우회하는 등산로는 있으나, 노추산까지 우회하는 등산로는 없었다. 아리랑산을 우회하는 지름길은 이미 지난 2019년 10월 산행으로 알고 있었기에 별 의미가 없었다. 결국 아리랑산을 버렸을 때 얻는 거리와 시간이 사달산을 다녀옴으로 인해 잃게 되는 거리와 시간을 얼마나 보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 산행이다. 그리고 오장폭포에선 사진만 찍고 버스로 들머리인 절골로 이동한다고 했다. 아니 지도를 보면 분명 오장폭포 옆으로 올라가고 있는데, 이게 무슨 소린가? 애초 산악회 산행 안내 지도를 보고 폭포 옆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있는 거로 생각해 좋아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미 2019년 10월 한번 본 폭포[산행기]를 다시 보기 위해 버스로 이동할 이유가 없으나, 초행인 다른 등산객에게는 충분한 이유가 있으니, 뭐라고 할 건 못 되고….
인솔 대장이 산행에 관해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데, 버스 앞창의 와이퍼가 열심히 움직이는 게 보여 옆 창을 보니 소나기가 내리고 있다. 분명 노추산 주변인 정선, 평창에는 비 소식이 없어 온 산행인데, 비라니. 비에 대비해 우산과 미니 스패츠를 가져오기는 했으나, 어딘지 불안했다. 그리고 의자에 기대 잠이 들어 깨다 자기를 반복했는데, 비는 더 오지 않아 안심했다. 그리고 9시 40분경 버스가 구절리역을 지나는 걸 보고 등산화를 다시 매고, 스패츠를 착용하는 등 등산 준비를 마치고 조금 지난 9시 59분에 오장폭포에 도착했다. 폭포에서 화장실을 다녀오고, 사진을 찍으라고 하며, 주어진 시각은 15분이다. 해서 카메라만 들고 버스에서 내려 오장폭포를 보니, 최근 내리 비 덕분인지 장관이다. 그리고 폭포 중간에는 산사태로 무너진 바위로 폭포가 사라졌다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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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이 모두 탑승한 10시 10분 조금 넘어 버스는 절골을 향해 출발했다. 그런데, 버스가 차를 돌리지 않고 그냥 직진하고 있었다. 분명 절골을 지나 오장폭포로 왔는데, 돌아가지 않고 직진하다니, 대장에게 무언가 다른 계획이 있을 거로 생각하고 대장만 보고 있는데, 대장이 갑자기 기사에게 뭐라고 한다. 대장은 승객이 하차해 화장실을 다녀오고, 폭포 사진을 찍는 동안 기사가 버스를 돌려놓았을 거로 생각했다고. 결국 버스는 들머리가 아니라 날머리로 가고 있었다.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라 거대한 버스를 돌릴 상황이 아니라 그나마 좀 넓은 곳을 찾아 계속 전진하다가, 지난 2109년 10월 우리 노추산행의 들머리였던 종량동을 지나 도로가 약간 넓어진 곳에서 간신히 차를 돌려 오장폭포를 다시 지나 절골로 향해 달려 10시 20분경 들머리인 절골 입구에 도착했다.
다른 등산객이 버스에서 내려 등산 준비를 하는 동안 나를 포함 버스 내에서 준비를 마친 등산객은 빠르게 정상을 향해 갔다. 특히 사달산이 목표인 산꾼은 꼼지락거릴 시간이 없었다. 해서 페이스를 유지하며 가능한 빠른 속도로 이성대를 향해 가는데, 등산로가 임도다. 2019년 하산을 이쪽으로 했으니, 분명 이 길을 지나왔을 텐데. 기억이 없다. 하긴 그때는 취해서 정신이 없기는 했었다. 어쨌든 현재 사용을 하든 안 하든 임도가 등산로보다야 오르기가 쉬운 건 두말하면 잔소리라, 거의 평지와 다름없는 속도로 오를 수 있었다. 그렇게 앞만 보고 오르고 있는데, 임도 중앙 풀 사이로 무언가 꼼지락거리는 게 있어 자세히 보니, 꼬마 살무사다. 그런데 이놈이 도망갈 생각은 안 하고, 달려들며 위협한다. 해서 발을 한번 굴렸더니, 그때야 정신 차리고, 정신없이 숲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사진 찍을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한 입 거리도 안 되는 게 어디서?! 찍혔는지 모르겠으나, 도망가는 방향으로 렌즈를 대고 셔터를 몇 번 누르고, 계속 길을 가 10시 47분에 조주선관(대성사) 갈림길에 도착했다.
조주선관 갈림길도 기억에 없다. 조금 올라가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성대 쪽에서 내려온 임도는 조주선관(대성사) 부근에서 마을로 향하는 길과 우리가 올라온 길로 갈라졌다. 물론 2019년 당시에는 마을 쪽 임도로 내려갔기에 이번에 올라온 길은 기억에 없었다. 10시 57분경 앞에 목책과 밧줄로 만든 안전가드를 설치한 등산로가 나왔다. 임도가 끝나고, 본격적인 등산로의 시작이다. 등산로까지 오는 동안 들머리에서 앞섰던 다른 등산객을 다 추월해 어느 순간 선두에서 가고 있었고, 바로 뒤에는 익숙한 산꾼이 따라오고 있었다. 피차 통성명은 하지 않았으나, 여러 산에서 자주 본 얼굴이다. 그런데 이 산꾼이 앞서갈 생각은 안 하고 뒤에서 토끼몰이하듯 쫓아와 사진 찍을 엄두도 나지 않았다. 사실 찍을 만한 풍경도 없었지만. 11시 7분에 계곡 합수부를 지나, 11시 12분에 "아라리샘터'에 도착했다. 샘을 보면 물맛을 보는 게 당연해 거의 엎드리다시피 해서 떨어지는 물줄기에 입을 대고 마셨다. 그리고 일어나 보니, 기다리고 있어, 그를 위해 자리를 비켰으나, 샘물에는 관심이 없다. 내가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급경사의 등산로를 올라 11시 24분에 그나마 능선으로 보이는 곳에. 그리고 6분 후 쉬어가라고 의자를 설치해 둔 '율곡쉼터'에 도착했다. 이성대가 멀지 않다는 얘기다. 율곡 쉼터에서 주변을 둘러보며 시간을 끄는 동안 기다리기 지쳤는지, 그가 앞서서 갔다. 버스에서 인솔 대장이 이번 산행에 관해 설명할 때 들머리의 고도가 해발 500m(산행 전 확인한 바에 의하면 437m)고 노추산 정상이 해발 1,322m라, 올라야 할 고도가 800m가 훌쩍 넘는데, 이는 한국에서 꽤 높이 올라가는 산이라며, 쉽지 않은 높이니 체력안배를 잘하라고 했었다. 맞는 말이다. 순수하게 800m 이상을 걸어서만 올라가는 산이 한국에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설악산도 한계령에서 오르면 대청봉까지 700m에 불과하다! 고로 노추산 바로 아래 이성대에 도착하면 사실상 힘든 산행이 끝나는 거고, 율곡쉼터는 이성대 바로 아래 있다. 다시 길을 재촉해 11시 50분에 이성대에 도착했다. 2019년 이후 두 번째 방문이다. 당시 다시 올 때는 친구들과 비박 장비를 가져와 이성대에서 하룻밤을 보낼 생각이었는데, '코로나 19'로 모든 게 망가졌다.
이성대에는 과거에는 없던 전망대가 생겼으나, 잠자리를 준비해 놓고 쉬고 있던 야영꾼은 없었다. 코로나 시대라 없는 건지, 아직 시간이 일러 없는 건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일단 전망데크에 배낭을 벗어 두고 이성대 위 서낭당에 인사하러 올라갔다. 서낭당 한쪽 구석에는 제주(祭酒)로 쓰였던 술이 진열되어 있었다. 친구와 같이 가 술이 고팠으면, 그걸 따서 마셨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서낭당에서 내려오며 아래를 보니, 조금씩 모아 놓은 식수대의 수도를 틀어놓고 세수를 하는 인간이 보였다. 산에는 인증이나 남기러 다녔지, 자연보호나 산행 예절에 대해 배운 게 없으니, 그러려니 했는데, 다 씻은 후 물을 잠그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나는 모습에 "까만 소"에 대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았다. 기본이 안 된 인간을 산에 풀어 놓았으니, 그 책임은 당연히 산에 짐승을 푼 애들이 져야!
두 손을 모아 둥글게 만들어 물을 받아 맛본 후, 바로 수도를 잠그고 주위를 둘러보니 막 도착한 인증꾼들이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그리고 이성대 안을 궁금해하는 여성 등산객에서 들어가 봐라, 2층도 올라가 보라고 친절히 알려줬건만, 문 앞에서 뻘쭘거리더니 문만 열어보고 들어가지는 않는다. 스패츠를 착용하지 않았고, 내부가 어떤지 2019년에 보지 않았다면, 벌써 등산화를 벗고 들어갔을 텐데! 전망대로 가서 주변 조망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하며 여기저기 오가는 동안 대부분 등산객이 이성대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제 떠날 시간인데, 여기서 길이 나뉜다. 산악회 산행 계획은 이성대에서 왼쪽 길로 아리랑산을 거쳐 노추산으로 가는 거고, 오른쪽 길은 바로 노추산으로 간다. 사달산을 가지 않는 대부분 인증꾼은 왼쪽을 택했다. 노추산도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나야 당연히 오른쪽으로 갔다. 그러자 그쪽으로 갔다가 돌아온 그 산꾼이 다시 나를 따라오며, '사달산" 가냐고 묻는다. 당연히 "그래서, 이쪽으로 가는 겁니다!"라고 답하자 아주 반가운 목소리로 본인도 사달산이 목표인데, 동행이 없어 망설이고 있었다며, 본격적으로 뒤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마른 몸매나 체력은 좋아 산행은 그 누구에게 뒤지지 않을 거 같은데, 단독 산행과 초행에 두려움을 느끼는 거 같았다.
이성대에서 노추산까지는 400m 정도로 이성대를 떠나, 10여 분간 급경사를 헐떡이면 오르다 보니 저 위로 능선이 보인다. 당연히 노추산 정상이라 생각했는데, 이성대 갈림길이다. 지난 2019년 저 삼거리에서 이성대로 내려왔었다는 걸, 과거 산행기를 보고 알았다. 갈림길에서 다시 노추산 정상을 향해 올라 12시 15분에 도착했다. 10시 20분경 산행을 시작했으니, 1시간 55분이 걸렸다. 대부분 아리랑산 방면으로 떠나, 아무도 없는 정상에서 먼저 각자 인증을 찍은 후 과거에는 없었던 데크에 자리를 잡고 앉아 점심을 먹었다. 애초 밥 먹을 생각 없이 바로 사달산으로 향할 예정이었는데, 그 산꾼이 자리를 잡고 앉아 점심을 먹는 모습을 보고 시계를 보니 12시 15분이라 이왕 동행하기로 한 거 같이 가자는 생각에 나도 밥상을 폈다. 대략 5분 정도 걸려 점심을 먹는 동안, 이성대와 늑막골 양쪽에서 등산객이 속속 도착했다. 밥을 다 먹고 내가 왔었다는 모든 흔적을 인멸하고 12시 25분에 노추산 정상을 떠났다.
정상을 떠나 9분가량 가자 늑막골 갈림길이자, 사달산 삼거리에 도착했다. 인솔 대장의 위협과는 달리 등산로는 예상보다 좋았고, 나름 리본도 간간이 달려있었다. 문제는 늑막골 갈림길의 해발 고도가 거의 1,280m 정도인데, 사달산의 고도가 1,182m에 불과했다. 말인즉 갈림길에서 최소 고도 100m 이상을 내려가 사달산 정상에 오른 후 다시 그 길로 돌아와야 한다는 거다. 딱 봐도 쉽지 않은 코스다. 해서 대장이 말렸을 거다! 그럼 당연히 드는 생각이 갈림길로 돌아가지 않고, 사달산에서 바로 모정탑으로 가는 길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거다. 그런데, 비탐방로는 표시하지 않는 트랭글은 통신 가능 유무와 상관없이 쓸모가 없고, 모든 지도 자료를 가지고 있는 'e-산경표'에도 원하는 등산로는 없었다. 해서 빠른 속도로 사달산 정상으로 향하며 계속 모정탑 쪽으로 향하는 길이 있는지 살피며 갔지만, 보이지 않았다. 늑막골 갈림길에서 급경사의 등산로를 내려온 후 사달산까지는 경사가 심하지 않은 거의 평지 수준이나, 등산객이 많이 찾지 않아 길은 희미했다. 비록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능선만 따라가면 되니 문제될 건 없었지만.
어쨌든 12시 58분에 사달산 정상에 도착했다. 12시 34분에 늑막골 갈림길을 떠났으니, 24분 걸렸다. 사달산은 정상석 하나 없이 강릉 지역 산악회에서 만들어 나무에 매단 이정표가 정상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 이정표를 배경으로 각자 인증을 찍고 사달산을 떠나 왔던 길을 따라 갈림길로 향했다. 그 길목에서 바닥에 떨어진 열매를 보고 뒤따라오던 산꾼에게 이게 뭔지 물었으나, 엉뚱한 대답만 해, 몇 마디 헛소리만 주고받고 그 자리를 떠났다. 사실 그 열매는 사달산으로 향할 때 이미 발견했으나, 정상에 도착할 때까지 주변 환경을 예측할 수 없어 지나쳤던 걸, 모든 게 파악된 돌아오는 길에 화제로 꺼낸 거였다. 그 열매가 떨어진 곳을 지나, 급경사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한 산꾼이 나타나 거리가 얼마나 되나 묻는다. 그러자 뒤에서 따라오던 산꾼이 알려주고, 서로 수고하라는 인사를 나눈 후 급경사를 헉헉대면 올라, 늑막골 갈림길 500여 미터 전에서 사달산으로 향하는 두 명의 산꾼을 또 만났다. 역시 몇 마디 나누고 헤어져 1시 30분에 늑막골 갈림길에 도착했다. 고로 애초 내 예상대로 사달산을 1시간이 채 안 걸려서 다녀왔다.
산행 마감 시각인 4시 20분에 날머리에 도착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판단에 4시까지 도착하는 걸 목표로 했었고, 남은 시간과 거리를 계산해 보면 급할 게 전혀 없는 상황이라 늑막골 갈림길에 주저앉아 배낭에서 물통을 꺼내 시원한 물 한 모금했다. 물론 동행한 산꾼도. 그런데 그는 물을 마시자마자 뭐가 그렇게 급한지 정신없이 배낭을 챙겨 내려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몇 년 전 내 모습이 떠올랐다. 쉴 만큼 쉬고 마실만큼 마신 후 배낭을 챙겨 삼거리를 떠나 하산을 시작한 시각이 1시 33분경이다. 푹 쉬어봐야 3분이다! 그런데 그 잘 다듬어진 하산길은 지금까지 등산로는 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거의 두 명이 나란히 서서 갈 수 있을 정도의 폭과 완만한 경사 등. 경사가 완만하면 거리가 멀고, 경사가 급하면 거리가 짧은 게 산뿐만 아니라, 모든 인생이 그렇듯. 여기 노추산도 다르지 않아, 늑막골 쪽이 완경사인 만큼 거리는 멀지만, 찾는 사람이 많아, 지자체에서 (산림청?) 등산로 관리를 잘하고 있었다.
하산 중 늑막골 갈림길에서 길을 물어보던 팀이 멈춰서 있어 지나치게 되었는데, 그들 중 여성이 천천히 가도 되는지 물었다. 당연히 ”유유자적 가셔도 됩니다.”라고 얘기하자, 남성과 다른 여성에게 그 보라고, 급한 거 없으니, 쉬엄쉬엄 가자고 했다. 해서 뒤를 돌아보고 “그러셔도 됩니다!”라고 다시 한마디 더 해주고 갔다. 그렇게 갈림길을 떠난 지 30분 조금 지나, 앞에 임도가 나타났다. 산악회 지도에 의하면 조고봉 갈림길이다. 임도는 지금도 공사 중으로 승용차가 올라와도 이상 없을 정도로 상태가 좋았다. 그리고 조고봉 갈림길에는 관광객도 아니고, 등산객은 더욱 아닌 남성 1명이 포함된 4명이 자리를 펴고 앉아 간식을 먹고 있었다. 해서 나도 임도 한쪽 누군가 만든 식당으로 가 배낭에서 방석을 꺼내 돌 위에 놓고 앉았다. 커버에서 방석을 꺼내기 귀찮아 커버를 씌운 그대로. 그리고 지난 천마지맥 산행에서 사과를 먹었다가 생고생을 한 이후 사과를 버리고 들고 온 오이를 꺼내 먹었다. 사실 목이 마르거나, 배가 고프거나 해서가 아니라, 이대로 다시 집으로 들고 가 버릴 거 같아서!
그렇게 오이를 먹으며, 노닥거리고 있는 동안 천천히 가도 되냐고 물었던 팀이 등산로에서 나타나 임도를 따라 모정탑 방향으로 내려갔다. 그 팀도 쉴 줄 모르는 거 같았다. 그리고 그사이에 등산객도 관광객도 아닌 4명도 자리를 정리하고 모정탑 방향으로 임도를 따라갔다. 커버를 씌운 방석에 앉아서 카메라에 있는 사진을 폰으로 옮기는 등 대략 10분이 넘게 노닥거린 후 2시 17분에 자리에서 일어나 방석을 다시 배낭 옆 주머니에 넣고 앉았던 돌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왜 젖어있는 거야? 엉덩이 젖어 있던 땀이 그 두꺼운 방석을 뚫고 내려갔나? 아니면, 배낭 옆 주머니에 넣어뒀던 방석이 젖었나? 분명 앉을 때 보송보송했는데? 땀을 많이 흘린 거라고 결론짓는 순간 필요한 건 알탕이라, 계곡을 찾아 임도를 따라갔다. 10분가량 가자 임도 갈림길이 나오고 위로 올라가는 길은 한참 공사 중이고, 아래로 향하는 길은 사용하지 않는지 풀이 무성했다.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거로 보이는 임도를 따라가자 왼쪽 옆으로 물소리가 요란하다. 풀이 무성해 잘 보이지는 않았으나, 알탕을 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 계속 갔다. 물론 내려갈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다. 그렇게 조금 더 내려가자 산사태 취약 지역 안내판이 서 있는 계곡 쪽에 누군가 세운 돌탑이 있었다. 그 돌탑으로 다가가 계곡을 보니 그나마 알탕이 가능한 소가 보였고, 여기까지 오는 동안과는 다르게 등산객이 오르내린 흔적이 있었다. 해서 계곡으로 내려가 속옷만 입고 물로 들어갔다. 처음 계획은 속옷을 입은 채 물에 풍덩 하는 거였는데, 생각보다 물이 차고, 산에서 내려오며 땀이 다 말라 굳이 물에 풍덩 할 거까지 없다는 생각에 세수와 세족만 충분히 하고 말았다. 차가운 계곡물로 땀을 씻은 후 임도로 올라와 조금 내려가자 임도가 등산로로 바뀌었다.
조고봉 갈림길에서 정체가 불분명하다고 했던 팀을 다시 만났는데, 동네 주민이 야유회를 겸해 나물을 캐러 나온 거였다. 그 뒤를 따라가며 뭘 캐나 유심히 봤으나, 내게는 다 풀이다. 다시 그들을 지나쳐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자 앞에 데크가 있었다. 멀리서 보기에 휴식처는 아니고 그럼 전망대다. 계곡 쪽으로 전망대를 설치하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폭포! 초림폭포란다. 초림폭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기고, 계곡을 따라 내려가며 좌로 보이는 계곡에 끊임없이 감탄했다. 최근에 내린 비의 영향이 있겠으나, 수량이 풍부하고 곳곳의 소가 물놀이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계곡 피서지! 그렇게 내려가니 앞에 돌탑군이 나타났다. 모정탑이다. 그 시각이 3시 15분이다. 처음 날머리 목표 도착 시각을 4시로 정했으나, 인솔 대장이 날머리에 식당은 없는데, 매점이 있다는 말에 사달산 왕복 시간에 따라 목표 시각을 변경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사달산 왕복에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목표 시각을 3시 40분으로 변경했었다. 가능한 시각이다.
강릉 모정탑에 관해서는 산행기로 많이 봤으나, 글과 사진이 실제를 따라가지 못한 예 중 하나다. 그 장관에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역시 어머니(母情)는 위대하다! 좌우로 돌탑이 호위하는 길만 1분 거리다. 3시 20분에 차순옥 여사가 쌓은 돌탑지대를 통과했다. 대략 5분 거리고, 움막이라든가 가보지 않은 곳을 고려하면 그 규모를 상상할 수 있었다. 탑이 끝나는 곳에서 큰노추골도 끝나고 강과 합류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 물이 오전에 본 구절리로 향하는 거 같은데, 이름을 알 수 없어, 이후 구글링해봤다. 송천이다. 구절리로 가는 게 맞고, 아침에 본 오장폭포 상류다. 송천 옆으로 난 임도를 따라 상류로 올라가는 동안 동네 주민과 관광객이 세운 돌탑이 산기슭을 따라, 서 있었다. 이후 도착한 곳이 처음에는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이라 생각했는데, 주차장이 아니라 오토캠핑장이었다. 해서 처음 돌탑을 만났을 때부터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많은 관광객을 만난 거였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나를 피해갔던 그 중년의 남자 포함. 어쨌든 야영장에 도착한 거로 이번 노추산, 사달산 연계 산행이 끝났다. 그 시각이 3시 38분으로 도착 시각 목표를 달성했다.
3
야영장 매점 앞에는 의자 일체형 식탁이 있었고, 대여섯 팀이 차지하고 앉아 막걸리나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비어 있는 의자에 배낭을 벗어 두고, 매점에서 과자 종류 외에는 안주할 만한 걸 안 파니, 맥주가 정답이라는 생각에 냉장고로 다가가 막걸리를 보는 순간, 배낭에 점심 반찬으로 가져온 마늘종 무침이 남아 있다는 게 떠올랐다. 해서 맥주가 아닌 막걸리 한 통 들고 계산대로 갔다. 3,000원! 아마 가장 싸게 마신 하산주가 아닐까 생각된다. 혼자서 막걸리를 마시다 보니 그 한 병을 다 못 마시고 조금 남아, 버리고 시계를 보니 4시 1분이다. 마감 시각은 아직 남았으나, 예의상 버스로 가야 할 시각이다. 해서 주변의 쓰레기를 치우고 배낭을 둘러메고 야영장을 떠나 버스가 있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사실 마감 20분 전에 일어난 이유 중 하나가 주차장까지 거리를 알 수 없었던 것도 있었다.
그런데 야영장에서 5m 정도 벗어나자 저 위로 승객을 기다리는 버스가 보인다. 송천을 건너 주차장 방향으로 가며 주변을 둘러보니, 역시 경치 하나는 장관이다. 그러다 의외의 플래카드에 열이 확 솟았다. 분명 인솔 대장은 주변에 식당이 없다고 했었는데, 식당 안내 플래카드였다. 식당이 있는 줄 알았으며, 매점 식탁에서 마늘종 무침 안주로 막걸리를 홀짝이지는 않았을 거다. 버스에 도착해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슬리퍼를 신었다. 안내 산악회의 장점 중 하나다. 그리고 마감 시각인 4시 20분이 가까워 오건만, 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연락이 안 돼, 대장이 정신없이 찾으러 뛰어다녀도 찾지 못했는데, 4시 22분경 송천 상류에서 나타났다. 어쨌든 마감 시각보다 3분가량 늦은 4시 23분 버스가 서울을 향해 출발하는 거로 이번 산행을 마감했다.
산악회 계획 A 코스에서 '아리랑산’을 뺀 ‘절골 입구 → 이성대 → 노추산 → 늑막골 삼거리 → 사달산 → 늑막골 삼거리 → 조고봉 갈림길 → 임도 → 큰노추골 → 모정탑 → 세월교'의 13.83km, 5시간 23분의 노추산 사달산 연계 산행이었다. 이동 5시간 44분, 휴식 29분!
목표가 있는 산행은 비록 산이 보여주는 경치는 별것 없더라도, 최고의 만족감을 준다. 이번 사달산도 마찬가지였다.
다음 이성대를 찾을 시는 친구들과 비박 장비와 삼겹살 들고 와 1박 하며 세상사는 얘기할 거다. 물론 코로나를 감기 취급하는 시대에.
모정탑은 가족 단위의 관광으로 괜찮아 보였다. 여름에 큰노추골에서 물놀이를 겸해 방문하는 거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