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우리 각자가 모시고 있는 주님의 성전은 오늘 어떠합니까? ⠀ 2024/11/9/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 요한 복음 2장 13-22절 “당신 집에 대한 열정이 저를 집어삼킬 것입니다.” ⠀ 두려움의 다른 이름, 분노 초등학교 3학년 시절 처음으로 도로 위 신호등이 바뀌는 순서를 알게 되었습니다. 주황색 불이 들어오고 나면 초록색 불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저와 친구들은 마치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 것처럼 건널목 앞에만 서면 발을 동동 구르며 설레어 했습니다. 그러다 한번은 신호가 바뀌자마자 ‘파란불이다! ’ 하며 건널목으로 뛰쳐나갔고 그날 저는 난생 처음으로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잠깐 정신을 잃었는지 눈을 떠보니 병원 침상 위였습니다. 어리둥절해하고 있는데 병실 문을 열고 어머니가 들어오셨습니다. 그때 마주친 어머니의 얼굴은 지금껏 보지 못했던 분노에 가득 찬 무서운 표정이었고, 저는 아픈 줄도 모르고 벌떡 상체를 일으켜 억지로 웃어 보이며 말했습니다. ‘엄마. 나 괜찮아!’ 그때 보았던 어머니의 얼굴이 분노가 아니라 두려움에 휩싸인 얼굴이었다는 것을 저는 한참 뒤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더럽혀진 성전을 노기 띤 얼굴로 바라보시는 복음 속 예수님의 얼굴을 묵상하며 그날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렸습니다. 우리들 각자는 주님을 모시고 있는 살아 있는 성전입니다. 그러한 우리들의 마음이 더렵혀질 때마다 예수님의 성심은 또다시 근심과 두려움에 휩싸이십니다. ⠀ 남창현 토마스아퀴나스 신부(서울대교구) 생활성서 2024년 11월호 '소금항아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