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대순진리회는 왜 민족종교라고 하나요?
A 대순진리회는 민족종교라고 합니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배타적 ‘민족주의적 종교’와는 확연히 구분하여야 합니다. 배타적 ‘민족주의적 종교’는 ‘민족’을 ‘종교’보다 우선시하는 자민족 중심적이며 타 종교나 타 민족, 또는 타 집단에 대해 배타적 성향을 드러냅니다. 대순사상이 이러한 배타적 민족주의적 종교로 왜곡·축소된다면 세계적 보편종교로 발전하는 데 있어서 큰 장애가 될 것입니다. 세계 종교의 특성은 민족종교를 바탕으로 발생하였지만, 민족의 차이를 초월하고 세계 인류를 똑같이 구제한다는 가르침을 실천하는 데 있습니다. 대순사상은 목적에 있어서 지상신선 실현(地上神仙實現)이라고 하는 개인의 인간완성을 지향함과 동시에 지상천국 건설(地上天國建設)이라고 하는 세계적 이상(理想)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민족주체성과 구국제민(救國濟民)의 창도이념을 지닌 대순진리회는 민족종교이면서도 상제님의 광구천하(匡救天下)의 뜻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인류평화사상을 담고 있는 세계종교로서의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학』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처럼 천하를 경영하기 위해서는 ‘수신제가치국’을 이루어야 합니다. 따라서 상제님의 광구천하를 통한 지상천국 건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민족주체성 계도를 통한 국리민복(國利民福)에 먼저 이바지하여야 합니다. 그래서 도전님께서는 “도주님의 구국제민의 창도이념을 명심하여야 한다.”01 하시며 “본도는 민족종교이니 민족주체성 계도에 앞장서야 한다.”02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러면 좀 더 구체적으로 대순진리회가 지니고 있는 한국적인 특성과 세계종교적 특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적인 특성은 두 가지로 말할 수 있습니다. 먼저 대순진리회는 한국 땅에서 발생한 자생종교라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신앙의 대상이신 상제님께서는 신미(1871)년 9월 19일에 현 전북 정읍군 덕천면 신월리 강씨가에서 인간의 모습을 빌어 강세하셨고, 상제님의 대순하신 진리에 감오득도하시고 종통계승의 계시(啓示)를 받으신 도주님께서는 을미(1895)년 12월 4일에 경남 함안군 칠서면 회문리에서 탄강하셨으며, 도주님으로부터 유명(遺命)에 의해 종통을 계승하신 도전님께서는 충북 괴산군 장연면 방곡리에서 정사(1917)년 11월 30일에 탄강하셨습니다. 신앙의 대상이신 상제님, 창도주이신 도주님, 영도자이신 도전님께서 모두 한국 땅에 오시어 이 땅에서 먼저 도를 펼치셨습니다.
두 번째, 대순진리회는 신명대접을 잘하는 민족의 고유한 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제님께서는 “조선과 같이 신명을 잘 대접하는 곳이 이 세상에 없도다. 신명들이 그 은혜를 갚고자 제각기 소원에 따라 부족함이 없이 받들어 줄 것이므로 도인들은 천하사에만 아무 거리낌 없이 종사하게 되리라.”(교법 3장 22절)고 말씀하셨습니다. 한민족은 세계 그 어느 민족보다 신명대접을 잘해 왔기 때문에 천지신명들이 그 은혜를 갚기 위해 받들어 대접한다고 하신 말씀입니다. 또한 “서교는 신명의 박대가 심하니 감히 성공하지 못하리라.”(교법 1장 66절)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제사를 통해 조상을 잘 모셔왔습니다. 매년 명절 때마다 조상 선령께 차례를 올리는 제례는 뿌리와 근본을 잊지 않으려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심성을 잘 나타내줍니다. 제사는 신명을 대접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예(禮)입니다. 그래서 대순진리회는 치성의례을 통해 양위 상제님과 천지신명 그리고 조상님을 극진히 모시고 있습니다. 우리 종단에서 매월 양위 상제님과 천지신명 전에 올리는 치성의례는 우리 민족의 보본(報本)의 민족정서와 서로 상통하는 부분입니다.
대순진리회의 세계종교로서의 특성도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먼저, 대순진리회는 상제님께서 펼치신 해원상생 대도(大道)의 진리가 사상적인 면에서 전 우주적이고 전 세계적이라는 데 있습니다. 상제님께서 보이신 이 땅 한국에 대한 특별한 관심은 조선이 예로부터 신명대접을 극진히 잘하는 곳일 뿐 아니라, 참화 중에 묻힌 무명의 약소민족을 먼저 도와서 만고에 쌓인 원을 풀어 주려 함이라고 말씀하신 데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03 그리고 상제님께서 “내가 보는 일이 한 나라의 일에만 그치면 쉬울 것이로되 천하의 일이므로 시일이 많이 경과하노라”(교법 3장 7절)고 말씀하셨듯이 우리 대순진리회는 분명히 민족종교를 넘어 세계종교로서의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제님께서 “만국 활계 남조선(萬國活計南朝鮮) 청풍 명월 금산사(淸風明月金山寺) 문명 개화 삼천국(文明開花三千國) 도술 운통 구만리(道術運通九萬里)”(예시 14절)라 하신 것도 천하만국을 다 잘 되게 하는 계획이 남조선에서 시작되나 그 후천개벽은 남조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삼천국, 구만리에 퍼져나간다는 것을 보여주시는 말씀이라 하겠습니다.
대순진리회가 세계종교로서의 특성을 갖는 것은 둘째로 대순진리회의 최종 목적이 세계개벽·지상천국 건설이라는 데 있습니다. 세계개벽은 인류평화사상으로서 민족적·지리적·사상적 경계를 초월하여 전체 인류가 화평한 세상을 만들자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상제님께서는 “삼계가 개벽되지 아니함은 선천에서 상극이 인간지사를 지배하였으므로 원한이 세상에 쌓이고 따라서 천·지·인(天地人) 삼계가 서로 통하지 못하여 이 세상에 참혹한 재화가 생겼나니라.”(예시 8절)고 말씀하시며, 삼계(三界)가 개벽되지 않은 이유와 원인에 대해서 밝히셨습니다. 따라서 세계개벽공사는 단순히 인간세계의 병폐와 모순을 개혁하려는 차원을 넘어 천·지·인(天地人)의 상극적인 요소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 바로 잡는 전 우주적인 차원입니다. 이 공사는 다른 종교나 사상을 모방하거나 계승한 것이 아니며, 과거나 현재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지상천국을 건설하기 위한 세계개벽공사는 다른 종교와 사상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행해졌습니다. 따라서 이 목적 자체가 민족종교를 넘은 세계종교로서의 특성을 가지는 것입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순진리회는 가장 한국적인 민족종교이면서 세계 종교로서의 특성을 함께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순사상은 편협한 배타적 민족주의나 고루한 국수주의가 아니라 세계창생의 행복과 만국활계를 생각하며 이질적인 문화문명을 통일하려는 전 인류의 평화사상인 것입니다.
01 『대순지침』, p.25.
02 상동.
03 권지 1장 11절 참조.
출처 - 대순진리회 여주본부도장 대순회보 17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