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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이성복 아포리즘) [인터뷰] 이성복 시인 "시는 아픈 새끼 발가락 같은 존재" "독자들에게 한 마디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아픈 새끼 발가락' 이것이 시입니다. 새끼 발가락은 말단 중 말단이지만, 다치면 아픕니다. '극지의 시' 등 시론집 3권 동시 발간 "시가 아프지 않으면 대중음악과 같아 문학은 불편하게, 깨어나게 하는 것" "시에서 통하는 이야기는 뭐든지 다 통합니다. 또 모든 것을 통하는 것이 시입니다. 시와 삶 사이에는 경계가 없습니다." 사람이 바탕이 안되면 잘난 척을 하게 됩니다. 선생은 다 깨달아서 밖에 있는 사람이 아니고, 같이 있는 사람입니다. '나는 그렇게 하는데 너희들은 그렇게 안 한다'가 아니라 '나도 그래'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자리가 인간을 만들어주는데, 그 자리를 자기로 착각하면 '명절 때 선물을 사오라'고 하는 식으로 엉뚱한 짓을 하게 됩니다."
자기 안에 선생을 둔 사람이 선생이지, '내가 최고'라고 말하는 사람은 선생이 아닙니다. 그리고 자기 말과 반대로 살고 있는 게 아닌지 늘 염려하고 체크하는 사람, 학생들을 자기보다 더 위대한 선생에게 인도하는 사람이 좋은 선생입니다.
선생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면 선생이 생깁니다. 자기 안의 갈망이 선생입니다. 읽다보면 마음에 박히는 이야기가 있을 것이고, 순간적으로 한 방 맞은 듯한 느낌도 들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세상에 다 널려 있지만 제 식으로 편집해서 모아놓은 것입니다. 제가 다른 선생을 안내한 것이지요. 몇 명이라도 좋으니 독자들 마음에 와닿는 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언저리를 사랑한다 언저리에는 피멍이 맺혀 있다. 채 첫 장이 시작되기도 전에 먼저 피멍 맺힌 언저리를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있는 시인은 이 책에서 시와 예술과 삶과 죽음과 고통과 상처와 병과 허무와 사랑과 이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에게 아물지 않는(아물까 두려운) 상처는 시의 힘이 되고, 치유할 길 없는(치유하고 싶지 않은) 병과 허무는 살아 있음의 증거가 된다. 그 상처의 자리에, 곪아터진 그곳엔 뭐라 설명하기 힘든 감동이 자리한다. 그가 뱉어놓은 한마디 한마디는 그대로 한 편의 시가 되고, 시에 대한, 예술에 대한, 삶에 대한 잠언이 된다. 그것은 시인 스스로에게 겨누어진 칼날이며, 그 칼날은 동시에 그 말을 엿듣는 우리에게로 향한 것이기도 하다. 해변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바다 한가운데서 바라보는 바다는 전혀 다르다. 살아 있는 내가 죽어 있는 나에 대해서도 그렇게밖에 보지 못한다면, 무엇 때문에 살아야 하는가. 왜냐하면 내 삶은 죽음을 억압하는 일 -- 내 뚝심으로 죽음을 삶의 울타리 안으로 밀어넣는 노력 외에 다른 것이 아니므로. 어느 날 죽음이 나비 날개보다 더 가벼운 내 등허리에 오래 녹슬지 않는 핀을 꽂으리라. 그래도 해변으로 나가는 어두운 날의 기쁨, 내 두 눈이 바닷게처럼 내 삶을 뜯어먹을지라도. 지치거라, 지치거라, 마음이여...... 오늘 이곳에 머물러도 마음이 차지 않는 것은 본래 그대 마음이 낯선 여관이기 때문이다. p. 210 인식은 상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끝없이 뻗어나간 얼음판 위에 작은 구멍을 뚫고, 그 구멍을 넓혀가기 (작은 구멍은 탄생이다-태어남은 근원적인 상처다.). p. 141 신은 우리와 같은 공단(工團)에서 일하는데, 언제나 야근을 도맡아 한다. 그에게는 애인도, 누이도, 고향도 없다. p. 17 '손 같은 고사리' '풍경 같은 그림' '시간 같은 쏜살'...... 한 번의 뒤집음은 혼란을 가져온다.
억압적 관계맺음 뒤의 무정부 상태. 시는 뒤집힌 곳에서 출발한다. p. 197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예스24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