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대회를 과거 여러차례 참가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코스들이 작건 크건 간에 바뀌어 왔고 이번에도 출발점 자체가 바뀌었다.
그간 기억을 토대로 더듬어 보자면 2002년엔 망마경기장, 그리고 그 다음에도 망마경기장... 그러다가 소호요트경기장으로 옮겨가 몇해간 진행이 되었고 여수엑스포를 기점으론 엑스포 행사장이 중심이 되어 돌산도 방향과 만성리 해수욕장 방향으로 각각 몇해간 이어졌었다.
이번엔 구도심이라 할 수 있는 진남경기장.
여기선 대회가 처음 열리는데 전체적인 코스는 그간 악명이 높았던 만성리해수욕장 방향으로 왕복하는 걸로 구성이 되었다.
게다가 강풍으로 인해 체감온도가 영하권으로 한참 내려간 터라 리스크가 더 커졌다.
일요일 아침, 안선생님과 둘이서 여수로 내려가는데 고속도로 노면이 반짝반짝~
아직 날이 온전히 밝지가 않아서 제대로 확인이 되진 않지만 비가 내렸고 또 얼었고 했으니 그 유명한 블랙아이스일 가능성이 클 듯.
그 덕에 예상했던 것보다 좀 늦게 행사장에 도착했지만 주차여건이 나쁘지 않아서 시간은 아주 넉넉하게 여유가 있다.
워밍업을 나름 충분할만큼 한 다음 물품을 맡기고 일단 급한대로 비닐봉지를 이용해 셔츠를 만들어 입었다.
하체는 긴타이즈를 착용했으니 별 문제가 없고 다만 손이 취약한 상태. 예식용 장갑을 낀 터라 보온력이 전혀 없다보니
09:40에 하프 출발!
운동장 체육공원을 벗어나기도 전에 이미 1Km는 달성했고 곧바로 예전에 철도길이 있었음직한 자전거길로 이어지더니 2Km 즈음엔 미술관으로 변모한 굴다리가 아주 운치있게 반긴다. (찾아보니 '오림터널'이라고)
이후로 한동안 산자락을 끼고 완만히 내려가더니 드디어 바닷가 동네, 예전에 만성리 코스와 만나고 험악한 오르막이 이어지며 맨탈을 깨부수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예전처럼 기록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 대열의 흐름대로 한발한발 보폭을 줄인채 올라가고, 내려가는 길엔 그냥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중력에 몸을 맡긴다.
대부분 내리막에서 맞바람을 겪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고
갤럭시워치6는 뭐가 잘못됐는지 주로상 표기된 거리와 상당히 많은 차이를 나타내고 있어 전혀 페이스조절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
그저 누적된 시간과 주로에 표기된 거리표지를 바탕으로 전체적인 흐름을 판단 할 수 있을 뿐.
여러사람의 주자들이 주변을 오갔지만 초반부터 거의 막판에 가깝도록 가장 오래 동반한 사람은 비호클럽의 정@현선수. 작은 체구임에도 엄청난 스테미너를 가지고 있는 듯 그 많은 고갯길에서도 지치는 기색이 없다.
막판에 시야에서 놓치긴 했어도 정말이지 어려운 코스를 오가는 동안 길동무로 많은 힘이 되었다.
반환점까지 기록은 기억을 하고 있는데 52:30 내외
전체기록이 1:46:25가 나왔으니 의외로 후반에 많이 까지진 않았다는 얘기.
다른 건 다 모르겠고 일단 손이 시려워서 엄청 고생을 했다.
이런날 퍼지지 않고 출발점까지 무사귀환을 했다는 그 자체가 너무도 다행.
대회장에서 떡국을 먹고 온기를 좀 찾은 뒤 부지런히 전주로 돌아와 두철과 합류했는데 점심시간이 살짝 지난 터라 음식점들마다 다 브레이크타임이 걸려있어 결국 회를 떠다가 아파트에서 잔치를 벌였다.
집사람이 사람들 오는것도 좋아하고 이런 분위기를 잘 이해해 주니 가능한 일이고 마침 전날 꿈에서의 일도 있고 해서 감사하는 마음이 백배로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