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소리 (아버지)
이 강산
용호리 약수터 지나
송이버섯 같은 하산지 아리랑고개 넘으면
물씬물씬 쳐올라오는 대청댐 물냄새
멀리는 속리산 독경소리 풍경소리 이끌고 내려와
철조망가 물너울 가득히 갇혀
저희들끼리 고향 이야기나 풀고 있다가
황혼녘이면 청둥오리 떼 발갛게 띄우는데
부강장 조치원장 신탄장 두루 돌아
초하루 문의장이면 여유 있게 풋고추 사러도 들렀더니
지금은 시꺼먼 물에 잠겨
칡뿌리 같은 고향 피울음 끊어내며 떠날 때
조상님같이 내려다보던 마을 어귀 당나무도 물귀신 되어
썰레썰레 도깨비불 밝히고 있을 장터
해거름에 떠오르는 산그림자가 초가지붕 저녁 연기 영락없어라
문득 돌 하나 던지면
저승길 같은 물살 개앵개앵 열고
명치끝도 출렁여올 대보름 장판 징소리
그 징소리에 미쳐 돌던 장돌뱅이여
강강수월래 흐드러진 달빛이여
갑오년 아들 장하게 둔 단골 최노인
차마 팔순의 발길 강 건너로 뗄 수 없음에
벗어둔 고무신 두어 켤레가
여름마다 고무신 같은 배 중얼중얼 띄우는지 가라앉히는지
신시가지 골목 싸돌아다녀도
파장술 한잔 발목에 채이는 알싸한 흙냄새 한 덩이 없다고
아버지는 문의장판 징소리 같은 목소리로
어허 그 장날, 벌써 먼 옛날
첫댓글 대전에서 활동하는 좋은 시인들을 소개하는 대전문화연대의 프로그램으로 이번주 목요일(12월5일) 저녁7시에 대전문화연대에서 제가 진행을 맡아 이강산 시인을 소개합니다. 그의 대표적인 시집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에 나와있는 시 한편을 올렸습니다. 사라져가는 대청댐 주변의 오일장을 그리워하는 시들이 참 좋아 제가 좋아하는 시인입니다. 혹시 그날 시간이 되시면 문화연대(222-2117)에 오셔서 시인과 만나는 시간을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신탄진 과 대청호 주변에서 잊어져 가는 그 옛날의
추억을 떠 올리게하는 좋은 시 잘 보고 감사드림니다.
이강산 시인의 시 몇 수 찾아 읽었는데 좋네요. 사진도 좋고요
5일 참석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언젠가 대청호를 가로지르면서 걷다가 폐허로 남은 집터,한때 누군가의 온기가 머물렀을 사금파리들,연장부스러기들을 보면서 그 물길이 낳은 실향의 아픔을 생각한적이 있어요.그 실향의 아픔을 온전히 옮겨놓으셨네요.
자연을 노래하는 아름다운 시인이군요
행사 잘 치루길 빕니다
대청댐 물소리와 아버님의 문의면 장판에 징소리 ~ 너무나 서정적이며 울림의 소리로 들림니다. 이강산이란 성함도 너무나
자연적이고 이미지가 고고합니다. 인연이 닿으면 행운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