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문신 / 윤은주 (2024년 상상인 신춘문예 당선작)
온몸에 문신이 형벌처럼 감겨있는 남자와 일하는 밤
바다우산뱀이 갈라진 혀를 날름거리며
나를 향해 머리를 ‘카아’ 치켜 올린다
그때 풍문으로 들은 그가 다녀온 감방을 떠올렸다
어두운 배후가 드리워진, 흑백 줄무늬의 팔이
분류한 편지를 카트에 실어간다
그의 발소리에서 세찬 파도소리가 난다
새로 도착한 편지를 갖다 줄 때마다
뒷걸음치는 나의 발뒤꿈치
물컹, 눈 속의 흑점과 마주치는 순간
알전구 켜진 밤의 창문처럼 스르르 열리는 마다가스카르
모른다바 섬마을
바오밥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 수평선을 바라보는 아이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의 고깃배를 기다린다
비가 새는 지붕의 오두막에서 혼자 밤새워 울다가
건기에 물을 마시러 육지로 올라온 뱀들과 마주쳤다
그날 이후
까만 아이의 하얀 이빨이 돛대처럼 아른거렸다
배 한 척 꼬리를 흔들며 먼바다에서 돌아오는
빗소리에
사내의 살 속에 박힌 뱀들 몸을 풀고 나와
수면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로 목을 축인다
저 사내의 맹독도 한때는 어린 우산 아래에서 비를 피했을까?
바다 냄새를 시침질하던 밤이 어둠을 접자, 새벽이 우산을 펼친다
윤은주 시인
캐나다 거주
대구 카톨릭대학 불문과 졸업
2019년 캐나다 한국일보 시부문 당선작 없는 입선으로 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