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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전통 문창살]
우리에겐 창호(窓戶)라는 말이 있다. 창호라고 하면 창문과 방문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우리 전통 한옥에서 창(窓)은 빛과 공기를 받아들이는 곳이고, 호(戶)는 '지게문' 즉 방에 드나드는 '미닫이문'이다. 일반적으로 문(門)이라고 하면 마당에 들어서는 대문(大門)을 일컫는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문과 창호를 서로 구분한다.
창덕궁 낙선재 보소당
우리의 창호엔 창살이 있다. 창호에 꽂은 살대를 문창살 또는 창살이라 한다. 이처럼 살이 꽂혀 있는 창호는 살문(살창)이라 부른다. 문창살은 딱히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장인의 미감(美感)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고 변형이 가능하다. 창살은 전통 목조건축물에서 건축가의 멋을 가장 잘 보여주는 요소의 하나이다. 전통 창호가 빼어난 자태를 지닐 수 있게 된 것도 문창살 덕분이다.
[문창살의 역사와 종류]
한반도에서 문창살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삼국시대로 추정된다. 그 한 예로 백제시대의 청동소탑 조각(靑銅小塔 片)을 들 수 있다. 네 면의 탑신 중앙에 문으로 추정되는 구멍이 있고 그 좌우로 창이 있는데 여기에 빗살이 보인다.
가야의 집모양 토기나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도 문창살이 발견되는 점으로 미루어 이 무렵에 본격적으로 문창살을 설치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백제: 靑銅小塔 片 / 前 天王寺址 출토/ 국립부여박물관 소장
문창살은 다양하다. 단순히 수직과 수평으로 살을 교차시켜 정(井)자를 닮으면 정자살, 살의 모양이 아(亞)자를 닮으면 아자살, 만(卍)자를 닮으면 완자살(또는 만자살)이라고 한다.
띠살 정자살 빗살 용자살 완자살 아자살
또한 살을 45도, 135도(또는 30도, 150도)로 교차시키면 빗살, 이 빗살에 수직으로 살 하나를 더 넣으면 솟을빗살이라 부른다. 이 밖에 여러 개의 살이 다양한 직사각형을 만들어내는 숫대살도 있고, 여러 가지 모양이 두루 들어가 있는 복합형 또는 추상형 살도 있다.
문창살에 꽃 모양을 넣어 장식했다면 이를 꽃살이라고 한다. 빗살과 솟을빗살엔 꽃을 장식해 넣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땐 빗꽃살, 솟을빗꽃살이라 부른다. 문창살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것은 바로 솟을빗꽃살이다.
가장 단순한 날살(살창)은 부엌에 많이 설치했고 띠살 완자살 아자살 등은 주택과 궁궐의 침전, 사찰의 요사채에 많이 사용했다. 꽃살은 궁궐의 정전이나 사찰의 대웅전과 같은 주요 건물에 설치했다.
문창살은 이처럼 그 자체로 건물의 분위기에 맞게 각각의 격을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그것이 세월의 흐름과 함께 건축 의장에 있어서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의 전통 문살]
1. 날살문
(1) 문틀 안에 세로로 살을 지른 형태로 단순하며 깔끔한 멋을 보여주는 기본적인 무늬이다.
(2) 부엌에 많이 설치했고 바라지(窓)로도 많이 쓰이는 문창살이다.
(3) 봉정사 극락전, 부석사 조사당, 송광사 하사당, 해인사 장경판전(藏經板殿)에서 볼 수 있다.
날살문과 띠살문 순천 송광사 하사당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藏經板殿)
날살문의 대표로는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의 문창살을 꼽아야 한다. 습기 찬 바람이 잘 빠져나갈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 보면 볼수록 담백한 간결미가 매력적이다.
2. 띠살문
(1) 가는 살을 똑같이 좁은 간격으로 수직으로 짜 넣고 윗부분, 중간 부분, 아랫부분의 3곳에 5줄 또는 7줄의
살대를 수평으로 꽂아 놓은 문살무늬이다. 창의 기능을 할 때에는 띠살창이라고 부른다.
(2) 우리에게 친숙한 문양으로 소박하고 단순해 보이지만 거기 절제와 균형이 있다.
예산 추사 고택
영주 순흥 선비촌 정자
3. 우물살문(정자살문, 격자살문)
(1) 가로 살과 세로 살을 서로 똑같은 간격으로 짜서 우물무늬를 만들어가는 문살무늬이다.
(2) 일반 집에서 많이 쓰였으며 아름다움은 별로 없지만 규칙적인 이음이 단아하게 보인다.
(3) 부석사 무량수전, 범어사 팔상전이 대표적이며, 범어사 팔상전은 네 잎 꽃송이를 새겨 놓아 문살이
더욱 아름답다.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부산 범어사 팔상전
범어사 팔상전 우물살문은 두 살이 만나는 교점에 네 잎 꽃송이를 새겨 놓아 문살이 더욱 아름답다.
4. 빗살문(교살문)
(1) 두 살을 서로 어긋나게 짜나가서 마름모무늬로 만들어나가는 문살이다.
(2) 두 살이 만나는 교점에 꽃무늬나 다른 무늬를 새겨 넣기도 한다.
(3) 신흥사 극락보전, 내소사 대웅보전, 쌍계사 대웅전, 불갑사 대웅전 등 사찰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
속초 신흥사 극락보전
5. 솟을살문
(1) 격자살과 빗살을 주로 하여 여러 가지 살을 혼용한 것으로 살이 교차되는 부분에 모란, 국화, 연화 등의
꽃을 새긴 문살이다.
(2) 꽃무늬가 새겨진 바탕 살은 네모나 마름모 또는 육각형이나 팔각형으로 짜임이 되어 있다.
(3) 신흥사 극락보전, 무량사 극락전, 통도사 적멸보궁, 대승사 대웅전 등 사찰의 중요 전각에서 볼 수 있다.
솟을민꽃살문 / 부여 무량사 극락전
솟을연국모란꽃살문 / 양산 통도사 적멸보궁
솟을민꽃살문 솟을모란꽃살문 / 속초 신흥사 극락보전
6. 꽃나무살문 (통판투조꽃살문)
(1) 두 살이 만나는 점에 꽃무늬뿐만 아니라 꽃나무를 통째로 새겨 문을 짠 것을 말한다.
(2) 정수사 대웅전, 용문사 대장전 윤장대, 성혈사 나한전, 선암사 원통전 어간 등에서 볼 수 있다.
강화 정수사 대웅전
예천 용문사 대장전 윤장대
영주 성혈사 나한전
[우리의 전통 창살]
1. 꽃살문
(1) 창문살에 문양을 조각하여 짜 맞추면 연속꽃무늬가 형성되는데 궁궐, 법당 등 중요한 건축에 쓰였다.
(2) 꽃살문의 종류로는 솟을꽃살문, 격자꽃살문, 빗꽃살문이 있다.
솟을꽃살문 / 영광 불갑사 대웅전
격자꽃살문 / 부산 범어사 팔상전
빗꽃살문 / 문경 대승사 대웅전
사찰 건물의 꽃살문은 종교적이라는 점에서 더욱 각별하다. 꽃살에 붙은 창호지 틈새로 은은한 달빛이라도
새어 들어온다고 상상해보라. 속된 욕망은 소리 없이 흩어지고 금방이라도 해탈의 문이 열릴 것 같지 않은가.
꽃살문 하나에도 이처럼 지극한 불심과 예술혼이 깃들어 있으니...
꽃은 불가에서 진리를 상징한다. 꽃살문은 그래서 극락정토로 가는 통로인 셈이다.
2. 아자살
(1) 중앙에 큰 사각형을 놓고 4면에 살을 붙여 이를 위아래로 연결하는 양식이다.
(2) 조선 시대에 와서 사용된 문양이지만 그 사용 빈도가 높았다.
운강 고택 안채
3. 완자살(만자살)
(1) 살대짜임이 '卍'자 모양으로 짜여진 창. 한국인이 선호하는 전통창호로 창을 예술적으로 만들기 위하여
창살을 卍자형 또는 거꾸로 된 卍자 모양으로 만들어 왔다.
예산 추사고택의 완자살(만자살) 불발기
경복궁 석복헌의 우물살과 완자살변형 창호
4. 숫대살(줏대살)
(1) 숫대살은 하나의 살이 세로로 내려오면 바로 직교하여 가로 살을 만나는 구성을 하고 있다.
(2) 숫대살에 만들어진 사각형의 조합은 상하 좌우로 연결되면서 불규칙한 공간 분할을 이룬다.
5. 띠살
(1) 문틀에 상하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좌우로는 상중하의 세 단으로 나누어 가로살의 띠를 두른 것이다.
(2)한국인에게 매우 친숙한 문양으로 면의 분할에서 오는 쾌적한 비례감은 띠살문이 갖는 최고의 예술성이다.
江陵 船橋莊 東別堂
강릉 해운정 대청
江陵 船橋莊 活來亭
[문창살의 정신과 미학]
우리네 전통 창호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문창살의 리듬감, 율동감이 전해온다. 거기 은근하지만 충일한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우리 전통 창호는 한 건물에서도 다양한 창살을 허용해 변화를 꾀했다. 건축사학자인 주남철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 창호의 살대들은 일본의 살대처럼 날카롭고 섬약하지 않고 중국의 그것처럼 기계적이고 딱딱한 것이
아니다. 도톰하게 살 오른 살대가 간결하고도 소박하며 정겨운 모습을 이루고 있다."
우리의 문창살에는 창호지를 발랐다. 해와 달이 뜨면 살대의 그림자가 종이에 비친다. 시간이 지나고 해와 달의 위치에 따라 그 그림자 선과 모양이 달라진다. 그렇게 문창살이 만들어내는 무늬는 아름답고 낭만적이다. 이는 안과 밖의 소통이자 자연과의 합일을 의미한다.
[문창살의 종류]
날살(살창) 띠살 정자살 빗살
용자살 완자살(만자살) 아자살
귀갑살 숫대살(줏대살) 격자빗살 격자교살
세모솟을빗살 육모솟을빗살 복합형
[문과 창호의 분류]
첫댓글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우리집 카페로 담아갑니다.
귀중한 자료 귀하고 귀합니다 문이라함은 마당에 들어서는 대문을 일컫는건 알겠는데
옛날 곡식 창고로쓰던 고장을 드나드는 문 대문이라 해도 될런지요 미닫이가 아닌 앞으로 두손으로당겨서 여는 두짝문입니다 저의집이 그런형태였어요 나무로 만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