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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90 병원 복도
넥타이를 풀어 헤치며 하얗게 질려서 복도를 달려오는 동우, C.T.검사실이란 푯말
을 따라 급히 복도를 꺾어 달린다!
동우: 어머니...!!!
보면, 검사실 앞의 대기 의자에 초조하게 앉아있던 진숙, 돌아보며 벌떡 일어난다.
동우: 어떻게 된 거예요?! 수진이 어떻게 됐어요?!
흥분하는 동우를 진정시키듯 또박또박 말에 힘을 줘서 말하는
진숙: 걱정 마. 폐까지 물이 들어가진 않았데. 것만 아니면 아무 위험이 없다니까 일단 안
심해도 좋다는 구나.
동우: (검사실 안으로 들어가려 하며) 이 안에 있어요?
진숙: (동우를 잡고) 들어가면 안돼. 외부인 출입 금지야. 다른 이상은 없는지 그냥 하는
검사라니까 조금 있으면 끝날거야.
동우: ... (황당한 표정) 어떻게 된건지 다시 설명해 보세요, 어머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목욕하다가 욕조에 빠지는 사람이 어딨어요?
진숙: (덩달아 황당한 표정) 난들 알겠니? 그나마 내가 발견했으니 하늘이 도운거지 안
그랬음 정말 큰 일 날뻔 했어.
동우: 어떻게 그런 일이 다 있죠? 도저히 이해가 안 되네?
진숙: 일어낟가 어딘가 머릴 부딪혔든지 수가 있었겠지. 재수 없으면 접시에도 코 박고
죽는다잖니.
동우: ... (믿을 수 없단듯 고개를 절레 절레 저으며) 깨나고 직접 물어보면 알겠죠.
진숙: ... (표정 싸늘하게 식으며 동우를 살피듯 본다)
동우: 언제 나온데요?
진숙: 곧 나오겠지. 점심은 먹었니?
하는데 검사실 문 열리며 나오는 의사
S#91 병실
화면 전체가 뿌옇고 흐릿하게 보여지는 누군가의 시선이 되어 혼미하게 주위를 두
르는 가운데 멀리서 들려지는 것처럼 빠르고 아련하게 들려지는 수군거림들
소리: (동우) 정말 괜찮겠어요?
소리: (의사) 하루만 지나면 훨씬 양호해질 거예요.
소리: (진숙의 조심스런 음성) 언제쯤 깰까요?
순간 서서히 밝아지는 화면이고 그 앞으로 카메라를 들여다 보듯 쑥 다가오는 동우
의 걱정스런 얼굴과 그 뒤로 보여지는 진숙의 얼굴
동우: 나야, 수진아. 괜찮니?
하는데서 수진, 도로 의식을 잃은듯 화면 다시 까마득하게 어두워지며 암전한다.
<타임커트>
새소리. 이른 아침의 햇살이 비스듬히 비쳐드는 속에서 링겔을 꽂은 채 괴로운듯
뒤척이다가 어느 순간 번쩍! 눈을 뜨는 수진.
눈을 깜빡이며 왜 자신이 거기에 있는지 생각나지 않는듯 천천히 안을 둘러본다.
보다가 갑작스럽게 팍! 얼어 붙으며 숨을 멈추는 수진!
보면, 진숙이 병실 구석의 의자에 꼿꼿이 앉아 유리알 같은 눈을 차갑게 번들거리
며 수진을 똑바로 지켜보고 있다.
왈칵! 공포와 불안에 휩싸이는 수진,
경련을 일으키듯 온몸을 부들거리며 도움을 구하듯 급히 안을 휘두른다.
그러나 진숙과 자신 둘 뿐이다.
수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침착하게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다가오는
진숙: 정신이 좀 드니?
수진, 두 눈이 두려움으로 커다랗게 벌어지며 얼른 몸을 움직이려 애쓰지만 공포감
에 굳어 꼼짝도 않는다.
수진: 저리가요! 가까이 오지 마...!!
하는 수진의 음성, 목 졸린듯 거의 들리지 않고 무시하고 바로 수진의 곁으로 서는
진숙. 잠시 살피듯 수진을 내려 보다가 수진의 귓가로 자신의 입술을 바싹 갖다댄
다.
수진: ... (허옇게 굳는다)
진숙: 경고하는데 정신 병원에 안 들어갈거면 입 조심해. 어차피 본 사람도 들은 사람도
없으니 누가 니 말을 믿겠니? 너만 더 피곤해질 뿐이야.
수진: ...
달콤한 밀어라도 속삭이듯 자근자근 말하는 진숙.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 열고 들어오는 의사와 인턴들.
인턴1: 아침 회진입니다.
구세주를 만난듯 그들에게로 급히 시선을 던지는 수진.
입을 벌려 고함을 지르려 하지만 꺽꺽 거릴뿐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그런 수진을 보며 씨익 웃는 진숙, 걱정 가득한 시엄마의 표정으로 돌변하며 의사
들을 향해 빙글 돌아선다.
수진: ... (눈 감고 고개 돌려 버린다)
S#92 진숙 집. 부엌 (다음 날 오후)
콧 노래를 흥얼거리며 부산하게 조리대를 오가는 진숙.
야채를 썰고 고기르 다지는 등 신이 나서 뭔가 요리를 한다.
냄비에 물을 받아 렌지에 올리는 진숙.
가스 렌지의 버튼을 탁! 켜는데 딩동! 울리는 현관 벨 소리
S#93 현관
현관 안으로 들어서는 동우와 동우를 반갑게 마중하는
진숙: 오늘은 웬일루 일찍 왔네? 아직 저녁도 다 안 차렸는데.
동우: 수진이 퇴원하는 날이잖아요.
(진숙의 뒤를 보며) 수진인요?
진숙: 지 방에 있겠지. 빨리 씻고 내려와. 저녁 맛 있는 걸루 준비했으니까.
S#94 2층 침실
문 열고 들어서는 동우, 들어서자마자 어딘가 보며 깜짝 놀라 그 자리에 못 박힌
다.
보면, 발치에 트렁크를 붙이고 서서 동우를 기다리고 있는 수진.
동우: 뭐 하는 짓이야, 이게?
수진: 집을 나가겠어요.
동우: (경악) 뭐라구?!!
수진: 그냥 갈수도 있었지만 동우씨한테 말하고 가고 싶었어.
동우: ... (표정이 엉망으로 구겨진다) 또 왜 그래?
어머니랑 또 무슨일이 있었어?
수진: (피곤) 더 이상은 긴 말하지 않겠어요. 어머니랑 나 둘중에 한 사람을 선택해요.
동우: 이런 법이 어딨어?! 이러지 않기루 했잖아!
상관없이 트렁크를 들고 문 앞으로 또박또박 걸어오는 수진, 동우의 앞으로 서서
손에 들고 있던 종이 쪽지를 건네며
수진: 이건 내가 있을 곳 전화 번호예요. 누구랑 살지 결정이 되면 전화해요. 기다릴게
요.
하고 동우를 스쳐 나가려는데 수진의 팔을 거칠게 잡아채는
동우: 이럴순 없어. 난 시키는데루 다 했고 요샌 어머니랑 말도 제대로 안 했어. 근데 집
을 나가겠다니 도대체 이유가 뭐야!
알아야 나도 생각을 할거 아냐?
수진: ... (잠자코 보다가) 동우씬 내가 이 집에서 죽어 나가길 바래?
동우: (황당) 죽어 나가? 무슨 소리야, 그게?
수진: 말하면 믿겠어요?
S#95 1층 계단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부엌에서 손을 닦으며 나오는 진숙, 문득 계단 쪽을 본다.
트렁크를 든 수진이 혼자 내려온다.
진숙: (아무렇지도 않게) 너 어디 가니?
수진: ... (무시하고 현관으로 걸어 나간다)
수진에게로 가가이 걸어가는
진숙: 꼴을 보니 집이라도 나가는 모양이지?
수진: ... (신발을 신는다) ...
진숙: (힐끗 2층을 올려다보곤 낮고 빠르게 속삭인다)
니 맘대루 들락거릴 생각마. 다시 들어올 생각은 아니겠지?
그제사 조용히 고개 들고 진숙을 보는 수진.
담담한 표정, 한 구슥 측은함까지 엿보이는 표정으로
수진: 선사 하늘이 두 쪽 나는 일이 있더라도 그런 일은 절대 없을 테니 염려마세요.
하고 조용히 현관 밖으로 나간다.
피식! 차갑게 비웃으며 2층 쪽을 올려다 보는 진숙.
동우, 웬지 너무 조용하다.
약간 의심스런 표정으로 2층 계단을 올라가는 진숙.
S#96 2층 침실
침대에 참담한 얼굴로 묵묵히 바닥만 내려다 보고있는 동우, 마치 넋이 빠진 사람
처럼 멍! 해서 앉아있다.
열려진 침실 문 안으로 활달하게 들어오는
진숙: 동우, 뭐해? 저녁 먹어야지.
순간! 고개 치켜들고 진숙을 믿을 수 없단듯 험악하게 쏘아보는 동우.
진숙: (주춤! 본다) 왜 그래?
동우: (나직이) 어머닌... 수진이가 집 나간걸 몰라서 이러시는 거예요?
진숙: 글쎄? 가방 하나 달랑 들고 나가긴 하든데 그게 집 나간 거였니?
동우: ... (진숙을 더는 마주 볼 수 없는듯 얼른 고개 떨군다)
진숙: 나간 애는 나간 애고 우린 우리야. 그래서 저녁 안 먹을거야?
동우: ... (입술을 질끈 깨문다. 씹어 뱉듯) 혼자 있게 해줘요.
표정 차갑게 굳는 진숙, 팽하니 돌아서 나간다
동우: ... (참담하게 가라앉는다)
S#97 혜경의 오피스텔
참담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있는 수진.
그 옆에 서서 수진을 안스럽고 걱정스럽게 보는
혜경: 몸은 정말 괜찮은거야?
수진: 음
혜경: 뭐 따뜻한 거라도 마실래?
수진: 아냐. 됐어. 신경 쓰지마.
혜경: ... (마침내 꾹 눌러 참았던듯 화를 폭발하는) 생각할수록 분통 터지네. 증말?!
뭐 그 따위 여자가 다 있어?! 넌 등신이야? 당하고만 있게!!
수진: (풀기없는 웃음) 그래. 내가 생각해도 나 등신이야. 나 좀 누울게, 괜찮지?
하며 힘없이 일어나 침대로 걸어가는 수진.
무너지듯 침대위로 쓰러져 눕는다.
혜경, 표정 누그러뜨리며
혜경: 오빠한테 전화 해야지?
수진: ... (천장만 멀거니 본다) 싫어.
하지만 벌떡 일어나 전화통으로 걸어가며
혜경: 안돼. 전화 해. 당장.
수진: (표정 굳으며 본다) 싫어. 하지마, 혜경아.
혜경: 싫단 말이 나와? 일이 이 지경인데?!
수진: (일어나 앉으며) 그래서 더 싫어. 괜히 걱정 시키고 싶지 않아.
혜경: 그런 못 된 생각 버려, 너! 니 오빠가 널 얼마나 애지중지 키웠는데, 나중에라도
이 사실을 알아 봐. 나까지 욕먹어!
수진: (벌컥!) 알아! 아니까 그만 해 제발!
하며 침대 아래로 튕기듯 내려서는 수진
혜경: 수진아...?
수진: 나라고 오빠 생각 안 나겠니? 오빠 앞에서 펑펑 울고 싶어, 나두!
이제 나 어떡하면 좋겠냐고!
혜경: ... (당황)
수진, 터지려는 울음을 필사적으로 참으며 표정을 숨기듯 급히 돌아선다.
수진: 말해서 금방 달려올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오빠 아니야. 그럴 처지도 못 돼.
빤히 알면서 뭐하러 쓸데없이 걱정 시켜?
혜경: ... 미안해. 나 화 나는 것만 생각하느라 니 기분 따질 여유가 없었어.
수진: ... (눈물을 삭이려 애쓴다)
혜경, 다가와 말없이 수진을 안아주면 그제사 혜경의 품에 안겨 펑펑 울음을 터트
리는 수진.
S#98 진숙 집. 안방
화장대 앞에 앉아 수화기를 든
진숙: 글세 말야. 어떡하겠니? 지 발로 나가겠다는데 우리 동우만 불쌍하지, 뭐.
서로 정이 떨어졌으니 이혼한다 그러는 거겠지만 사회적 체면이란게 있잖니. 그래
서 나 너한테 뭐 좀 부탁할려구. 늦어도 모레쯤, 머리도 식힐 겸 동우랑 유럽이나
한바퀴 돌까 싶어. 근데 비행기 표 구하기가 만만찮드라. 그래. 니네 남편 여행사
사장인데 그 정도 안될까 싶어서. 알았어. 이번 동창회 모임은 내가 주선 할 테니
까 내 부탁 꼭 좀 들어줘. 그래 내일 다시 전화할게. 끊어.
흡족한 얼굴로 수화기를 내리는 진숙.
거울 보며 얼굴을 매만지고 일어난다.
침대로 돌아서다가 깜짝 놀라는 진숙!
보면, 언제부턴가 안방 문 입구에 서있는 동우, 진숙의 전화 통화를 다 들은듯 표
정이 뻣뻣이 굳어 있다.
진숙: (당황한 웃음) 놀랐잖니! 왜 그러구 서 있어?
동우: (마치 낯선 사람을 살피듯 묘한 눈길로 진숙을 본다) ...
진숙: 안 그래도 너한테 갈 참이었어. 여행이라도 좀 다녀 오자 그럴려구. (하는데)
동우: 결국 어머니가 원했던게 그거 였어요?
진숙: 그거라니 무슨 말이야?
동우: 나 이혼 시킬려구 결혼시킨 거냐구요.
순간 짜증스럽단듯 얼굴이 팍! 굳는 진숙, 동우를 차갑게 쏘아보며
진숙: 응석 그만 부려. 그만큼 했음 충분해.
동우: (기가 찬다) 응석이요??!
진숙: 니가 원했던대로 다 해줬잖니. 결혼도 시켜줬고 걔랑 살게도 해줬어. 해봐서 알겠
지만 너랑 나 사이에 니 결혼이란게 얼마나 안 어울리는 일인지.
동우: (...) 그럼 왜 첨부터 결혼 반대 안 하셨어요?
진숙: (짐짓 기가 찬단듯) 몰라서 그래? 결혼 안 시켜주면 니가 죽는다 그랬잖아!
동우: (황당!) 단지... 단지 그것 때문에 결혼시켰어요? 내가 죽을까봐.
진숙: 그래
동우: 그럼 수진인 뭐예요?
진숙: 무슨 소리야?
동우: 수진이 감정은 생각도 안 하셨어요?!
그 말에 표정이 이해할 수 없단듯 일그러지는
진숙: 내가 왜 그 기집애 감정까지 생각해? 걔가 나한테 뭐길래!
동우: ... (표정 싸늘하게 굳는다) 저 집 나가겠어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하듯 입이 딱 벌어지는...
진숙: (...) 뭐라고? 너 방금 뭐라 그랬니?
동우 집 나가겠다구요.
진숙: ... (충격!)
동우: 어머니 때문에 제 결혼을 망칠 생각은 없어요. 전 수진이도 절대 포기 못해요.
말하고 차갑게 돌아서는 동우, 방으로 걸어가는데
진숙: 거기 서!!
동우: ... (우뚝 서지만 돌아보진 않는다)
진숙: 허락 못해. 못 나가!
동우: (돌아선 채) 제 인생은 제가 결정해요.
진숙: 너...?? (쥐어짜듯 힘겨운 음성) 그 기집애가 그렇게 꼬드기디? 저랑 살면 잘 살거
라고?
동우: ...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무시하고 다시 걷는데)...
진숙: ... (꽥) 너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난 내 모든 걸 다 바쳤는데 넌 왜
책임을 안 지니?
동우: (돌아본다) 무슨 책임이요?!!
폭발하듯 바락바락 악을 쓰는
진숙: 너한테 바친 내 모든 것에 대한 책임!! 내 시간, 내 젊음, 내 돈, 내 행복, 내 모든
걸 다 줬잖아. 근데 넌 왜 못 그래? 왜 내가 한 만큼 하질 않느냔 말야!!
동우: (황당) 그 말은... 나더러 평생 어머니만 바라보고 모든걸 어머닐 위해 살라는 거
예요?
진숙: 그래! 난 그렇게 해줬잖아!
동우: ... (냉담하게 본다) 전 못 해요.
진숙: ...
단호하게 돌아서 가는 동우, 2층 계단을 쿵쿵거리며 올라가는 소리.
새파랗게 질려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 진숙.
주먹을 꽈악-!! 끌어쥐는 손의 관절이 새하얗게 변해간다.
S#99 2층 침실
벌컥! 옷장 문 열고 자신이 옷가지를 꺼내는 동우, 분노를 참느라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서 침대로 아무렇게나 옷을 던진다.
이 때 방 입구로 나타나 서는
진숙: 너 정말 , 정말루 나갈거니?
보면, 어딘가 괴상하고도 당혹한 미소를 짓고 선 진숙
동우: (무시하고) 네.
파랗게 질렸던 진숙의 표정, 갑자기 무서운 속도로 침착해지며 차분한 어조로
진숙: 니가 원하는게 이런거야?
하며 등 뒤로 돌리고 있던 손을 앞으로 쓱 빼는 진숙.
손에 식칼이 들려있다.
동우, 이상한 느낌에 돌아보면 진숙, 동우를 빤히 보며 손에 쥔 식칼로 마치 파를
다지듯 다른 쪽 팔뚝을 썰어대기 시작한다.
경악하는 동우, 자신도 모르게 허-억! 숨을 삼키며 팍! 얼어 붙는다!
팔뚝 위로 금새 씨뻘건 핏물이 철철 흘러 내리는데도 전혀 고통스런 표정 하나없이
동우만을 빤히 보는
진숙: 이런거 였어? 니가 원하는게?
하며 이번엔 가슴위로 칼을 들이대는 진숙, 칼을 획! 치켜드는 순간 번개처럼 달려
드는
동우: 어머니!!
동우, 칼을 든 진숙의 손목을 낚아채고 그대로 방 밖 거실로 함께 나동그라진다.
그제사 미친듯이 울부짖는
진숙: 놔! 왜 내 맘을 몰라 주는 거야! 왜?!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온통 빨간 페인트로 칠해지듯 핏물로 흥건해지는 바닥.
칼을 뺏으려고 기를 쓰고 달려드는 동우 역시 진숙 팔의 핏물로 온통 핏칠갑이 된
다.
동우: 이리 줘요! 주세요, 어머니!!
피범벅의 팔을 휘두르는 진숙과 뒤얽혀 진숙의 손에서 필사적으로 칼을 낚아채는
동우! 피가 뚝뚝 떨어지는 칼을 공포스럽게 보며 얼른 구석 멀리로 던져 버린다.
발악이라도 하듯 바닥을 데굴데굴 뒹굴며 울부짖는 진숙.
진숙을 급히 꽉 부둥켜 안고 정신없이 일으켜 세우는 동우! 욕실을 향하다가 거실
바닥의 흥건한 핏물에 미끌려 도로 꽈당-!! 나동그라져 버린다.
비명지르며 마치 생지옥에서 허우적이는 사람처럼 혼이 나간 모습으로 다시 발딱
일어나는 동우, 진숙을 잡아 끌어 욕실로 들어가는데 사납게 발버둥치며 악을 쓰는
진숙: 내 인생에서 남자라곤 오직 너 뿐이었어! 그런데 어떻게 니가 나한테 이럴 수 있
니? 왜 내 맘을 모르는거야?
S#100 욕실 안
세면대 앞으로 진숙을 잡아 세워 놓는 동우, 얼른 샤워 꼭지를 틀어 진숙의 피 범
벅이 된 팔을 씻기는데 기진맥진해서 동우가 하는데로 몸을 내맡긴 진숙, 어린애처
럼 엉엉 울며 계속 말을 이어간다.
진숙: 30년이야! 30년간이나 난 벙어리 냉가슴 앓듯 살았어.
널 낳았단 죄 하나로 좋아한단 말 한번 못했어!!
힘겹게 진숙을 부축한채로 대충 팔을 씻긴 동우, 샤워기를 내던지고 듣는둥 마는둥
급하게 욕실의 선반을 뒤진다.
동우: 알아요, 아니까 진정하세요, 어머니.
진숙: 안다고? 니가 뭘 알아?
하는 진숙을 얼른 욕조에 앉히고 선반에서 꺼낸 응급약 등으로 신속하게 진숙의 팔
을 소독해 주는 동우
진숙: 새파랗게 젊은 년이 들어와 그 더러운 손으로 널 함부로 만지고 부벼댈 때 내가 얼
마나 그 년을 얼마나 저주했는지 알아?
순간 이마의 진땀을 닦던 동우, 흠칫 진숙을 올려다 보며 표정이 약간 이상해진다.
진숙: 내 심정을 몰라주는 너도 미웠어! 날 니 엄마로 만든 신도 저주스러워! 왜 내가 니
여자면 안되는거야?! 정말 사랑하는데! 사랑해서 미쳐 버릴 것 같은데...!!!
들으며 경악을 금치 못하는 동우!
진숙, 욕조 바닥으로 철퍼덕! 주저앉으며 가슴이 미어 터지도록 흐으, 흐으으... 윽
...! 서럽게 흐느끼기 시작한다.
동우: 어머니...!!! (하얗게 질리며 진숙을 공포스럽게 본다)
S#101 혜경의 오피스텔
트렁크를 열고 수진의 짐을 함께 정리해 주는 혜경
혜경: 다른 짐은 어떻할거야?
수진: ... 동우씨 전화오면 그때 부쳐 달라지 뭐.
혜경: 전화가 오긴 올거 같니?
수진: ... (표정 어둡다)...
혜경: 이런 말 도움도 안 되겠지만, 니 남편 나올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마. 세상에 그런 남
자 없어.
수진: ... (긍정도 부정도 않고 묵묵히 짐만 밖으로 꺼낸다)...
그러다가 트렁크 속에서 삐죽 튀어 나오는 곰 인형이 달린 진숙 집의 열쇠 고리.
들고 보는 수진, 표정이 어수선해 진다.
혜경: 무슨 열쇠야?
수진: (찝찝) 그 집꺼야.
혜경: (재수 없단듯) 버려.
수진: 왜, 나중에 갖다 줘야지.
하며 갈색 손가방 안으로 열쇠고리를 넣는 수진.
S#102 1층 안방
하얀 붕대로 칭칭 감아 올린 진숙의 왼팔.
화면 빠지면 파리한 얼굴로 침대에 누운 진숙과 그 옆에 서서 빨간 수면제 약병을
여는 동우, 약 한알을 꺼내 물컵과 함께 진숙에게 준다.
받아서 말없이 약을 먹는 진숙을 부축하는 동우.
시종 멍하니 넋이 나간 얼굴로 진숙을 본다. 둘 간의 적막과 고요!
자신이 쏟아낸 말 때문에 스스로 어색해 진듯 동우의 시선을 피하고 있던 진숙, 어
느 순간 동우를 돌아보며 애써 미소 지으며
진숙: 그만 올라가. 난 괜찮으니까.
동우: ... (묵묵히 볼뿐)...
진숙: 모레 여행 갈 수 있겠니?
동우: 뒤로 미뤄요. 어머니 팔 다 나으면요.
진숙: ... 그래. (불안하게 본다) 너... 집 안 나갈거지?
동우: 네.
진숙: 정말이지? 믿어두 되지?
동우: 그럼요. 걱정말고 주무세요. (하며 진숙의 손을 살며시 꼬옥 잡아준다)
동우를 애정과 사랑이 넘치는 눈으로 바라보는 진숙.
S#103 혜경 오피스텔
스탠드 불빛, 침대에 나란히 누워있는 혜경과 수진.
혜경: 잠 안 와?
수진: 자야지.
혜경: 불끌까?
하는데 따르릉! 울리는 전화벨. 화들짝 놀라는 혜경과 수진
울리는 전화벨의 수화기를 드는
혜경: 여보세요?
필터: ... (아무 소리 없다)...
혜경: 여보세요, 전화를 걸었음 말을 해야죠.
(그 뒤에서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보는 수진)
필터: ... (역시 묵묵 부답)...
혜경: (신경질) 오밤중에 누가 전화루 장난질이야?! 쯧!
끊으려는데
필터: (동우) 저... 수진이 좀 부탁합니다.
혜경: ... (놀라서 얼른 수진을 돌아보면)
튕겨 오르듯 벌떡! 일어나는 수진
S#104 진숙 집. 2층 침실
화면 가득 수화기를 든 굳은 얼굴의 동우, 착 가라앉은 음성으로
동우: 짐은 싸 놨어. 일단 나가서 다시 전화 할게.
필터: (수진) ... (믿기지 않는듯)...
동우: 듣고 있니
필터: (수진, 떨리는 음성) 진짜... 진짜루 결심한 거예요?
동우: ... 음.
S#105 혜경 오피스텔
놓칠세라 두 손으로 수화기를 꼭 붙들고 선 수진, 흥분과 놀람에 들뜬 표정으로
수진: 언제 나올 건데요?
필터: (동우) 될수록 빨리. 기다릴 수 있지?
수진: (눈물 글썽) 기다릴께요.
필터: (동우) 그래. 그럼 끊는다?
수진: (다급하게) 동우씨!
필터: (동우) 왜?
수진: 고마워요, 또... 정말 미안해요.
필터: (동우, 힘없는 웃음) 짜식이! 그건 내가 할 소리야, 임마. 너 알기나 해?
수진: 뭘요?
필터: (동우)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야.
수진: 네...!
필터: (동우) 좋은 꿈 꾸고 잘 자.
끊기는 전화음.
수화기를 내리는 수진, 감격으로 얼굴이 환해지며 얼른 옆의 혜경을 와락! 안는다.
수진: 됐어, 혜경아. 됐어.
혜경: (짐작하고) 기집애! 1시간 전만 해도 세상 다 산 사람같드니 이제 좀 살만 하니?
하면서도 수진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혜경
S#106 진숙 집. 2층 침실
조심스럽게 수화기 내리는 동우.
천천히 고개 돌려 이젠 떠나는 사람의 심정으로 방 안을 찬찬히 훑어 보는 동우.
껍데기만 남겨져 안은 텅 비었을 가구들.
화장대 거울로 보여지는 자신의 초췌한 모습.
벽면에 패잔병처럼 걸려있는 수진과의 결혼 사진.
그러다가 문득...!!
침대 선반에 놓여진 진숙과 자신의 사진 액자(씬 5에서 보여진)에 우뚝! 시선이 꽂
힌다.
차츰 표정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지는 동우, 진숙에 대한 죄책감인듯 갑자기 벌컥!
소리없이 울음을 터트린다.
S#107 1층 안방 (다음날 새벽)
방 안으로 새벽 6시를 말하는 거실의 맑은 뻐꾸기 시계 소리가 들려진다.
침대의 흠칠! 깨는 진숙의 모습
붕대가 감긴 손으로 조심스럽게 이불을 걷어내며 일어나 앉다가 잘못 움직여 팔의
상처 부위를 삐끗한다.
끙! 통증으로 신음을 흘리는 진숙, 인상을 찡그리며 부시시 침대 아래로 내려 선다.
S#108 1층 거실
아침 단장을 마치고 나오는 진숙.
팔의 붕대를 가리듯 긴 팔 블라우스의 소매 단추를 가까스로 꿰 맞추며 부엌으로
걸어 가다가 언뜻 2층을 바라보는 진숙. 생각을 바꿔 2층 계단으로 올라간다.
S#109 2층
계단을 올라오는 진숙.
2층 위로 올라서 무심히 실내를 스쳐보며 침실 앞으로 서서 손을 든다.
노크를 하려는 순간 진숙, 갑자기!!!
두 눈이 커다랗게 벌어지며 뭔가를 본 듯 어딘가를 휙! 돌아본다!!
보면, 거실 허공에 덩그러니 매달려 있는 동우의 축 늘어진 시체!!
천장의 샹들리에에 하얀 침대 시트를 찢어 만든 끈으로 목을 매달아 죽어있는 동우:
고 그 아래로 나 뒹굴어 있는 의자등이 거실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강렬한 햇살
에 새하얗게 탈색되어 있다.
두 눈을 부릅뜨며 급속도로 표백되듯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는 진숙, 기절할 듯이
몸이 휘청한다.
진숙: 안돼...? 안 돼, 동우야?
한 걸음 내딛는 진숙이지만 자신의 눈으로 보면서도 강하게 부정하는듯 바닥에서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고 어느 순간!!
눈이 확! 뒤집어지며 미친듯이 동우에게로 달려가는
진숙: 안돼!!! 동우야, 안돼!!! 안 돼!!!
달려가 허공에 떠 있는 동우의 발을 잡고 처절하게 비명을 내지르는 진숙!
"안돼" 소리만 연발하며 정신없이 의자를 세우고 위로 올라간다.
동우의 목을 조인 천 줄을 잡고 힘껏 잡아 당기는 진숙!
입술을 악 다무는 진숙!
순간 괴력처럼 샹들리에의 쇠고리가 툭! 끊어지며
진숙, 동우와 함께 바닥으로 우당탕! 나가 떨어진다.
동우를 안고 바닥을 뒹구는 진숙
S#110 집 전경
막 동이 터 오는 이른 아침의 햇살속에 우뚝 보여지는 진숙의 저택.
그 위로 아아아악--!!
소름 끼칠만큼 처참하게 터져 나오는 진숙의 울부짖음!
대기 속을 날카롭게 찢어 갈긴다.
S#111 혜경 오피스텔(그날 아침)
따르르르릉---!!
찢어질 듯 울리는 전화벨 소리!!
카메라, 누군가의 시선이 되어 욕실에서부터 전화통으로 급하게 치달아 간다!!
휙! 수화기를 잡아 채는
수진: 네!!
필터: (혜경) 나야.
수진: (순간! 실망하며) 으음. 왜?
필터: (혜경) 기집애! 너 아침 먹었나 해서 전화했어! 니 남편 전환줄 알았구나?!
수진: (미안한 웃음) 아니야.
필터: (혜경) 아니긴?! 괜히 맘 졸려 있지 말구 아침 점심 꼭꼭 챙겨먹고 기다려. 알았지?
수진: 그래. 끊어.
수화기를 내리는 수진의 모습위로 화면 짧게 F.O 한다
S#112 수진의 몽타쥬
오후의 햇살이 비쳐드는 혜경의 오피스텔.
전화통에 붙어앉아 멍청히 앉아있는 수진의 모습에서 화면 디졸브
저녁 식탁. 밥 먹으러 뭔가 신나게 수다를 떠는 혜경이지만 넋 나간 사람처럼 건성
건성 맞장구쳐 주는 수진, 젓가락으로 끄적거리기만 할 뿐 신경은 온통 전화 통으
로 쏠려 있고 우뚝! 난감한 얼굴로 그런 수진을 보는 혜경.
화면 디졸브
불꺼진 한 밤중, 혜경의 침대에 나란히 잠 든 혜경과 수진의 모습에서 찢어질 듯한
전화벨 수리.
튕겨 오르듯 일어나 받는 수진과 부시시 스탠드 불 켜는 혜경이고 곧 엄청나게 실
망하는 수진이 수화기를 혜경에게로 넘겨주면 수진을 안 된 듯 보며 전화받는 혜경
화면 디졸브
S#113 동네 수퍼 마켓
장바구니를 들고 뭔가에 쫓기듯 정신없이 장을 보는 수진
S#114 혜경 오피스텔
밖에서 급하게 열쇠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왈칵! 문 열고 뛰어 들어오는 수진.
식표품 봉투를 식탁에 올려 놓고 얼른 전화의 응답기를 확인한다.
삐! 소리 울리며 녹음된 메모가 틀어지는 응답기
소리: (혜경의) 나야.
긴장해 있다가 순간 맥이 탁! 풀리는 수진의 표정
소리: (혜경) 이틀동안 죽어라고 집에만 붙어 있더니, 어딜 간거야?
점심 같이 먹자 그럴라고 전화했는데!
들어오면 회사루 전화 해줘. 아냐, 내가 다시 전화할게.
그리고 있지...
일이 잘 안 되더라도 힘 내. 그깟 남자 뭐 대수니?
끊기는 응답음.
묵묵히 들으며 낙담한 표정으로 돌아서는 수진.
힘없이 식탁으로 걸어가 봉투에서 야채 등을 꺼낸다.
그때 따르르릉-!!
전화벨이 울리고 퍼뜩 보다가 이내 혜경이겠지! 싶은 얼굴로 다시 전화 통으로 걸
어와 수화기를 드는 수진.
수진: 네.
필터: ... (응답없이 낮은 숨소리만)...
수진: (...) 혜경이니?
필터: ... (역시 가늘게 내뱉는 숨결 뿐)...
수진: (표정 이상해지며 얼른) 동우씨...?!
필터: (진숙의 목 쉰 음성) 나다.
수진: ... (놀람과 당황! 얼른 정신을 가다듬으며 차가운 표정)
무슨 일로 전화 하셨어요?
필터: (진숙) 잠깐 좀 만날 수 있겠니?
수진: 왜요? 이젠 서로 볼 일이 없는 걸로 아는데요.
필터: (진숙) 내가 아니라 동우 일 때문이야.
S#115 거리 공원
화면 안으로 쓰윽 프레임 인 되는 시커먼 선그라스의 진숙, 유령처럼 창백한 얼굴
로 천천히 입을 열면 착 가라앉은 음성
진숙: 내가 잘못했다. 한번만 더 기회를 줄 순 없겠니?
보면, 약간 떨어진 곳에 서서 경멸과 불신 가득찬 눈으로 진숙을 노려보고 있는
수진: 죄송하지만 동우씨가 어떻게 된건지나 말씀하세요. 그것 때문에 나왔으니까.
진숙: 결국 나한텐 기회를 줄 수 없다는 거구나.
수진: (싸늘하게 굳는다) 하실 말씀이 그거였다면 유감이네요. 안녕히 가세요.
(돌아서 가는데)
진숙: 동우가 자살을 기도했어.
순간 경악해서 돌아보는
수진: 뭐라구요?
진숙: 약을 먹었지만 천만 다행으로 근근히 살려는 놨다.
수진: 왜? 왜 그랬데요?! (새파랗게 질리면)
진숙, 잠자코 보다가 수진에게 쓱 등을 보이며
진숙: 너랑 만나고 들어온 날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모양이야. 계속 너만 찾아.
보고 싶다고.
수진: ... (일그러진다)
진숙: 부탁한다. 다시 돌아올 수 없다면 가서 잠깐 얼굴이라도 보여줘. 동우 소원이야.
수진: ... (심한 혼란과 갈등)...
진숙, 수진에게 계속 등을 보인채 마치 미끼를 던진 낚싯군처럼 조용히 수진의 반
응을 기다린다.
어찌할 바를 몰라 잠시 허둥대던 수진, 이윽고 결심을 굳힌듯 진숙을 본다.
수진: 그럴순 없어요. 어떤 이유로든 다신 그 집에 가고싶지 않아요.
진숙: ... (표정 꿈틀! 한다)
수진: 하지만 정 동우씨가 원한다면 밖에서 만날 테니까 그렇게 전해 주세요.
하는데 휙! 돌아서는 진숙!
별안간 수진의 앞으로 털퍽! 무릎을 꿇는다.
깜짝 놀라 보는 수진
진숙: 이렇게 무릎꿇고 사정할게! 동운 아직 환자야. 걷기도 힘들어 하는 앨 어떻게 밖으
로 데려 나오란 거니? 니가 도와줘. 제발!
절이라도 하듯 두 손을 바닥에 짚고 애처롭게 수진을 올려다 보는 진숙, 선그라스
밑으로 굵은 눈물 방울이 주루룩 흘러 내린다.
수진: ... (당황과 죄책감)
그러나 도저히 내키지 않는듯 표정 차가워 지는
수진: 죄송해요. 돌아가 주세요. (딱딱하게 돌아서 간다)
S#116 도로. 진숙의 차 안(늦은 오후)
무표정한 얼굴로 운전하고 있는 진숙.
한동안 말없이 운전만 하다가 불쑥!!
진숙: 고마워.
하는데서 화면, 재빨리 옆으로 팬하면 놀랍게도 이미 조수석에 타고 있는 수진이다.
수진: 오래 있진 않겠어요. 얼굴만 보고 나올거니까 그렇게 아세요.
진숙: ... 그래.
하는 진숙, 수진을 대하는 모습에서 아까완 좀 달라진듯한 열의 없고 무관심한 느
낌이고 운전에만 열중해 있다.
다소 찝찝한 표정으로 묵묵히 앞만 보는 수진.
숨 막힐듯한 침무과 고조된 차의 엔진음.
이때 차의 전방으로 사거리가 나타나고 직진 방향의 푸른등 신호가 막 붉은 불로
바뀌어 진다.
순간 사정없이 콱! 엑셀을 밟는 진숙!
고개가 뒤로 홱! 제껴지며 질겁하는 수진과 총알처럼 튀어나가는 진숙의 차.
수진, 눈 앞이 아찔해지며 질끈 눈 감으면 양쪽에서 스타트하던 차량들, 진숙의 차
를 향해 미친듯이 클랙션을 두드려 댄다!
무시하고 건너편으로 쏜살같이 달려 들어오는 진숙의 차.
수진, 눈 떠서 얼른 뭐라 한마디 하려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그저 운전에만
열중해 있는 진숙을 보며 입을 딱 닫아 버리고 만다.
긴장과 불안으로 뻣뻣하게 굳는 수진.
왠지 기분이 묘해진다.
S#117 진숙 집 앞
집 앞으로 도착하는 진숙의 차.
핸드 브레이크를 확 잡아 당기는 진숙을 보며 전 씬의 느낌 그대로 수진, 뭔가 불
안한 표정을 떨칠 수 없다.
운전석 문을 열고 내리는
진숙: 내려야지?
수진: ... (선뜻 움직이지 못하고 머뭇거리면)...
믿는다는 듯 차 문 닫고 앞서서 총총히 집 대문으로 걸어가는 진숙, 핸드백에서 열
쇠를 꺼내 돌린다.
S#118 현관
현관 문 열고 수진을 앞세워 들어오는 진숙.
수진, 안으로 들어서다가 멈칫! 휘둥그렇게 본다.
보면, 동굴처럼 어두컴컴하게 변해버린 집 안.
거실 커튼은 물론이고 온 집안의 햇빛이 들어올 구멍은 다 차단해 버린듯 아직 햇
살이 비쳐들 시간임에도 한밤중 같은 깜깜한 실내이다.
현관 문을 닫고 돌아서던 진숙,
수진이 걸음을 멈추고 들어가지 않자 수진의 뒤로 바싹 붙어 선다.
진숙: 안 들어가구 뭐해?
수진: (불길한 표정) 집 안이... 왜 이래요?
진숙: 뭐 어떤데?
수진: (돌아보며) 너무 어둡잖아요. 커튼을 왜 저렇게... (하는데)
진숙: (말 자르며) 그냥 햇빛이 싫어졌어. 동우, 2층 지 방에 있으니까 올라 가 봐야지?
목 빠지게 기다렸을거야.
수진: ... (이상 야릇)...
진숙: 같이 가줄까? 아니면 혼자 만나 보겠니.
수진: (마지 못해) 혼자 가겠어요.
하며 신발 벗고 거실로 올라서는 수진.
2층 계단으로 올라간다.
가만히 지켜보는 진숙
S#119 2층 방 앞
안을 두르며 올라오는 수진.
2층 거실도 역시 어두컴컴한 밤 중 같고 문득 천정 샹들리에가 있었던 자리에 보
기 흉한 구멍만 뻥 뚫려 있는걸 보는 수진, 갸우뚱 하지만 곧 무시하고 침실 문 앞
으로 걸어가 노크한다.
수진: 동우씨! (하며 문 열면)
갑작스럽게 역한 냄새라도 맡은듯 잔뜩 표정을 찡그리는 수진, 코를 막으며 방 안
을 들여다 본다.
침대 발치로 옮겨저 있는 스탠드 불빛에 침대 위에 두 손을 가지런히 가슴에 모은
채 반듯이 누운 자세의 동우 시체, 깊이 잠든 것처럼 보여지고 얼굴은 문 반대쪽으
로 젖혀져 잘 보여지지 않는다.
코를 싸 쥘머쥐고 뭔지 감도 안 오는 표정으로 침대 가까이 다가가는
수진: 동우씨...???
조금의 미동도 없는 동우.
점점 침대 옆으로 다가가는 수진.
어느 순간 허어억-!!!
얼굴에 핏기가 싹! 가시며 나자빠질 듯이 뒷걸음질 친다.
그 때 뒤에서 퍽! 수진의 뒷통수를 가격하는 정원의 흙삽이고 단번에 푹 앞으로 고
꾸라지는 수진.
진숙, 손에 든 삽을 천천히 내린다.
S#120 진숙 집. 지하실
낮은 촉수의 형광등 불빛.
화면 가득 아래로 떨궈져 감긴 수진의 두 눈.
어느 순간 눈가가 움찔거리더니 뒷통수의 아픔으로 낯을 한껏 찌푸리며 스르륵 눈
을 뜬다.
수진의 시각으로 자신의 발 앞에 마주보며 서 있는 맨발과 그 주변에 뭉텅! 뭉텅!
잘라져 흩어진 머리카락!
맨발을 따라 번쩍 고개 쳐 드는 수진의 얼굴에서 화면 빠지면,
머리칼이 멋대로 잘려져 나가 거의 빡빡 깎여있다시피 하는 수진의 머리고 의장 앉
혀져 팔과 다리가 뒤로 꽁꽁 묶여져 있다.
그 앞에 서서 축 늘어뜨린 두 손에 각각 날카로운 금속의 가위와 머리칼 한 줌을
든 가운 차림의 진숙, 고개를 삐딱하게 하고 살피듯 수진을 내려다 보고 있다.
푹 패여진 진숙의 두 눈, 살아있는 사람의 것 같지 않게 시커먼 암흑처럼 열려져
있을 뿐인 눈동자이다.
수진: ...???...
공포와 경악으로 돌처럼 급격히 얼어 붙는 수진, 혼란한 머릿속으로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위로 나직히 읊조리듯 입을 여는
진숙: 나쁜 년! 니가 무슨 짓을 한건지 똑똑히 봤겠지? 너 때문이야! 니가 동울 죽였어!
니가 동울 죽였어!!!
하며 두 손을 꽈악! 끌어쥐는 진숙.
천정의 백열등 불빛에 번쩍! 빛을 반사하는 금속 가위.
수진: ... (입을 열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진숙: 널 어떻게 죽여줄까? 온 몸을 갈기갈기 찢어 줄까? 두 눈을 빼 버릴까, 아님 사지
를 잘라버려?!! 널 통째로 씹어 삼켜?!!
내가 그렇게 말해줬는데도 왜 우릴 가만 내버려 두지 않는거야?!!
왜 자꾸 동울 유혹해?!
날 질투하는 거야? 동우가 나만 사랑하니까?
일순 두 눈의 초점이 풀리며 횡설수설하는 진숙,
가위를 쥔 두 손이 차츰 격하게 떨리기 시작하고 두려움으로 움쭉 달싹도 못하는
수진, 몸을 바싹 오그린 채 터지려는 울음을 참아내며 가위의 시퍼런 날만 바라본
다.
점점 혐오스럽단 듯 표정 찌그러지느 진숙, 커다랗게 열린 눈에 불현듯 눈물이 주
루룩 흐르며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한다.
진숙: 동운 너 때문에 살 수가 없데. 니가 가만 두질 않아서!
넌 꿈 속까지도 나타나 계속 계속 쫓아 다니고...!!
(괴로움으로 헐떡이며) 왜 싫다는 사람을 못 살게 구니?
내 아길 괴롭히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 그래?
왜 가만 두질 않아, 왜?!!
하며 순간적으로 가위를 휙! 치켜드는 진숙!
그대로 수진의 어깨를 푸욱!! 찔러 버린다.
끔찍하게 터져 나오는 수진의 비명소리!
S#121 혜경의 오피스텔 안
껌껌한 실내.
화면 가득 밤11시를 넘기고 있는 시계 위로 딩동딩동! 벨 소리가 여러 번 울려 들
린다.
카메라, 시계에서 옆으로 팬 하면 식탁 위에 수진이 꺼내다 만 야채와 부식품 등이
든 봉투.
잠시 후 열쇠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문 열리는 소리.
발자국 소리와 켜지는 실내 형광등.
보면 의아한 표정의 혜경이 안을 두리번거리며 걸어 들어온다.
식탁의 파헤치다 만 식료품을 보며 주춤 서는 혜경.
더욱 갸우뚱하는 얼굴로 전화 응답기로 걸어가 응답 메시지를 틀지만 아무런 녹음
도 없다.
S#122 진숙의 집. 지하실
피가 샘물처럼 솟구쳐 나오는 수진의 어깨.
고개를 떨구고 벌써 까마득히 기절해 버린 수진이고 표정없는 얼굴로 피가 뚝뚝 흐
르는 가위를 들고 선 진숙, 마지막이란 듯
진숙: 너한테 감정은 없어. 진심이야.
하며, 가위를 두 손으로 끌어잡고 천천히 허공으로 치켜든다.
피 범벅된 채로 가위를 힘껏 끌어쥐는 진숙의 두 손.
흉측하게 일렁이는 얼굴.
진숙, 수진의 정수리를 향해 아래로 확! 내려 찍으려는 찰나!
어디선가 갑자기 에코처럼 들려지는 동우의 음성
소리: 어머니!
순간! 동작이 일시에 냉동되며 표정이 비현실감으로 멍하게 탈색되는 진숙, 얼른
지하실 위쪽을 올려다 본다.
다시 들려오는 동우의 환청.
소리: 어머니...???!!
소리를 확인하자 집어던지듯 가위를 내팽개치고 다급하게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진숙: 그래, 기다려! 엄마 지금 간다, 동우야!!
계단을 미친듯이 쿵쾅거리며 달려 올라가는 진숙,
아니 이미 동우의 죽음이 가져다 준 충격으로 정신이 참혹하게 분열되어 버린 그녀
다
S#123 2층 침실 앞
문을 벌컥! 열고 정신없이 안으로 뛰쳐 들어가는 진숙, 쾅! 문이 닫히면
바깥으로 들려지는 기괴한 소리들.
소리: (동우의 에코음) 어디갔다 이제 와요, 어머니.
소리: (진숙) 그래, 그래. 미안해. 왜애? 우리 아기 잠이 안 와?
소리: (동우) 네. 아무데도 가지말고 옆에 같이 있어줘요.
소리: (진숙) 알았어. 엄마 아무데도 가지 않을게.
소리: (동우) 약속?
소리: (진숙, 웃음) 약속! 자, 엄마가 자장가 불러 줄 테니까 우리 아긴 눈 감아야지?
잠시 후 나직나직 들려지는 진숙의 자장가 노래에 섞여 간간히 동우의 맑은 웃음소
리가 문 밖으로 들려져 나온다.
S#124 혜경의 오피스텔(이른 아침)
아침의 푸르스름한 기운이 밀려드는 창가.
화면 옆으로 이동하면
수진을 기다리다 잠든듯 이불도 덮지 않고 잠들어 있는 혜경의 모습 위로 어느 순
간 요란하게 터져 나오는 시계의 타임벨 소리!
그 소리에 언뜻 눈 뜨는 혜경, 벌떡 일어나 얼른 침대의 옆 자리부터 살펴본다.
당연 수진은 없고!
황당한 얼굴로 시계를 보고는 침대 아래로 내려서는 혜경, 걱정과 불안 가득한 얼
굴로 실내를 서성이다가 문득 어떤 생각이 미친듯 황급히 수진의 트렁크로 달려가
트렁크를 연다.
안에서 수진의 갈색 손가방을 꺼내드는 혜경, 전화통으로 걸어가며 가방속에서 조
그만 수첩을 꺼내든다.
S#125 진숙 집. 지하실
진하실의 윗쪽에 뚫려진 손바닥만한 들창에서 뿌옇게 빛 줄기를 이루며 쏟아지는
아침 햇살.
하룻만에 끔찍한 몰골로 변해버린 수진.
엉망으로 깎여진 머리와 어깨에서부터 아래로 시꺼먼 핏덩이가 말라붙은 패 의자에
푹 꼬꾸라져 있다.
언뜻 정신을 깨는 수진, 고개를 들다가 순간 어깨의 통증으로 날카롭게 비명을 내
지른다. 뻣뻣히 굳은 손 발을 힘들게 꼼지락 거리는 수진, 의식을 가다듬으려 애 쓰
다가 흠칫! 어딘가를 본다.
보면, 아침의 햇살로 어젯 밤엔 볼 수 없었던 지하실의 풍경이 적나라하게 보여지
며 어린 남자아이가 가지고 놀았음직한 몹시 낡고 오래 된 세발 자전거와 장난감들
이 지하실 한 구석에 정연히 쌓여져 있다.
허옇게 질리며 얼른 시선 돌려 지하실의 닫혀진 입구를 힐끗 보는 수진.
쥐죽은듯 조용한 집 안.
수진, 이때다 싶은 얼굴로 정신없이 의자에 묶은 몸을 뒤틀어 본다.
그러나 조금도 헐거워지지 않는 밧줄이고 통증만 심해진 듯 비명을 삼키며 이를 악
무는 수진, 식은 땀으로 금새 흠뻑 젖어든다.
포기하지 않고 다시 밧줄의 묶여진 부위를 뒤트는 수진.
그 때 갑자기! 어디선가 소름이 오싹! 돋을만큼 처절한 진숙의 울부짖음이 지하실
까지 아득하게 밀어닥친다.
섬뜩! 표정이 얼어 붙으며 더욱 미친듯이 몸을 뒤트는 수진.
S#126 2층 침실 밖
방 문 밖으로 터져 나오는 진숙의 짐승같은 울부짖음 소리!
소리: (진숙) 안돼! 안돼, 동우야!! 안돼!!!
S#127 혜경 오피스텔
화면 가득 전화 탁자위로 쏟아진 수진의 갈색 가방에 든 잡다한 물건들과 곰 인형
이 달린 수진의 열쇠 고리를 만지작거리는 손.
위로 오르면 수화기를 든 혜경, 의구심과 초조함이 깃든 얼굴로
혜경: 휴가요? 실례지만 그럼 언제부터 휴가를 낸 건가요? 네에...
아, 전 이 동우씨의 아내의 친구 되는 사람입니다. 아뇨. 메모해 두실 필요는 없어
요. 네.
낭패한 표정으로 수화기를 내리는 혜경, 손 장난하듯 무심히 열쇠를 만지작거리며
다시 수진의 전화 수첩을 뒤적여 댄다.
S#128 진숙 집. 지하실
진숙의 울음소리, 이젠 가슴을 쥐어 짜는듯한 흐느낌으로 바뀌어 점점 지하실 쪽으
로 가까이 들려온다.
뻣뻣하게 굳어서 숨을 곳이라도 찾듯 황급히 눈동자를 굴리는 수진.
그때 열쇠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딸칵! 문 열고 들어서는 진숙, 몹시 비통한 얼굴
로 넋 나간 사람처럼 허청허청 계단을 내려온다.
숨도 못 쉬고 잔뜩 웅크리듯 지켜보는 수진.
그 뒤로 서며 수진의 양 어깨로 마치 다정한 사람처럼 두 손을 쓱 올리는 진숙,
움찔 약간의 고통을 참아내며 급격히 떨려오는 몸을 추스리는 수진.
허공을 공허하게 헤매는 진숙의 시선.
탁하게 목 쉰 음성이 가늘게 떨려 나오는
진숙: 아니라고 말해 줘. 동우 죽지 않았지? 그렇지?
수진: ...
진숙: 죽을 이유가 없잖아. 어쩌면 많이 아픈 걸거야. 그래서 말을 못하는 지도 모르지.
하는 진숙, 표정이 이상하게 뒤틀리며 시선을 쓱 내려 수진을 내려다 본다
수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아이를 달래듯)
맞아요, 어머니. 동우씨가 왜 죽어요. 동우씨 죽지 않았어요.
하는데 수진의 어깨를 콱! 움켜 잡는
진숙: 그래. 그럼 예전처럼 둘이서 쇼핑도 하고 여행도 가고, 그렇게 할거야.
지 감정에 취해 곧 음성에 활기를 띄는 진숙.
수진, 어깨의 상처로 기절할 듯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지지만 비명없이 꽉 참아낸다.
점점 흥분하는 진숙, 수진의 어깨를 움켜 쥔 손에 더욱 힘을 가하며
진숙: 우린 정말 행복했어. 너 알지. 동우가 기분 좋을 때 웃는 표정 말야.
부드럽게 보면서 내 뺨에 입을 맞추곤 했어.
얼마나 근사했는지...!
점점 짓눌리는 수진 어깨의 상처, 마침내 다시 터지며 뻘건 핏물이 울컥! 베어져
나온다.
동시에 더 이상 고통을 버텨 내지 못하고 아악! 비명을 지르는 수진.
그 바람에 몽상이 깨진듯 아련하던 눈빛이 일시에 싸늘하게 식는 진숙, 수진을 무
섭게 휙! 내려다 보며
진숙: 그 모든 걸... 니 년이 뺏으려 했지. 내가 그렇게 쉽게 뺏길거 같니?
감히 너 따위가 동우를 뺏겠다고?!!
하며 그대로 수진의 머리를 후려치는 진숙.
그 순간 윗층에서 울리기 시작하는 전화 벨 소리.
하지만 감정이 격앙되어 수진의 머리고 팔, 어깨 할 것 없이 마구 테러를 가하는
진숙.
제대로 비명도 못 지르고 최대한 몸을 움츠려 고스란히 맞는 수진, 갈대처럼 이리
저리 휘둘려 진다.
S#129 거실
시끄럽게 계속 울리는 전화벨.
어느순간 불쑥 수화기를 집어드는 피 묻은 손.
씩씩거리는 호흡을 내뱉으며 수화기를 귀에 갖다대는 진숙, 아무말 않고 가만히 들
고 있으면 잠시 후 어정쩡한 음성으로 들려지는
필터: (혜경) 여보세요?
진숙: (무뚝뚝) 네?
필터: (혜경) 저... 실례지만 거기 이 동우씨 댁 맞죠?
진숙: ... 그런데요?
필터: (혜경) 죄송하지만 전 수진이 친군데요.
진숙: (표정 꿈틀)... 누구?
필터: (혜경) 한 수진이요. 동우씨 어머니신가요?
진숙: (다소 불안) 잘못 걸었어요. 여기 그런 사람 없어요.
진숙, 끊으려는데 다급하게 말을 잇는
필터: (혜경) 좀 전에 이동우씨 댁 맞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진숙: (벌컥!) 그런 사람 없다고 했지, 이 망할 년!
쾅! 끊는 진숙, 전화선을 잡아채 확! 잡아 당기면 툭! 끊어지는 전화 코드 선.
갑자기 마음이 불편해진 듯 초조하게 거실을 맴도는 진숙, 그러다가...
거실의 장식장 유리에 비친 자신을 보고 흠칠! 굳는다.
꼿꼿이 서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진숙, 마치 타인을 보듯 기묘한 눈으로 찬
찬히 뜯어 보다가 손으로 흐트러진 자신의 머리를 곱게 쓸어 넘긴다.
S#130 혜경 오피스텔
묘한 표정으로 수화기 든 채 서 있는 혜경.
접선이 안 되는지 그냥 수화기를 내린다.
손가락에 끼워진 수진의 열쇠 고리를 무심코 빙글빙글 돌리는 혜경,
알 수 없단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열쇠 고리를 탁자에 던지 듯 놓고 냉장고로
걸어간다.
문 열어 물병을 꺼내다가 아무래도 수상쩍은 듯 표정이 시종 찝찝한 혜경
S#131 진숙 집, 지하실
의자에 처절하게 널브러져 온몸에 경련을 일으킨 사람처럼 바들바들 떠는 수진, 진
숙이 다시 들어오지나 않을까하는 두려움으로 완전히 겁에 질린 눈으로 닫혀진 지
하실 문만 바라다 본다.
가까이 다가오는 발 소리.
더욱 급격히 몸을 떨어대는 수진.
그러나 철그럭! 열쇠 돌아가며 자물쇠 잠기는 문.
그리고 발 소리 멀어지며
잠시 후 쾅! 현관 문 닫고 나가는 소리 들린다.
그 소리에 얼른 주위를 두르는 수진.
그러나 도움 될 만한 물건을 못 찾고 온몸의 기력을 다해 의자채로 엉거주춤 일어
나는 수진, 금방이라도 앞으로 쓰러질듯한 몸으로 한발짝 한발짝 쓰러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밍기작거리듯 지하실 계단 쪽으로 다가간다.
실상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만큼 아주 조금씩 나아가는 거리지만 온 정신을 집중하
는 수진,
그러나 그만 얼마 가지도 못하고 콰당! 의자채 바닥으로 넘어져 버린다.
고통, 신음...
S#132 주택가 골목길
붕_! 빠른 속도로 달려 오는 진숙의 차.
맞은 편에서 천천히 서행해 오는 빨간색 프라이드에게 신경질적으로 클랙션을 두드
려 댄다.
놀라서 얼른 핸들을 꺾는 빨강색 프라이드.
보면 운전석에 앉은 혜경, 쌩 하니 옆을 스쳐 지나는 선그라스의 진숙을 황당한 표
정으로 본다.
그러나 진숙임을 알아차리진 못하고 그저 입 속으로 혼자 투덜거리며 골목 양 쪽의
집들을 살피는 혜경, 어림 짐작의 표정이지만 정확히 진숙의 집앞으로 차를 멈춘다.
차에서 내려 진숙의 집으로 걸어가는 혜경, 문패와 주소를 확인하곤 집을 올려다
본다.
약간 갈등하는 표정으로 서 있다가 이윽고 대문의 벨을 누르는 혜경.
S#133 집 안. 지하실
딩동딩동!
끊임없이 울리는 현관 벨 소리.
소리에 흥분과 기대로 벌겋게 상기되는 수진.
바닥에 쓰러진채 결사적으로 버둥거리며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다.
수진: 여기요!!! 살려 주세요!!! 사람이 갇혔어요!! 여기요!!
미친듯이 몸부림치며 목이 터져라 악을 쓰는 수진
S#134 집 앞
소용없이 한낮의 나른한 소음밖에 들을 수 없는 혜경.
한숨을 폭 내쉬며 도로 차로 걸어간다.
S#135 백화점. 남성복 매장
상품 걸이에서 서 너개의 양복 자켓을 빼 드는 선그라스의 진숙,
색깔이나 디자인등을 꼼꼼히 살펴 보다가 전신용 거울 앞으로 걸어간다.
그 모습을 지켜 보던 종업원 하나가 거울 앞에 서서 양복들을 이것저것 허공으로
들어서 비춰보는 진숙의 옆으로 얼른 다가간다.
종업원: 누가 입으실 건데요?
흠칫 돌아보는 진숙, 곧 미소지으며
진숙: 내 아들이요.
종업원: 네에. 아드님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진숙: 나이? 나이가...
하는 진숙, 순간적으로 기억나지 않는단듯 당황하며 얼른 아무도 없는 옆으로 고개
돌려 묻는다.
진숙: 너 나이가 얼마지?
보면, 놀랍게도 싱긋 웃으며 놀리듯 진숙을 보는 동우의 모습!!
소리: (동우) 어머니도 참! 서른이잖아요.
진숙: 참!!! 그래, 맞아.
(종업원 쪽으로 고개 돌리며) 서른이예요. 왜요?
두 눈이 동그래져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종업원,
물론 동우의 모습따윈 보일 리 없고 진숙을 황당무계한 표정으로 훑어 본다.
종업원: (당황) 아니 뭐... 제가 도와드릴 일은 없습니까?
진숙: 없어요. 고마워요.
종업원 그럼...!
돌아서서 서둘러 매장 지배인 쪽으로 걸어가는 종업원.
동우에게 자켓을 갖다 대 보이는 진숙.
역시 에코로 들려지는
소리: (동우, 웃음) 어때요? 맘에 드세요?
순간, 진숙의 표정, 가슴이 두근! 설레인듯 자신의 눈에 보이는 동우를 향해 애정이
듬뿍한 눈길로 본다.
진숙: 음. 아주... 아주 멋있어.
하며 동우의 허리에 팔을 두르듯 나란히 거울앞에 서는 진숙, 촉촉히 행복감에 젖
은 얼굴로 자신들의 모습을 비춰본다.
그 거울의 한 켠으로 멀찍이 뒤쪽에 서서 미친 여자를 보듯 난감한 얼굴로 지켜보
는 종업원과 매장 지배인의 모습이 같이 비춰진다.
S#136 진숙 집 앞. 혜경이 차 안.
차속에 앉아 지루한 얼굴로 진숙의 집 쪽을 노려보고 있는 혜경.
길에 오가는 사람들이 집 앞으로 스칠 때 마다 얼른 긴장해서 지켜 보지만 그저 집
앞을 지나치는 사람들 뿐이다.
언뜻 시계를 보고 체념한 표정으로 바뀌는 혜경.
차에 시동을 걸어 무거운 얼굴로 집 앞을 떠난다.
S#137 백화점 에스컬레이터
쇼핑 백을 들고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진숙.
묵묵히 앞만 보다가 일순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로 휙! 시선을 돌린다.
보면, 자기 또래의 한 엄마와 동우 또래의 아들이 정겹게 얘기 주고 받는 모습.
혼이 나간 사람처럼 그들을 부러운듯 바라보는 진숙.
천천히 스쳐 지나는 그들 모자.
고개를 끝까지 돌려서 그들을 바라보는 진숙.
진숙의 뒤에 선 남자, 괜히 그들 모자와 진숙을 번갈아 본다.
S#138 주택가 골목. 혜경의 차 안
핸들을 돌리며 골목을 빠져 나가는 혜경
왠지 표정이 점점 이상하게 흔들리며 갑자기 차를 끼이익! 세운다.
S#140 진숙 집. 정원
덜컹! 대문이 열리고 민첩하게 안으로 들어와 얼른 대문을 닫는 혜경.
열쇠를 주머니에 넣고 잠시 동정을 살피듯 얼른 집 현관쪽을 지켜본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자 조심스럽게 현관을 향해 걸어간다.
S#140 1층 거실
현관 문을 열고 들어서는 혜경.
다소 불안한 표정으로 집안을 두르며 거실로 올라선다.
수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커튼 등으로 어두 컴컴한 실내를 묘한 눈길로 둘러보는
혜경.
2층 쪽으로 주춤주춤 다가가며 그리 크지 않은 음성으로
S#141 지하실
울다 지친듯 참혹한 모습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던 수진,
순간 귀가 번쩍 뜨이며 꼼짝도 않고 다시 귀를 기울인다.
위에서 들리는
소리: (혜경의) 여보세요!
들으며 눈이 휘둥그레지는
수진: 혜경아...??
가슴이 사정없이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하는 수진.
너무나 놀랐기 때문인지 입을 벌리지만 즉각 소리가 튀어 나오지 않는다.
자신을 진정시키듯 허억, 허억 급하게 숨을 몰아쉬는 수진,
고개를 최대한 지하실 입구쪽으로 돌리며 있는 힘을 다해 소리 지르기 시작한다.
수진: 혜경아!! 혜경아!!
S#142 1층 거실
계단을 반쯤 오르다가 문득 어디선가 들려지는 수진의 고함 소리를 듣는 혜경.
깜짝 놀라서 몸이 굳는다.
아래로부터 들려지는 절박한 수진의 음성
소리: (수진) 여기야, 혜경아!! 나 지하실에 있어!!!
듣고 급박하게 계단을 달려 내려오는
혜경: 수진아!!
거실을 휘드르며 지하실 입구를 찾아 정신없이 헤맨다.
S#143 도로. 진숙의 차 안
고조된 엔진음.
옆좌석에 쇼핑백을 두고 예의 무표정한 얼굴로 운전하는 진숙.
S#144 지하실 문 앞
쾅! 쾅! 잠겨진 지하실 문을 몸으로 힘껏 부딪는 혜경.
지하실 안에서 울부짖듯 들려오는 수진의 음성
소리: (수진) 빨리, 혜경아!! 빨리 좀 해, 제발!!
정작 혜경은 대꾸할 여유도 없이 젖 먹던 힘까지 발휘해 문을 쾅쾅 들이 받는다.
어느 순간 콰-앙! 자물쇠가 떨어져 나가며 열리는 지하실의 문.
다급하게 달려 내려가는 혜경.
눈앞으로 보이는 수진의 처참한 몰골에 입을 딱 벌린다.
S#145 1층 거실
달려나와 수화기를 드는 혜경.
그러나 신호음 없이 먹통인 수화기.
당황해서 얼른 전화통을 살펴 보면 탁자 밑으로 늘어뜨려진 전화 선이고 선 끝에
코드가 딸려져 나온다.
미칠 것 같은 심정으로 급히 코드를 낚아채는 혜경.
거실을 뛰어 다니며 전화 코드의 접속 플러그를 찾아 정신없이 헤집고 다니다가 마
침내 찾아내곤 얼른 코드를 꼽고 전화통으로 달려온다.
수화기 들고 119를 두드려대는 혜경.
두 변 연속 통화중 신호음이나 대기 녹음 음성이 흘러 나오고 급한 마음을 참다 못
해 고함을 빽! 지르는 혜경.
다시 119 번호를 누르면 딸칵! 신호음 떨어지는 소리.
봇물 터지듯 두서없이 말을 쏟아내는 혜경
혜경: 119죠? 여기, 사람이 죽어요!
얼른 앰블런스를 보내줘요.
뭐요, 주소요? 여기 평창동 2의... 2의.
(하다가 꽥!)
전화만 연결되면 알 수 있다면서요!!
사람이 죽어요!! 뭐라구요?!!
하는데 뒤에서 들려지는
소리: 아가씨, 여기서 뭐 해?
기절할 듯이 놀라 수화기를 툭! 떨구는 혜경, 휙 돌아보면 어느새 외출에서 돌아온
진숙!!
손에 삽을 들고 혜경을 수상한 눈초리로 살피듯 보고 있다.
혜경: ... (경악해서 삽과 진숙을 재빨리 번갈아 본다)
혜경을 향해 한 발짝 다가서는 진숙.
순간 달아나려고 홱 몸을 돌리는 혜경이고 틈을 주지않고 번쩍 삽을 치켜드는 진
숙,
혜경의 뒷통수를 그대로 퍽! 내려치면!!!
혜경, 거실의 탁자위로 엎어지며 탁자 유리와 함께 와장창! 바닥으로 나가 떨어진
다.
확인하고 이번엔 전화통을 향해 돌아서는 진숙.
삽을 쳐들어 전화통 마저 쾅! 내리쳐 박살을 내버린다.
다시 혜경을 향해 스윽 돌아서는 진숙, 유리 조각속에 파묻혀 정신을 잃은 혜경을
내려다 보며
진숙: 허락도 없이 남의 집엘 들어와?
분노로 일렁이는 진숙의 얼굴, 혜경을 아예 죽여 버리겠다는 듯 보며 삽을 휙 치켜
드는 순간!!
진숙의 뒤로 엉망인 몸을 벽면에 의지해 소리없이 다가오던 수진
수진: 안 돼!!
하며 진숙의 팔을 잡아 뒤로 확 잡아 당긴다.
그 바람에 구석 쪽으로 날아가 쳐박히는 삽이고!
불시에 제지로 휘-청! 몸이 흔들리는 진숙!
얼른 몸을 바로잡고 수진을 휙 쏘아보며
진숙: 죽을려고 환장을 했구나?
움찔 겁에 질리는 수진을 향해 소리도 없이 빠르게 다가가는 진숙.
수진, 정신이 아뜩해지며 재빨리 몸을 돌려 쩔뚝거리며 도망가지만 진숙의 걸음에
당해내지 못하고 곧 뒷 멱살을 왈칵! 끌어 잡힌다.
멱살을 잡아 채 그대로 지하실로 끌고가는 진숙.
몸부림치며 처절하게 발악하는
수진: 싫어! 싫어요!! 안돼!!
하는 수진을 인정사정없이 지하실 입구로 질질 끌고가는 진숙,
수진을 퍽-! 떠다미는 순간!!
팔을 휘저으며 진숙의 셔츠 자락을 급히 잡아채는 수진.
그 바람에 삐끗해서 수진과 부둥켜 안듯하고 함께 지하실 아래로 떼굴떼굴 굴러 떨
어지는 진숙!
<지하실 안>
누가 누군지 모르게 뒤엉켜 바닥으로 쿵-! 나뒹구는 진숙과 수진.
바닥에 부딪힌 충격은 진숙이 한꺼번에 다 흡수해 버린듯 죽은듯 꼼짝도 않는 진숙
이고!
끄응! 눈을 뜨다가 후다닥 진숙에게서 몸을 떼고 보는 수진, 놀라서 얼른 진숙의
가슴에 귀를 대본다.
죽은 것 같다!!
표정이 끔찍하게 일그러지는 수진, 비명을 지르며 이 모든 공포와 지옥으로부터 벗
어나듯 급히 계단위로 향한다.
몇 계단 달려 오르다가 계단을 헛 밟아 쾅! 앞으로 엎어지며 다시 아래로 주루룩!
미끄러지는 수진, 아픔도 잊은채 계단의 난간을 잡고 다시 벌떡 몸을 일으키는데
그 순간!!
덥썩! 수진의 발목을 잡아채는 손!!
보면, 죽은 것이 아니라 의식을 잃었던 진숙이고 경악하는 수진!!
진숙, 광기로 이글거리는 눈으로 수진을 쏘아보며 수진의 발목을 힘껏 잡아 당기지
만 이를 악물며 죽자고 계단의 난간을 붙들고 놓지않는 수진, 뒤돌아 보지 않은채
발버둥치듯 정신없이 뒤를 발로 차 댄다.
한순간 수진의 발길에 엉겁결에 턱을 정통으로 퍽-!! 걷어 차이는 진숙!
일순 커다란 고목이 베어져 넘어가듯
뒤로 스윽-! 넘어가더니 바닥으로 쿵-! 머릴 찧으며 쓰러져 꼼짝 않는다.
놀라서 얼른 돌아보는 수진, 그대로 지하실 위를 향해 기다시피 올라간다.
S#146 1층 거실
울음을 터트리며 기듯해서 밖으로 나오는 수진.
그 위로 멀리서 들려오는 경찰과 앰블런스의 싸이렌 음을 들으며 까마득히 기절해
버린다.
동시에 얼굴과 손 등이 온통 유리에 긁혀 탁자에 엎어져 있던 혜경, 흠칠! 눈을 뜬
다.
위로 점점 가까워지는 싸이렌 음
S#147 지하실
경찰 싸이렌 음이 더욱 크게 들려지며 완전히 죽은 것처럼 누워있는 진숙을 부감으
로 잡으면 커다랗게 열려져 깜빡이지도 않는 진숙의 두 눈.
뒷통수 뒤로 찐득하게 스며져 나오는 씨뻘건 핏물.
그 위로 싸이렌 음에 뒤섞여 에코로 들려지는 동우의 맑은 웃음과 음성이 들려진
다.
소리: (동우) 어머니! 어머니!!
소리에 놀랍게도 꿈틀! 움직이는 진숙의 손가락!!
이어 닫히지 않고 있던 진숙의 두 눈이 꿈뻑꿈뻑 힘겹게 깜빡여지며 동우의 부르는
소리를 인식한듯 눈가에 안타까운 경련이 스친다.
순간 온몸을 뒤척이며 사력을 다해 몸을 뒤집는 진숙
S#148 대문 앞
대문 앞으로 속속 도착하는 119구급 차량과 경찰 차.
안에서 우루루 뛰어 내리는 대원들.
그때 대문이 덜컥! 열리면 일시에 돌아보는 대원들.
곧 수진을 부축하고 쩔뚝이며 혜경의 모습을 보고 그들의 험한 모습에 경악한다.
S#149 1층 거실
요란한 군화 굽 소리와 함께 카메라, 그들의 시선이 되어 지하실에서 2층 계단으로
끊어질 듯 이어진 핏자국을 따라 급히 치달아 올라 간다.
S#150 2층 침실
쾅! 열리는 방문.
역한 냄새로 얼른 물러나는 경찰들, 끔찍한 광경을 목도한 듯 하얗게 탈색한다.
보면,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의 진숙이 침대에 누운 동우의 손을 꼭 맞잡을채 침대
옆으로 비스듬히 기대 앉은 자세로 죽어있다.
그녀에게 있어 아들이란 안식처를 향해 사력을 다해 찾아와 죽은 셈이다.
화면 깊숙히 F.O되는 위로 낮게 울리기 시작하여 점점 소란스러운 소음에 뒤섞여
커다랗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
S#151 인테리어 그래픽 사무실(몇 달 후)
화면 가득 근사한 저택의 내부의 화려한 칼라로 펼쳐지는 컴퓨터 화면.
키를 두드리는 누군가의 손 위로
소리: (여자) 한 수진씨!
소리에 컴퓨터 화면에서 고개드는 수진, 그동안 많이 성숙한듯 달라 보이는 모습이
고 주택의 인테리어를 담당하는 부산하게 돌아가는 사무실.
수진을 향해 수화기를 흔드는 동료 직원 여자
여자: 2번 전화예요.
알았단듯 눈짓하고 수화기를 드는
수진: 전화바꿨습니다. 한 수진 입니다.
필터: (진숙의 회계사) 안녕하세요. 저 기억 나시죠? 최진숙씨 재산 대리인입니다.
수진: (순간 표정 굳으며) 전 모든 권리를 다 포기한다고 말슴드렸는데요?
필터: (회계사) 압니다. 그거 때문이 아니라 저희가 도저히 어쩔 수 없는 물건이 있어서
요.
수진: ...??? (불안해 진다)
S#152 소형 아파트
테잎으로 봉해진 커다란 소포 상자를 칼로 북! 찢는 손.
박스를 열어젖히자마자 화면 가득 드러나는 진숙과 동우의 환하게 웃는 사진 액자
다!
화면 빠지면 흠칫! 굳으며 그 사진을 보는 수진과 옆의 혜경.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나듯 불안이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멍하니 진숙의 사진을 보
는 수진.
찝찝해 하며 그 사진을 들어내고 안을 뒤적이는 혜경.
온통 진숙의 방에 있던 동우와 진숙의 사진 액자들이다.
그 틈에 수진과 동우의 결혼 사진 액자도 끼여져 있다.
표정 흔들리는 수진.
혜경: 어떡 할거야?
수진: (멍!) 모르겠어. 처분해야지.
혜경: (수진의 어깨를 탁! 치며) 내가 태워 없앨게. 괜찮지?
수진: (멍!) 고마워.
박스를 들고 일어나는 혜경.
문 열고 아파트 밖으로 나가려는데
수진: 잠깐만, 혜경아!
혜경: ???...
벌떡 일어나 혜경에게로 달려가는 수진.
박스 속에서 동우와 자신의 결혼 사진 액자를 꺼내든다.
혜경: (불안으로 굳으며) 너? 뭐할려구 그래?
수진: ... (액자를 가만히 품속에 안으며) 그냥. 그러고 싶어.
S#153 수진의 방 안
침대 머리맡의 장식 선반.
그 위로 불쑥 프레임 인 되며 놓여지는 사진 액자.
예의 동우와 수진의 결혼식 사진이고 유리의 표면에 비춰 보이는 수진의 얼굴.
가만히 들여다 본다.
자신의 슬픔같기도 한... 어쩌면 동우에 대한 연민같기도 한 표정으로 사진을 보다
가 어느 순간 유리 밖으로 사라지는 수진.
액자위로 조용히 문 닫고 나가는 소리 들리며 곧 정적 속으로 휩싸이는 실내.
별안간 어디선가부터 진숙의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아스라하게 들려지기 시작하며
화면, 엔딩 타이틀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