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084) - 우리는 할 수 있다
어느새 1월의 마지막, 새해 한 달 지나며 받은 여러 메시지 중 두 개가 겹친다. 그 내용, ‘오늘도 00님 덕분에 살아가고 있음을 고백하는 멋진 1월의 마지막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태극전사들이 카타르에서 보내온 승전보 덕분에 흥겨운 마음으로 1월을 마무리할 수 있어 감사하다. 역경을 이겨낸 태극전사, 파이팅! 아시안컵 선수단 베스트 11 오늘(1월 31일) 새벽 1시,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16강전 대한민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를 숨죽여 지켜보았다. E조 예선부터 매 경기 힘들게 싸워 1승 2무의 전적으로 가까스로 조 2위, F조 1위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대로 후반 초 선제골을 헌납하며 경기 내내 박빙의 혈전을 벌이다가 경기 종료 1분 전에 조규성이 극적인 헤딩 동점 골을 터트려 연장전에 들어갔다. 연장전에서도 몇 차례 찬스를 잡았으나 끝내 득점 없이 비겨 승부차기 돌입, 태극전사들의 정확한 슈팅이 계속 골 망을 흔든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의 3,4번 키커가 연달아 우리 골키퍼 조현우의 민첩한 선방에 막혀 16강전 패배의 악몽을 떨치고 천신만고 끝에 8강 진출의 쾌거를 이루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승리의 영예를 안은 선수단 만세! 남은 경기에서 더 좋은 성과 얻으라. 사우디아라비아의 슛을 막아내는 조현우 골키퍼 대한국민은 2002 한일월드컵의 기적 같은 4강 진출을 열광 속에 지켜보며 감동과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었다. 당시로서는 16강에 오르기만 해도 대성공이라 여겼는데 포르트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세계적인 강호들을 물리치고 4강에 오른 것은 천재일우의 축복. 우리는 그 후 여러 분야에서 세계의 정상에 오르며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국민적 자긍심과 자신감을 키워왔다. 2002 한일 월드컵 기간에 나는 동료교수들과 유럽여행을 계획 중이었으나 이탈리아와의 8강전에서 승리하는 것을 계기로 해외여행을 취소하고 월드컵 한 달을 끝까지 지켜보며 이를 아들에게 쓰는 편지글로 기록하여 ‘아들아, 대한의 골키퍼가 되라’는 책으로 출판하였다. 그 책의 서문에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제목으로 쓴 내용을 살펴보며 국민 모두 대한의 골키퍼가 되어 우리 앞에 놓인 시련과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기를 염원한다. * 우리는 할 수 있다 2002 월드컵이 열리던 기간에 산업체에 근무하던 작은 아들이 군부대 입소훈련을 받게 되어 훈련을 잘 받고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편지글을 적었다. 입소하기 전 제 엄마에게 무사히 잘 다녀오겠다는 ‘이등병의 편지’를 이메일로 보냈는데 훈련 중 월드컵 경기를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이 아쉽다는 구절이 생각나서 편지글에 월드컵 소식도 곁들였다. 매일 아침 30여 분간 기도하고 편지 쓰려던 것이 월드컵의 열기에 빠져들어 두 세 시간으로 늘어나면서 어떤 날은 오전 내내 월드컵 기사를 스크랩하고 공감이 가는 부분을 글로 옮겨 적는 일이 주요 일과가 되었다. 처음에는 얇은 노트 한 권쯤이면 편지글을 다 적을 수 있겠다고 여겼는데 일주일이 못되어 가득차서 두꺼운 노트로 옮겼더니 16강에 오를 때는 두 번째, 4강에 오를 때는 세 번째 노트가 메워지고 월드컵경기가 끝날 때는 네 번째 노트까지 뜻밖의 월드컵 관전기로 짝 차게 되었다.
기쁨은 서로 나누면 커진다는 말이 있거니와 그 글을 아들에게만 주기가 아까워서 전체를 셋으로 나누어 제1권은 '16강을 향하여'(2002. 5.27~2002.6.14), 제2권은 '아시아의 자존심, 4강에 오르다(2002, 6.15~2002, 6,23), 제 3권은 ‘꿈은 이루어진다'(2002, 6.24~2002, 7.1)는 제목을 붙어 주변의 여러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사는 게 별게 아니야 즐겁게 사는 것이지'라고 쓴 어느 잡지의 글귀가 마음에 닿았는데 누구나 추구하는 행복한 삶, 그 소중한 꿈을 우리 모두가 이루고 누렸던 2002 월드컵의 감동과 기쁨을 며 올리며 나도 모르게 힘이 솟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나라나 개인이나 역사와 삶에 기복이 있고 내리막이 있는가 하면 오르막도 다가온다. 88올림픽을 통하여 세계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대한민국은 2002월드컵을 통하여 새로운 도약의 호기를 맞이하였으나 이를 제대로 승화시키지 못한 아쉬움이 있는 터에 한류의 새로운 바람이 세계로 뻗어가는 제 3의 기회가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어려울 때 힘이 되어주는 든든한 후원자, 누구 못지않은 개성과 자존심, 숱한 좌절과 질곡을 굳게 닫고 일어선 민족의 저력, 우리 안에 내재된 친절‧ 질서‧청결의 시민 의식 등을 일깨웠던 2002 월드컵의 환희와 감동을 되살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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