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농자천하지대본>,<유기농 농부>,<농사>,<친환경 한농마을>...., 여러 가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렇다면 최근 농사와 식량문제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종자전쟁>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인류는 시작부터 끝까지 종자로 시작해서 종자로 끝이 나는 것이다. 씨없이 세상에 살아가는 존재는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천하 만물이 종자, 즉 씨가 생명이다. 따라서 사람이 먹고 살아야 할 식량의 씨를 확보하고 주도권을 잡으려는 종자전쟁은 무시무시한 인류의 패권전쟁이다. 옛 성경에 기록된 요셉이 식량자루를 쥐고 인근 나라의 국민들을 쥐락펴락했던것 만큼이나 종자는 인류의 생명줄이기 때문이다.
종자 전쟁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미 판세가 결정되어가고 있다. 이 총성없는 전쟁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이유는 대 도시에 살아가는 김씨에게나 시골 벽촌에 박씨에게나, 꼬부랑 할아버지에게서부터, 세살박이 아이까지, 모든 이들의 생명줄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종자가 잘못되었다면 해결될 수 있는 농사는 없다. 아무리 좋은 기술, 기가막힌 시설, 튼튼한 인력, 값비싼 장비들, 확실한 소비시장..., 이 모든 것들이 갖추어져 있다고 해도 씨가 없다면 모든 계획은 물거품일 뿐이다. 농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은 종자이며, 인류의 생존 역시 이 종자, 씨에 달려있다.
우리는 그동안 수천년 동안 씨에 대한 진리<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말을 들어왔고, 믿어왔다. 그러나 이제 그 만고의 진리가 통용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무슨 이야기인가?
얼마 전 인터넷에 게재된 글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그렇게 많은 꽃이 피었는데 어쩜 그렇게 참깨 한 알 나오지 않는다든. 까보니 죄다 쭉정이더라. 내 생전에 이런 일 처음 봤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그래도 한됫박이 안 나올까"
지난해 봄, 어머니는 직접 농사지어 수확한 깨로 기름을 짜겠다는 야심찬 포부로 사방 열자도 넘을 듯 넓은 텃밭에 참깨를 심었다. 참깨는 잘 자랐고 꽃도 많이 피었다. 참깨 밭 옆에 가기 두려울 정도로 많은 벌들이 꽃과 꽃 사이를 들락날락했다. 어머니는 참깨를 털어 기름 짤 날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가을엔가. '참기름 한 병은 주시겠지'의 기대로 참깨의 안부를 물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처럼 말하며 허탈해 했다.
이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을 지난해 여름 나도 직접 겪었다. 지난해, "좋아하는 호박잎도 실컷 따먹고 늙은 호박 따서 좋아하는 호박죽도 실컷 해먹어라"며 시부모님께서 텃밭 둘레에 호박 몇 넝쿨을 심어 주셨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나는 호박 넝쿨을 보며 기대를 했다. 호박잎도 실컷 따먹고, 늙은 호박도 몇 개는 얻을 수 있으리라고. 하지만 잎만 무성할 뿐, 호박 한 알 맺지 않았다. 그렇게 많은 벌이 날아들었음에도 말이다.
평생 농부로 살아오신 친정 부모님께 이런 정황을 설명했더니 몇 년 전의 일을 들려줬다. 호박을 사다 심었는데 호박이 유독 많이 열려서 씨가 좋은 것 같아 받아 다음해 심었더니 하나도 열리지 않았다는 것. 요즘은 옛날하고 달라서 종묘상에서 해마다 사다 심어야 호박이 열리지 옛날처럼 종자가 좋은 것 같아 씨앗을 받아 심으면 절대 열리지 않는다고...,
이제는 <콩 심은데 콩이 나지 않는 시대>이다. 이제 우리가 어느새 인식해야 할 신개념 진리는 바로 <로열티를 낸 콩만 심어야 콩이 나고, 다국적 기업에서 판매하는 팥을 심어야만 팥이 난다!>라는 사실이다.
<한농닷컴-다음편에 계속됩니다
첫댓글 자유시장 체제, 자유무역, 이루어지고 있지만 다국적 기업의 횡포는 모든 나라들의 위협적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발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언제 잠식 당할찌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