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일회 一期一會
다도에서 질 쓰는 말 가운데 '일기일회一期一會'라는 말도 있다.
'먼 길을 찾아온 친구와 한때의 담소談笑를 나누고 떠나는 친구를
문밖까지 전송하는데, 문간 옆에 서 있던 대나무 잎이 바람에
속삭이듯 흔들린다. 바람도 친구를 전송하는 듯이.'
센 리큐千利休는 위와 같은 글을 쓰면서 '일기일회'라는 말을 사용했다.
'일기一期'란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일생을 뜻하고,
'一會'란 설법을 하는 집회를 말한다. 차를 마시는 모임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오늘의 모임은 오늘 뿐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일생에 한 번밖에 만날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다회茶會를 여는 것이 바로 일기일회라는 것이다.
다도의 진수도 바로 일기일회에 있다고 리큐 선사는 말하고 있다.
"다회의 만남이란 일기일회이다.
몇번씩이나 같은 손님들과 다회를 가졌지만 오늘의 모임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실로 일세一世에 한 번밖에 없는 모임이 된다."
이로부터 만남은 이별의 시작이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기도 했다. 이말은 또한
이렇게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소중한 이 순간을 귀중히 여기라는 교훈이기도 하다
이와 비슷한 말로 불교에서는 '회자정기會者定離'라는 말을 잘 쓴다.
이 말은 사람의 만남에는 이별이 있으므로 단순하게
다른 사람을 친절하게 대하라는 예법을 가르치는 말이 아니다.
오늘 만나기는 했어도 언제 또다시 만나게 될지 모른다.
오늘 건강하던 친구가 내일 갑작스런 병으로 쓰러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지금 만나고 있는 이 한 순간 한 순간을
애틋하게 간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의 선어 99 홍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