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2018년 학술원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된 초판
지난 4년간의 변화와 추세를 반영해 새로 내놓았다.
지명은 끊임 없이 변화한다. 장소가 변화하고 장소에서 일어나는 여러 활동이 변화하고 장소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4년간, 국내외를 막론하고 지명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이 책은 지명의 유래, 변천, 소멸과 통합 등과 함께 지명에 얽힌 사람들의 기대, 불만, 갈등, 화해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명에 관한 지식은 삶을 풍부하게 해준다. 가족과 함께 떠나는 자동차 여행에서 지나치는 도시의 이름의 유래와 그 이름에 담긴 이야기를 나누면 여행길에 즐거움이 더해질 것이다.
지명은 평범하지만 알고 보면 특별한 재미와 뿌듯함을 느끼게 하는 좋은 수단이 된다. 스치듯 지나가는 수많은 지명 표지판, 통과하는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 내가 사는 동네, 지난여름 좋은 사람과 방문했던 산과 바다, 심지어 카페와 맛집 등등, 잠시만 눈을 돌리면 관심 있게 볼 이름이 수두룩하게 나타난다. 지명은 우리 삶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삶의 활력소가 될 충분한 가치를 갖는다. ‘인간’은 ‘장소’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지명’을 붙인다는 것이 이 책의 주제다. 이 책은 우리 주변에서 무수히 만나는 지명, 땅이름, 동네 이름의 이해를 돕는다.
🏫 저자 소개
주성재
경희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서 출생하여 해외 체류기간을 제외하고는 줄곧 서울과 경기도에서 살았다. 지금은 경기도 하남시 위례신도시에서 살고 있다. 서울대를 거쳐 미국 버펄로 뉴욕주립대학교에서 지리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학위 후에는 국토연구원을 비롯한 국책연구기관에서 국토계획, 도시계획, 지역경제, 관광개발 분야의 연구와 정책프로젝트를 수행했다.
2000년부터 경희대에서 경제지리학, 지역개발론, 세계경제공간의 변화, 국토의 이해, Korea in the World 등을 강의했다. 2004년 동해(East Sea) 표기 업무를 접하게 된 것을 계기로 유엔지명회의와 국제수로기구에 한국 대표로 참여하게 되었고, 이후 지명연구 분야로 관심을 넓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에 <인간, 장소, 지명> 강의를 개설했다. 현재는 유엔지명전문가그룹(UNGEGN) 집행위원과 평가실행워킹그룹 의장, 사단법인 동해연구회 회장,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의 국가지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 사단법인 한국경제지리학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 목차
01 남산은 남쪽에 있는 산? 강남은 강의 남쪽? _17
02 이름 짓는 인간: 인간의 장소 인식과 네이밍 _27
03 지명에도 생애가 있다 _51
04 지명의 유래와 스토리텔링 _73
05 지명에 권위 부여하기, 지명의 표준화 _95
06 지명은 언어로 표현된다 _123
07 나도 모르는 나의 이름이 있다: 외래 지명 이야기 _137
08 지명은 정치적 행위의 대상이다 _155
09 분쟁과 갈등의 대상, 지명 _171
10 문화유산으로서 지명 _193
11 지명을 이용한 브랜드, 지명이 된 브랜드: 지명의 경제적 가치 _209
12 Gyeongbokgung, Gyeongbok Palace, Gyeongbokgung Palace: 한국 지명의 국제적 표기 _231
13 지명, 평범함 속에 있는 특별한 재미 _249
📖 책 속으로
수식어를 붙이는 지명 변화의 사례는 국가명에서 발견된다. 1991년 유고슬라비아연방이 분리되면서 탄생한 독립국가 마케도니아공화국(Republic of Macedonia)은 마케도니아 이름의 정통성을 주장하는 그리스의 반발에 의해 유엔의 중재로 ‘구 유고슬라브(The former Yugoslav)’라는 긴 수식어를 붙일 수밖에 없었고, 이는 엉뚱한 약어 국가명 ‘FYROM(The former Yugoslav Republic of Macedonia)’을 탄생시켰다. 이 이름은 2019년 양국의 합의로 다시 북마케도니아공화국(Republic of North Macedonia)으로 변경되었다(제8장 참조).
---「03 지명에도 생애가 있다」중에서
현지어로 사용되는 토착 지명을 존중하는 추세는 증가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Wien)은 우리나라에 영어 이름 비엔나(Vienna)로 많이 알려졌고, 비엔나커피, 비엔나소시지와 같은 파생 용어에도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현재는 공식 문서와 언론에서 독일어 지명 ‘빈’을 사용하고 있으며, 일상에서도 그 빈도는 증가하는 추세다(빈 소년 합창단,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독일의 뮌헨(Munchen)과 쾰른(Koln), 러시아의 모스크바(Москва, 로마자 Moskva), 폴란드의 바르샤바(Warszawa)는 처음부터 각 언어의 토착 지명을 음역했다. 코트디부아르(Cote d’Ivoire)는 국가의 요청에 의해 영어 외래 지명 아이보리코스트(Ivory Coast)를 대체하여 공식 언어 프랑스어의 토착 지명으로 변경해 표기하는 사례다.
---「07 나도 모르는 나의 이름이 있다」중에서
서울 안암동의 도로명 사례를 들어보자. 현재의 안암역 위치에서 북쪽으로 난 길을 그 끝에 있는 사찰의 이름을 따서 개운사길로 부른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문제는 도로명주소 체계가 채택된 후 이 길은 지선도로의 위상을, 반면에 이와 연결된 도로, 즉 보문역으로 이어지는 도로인 ‘인촌로’는 간선도로의 위상을 부여받으면서 시작되었다. 지선도로는 간선도로의 이름을 이용하도록 되어 있는 도로명 지정방법에 따라 개운사길은 ‘인촌로23길’로 명명되었다. 그러나 개운사와 신도, 그리고 주민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논쟁은 일제에 맞선 한국 불교의 정체성, ‘인촌로’ 이름의 근원인 인근 대학 설립자의 친일 논란 등으로 발전하면서 커져갔다. 결국 인촌로23길은 다시 개운사길로 환원되었고, 연결 도로도 함께 개운사1길, 개운사2길로 지정되었다. 2019년 인촌로는 다시 ‘고려대로’로 바뀌어 그 흔적은 모두 사라지게 되었다.
---「08 지명은 정치적 행위의 대상이다」중에서
서울은 2002년부터 브랜드를 도입했다. 처음 도입한 브랜드는 친근한 인사말과 높은(high) 대도시를 지향하는 비전을 표현했다. 이후 유사한 발음으로 아시아의 정신(soul)임을 표현하는 문구를 추가했다(2006)(우연히도 Soul은 핀란드어에서 서울을 일컫는 지명으로 사용된다). 아시아 언급에 중화권의 거부감이 있다고 본 서울시는 이후 세 차례 변경(2009, 2010, 2012)을 통해 글로벌 마케팅을 추구한다고 했으나(무한한 가능성, 문화유산, 다양한 의미), 그리 인상적이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브랜드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울이 있어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브랜딩을 나타낸다고 한다. 2015년 도입 당시 문법을 무시했다는 비판(고유명사 SEOUL이 동사로 사용됨)이 있었다.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으로 볼 수 있다.
---「11 지명을 이용한 브랜드, 지명이 된 브랜드」중에서
🖋 출판사 서평
이름을 붙이는 인간, 부여된 이름의 역사
인간이 장소와 상호작용하는 방식과 친밀도가 지명에 영향을 미치고 반대로 지명이 인간의 의식에 각인되면서 장소에 대한 인간의 정서와 이해관계가 형성된다. 한번 이름이 붙여지고 사람들에게 널리 쓰이게 된 지명은 자체의 생애를 가지게 된다. 쓰임이 많고 긍정적인 활동과 연관될수록 이름은 강해지고 가치가 높아진다. 남산에서 유래한 남산터널 남산초등학교 남산타워처럼 때로는 지명 자체가 다른 사물과 장소에 붙어 파생 지명을 만들곤 한다.
지명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스치듯 지나가는 수많은 도로표지판 위의 지명에는 그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 장소가 지나온 역사와 장소에 대한 기대와 환상이 모두 담겨 있다. 지명의 가치는 가리키는 대상의 크기와 비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일산 신도시는 신도시가 포함된 고양시보다 더 잘 알려져 있다. 고양시가 최근 고양이 마스코트를 내세워 인지도를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일산만큼 잘 알려지지는 못했다.
지명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기도 한다. 보성 녹차, 순창 고추장, 영덕 대게처럼 지명으로 상품의 품질과 신뢰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지명과 상품을 함께 사용함으로써 상품에는 정체성을 부여하고 상품의 품질이 인정받으면 지명의 가치도 동시에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이 책은 지명의 유래, 변천, 소멸과 통합 등과 함께 지명에 얽힌 사람들의 기대, 불만, 갈등, 화해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4년 동안 지명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지명은 끊임 없이 변화한다. 장소가 변화하고 장소에서 일어나는 여러 활동이 변화하고 장소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인간 장소 지명』 초판 발간 이후 5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 국내외를 막론하고 지명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터키는 자국어 정체성을 가진 국호 ‘튀르키예’의 사용을 전 세계에 요청했다.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는 우크라이나는 주요 지명에서 러시아의 잔재를 제거해 달라고 했다. 그 수도는 이제 ‘키예프’가 아니라 ‘키이우’다. 뉴질랜드가 ‘긴 하얀 구름’이라는 뜻의 마오리어 ‘아오테아로아’로 국가명 변경을 추진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 개정판은 2018년 학술원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된 초판의 체제와 서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진전된 내용을 수정, 업데이트하고, 그동안 발견된 오류를 정정해 새로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