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력 돋보기] 보편 전례력과 9월 20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9월 20일은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이하 대축일)입니다.
이날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로마 가톨릭 전례를 거행하는 곳에서 한국의 순교 성인들의
모범을 기억하며 전구를 청합니다.
바로 이날이 보편 전례력에 의무 기념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이죠.
유학 중에 9월 20일이 되면 다른 나라 신부님들로부터 많은 축하를 받으며 으쓱하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 호에서는 9월 20일 대축일을 통해 전례력의 몇 가지 원칙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보편 전례력과 고유 전례력
로마 전례력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이름 그대로 보편 교회에서 통용되는 ‘보편 전례력’과
어떤 지역 교회나 수도 가족이 그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성인들을 특별히 공경하는데 사용하는
‘고유 전례력’이 있습니다.
고유 전례력은 지역 교회에서 작성하여 교황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고유 전례력 거행의 대표적인 예로
우리나라의 고유 전례력에 포함되었다가 교황청의 권고로 지내지 않게 된 7월 5일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을 들 수 있습니다.
「전례주년과 전례력에 관한 지침」(이하 지침)에 따르면 “고유 전례 거행들은 고유 전례력이
과중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각 성인의 축제는 전례주년 안에서 한 번만 지내야 한다.”(50항)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7월 5일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을 지내지 않게 된
이유입니다.
성 김대건 신부님은 9월 20일에 다른 순교자들과 함께 전 세계 교회가 기억하기 때문이죠.
등급의 변경과 경축 이동
9월 20일 대축일은 사실 보편 전례력에는 대축일이 아닌 의무 기념일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의무 기념일이란 그 성인의 보편적인 중요성 때문에 모든 교회가 기념해야 하는 날이고
선택 기념일은 말 그대로 그 성인을 기념하는 전례를 선택할 수 있는 날입니다.
매일미사 책에 보면 어떤 기념일에는 ‘성 ○○○ 기념일’로 그 성인을 위한 전례가 안내되어 있고,
어떤 날에는 그날의 성인의 이름만 작게 소개되어 있는데 이것이 의무 기념일과 선택 기념일의 차이입니다.
아무튼 9월 20일은 본래 의무 기념일인데 우리나라의 고유 전례력에서는 이날을 대축일로 거행합니다.
이는 “필요하다면 거행의 등급은 변경할수 있다.”는 56항의 지침에서 허용한 것입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는 이날을 가까운 주일로 경축 이동하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지침을 따른 것입니다.
“‘전례일의 등급과 순위표’에서 연중 시기 주일보다 등급이 높고 신자들의 신심에도 잘 맞는 전례 거행이
주간 평일에 오면 신자들의 사목적 선익을 위하여 연중 시기 주일로 옮겨 지낼 수 있다.
이런 경우에 교우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는 모두 그 전례의 미사로 거행할 수 있다.”(58항)
올해는 9월 20일이 금요일이기 때문에 이 지침에 의해서 9월 22일 주일로 대축일을 옮겨
많은 신자들이 함께 순교 성인들을 기리게 하는 것입니다.
9월 26일 대신 9월 20일
왜 우리는 9월 20일을 한국 성인 순교자들 대축일로 지낼까요?
예전에 이분들이 복자였을 때는 9월 26일이 한국 순교 복자 대축일이었습니다.
먼저 시복되신 79위 중에 9위의 순교일이 9월 26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시성되시면서 9월 20일로 대축일 날짜가 옮겨졌는데 그 이유도 전례력과 관련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순교자 축일을 보편 전례력에 포함시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이미 보편 전례력의 9월 26일은 초대 교회의 순교자이신 성 고스마와 다미아노 기념일이었기 때문에
우리 성인 순교자들 대축일을 수록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로 많았던 7위가 순교한 날인 9월 20일로 날짜를 옮기게 되었고,
직접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 청을 드려 9월 20일에 우리나라 순교 성인들을 모든 교회가 공경하도록
보편 전례력에 포함하게 되었다고 합니다.(「가톨릭신문」 윤민구, 시성식에 얽힌 이야기 1992-09-20)
순교자는 단순하고 뜨거운 마음으로 하느님을 사랑한 분이라 생각합니다.
전 세계 가톨릭 교회가 다 함께 칭송하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을 기쁘게 맞이하며, 우리들의 삶의 자리에서도 이것저것 재거나 핑계 대지 말고,
조금 더 뜨겁게 하느님을 사랑하고 조금 더 단순하게 그분의 가르침을 살아갈 것을 다짐해 봅시다.
[월간 빛, 2024년 8월호, 소형섭 아우구스티노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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