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 더너웨이의 우수어린 표정으로 시작하는 영화 오프닝의 장면만 보면 한국제목과 제법 어울린다.
대화가 없고 무미건조한 질(페이 더너웨이)과 필립(프랭크 랑겔라) 부부간의 묘한 긴장감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썩 괜찮은 젊은 외모를 보여준 프랭크 랑겔라
출판계에서 일하는 남편 필립(프랭크 랑겔라)과 어린 딸과 막내인 아들을 두고 있는 질(페이 더너웨이) 이들은
미국인지만 파리에서 2년째 살아아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건망증에 시달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 질, 질의
불안한 동요는 어느날 자동차 사고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필립에게 정체모를 전화가 걸려오고, 필립의 비밀스런
과거가 다시 다가옵니다. 그리고 어느날 두 아이들이 실종이 됩니다. 과연 아이들의 행방은 어떻게 된 것일까요?
사고일까요? 유괴일까요? 아이의 목도리와 장난감이 발견되지만 아무에게도 연락은 오지 않고........
프랑스 감독이 만든 영화지만 헐리웃 스타인 페이 더너웨이가 주인공이며, 르네 클레망 감독 특유의 칙칙하고
끈적이는 듯한 화면에 정적인 스릴러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음악이 영화의 분위기를 높여 줍니다. 대사가 별로
많지 않은 이 영화는 페이 더너웨이를 비롯한 출연자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부분이 꽤 많은데, 이러한 인물
클로즈업을 통하여 출연자들의 심리적인 상태를 표현하며, 특히 페이 더너웨이의 불안한 심리는 대사보다는 그녀의
걱정스러워 보이는 눈빛과 표정을 통하여 자주 나타냅니다. 아이들이 실종되는 것은 영화의 중반이 지나서이지만
아무일도 벌어지지 않은 어찌보면 평범한 한 가족의 일상처럼 흘러가는 영화임에도 뭔지 모를
긴박감과 긴장이 흐르는 영화입니다.
걷잡을 수 없는 마음의 동요를 하는 질
페이 더너웨이의 클로즈업된 얼굴이 자주 비치는 영화로 마치 가스등의 잉그리드 버그만이나 디 아더스의
니콜 키드만을 연상케 하는 불안한 심리의 주인공을 표현한다.
출연배우들의 클로즈업된 얼굴을 자주 보이는 기법을 사용하여 대사보다 표정에 의한 심리적 긴장을 보여준다.
아이들을 찾기 위하여 노력하는 부부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순하고 싱거운 영화가 될 수 도 있는데 복잡하게 꼬이는 미스테리 형식이 아닌 단순하게
흘려보내면서 정적인 분위기와 묘한 심리표현 등으로 이끌어가는 작품입니다. 잉그리드 버그만 주연의 가스등과
카트린느 드뇌부 주연의 리펄션(혐오) 등이 연상되기도 하는 작품입니다.
나름대로 몇개의 반전이 있기는 하지만 표현을 그다지 강력하게 하지는 않습니다. 스토리에 의한 깜짝쇼보다는
페이 더너웨이에게 전적으로 촛점을 맞추어 끌고간 느낌을 주는 작품입니다. 주연을 맡은 페이 더너웨이와 프랭크
랑겔라는 영화의 작품성과는 무관하게 손해볼 것 없는 배역입니다. 무엇보다 30세의 원숙한 아름다움을 불안한
심리의 연기를 통하여 마음껏 발산한 페이 더너웨이의 매력이 꽤 돋보이는 작품이고, 그녀에게 꽤 비중을 두는
연출로 끌고가는 영화입니다. 남편역의 프랭크 랑겔라 역시 꽤 잘생기고 과묵한 매력이 돋보이게 등장합니다.
리메이크가 된다면 키아누 리브스와 니콜 키드만이 단연 어울릴 만한 배역입니다.
끝까지 해피엔딩일지 비극으로 끝날지 예상을 할 수 없는 점이 장점이기도 하며, '파리'라는 장소의 배경이 '미국인
주인공'들에게 낯선 타지라는 점도 영화의 긴장감을 심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제목처럼 안개낀 파리의 끈끈한
분위기가 보이는 것은 오프닝 장면 정도이며 그래서 우리나라 제목은 그럴듯한 운치는 있지만 영화의 내용과는 다소
무관합니다. 원작의 제목이 '실종된 아이들(The Children Are Gone)'이고 영어제목이 'The Deadly Trap'
이므로 원래 스릴러풍의 느낌이 드는 제목입니다. 프랑스 원제의 뜻은 '나무 아래의 집'이라고 하니 우리나라
제목보다 오히려 더 쌩뚱맞아 보입니다.
30세의 원숙한 매력을 발산한 페이 더너웨이
긴장감있게 묘사된 후반부 장면
르네 클레망 감독의 70년대 소품으로 비록 과거 그의 명성에 걸맞는 화려한 수상을 한 영화는 아니지만,
페이 더너웨이의 매력과 약간의 신비주의처럼 펼쳐지는 르레 클레망의 은은한 영상을 구경할 수 있는 정적
스릴러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