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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하도록 허락해주신 <미주 현대불교>에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한국의 불교음악과 그 감상
일곱째 마당, 그밖의 전통 불교음악
어느덧 불교음악 연재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이번 일곱째
마당에서는, 전해오는 불교음악 가운데 그간 다루지 못한 것들을 이것저것 다루어볼 차례다. 영산재의 기악음악을 살펴보고, 세종시대 때 창작된 불교음악도 정리해보며 보렴, 산염불, 자진염불 등의 잡가류 불교음악을 가사를 중심으로 음미하고자 한다. 또한
예불의식의 음악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영산재의 기악음악
우선 영산재에 대해 살펴보자. 영산재는 불교의식 중에서 가장 대규모의 재다. 영산재는 49재의 한 형태로, 영혼이 불교를 믿고 의지함으로써 극락왕생하게 하는 의식이다. 불교 천도의례 중 대표적 제사로 일명 ‘영산작법’이라고도 한다. 기원은 분명치 않으나, 이능화가 쓴 『조선불교통사』에 따르면 조선 전기에 이미 행해지고 있었다.
영산재는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 모두 세존의 참진리를 깨달아 번뇌와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하고, 공연이 아닌 대중이 참여하는 장엄한 불교의식으로서 가치가 있다. ‘영산’이란 ‘영산회상’의 준말로, 지난 호 기악음악 ‘영산회상’에서 설명했듯이, 영산회상이란 영취산에서 세존이 법화경을 설법한 모임을 뜻한다. 따라서 영산재는 영산회상을 상징화한 의식인 셈이다. 예전에 “1일 권공, 3일 영산(상주권공재는 하루가 걸리고 영산재는 사흘이 걸린다는 의미)”이라고 할 만큼 영산재는 3일 정도 걸리는 큰 규모였으나, 현재는 오전에 시작해 오후 늦게 끝마칠 정도로 규모가 축소되었다.
영산재는 제단이 만들어지는 곳을 상징화하기 위해 야외에 영산회상도를 내다 거는 것으로 시작한다. 신앙의 대상을 절 밖에서 모셔오는 행렬의식을 하는데, 이때 부처의 공덕을 찬양하기 위해 해금, 북, 장구, 거문고 등의 각종 악기가 연주되고, 바라춤·나비춤·법고춤 등을 춘다. 신앙의 대상을 옮긴 후에는 여러 가지 예를 갖추어 소망을 기원하며 영혼에게 제사를 지낸다. 마지막으로 신앙의 대상을 돌려보내는 봉송의례를 하는데, 제단이 세워진 곳에서 모든 대중이 열을 지어 돌면서 독경 등을 행한다.
영산재는 의식의 절차가 각종 전통문화의 요소를 내포한 음악적이고 무용적인 요소와 더불어 연극적 요소까지 담고 있다. 음악적이고 무용적인 요소란, 의식 진행중에 불려지는 범패와 화청 등이 음악적 효과를 내고, 이런 노래와 기악음악에 맞춰 바라춤, 나비춤, 법고춤이 진행됨을 말한다. 앞의 연재물을 통해, 범패와 화청이 이미 다루어졌으며 바라춤을 비롯한 불교무용은 이 연재의 마지막에 다루고자 한다. 그리하여 이번 연재에서는 영산재의 기악음악을 다룬다. 영산재 때 연행되는 기악음악은 삼현육각(三絃六角: 피리2, 대금, 해금, 북, 장구), 태평소, 호적, 나발, 소라, 자바라, 징, 용고 등의 악기를 통해 연주된다. 이하에서는 영산재 의식이 거행되는 순서인 시련(侍輦), 대령(對靈), 관욕(灌浴), 신중작법(神衆作法), 상주권공(常住勸供), 관음시식(觀音施食), 식당작법(食堂作法)의 순서에 따른 기악음악을 살펴보겠다.
① 시련 때 연주되는 기악음악
시련은, 영산재 도량으로 불보살과 각종 옹호신중, 망자의 혼령을 실은 영가를 봉청해서 모시는 의식이다. 대중이 작은 가마 모양의 나무대성인로왕보살(南舞大聖引路王菩薩) 연(輦: 가마)을 모시고 나가 바라치며 요잡(繞匝: 부처를 중심으로 하고 그 주위를 돌아다니는 일)할 때 악대는 취타(吹打)를 연주한다.
www.naver.com의 검색창에다 ‘취타’를 넣고 클릭한다. 맨 위 국악정보 밑의 사진 아래 동영상 바로보기를 클릭하여 국립국악원의 연주로 감상할 수 있다. 각 악기 연주자들이 클로즈업 되면서 악기 주법도 볼 수 있고, 절제있고 엄숙하게 연주하는 악사들의 긴장된 모습도 읽혀질 것이다. 풍류마을(www.kmusic.org)의 국악감상 코너에 있는 검색창을 이용해서도 다양한 취타음악을 들을 수 있다. 필자의 감상 소감을 간단히 소개하면, 거문고나 가야금이 관악기와 함께 연주되는 좀더 고요한 취타의 경우, 음량을 좀 크게 해놓고 고요한 마음으로 들으면 아주 서정적이면서도 장쾌하고,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느낌을 맛볼 수 있는 대단한 명곡이라는 생각이다. 비교되는 서양곡으로는 행진곡풍의 서양 클래식 음악을 연상하면 될 것이다. 독자 여러분은 소개된 동영상과 달리, 실제 영산재에서 현악기나 편종, 편경 등의 악기가 동원될 수 없으므로 주로 관악기와 타악기로 연주될 경우의 취타를 상상해봄이 좋을 것이다.
헌좌진언 뒤에 원으로 돌며 다게를 부르고 나비춤을 추며 작법(作法: 불교의식무용)인도할 때 취타와 취타염불을 연주한다. 취타염불은 동영상을 통해서는 아니지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www.google.com의 검색창에 ‘취타염불’을 치면 맨 첫 번째 항목에 ‘취타염불, 취타굿거리, 능게굿거리, 자진굿거리, 메나리가락, 휘모리’가 나올 텐데, 클릭해서 좀 기다리면 저절로 음악이 나온다. 그 첫 번째 곡이 취타염불이다. 태평소가 주로 담당하는 가락이 필자에게는 절절한 염불을 연상케 한다. 피리의 대가인 정재국 선생님의 빼어난 연주로 감상할 수 있다.
다게를 부른 뒤에 연 앞에서 나비춤과 바라춤을 출 때, 취타염불과 길타령을 연주한다. 길타령은 위의 ‘취타’ 감상법과 똑같이 네이버를 이용해 동영상으로 최고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동영상으로 보면 알겠지만, 현장감 있게 관악기 위주라 실제 영산재에서의 길타령 분위기를 거의 그대로 느낄 수 있다.
② 관욕
죽은 영혼이 천도되기 전에 더렵혀진 몸을 목욕 정화한다는 의미를 상징화한 의식이다. 목욕게를 부르고 태징을 치고 바라춤을 출 때, 취타염불과 길타령을 연주한다. 관욕하고 위패를 들고 원으로 돌면서 법성게를 외울 때, 취타를 연주한다.
③ 신중작법
도량을 정화하기 위해 사천왕 등 신중을 청해 도량청정을 발원하는 의식이다. 옹호게를 부른 뒤에 요잡을 할 때 취타를 연주한다. 다게를 부르고 바라춤을 추며 요잡을 할 때, 취타염불과 취타를 연주한다.
④ 상주권공
도량을 청정하게 하고 불보살에게 발원하는 절차다. 바라모소리를 내고 명바라춤을 출 때, 길타악을 연주한다. 정례소리를 끝내고 바라춤을 출 때, 길타령을 친다. 복청게를 하고 천수바라를 칠 때, 길타령을 친다. 사방찬을 하고나서 대중이 도량게를 하며 돌 때와 요잡할 때는 취타를 연주한다. 향화청을 부르고 산화락을 3차례 합창하고 바라춤을 출 때, 염불을 연주한다.
염불감상은 풍류마을 국악감상 코너의 검색창에 ‘염불’을 넣고 검색되는 관련음악 중에 ‘21민간풍류-염불’을 클릭하면 된다. 헌좌진언 뒤에 다게를 부르면서 원으로 돌며 나비춤 출 때 취타를 치고 취타염불을 연주한다. 사다라니(네 가지 진언을 말하는데 변식진언, 시감로수진언, 일자수륜관진언, 유해진언을 가리킴) 범패를 하고 사다라니 바라춤과 요신할 때 길타령을 연주한다.
⑤ 관음시식
영혼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의식절차다. 많은 의식절차 후에 위패를 모시고 요대(燎臺: 위패를 태우는 곳)로 내려가며 돌 때, 취고수가 취타를 분다.
⑥ 궤불이운
영산재를 봉행하기 위해 궤불을 설치하는 절차다. 옹호게를 하며 바라춤을 출 때, 취타염불을 연주한다. 궤불을 모시고 법당을 3회 우요좌잡(오른쪽으로 돌았다 왼쪽으로 돎)할 때, 단상에 모신 괴불 앞에서 바라춤과 나비춤 요잡을 할 때, 취타와 길타령을 연주한다. 보공양진언 3설 후에 건회류를 읽고 명발춤을 출 때, 길타령을 연주한다. 대직찬(삼보에 대한 예찬의식 중 하나) 후에 대중이 나비춤을 출 때 취타염불을 연주하고, 대중이 우요좌잡으로 돌아갈 때 취타를 연주한다. 산화락(散花落: 꽃을 뿌려 부처님께 공양하는 의식) 3차 후에 내림게를 하고, 바라춤을 출 때 길타령을 연주한다. 복청게 후에 바라춤을 추고, 요신할 때 길타령을 연주한다. 향화게작법으로 나비춤을 출 때, 염불을 연주한다. 구언겁중작법 후와 욕건만다라 소리 후에 사다라니 바라춤을 추고, 사다라니 바라를 칠 때 길타령을 연주한다.
⑦ 식당작법
영산재에 동참한 대중과 모든 영혼에게 부처님의 법식을 베푸는 절차다. 오관게 하고 대중이 묵좌 후, 바라춤과 법고춤을 출 때 길타령을 연주한다. 자귀불 소리 후에 타주가 바라춤을 출 때 취타염불을 연주한다.
영산재와 같은 대규모 의식에서는 사찰 외부에서 전문적인 음악인들을 초청해 연주하기도 하는데, 이런 음악인에는 두 종류가 있다. 첫째는 삼현육각을 연주하는 전문 악사들이다. 이들은 민간에서 세악수(細樂手)라 하고 불가에서는 겸내취(兼內吹) 혹은 조라치(詔羅赤)라고 한다. 여기서 조라치는 몽골풍의 이름이니 악기 중 바라, 호적, 나발, 나각 등과 더불어 고려말 원나라에서 수입된 불교인 라마교의 영향을 보여준다. 불교의식에서 삼현육각은 주로 불교의식무용인 작법을 반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염불〉, 〈타령〉, 〈군악〉 등의 음악을 연주하여 반주한다.
큰 규모의 재에서는 삼현육각을 연주하는 세악수 외에 취고수(吹鼓手)라 불리는 음악인들에 의해 대취타(大吹打)도 연주한다. 대취타는 주로 왕실이나 군대 등의 행차에서 연주하던 행진음악이다. 나발, 나각, 징, 자바라, 태평소 등의 악기로 편성된다. 편성악기 중 태평소를 제외한 모든 악기가 선율이 없는 타악기나 관악기에 속한다. 한 장단이 12/4박자 20장단이고, 7장으로 구분되며 반복형식을 취한다. 조선시대 왕실 행차를 그린 그림을 살펴보면, 왕의 연을 중심으로 앞에는 삼현육각을 연주하는 세악수가 있고 뒤에는 취고수가 따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영산재의 시련 절차에서 삼현육각을 연주하는 세악수와 더불어 대취타를 연주하는 취고수가 따르는 것은, 이런 조선 시대 궁중의 전통에서 비롯된 것으로 불교의식에 미친 궁중문화의 영향을 볼 수 있다(물론 이 궁중문화 자체가 그 이전 불교의식에 영향받았을 개연성이 높다). 대취타에 편성되는 대부분의 악기는 외부에서 초청된 악사가 연주하지만 태평소는 대체로 스님들이 연주한다. 불교의식에서 연주되는 태평소 가락은 대부분 민간에서 전승되는 것으로, 불교음악에 미친 민간음악의 영향을 알 수 있다(이 민간음악 역시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불교음악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대취타는 네이버 검색창에 ‘대취타’를 넣어 국악정보상의 동영상보기를 클릭하면, 국립국악원 연주자들의 빼어난 연주로 감상할 수 있다. 동영상에 나오는 규모보다 더 큰 규모의 연주에서는 위엄 있는 나발과 애원조의 태평소 소리에 맞추어 수십 명이 일시에 용고를 치는 광경이 듣기도 좋지만 장엄하기 그지없다. 예의 동영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노랑색 천릭, 남색 전대, 깃털 꽂은 관, 양손을 가린 한삼 등 독특한 의상을 갖춘 악사들이 징, 자바라 등의 타악기와 나각, 나발, 태평소 등의 관악기를 연주하고, 별감차림의 집사가 ‘명금일하대취타(鳴金一下大吹打) 하랍신다’ 하며 너무 높지도 않고 그렇다고 처지지도 않는 위엄있는 외침과 더불어 음악이 시작된다. 서양의 행진음악만 염두에 둔 독자들로선 이렇듯 느린 음악이 어떻게 행진음악이 될 수 있을지 의아스럽게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특히 직접 공연 현장에서 들어보면 말이 필요없이 그 위엄과 위풍당당함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다. 동영상 감상 뿐 아니라, 풍류마을 국악감상의 검색창을 이용해서 4가지 다양한 대취타 연주를 비교해가며 감상할 수 있다. 1844년 한양의 풍경을 읊은 <한양가>는 행진하며 연주되는 대취타를 잘 묘사하고 있다.
숭례문 밖 나오시니, 계라차지(啓螺差知) 선전관이
자주 걸어 예까지 와서
취타를 청한 후에, 겸내취 패두(牌頭) 불러
취타령을 내리오니, 겸내취 거동 보소.
초립 위에 작우 꽂고, 누런 천익 남전대에
명금삼성한 연후에, 고동이 세 번 울며,
군악이 일어나니, 엄위한 나발이며,
애원한 호적이라.
정기(旌旗)는 표표하고, 금고(金鼓)는 당당하다.
한가운데 취고수는, 흰 한삼 두 북채를
일시에 수십 명이, 행고(行鼓)를 같이 치니
듣기도 좋거니와, 보기에도 엄위하다.
2. 세종대왕이 작곡한 불교음악
김수온의 『사리영웅기』에 따르면, 세종대왕이 궐밖의 인왕산 자락에 불당을 짓고 부처님을 봉안하는 의식을 성대히 치렀다 한다. 세종대왕은 이 의식에 필요한 새로운 음악도 친히 만들었는데, 총 일곱 곡으로 앙호자지곡(仰鴻慈之曲), 발대원지곡(發大願之曲), 융선도지곡(隆善道之曲), 묘인연지곡(妙因緣之曲), 보법운지곡(布法雲之曲), 연감로지곡(演甘露之曲), 의정혜지곡(依定慧之曲)이 그것이다. 이런 곡이 어떤 선율과 장단으로 이루어졌는지 알 길이 없지만, 곡에 따른 가사는 9장이 전한다. 가사를 통해보면 봉불(奉佛)의식에 필요한 불가 가사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문에서 현대어로 번역된 가사를 보면 다음과 같다.
① 귀삼보(歸三寶: 삼보님께 귀의함): 시방세계에 항상 계시는 삼보님/수승한 그 공덕 끝없어라./크나큰 평온과 대자대비로/중생을 이익되게 하시네./내 이제 마음 바쳐 귀의하오니/전도된 업장 소멸하게 하소서.
② 찬법신(贊法身: 법신을 찬탄함): 진여의 오묘한 법계는/항상 변함없고 고요하여/동요없는 그 자리 원만히 밝히네./진실한 공덕 갖추신/더 없고 위없는 존귀하신 이여/맑고 순결하여 물들 것 없어라.
③ 찬보신(贊報身: 보신을 찬탄함): 법락의 기쁨 항상 하시고/장엄하고 원만한 그 모습./겹겹이 펼쳐진 순수 정토는/모든 보살이 가야 할 길./평등한 법륜 굴리시니/의심의 그물 결단코 끊으리.
④ 찬화신(贊化身: 화신을 찬탄함): 깨달음은 본래 장애 없으니/항하사처럼 수많은 불국토와/ 진여따라 일어난 성품은/ 천백억 갈래로 나투신 몸이라네./근기따라 법을 설하시니/본래 모습이 방편따라 나투시네.
⑤ 찬약사(贊藥師: 약사여래를 찬탄함): 10긍가사의 불국토 지나/정유리국(淨琉璃國) 세계가 있으니/그 부처님은 약사유리광불./온갖 질병 없애는 약 주시어/모든 유정 이롭고 즐겁게 하시며/보리로 구경열반에 이르게 하시네.
⑥ 찬미타(贊彌陀: 아미타불을 찬탄함): 서방세계에 계신 큰 스승이시여./괴로움 없애고 안락함을 주시니/그 나라를 극락[安養(안양)]이라 하네./온갖 보배로 장엄하여/모든 중생 제도하길 서원하시고/구품 중생 모두 껴안으시네.
⑦ 찬삼승(贊三乘: 삼승을 찬탄함): 넓고 큰 덕행 부지런히 닦아/사생의 중생을 널리 구제하시고/무명의 뿌리 자세히 살펴/홀로 벗어나 적멸의 즐거움 누리시네./부처님 수기 받아 몸을 나투시니/공양 받으실 이요, 인천(人天)의 복이시라.
⑧ 찬팔부(贊八部: 팔부 성중을 찬탄합니다): 방편의 법으로 큰 서원 일으키시는/위신력과 그 공덕 헤아릴 수 없어라./부처님 계실 적에/나쁜 일 안 하고 좋은 일 많이 하라./수호하신 정법의 법륜/상법(像法) 지나 말법(末法) 시대까지 굴리시네.
⑨ 희명자(希冥資: 영가의 명복을 빕니다): 영가시여. 가시는 길 멀고멀어 좇을 길 없네./아! 끝없이 펼쳐지는 그 마음/삼보님의 대자대비하신 힘으로/해탈을 얻으시리니/자비의 마음 드리오니/속히 위없는 깨달음 이루소서. (박범훈 『한국불교음악사』)
3. 민요 및 잡가(雜歌)류 불교음악
① 탑돌이: 곡의 가락은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는 경서도조 민요가락이며, 장단은 느린중모리에서 차츰 빨라지다가 자진모리로 넘어간다. 불교적인 내용을 민요가락에 얹어 민가에 널리 퍼지도록 포교를 목적으로 한 곡으로 짐작된다.
후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도세 도세 백팔 번을 도세
사월이라 초파일은 관등가절이 아니냐./봉축하세 석가세존 명을 빌고 복을 비오./
대자대비 넓으신덕 만세봉축 하오리다./일천사해 개귀묘법 사은보시 인과응보/
선남선녀 진수공덕 삼계육도 성실해득/충효하여 입신하고 염불하여 극락가세./
오호사해 높은손님 불교도량 임의활보/명산대찰 불공하여 후세발원 하여보세./
이내몸이 나기전에 그무엇이 내몸인가./팔풍오욕 일체경계 부동하는 태산같네./
백천만겁 차타하여 다시인신 망연하다./망상번뇌 본공하고 아미타불 진실일세./
일체계행 지켜가면 천상인간 복수로세./인간백년 산다한들 풍진속에 늙는구나.
지옥천당 본공하고 생사윤회 본래없다./불생불멸 저국토에 상락아정 무위도라......
풍류마을(www.kmusic.org)에서 국악감상을 클릭하고, 검색창을 곡명으로 맞추어 ‘탑돌이’를 넣고 클릭하면 관현반주에 실린 민요가수 김영임의 탑돌이를 감상할 수 있다. 가사가 좀 다르지만 곡의 선율과 분위기를 감상할 수 있다.
② 보렴: 남도잡가다. 원래 사당패 소리로, 사당패들이 놀 때 먼저 부르는 곡이다. 남도잡가 가운데 한 곡이다. 잡가(雜歌)는 가곡ㆍ가사로 대표되는 정가(正歌)에 대비되는 용어로, 정가(正歌)가 아닌 모든 곡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소리를 업으로 하는 전문적인 소리꾼에 의해 불려진다는 점과 민요에 비해 긴 사설의 통절형식이 많다는 점에서 민요와 구분된다.
보렴은 원래 사당패 소리로, 사당패들이 놀 때 반드시 ‘보렴’을 먼저 하였다고 한다. 중모리장단에 얹어 왕가(王家)의 번영을 축원(祝願)한 다음, 늦은 굿거리와 자진굿거리장단으로 변화하면서 불가어(佛家語) 가사를 부른다. 전라도 소리 가운데 가장 힘차고 시원한 가락에 속한다. 노랫말은 아래와 같다.
상래소수공덕해(上來所修功德海)요./회향삼처실원만(回向三處悉圓滿)을
봉위주상전하수만세(奉位主上殿下壽萬歲)요./왕비전하수제년(王妃殿下壽齊年)을
세자전하수천요(世子殿下壽千秋),/선왕선후원왕생(先王先后願往生)
제궁종실각안녕(諸宮宗室各安寧)/문무백료진충량(文武白僚盡忠良)......
불가는 대부분 메나리조로 되어 있는데, 이 노래만은 남도가락이어서 이채롭다. 사찰이나 불가에서 음악에 조예가 깊은 이가 축원문을 남도소리로 짠 것으로 보인다. 보렴의 장단은 처음에 중모리로 시작하다가, 느린굿거리와 자진굿거리로 변한다. 음계는 계면조(界面調)지만, 경쾌하고 환희심이 나는 느낌을 준다. 풍류마을 사이트의 국악감상 검색창에 보렴을 넣으면, 판소리 명창 김소희 선생을 비롯한 다른 두 분의 보렴을 비교해 가며 감상할 수 있다.
③ 산염불(긴염불)과 자진염불: 황해도 민요. 불가의 소리가 민간에 퍼져 세속화된 노래로, 전문 예인들에 의해 다듬어지면서 전문성을 띤 민요가 되었다. 황해도 지방의 대표적인 민요다. 불가에서 파생되었다고는 하나, 후렴 부분의 가사“아미타불이로다”를 제외하면 불교와 관련 있는 가사내용은 없다. 중모리장단에 맞추어 부른다.
자진염불과 짝을 이룰 때는 긴염불이라 칭하며 보통 산염불이라 한다. ‘자진염불’은 긴염불에 비해 불교적인 사설을 많이 담고 있다. 긴염불의 앞소리는 창자에 따라서 다양하게 구사될 수 있는데, 1945년 직전에 출판된 잡가집이나 음반에 의하면 “산에 올라 옥을 캐니 이름이 좋아 산옥(山玉)이라”라는 사설처럼 간단하게 불렀으나 점차 사설이 시조형으로 변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산염불(긴염불)>
※ 아하에 에헤에 에헤이 아미타불(阿彌陀佛)이로다.
a. 북망산천(北邙山川)아 말 물어 보자./영웅호걸 죽은 무덤 몇몇이나 되며/
절대가인 죽은 무덤 몇일러냐.
b. 서산낙조(西山落照) 떨어지는 해는/내일 아침이면 다시 돋건마는 황천길은/
얼마나 먼지 한번 가면은 영절(永絶)이라.
c. 오동 복판 거문고에 새줄 얹어 타노라니/백학이 제 지음(知音)하고 우줄우줄 춤을
다. (후략)
<자진염불>
a. 긴염불도 좋거니와 자진염불로 넘어간다/애헤야 에헤야 아미 타아하 아어야 불이로 다(나무아미타불).
b. 서산 일락 지는 해는 나의 감회를 돋우는 듯/후렴 위와 동일
c. 산에 올라 옥을 캐니 산에 올라 옥을 캐니/이름이 좋아서 산옥이냐/후렴
d. 무정 세월아 가지 마라 무정 세월아 가지를 마라/아까운 내 청춘 다 늙는다/후렴
e. 이제 가면은 언제 와요. 오는 날이나 일러주오/후렴
f. 백팔염주를 목에 걸고 백팔염주를 목에 걸고/명산대찰을 찾아갑니다/후렴
풍류마을 국악감상 검색창에 ‘긴염불’, ‘산염불’, ‘자진염불’ 등을 넣고 클릭하면 다양한 창자들이 부르는 다양한 노래를 감상할 수 있다.
4. 예불의식의 음악
예경문을 읽는 송광사 스님들의 음률을 주제선율로 빌어 작곡해 본 경험이 있는 필자로서는 예불의식 음악이, 스님들의 수행력과 한국불교의 오랜 의례의 역사에서 쌓인 훌륭한 음악적 자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해서 예불의식 음악은 중요한 음악 공부 소재요, 수행의 조도가 아닌가 한다.
예불음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으니, 첫째 부분은 오분향례(五分香禮) 및 헌향진언(獻香眞言)이다. 이들 예불음악은 정해진 리듬이나 선율이 있다기보다 창자의 감정이나 호흡에 따라 박자나 리듬이 연장되거나 축소되며, 선율의 구조도 일정 정도 탄력적으로 운영되어 불교음악의 특징이라 할 음악적 자율성이 보장된 음악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하여 불교TV에서 방영되는 아침예불과 저녁예불에 담긴 음악이, 송광사 다르고 통도사 다르며, 절마다 좀 다르다.
먼저 오분향례와 헌향진언을 보자.
계향 정향 혜향 혜탈향 해탈지견향 광명운대 주변법계 공양시방 무량불법승
헌향진언 옴바라 도비야 훔 옴바아라 도비야 훔 옴 바아라 도비야 훔
사설의 단락으로 구분해 볼 때 전반부 오분향례에서는, 계향이 6박자, 정향이 4박자, 혜향이 4박자, 해탈향 3박자, 해탈지견향 6박자, 광명운대·주변법계·공양시방이 4박자, 무량불법승이 7박자로 구분할 수 있다. 헌향진언에서는 헌향진언이 4박자, 진언부분의 옴바라 도비야 훔은 5박과 7박으로 구분되며 7박 부분의 마지막 3박은 점점 느리게 되어 선율의 종지감을 갖게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오분향례와 헌향진언의 박자구성은 자유로운 변형박자로 1자 1음(一字一音; syllablic style)보다는 1자 다음(一字多音; melismatic style)의 리듬구조를 가지고 있다.
예경문의 사설구조는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를 반복하는 구조로 되어 있으므로 이를 중심으로 8개 절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제 1절인 “지심 귀명례 삼계도사 사생자부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부분은 4박과 6박 구조다. 제 2절인 “지심귀명례 시방삼세 제망찰해 상주일체 불타야중” 부분은 4박과 6박 구조다. 3절인 “지심귀명례 시방삼세 제망찰해 상주일체 달마야중” 부분 역시 4박과 6박 구조다. 4절인 “지심귀명례 대지문수사리보살 대행보현보살 대비관세음보살 대원본존지장보살 마하살” 부분은 3박·4박·6박·7박 구조다. 5절인 “지심귀명례 영산당시 수불부촉 십대제자 십육성 오백성 독수성 내지 천이백제대아라한 무량자비성중”은 3박·4박·5박 구조로 되어 있다. 6절인 “지심귀명례 서건동진 급아해동 역대전등 제대조사 천하종사 일체미진수 제대선지식” 부분은 3박과 4박 구조다. 제 7절인 “지심귀명례 시방삼세 제망찰해 상주일체 승가야중” 부분은 2절과 3절처럼 4박과 6박 구조다. 8절의 “원공법계 자타일시 성불도” 부분은 1자 다음의 음악적 특징을 갖는다.
오분향례 및 헌향진언의 선율형태는 G(솔)음과 C(도)음을 중심으로 선율이 진행하며, Eb(미b)-C(도)-Bb(시b)-G(솔)의 선율형태가 가장 많이 나타난다. 예경문의 선율형태는 F(파)음을 중심으로 선율이 진행하며 Eb(미b)-F(파)-Eb(미b)-C(도)음의 선율형태와 Eb(미b)-C(도)-Bb(시b)-G(솔)음의 선율 형태가 가장 많이 출현하고 있다. 한편 오분향례, 헌향진언, 예경문의 음계구조는 미-솔-라-도-레의 미음계로 동부지방의 메나리토리와 범패 홋소리 음계구조와 동일하다.
늘 보던 절의 탑이나 경주 남산의 바위에 새겨진 부조도, 유흥준 선생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고나면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 많고 더 많은 것이 보인다. 이 글을 통해서도, 독자 여러분이 자주 보고 듣고, 때론 혹은 늘 직접 행하는 새벽예불이나 저녁예불 및 영산재를 비롯한 각종 불교의례에 깃든 음악성을 더 풍부하고 깊이있게 느끼고 알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또한 이 글을 통해, 다양한 불교 전통음악에도 익숙해질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필자가 사는 제주는 요 몇일 장마권에 들어섰다. 본격적인 여름에 접어들면 제대로 된 장마철이 시작되겠지만, 유리창에 맺혀 흘러내리는 빗방울을 보며 여름이 왔음을 알겠다. 연재를 마무리할 때쯤이면 땀방울이 얼굴에 송송 맺히리라. 독자여러분 건승하시라!
〈참고문헌〉
박범훈 『한국 불교음악사 연구』
이용식 『민속, 문화, 그리고 음악』
법현 『한국의 불교음악』
(사)동북아 음악연구소 『동아시아 불교음악 연구』
국립국악원 『국악대사전』
권오성, 『한국전통음악』
장사훈, 『국악대사전』
첫댓글 南 無 阿 彌 陀 佛 _()_
나무아미타불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