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9월 멜버른의
한 공원에서 유학생 장모(33)씨가 10대 백인 10여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 장씨는 한쪽 팔이 부러지고 흉기로 새끼손가락이
잘리는 중상을 입었다. 장씨 뿐만이 아니었다. 호주에서는 장씨를 비롯해 한국인들을 상대로 한 폭행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2. 사업가 정모(41)씨는 지난 8월22일 필리핀에서 연락이 두절된 채 사라졌다. 그는 필리핀 마닐라 인근 주택가 구덩이에서 암매장된 채 발견됐다.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한국인들에 의해 폭행후 살해당한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처럼 해외 출국활동이 왕성한 국민이 드물다. 해외여행객의 수뿐만 아니라 한국인처럼 전 세계 구석구석에 살고 있는 국민도 흔치 않다.
재외동포와 해외여행객이 크게 늘면서 한국인을 표적으로 삼은 범죄도 올한해 끊임없이 발생했다. 해외로 나가는 국민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안전은 여전히 낙제점이다.
타국에서 활동하는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각종범죄에 신음하며 하루하루 힘겹게 지내고 있는 것이다. 계사년(癸巳年) 새해에는 우리 국민들이 타국에서 범죄로 피해를 당하거나 희생당하지 않기 위해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실제로 해외에서 한국인을 표적으로 삼은 범죄가 눈에 띄고 증가하고 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해외 범죄 및 사건·사고 피해 건수는 지난 2009년 3517건, 2010년 3716건, 지난해 4458건으로 증가추세다.
지난해 국가별로는 중국이 73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국(50건)과 일본·캐나다(각각 40건) 등의 순이었다.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살인, 강도, 성폭행, 납치(감금), 폭행·상해 등 5대 강력범죄 발생건수는 매년 600건 안팎으로 발생하고 있다. 2009년 690건, 2010년 639건, 지난해 584건을 기록했다.
한국인이 해외에서 각종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이유는 재외동포와 해외여행객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재외동포는 지난 2009년 682만2000명에서 지난해 726만8000명으로 6.5% 증가했다. 해외여행객은 지난
2009년 949만4000명에서 2010년 1248만8000명, 지난해 1269만3000명으로 34% 폭증했다. 지난해의 경우
우리 국민 4명 중 1명이 해외로 나간 셈이다.
헌법에는 국가가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법과 제도가 미비해 우리 국민이 해외범죄 등 위난상황에 쉽게 노출돼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부족한 인력과 조직도 해외로 나간 한국인들이 범죄의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전 세계 170여개 공관에서 사건사고 담당영사의 수는 약 170여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영사업무의 조직 확대와 예산 확충을 하지 않으면 실효성 있는 재외국민보호를 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한국인들이 해외에서 범죄패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책과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를 당한 뒤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상찬
전 의원은 "재외국민에 대한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를 위한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며 "재외국민의 범법 행위는 우리나라
대외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재외국민의 범법행위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이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지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윤
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해외사건·사고 해결 방법으로 선진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당사자가 자구노력을 먼저해야 한다"며
"이것이 부족할 경우에는 국가가 개입하는 '자력구제소진원칙'과 당사자가 소요비용을 부담하는 '수익자부담원칙'이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정부가 전쟁 등 위난상황으로 입국 금지한 지역조차 선교 목적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었다"며 "정부의 책임 못지않게 국민 스스로가 자신의 안전을 책임지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외에서 범죄 피해를 당했다면 우선 현지 영사관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다. 한국 교포가 드문 작은 도시일지라도 현지 영사관은
그곳의 교민을 연결시켜 통역 서비스와 현지 사법당국에 사건을 접수하도록 도와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급한
상황에는 한국 경찰에 112 신고를 하는 방법이 있다. 국제접속번호를 누르고 우리나라 국가번호(82)와 112를 차례로 누르면
한국 경찰에 해외 로밍으로 신고가 접수된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외교부에 이를 알린다. 이어 현지 영사관이 현지 사법당국에
연락하면 사건을 인지해 수사에 나서는 방식이다. 실제 지난해 초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감금됐던 20대 한국인 여성 2명이
‘112 신고→외교부→한국총영사관→중국 공안’으로 이어지는 수사 공조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극적으로 구출된 사례가 있었다. 다만
아직 홍보가 잘 안 돼 지난해 해외 로밍 112 신고 건수는 30건에 불과했다.
해외에서 범죄 피해 당하면
영사관에 바로 연락 현지 경찰에 사건 접수 급할 땐 한국 112 신고
해외여행 중 소매치기나 강도를 당해
소지한 현금이나 카드가 전혀 없을 경우엔 외교통상부의 ‘신속해외송금지원제도’가 급한 대로 자금난을 해소해줄 수 있다. 외교부는
해외에서 소지품 도난 및 분실 등으로 긴급 경비가 필요한 때 재외공관을 통해 미화 3000달러(약 320만원)까지 빌려준다.
외교통상부 해외안전여행사이트(www.0404.go.kr)에는 이런 내용을 포함해 납치·감금·절도 등 다양한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을 소개하고 있다. 해외 어디에서든 급한 일이 생겼을 경우 24시간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영사콜센터(해외 국가별
접속번호+822-3210-0404)’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