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재미주의입니다. 과거 일본이 장악하고 있던 분야를 한국이 하나씩 하나씩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디스플레이 패널은 일본 기업들조차 한국 제품을 공급받고 있죠. 그리고 일본에 유행 중인 한국 문화와 각종 한국 제품들, 심지어 일본에서 정말 오래된 문화, 호스트바와 갸루 메이크업도 한국풍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은 성공을 거두었는데요.
하지만 일본인들이 한국이 이 분야에서만큼은 절대 일본에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던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자동차인데요. 일본은 도요타, 닛산, 혼다, 스즈키, 스바루, 마쓰다, 미쓰비시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동차 브랜드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특히 도요타는 2022년 상반기에 513만 대를 판매하며 세계 1위의 자리를 차지했었습니다. 현대차 그룹은 329만 대를 판매하며 세계 3위를 했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일본인들은 자국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히 높고, 다른 나라의 자동차를 구매할 이유가 딱히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자국 자동차가 품질도 좋고 자국 브랜드이다 보니, 당연히 AS까지 좋아서 그렇게 생각할 만도 했습니다. 저렇게 강력한 벽이 세워져 있다 보니 현대와 기아차가 일본 시장에 진출할 때마다 번번이 고배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일본에서는 은근히 한국 브랜드가 자국의 브랜드보다 한 수 아래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그동안 일본은 '한국 자동차의 불모지'라고 불려 왔죠.
그런데 최근, 일본 시장 공략에 성공한 한국 자동차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 한국 자동차에는 주목할 점이 하나 있는데, 자가용이 아니라 버스라는 점입니다. 그 주인공은 '현대 유니버스'입니다.
일본은 버스 관련 규정에 대해 매우 엄격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타국 버스가 일본 시장에서 성공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고 합니다. 이렇게 깐깐한 일본 버스 업계에서 현대 유니버스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돌풍을 일으킨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처음에는 선풍기 바람 정도였죠. 일본에 진출한 첫해인 2008년 판매량은 단 3대. 그런데 2016년에는 무려 163대가 판매되며 선풍기 바람이 돌풍으로 변하게 된 것입니다.
겨우 163대, 적은 숫자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일본은 대형 버스의 '내구연한'이 최대 40년이나 되기 때문에 신형 버스의 판매량이 매우 적습니다. 그런데도 현대 유니버스가 일본 시장에서 이만큼이나 판매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고 하는데요.
2018년을 기준으로 일본에서 운행되고 있는 현대 유니버스는 700대 이상으로 일본 수입 버스 판매량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습니다. 심지어 일본 시장에서 현대차가 철수할 때 유니버스는 일본에 남아 자리를 견고하게 유지했다고 합니다. 그럼 '한국 자동차의 무덤' 일본에서 현대 유니버스가 성공한 비결, 도대체 무엇일까요?
우선 현대 유니버스가 안전한 버스였기 때문입니다. 유니버스에는 전방 차량과 충돌 위험이 있는 경우, 사전 경고 및 자동 긴급 제동이 가능한 안전장치인 '전방 충돌 방지 보조'가 있고, 전 좌석이 '3점식 안전벨트'로 되어 있어 급제동 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전방 추돌 방지 보조의 효과를 최대한으로 발휘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차선 이탈 경고'는 차량 전방 카메라가 차선을 감지해 차선 이탈이나 변경 시 운전자에게 경고해 줍니다. '차체 자세 제어장치'는 각종 센서를 통해 미끄러운 노면에서 엔진과 브레이크를 제어해 차량의 안전한 조작을 돕습니다. '엔진 화재 경보장치'는 엔진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졌을 경우, 센서가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장치입니다.
이렇게 유니버스의 빵빵한 안전장치들이 일본의 까다로운 기준을 만족시키고도 남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유니버스는 안전하기만 한 것도 아니었는데요.
레이싱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봤을 만한 '이니셜 D'라는 만화에서 레이싱 장소 배경이 되고 있는 '이로하자카 고갯길'을 아시나요? 여기서 대형버스들의 700km 주행 테스트가 진행되었는데요. 현대 유니버스가 일본 메이커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일본이 2009년 시행한 배기가스 규제를 수입 대형버스 최초로 통과하며 일본에서 호감도를 더 올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의 수입 버스 업체들이 일본에 진출했다가 고배를 마시고 일본 시장에서 물러날 때 현대 유니버스는 꿋꿋하게 점유율을 늘려간 비결이 있다고 하는데요. 그것은 바로 신속한 사후관리.
아까도 말했듯이 일본 버스에 내구연한은 최대 40년입니다. 보통 7년에서 10년의 주기를 가진 다른 나라 대형버스들에 비해 4배나 더 긴 기한인데요. 오래 사용해야 하는 만큼 일본 버스 업계가 버스를 고를 때 필수로 보는 것이 꾸준한 사후관리였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자국 기업의 버스를 선호해 왔던 것인데요. 아무래도 수입 버스는 사후관리가 힘들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을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이 고정관념을 현대 유니버스가 깨버렸다고 합니다. 현대는 일본의 끝과 끝,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일본 전역 어디라도 신속하게 부품이 공급되고 수리가 가능하도록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해 두었다고 합니다.
안 그래도 안전이나 주행 성능이 마음에 드는 버스인데, 사후관리까지 완벽하고 일본의 메이커들보다 1억이나 저렴하다 보니 일본 버스 업계들이 푹 빠지게 된 것입니다. 일본 메이커들에 비해 훨씬 더 저렴한 현대 유니버스이지만, 성능은 일본 메이커들과 비등하다고 평가받으니, 그 점유율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일본 시장에서 한국의 유니버스가 활약하는 모습이 더욱 자랑스러운 이유가 있는데요. 현대 유니버스는 현대 자동차가 순수 독자 기술로 개발한 버스이기 때문입니다. 현대 자동차가 대형 버스 독자 개발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찌 보면 일본 덕분이었습니다.
2000년 초까지 상업용 디젤 엔진은 일본의 미쓰비시로부터 기술을 가져와서 사용했던 현대 자동차. 당연히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대 자동차는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임러 크라이슬러와 합작을 준비했지만, 다임러 측에서 일본의 버스 트럭 메이커인 미쓰비시 후소를 완전 인수하며 현대와의 합작이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위기에 정몽구 회장은 그냥 방향을 확 틀어버렸다고 합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끼리 해 보자며 독자 개발을 선언한 것이죠. 어찌 보면 일본 기업을 인수하며 변덕을 부린 다임러 덕분에 한국의 대형 버스 독자 개발이 빨라졌습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유니버스가 일본에서도 맹활약할 수 있었는데요.
그런데 현대 유니버스는 일본에서만 대박 난 게 아니었습니다. 자국인 한국에서도 대형 버스 분야 53.2%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에서는 현대 유니버스가 너무나 인기가 많은 나머지, 무늬만 유니버스인 '유늬버스'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현대 에어로 버스나 기아의 버스를 유니버스로 개조하고 있는 것이죠. 개조 차량인 걸 알지만, 일단 유니버스 st이다 보니 이것마저도 굉장히 잘 팔린다고 합니다.
'한국 자동차의 무덤'이라고 불렸던 일본에서 현대 유니버스가 뚫어 둔 작은 물꼬가 언젠가는 큰 물길이 되어 현대, 기아 승용차도 일본에서 흔한 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재미주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