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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장 가는 시골 버스를 탔다. 장에 가는 사람들은 모두 시골 노인들이다. 의자를 보니, 절반은 같이 앉았다. 모르는 사람끼리고 대충 포개 앉는다. 운전사는 누구 도라지 심은 사람 없냐고 묻고, 흥정을 하고 담에 보자고 약속한다.
농사지은 도라지를 팔기 위해 나온 할머니.
할머니의 몸만큼이나 삶은 무겁지만 가벼운 것일까?
장터의 대장간도 바쁘다.
가을 장의 으뜸 품목은 역시 감이다.
무엇이든 튀긴다는 뻥튀기 기계들이 즐비하다.
국밥집에 앉아 국밥을 시켜놓고, 나는 서럽다. 20년 전 논산장터에서 할아버지와 국밥을 먹는 적 있다. 유난히 돼지고기 내장이 많았다. 질기고 노린내나는 내장에 질려 나는 거의 남기고 말았다. 할아버지는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 장터국밥과 소주한병으로 향수를 달래었다. 그 할아버지를 생각케 하는 국밥이라 장터국밥은 내게 눈물겹다.
장터 한 귀퉁이 지택이가 햇볕을 쬐고 앉아 있다. 그냥 앉아 있다.
순천역 앞에서 순천만 가는 버스를 물어보기 위해 뚝배기 식당에 들어갔다가 나는 움찔 놀랐다. 중년의 주모도 그렇고, 손님들도 그렇고, 대낮에 무슨 알콜중독의 굴에 들어온 느낌이다. 내게 버스를 일어주는 아저씨는 12라운드 권투경기에서 잔뜩 맞아 얼굴이 찢어지고 부은 복서같았다. 7,80년대 한국의 골목 선술집 풍경이 그대로다. 그랬다. 여수역에 내렸을 때도 길가에서 술취한 사람들 시비를 걸고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옆의 맥주병을 도로 복판에 집어던졌다. 중심에서 밀려난 주변의 서러움이 고스란히 광기에 휩싸여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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