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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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을 한달여 앞두고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사과와 배 세트/사진 유윤정 기자
"얼마 있으면 추석인데, 농수산물 가격이 너무 올랐네요. 과일 가격이 비싸도 제품이 좋으면 괜찮은데, 제품들도 별로인 것 같고 고민이네요."
19일 서울 용산구 롯데마트 서울역 매장에서 만난 주부 김지선(45)씨는 과일 코너 앞에서 물건을 고르지 못한 채 서성거리고 있었다. 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1개에 7000원이 넘게 판매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폭염 때문에 과일가격이 너무 올랐다"며 "추석이 다가올수록 더 비싸질 것 같아서 미리 나왔는데 너무 비싸서 구매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올 여름 긴 장마와 폭염으로 채소와 과일, 수산물 등 식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주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추석 차례상에 올릴 과일과 채소 등 제수용품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가계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조선비즈가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과일, 나물 등 추석 차례상에 자주 오르는 14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옥돔, 계란, 대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가격이 오른것으로 나타났다. 이 14개 품목을 사는데 드는 비용은 총 14만3200원으로 나타났다.
이날 판매되고 있는 배 1개의 가격은 7300원. 햇사과 1개의 가격은 6000원이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2011년 추석때 배 1개 가격은 4000원, 작년에는 4600원 수준이었다.
배는 3~4월 냉해 피해로 나주, 평택, 성환 등지의 수확 물량이 20% 가량 줄어들면서 평년보다 가격이 20%가량 상승했다.
산적용으로 쓰이는 한우(등심, 600g) 가격은 2만4000원으로 지난해 1만9800원에 비해 약 20% 가량 오른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양지국거리용 한우(300g)는 1만45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지난해 1만1000원에 비해 30% 가량 올랐다.
지난해 4만500원에 판매되던 쌀(일반미, 중품) 20kg는 올해 4만3500원으로 올랐다. 돼지앞다리살(600g) 가격은 7800원, 제수용 황태포의 가격은 1마리에 4500원이다. 제사포 가격은 지난해 5000원 수준에서 소폭 내렸다.
시금치 1팩은 3500원으로 지난해 1단에 3000원에 팔리는 것과 비교하면 10% 이상 올랐다. 차례상 음식을 만들때 많이 쓰이는 계란(30개, 1판)도 5980~7900원에 판매되고 있었는데, 작년 5550~6940원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2700원에 판매되던 배추 1포기 가격도 3800원으로 껑충 뛰었다. 고사리(100g)와 도라지(100g)는 2900원에 판매되고 있었는데, 작년 2300원 수준에서 20% 가량 올랐다.
굴비 가격은 영광 법성포 20마리 가격이 3만58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굴비는 참조기 산지인 한림과 목포, 여수, 영광 등의 어획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산지 시세가 작년 대비 가격이 15%가량 올랐다.
그나마 분위기가 괜찮은 곳은 달걀과 대파, 사과, 옥돔이다. 경동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파 1단 가격은 2000원으로 지난해 3000원이던 가격보다 소폭 내렸다.
올해 유난히 빨리 찾아온 무더위 때문에 추석 선물세트 단골 메뉴인 옥돔도 가격이 내렸다. 현재 옥돔 주요 생산지인 제주 성산포항 산지 위탁판매장에선 옥돔 가격이 ㎏당 1만10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만8000원)보다 40%가량 떨어졌다. 어획량이 지금 수준으로 계속 유지된다면 올해 추석엔 작년보다 옥돔 가격이 10% 이상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롯데마트는 기존 유사규격 상품 대비 30% 이상 저렴한 10만원 미만 중저가 상품을 20% 가량 늘려 옥돔세트를 판매할 계획이다.
사과 1개 가격도 4000~6000원으로 작년(5000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장수와 무주, 거창 등 산지 수확이 좋고 가격도 안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정재우 롯데마트 마케팅전략팀장은 "올해는 작황이 좋은 사과와 어획량이 늘어난 옥돔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세트상품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속적인 경기침체와 불황으로 올해 추석도 저가형 세트 상품 위주로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