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플랫폼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지은이: 제레미아스 아담스-프라슬
옮긴이: 이영주
판 형: 145*205mm
쪽 수: 316쪽
가 격: 16,000원
발행일 : 2020년 6월 17일
ISBN : 979-11-86452-68-4 03300
펴낸곳 : 숨쉬는책공장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구현된
긱 이코노미와 플랫폼 노동,
혁신의 환상이 말하지 않는 것들
서비스로서의 인간, 서비스되는 인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플랫폼 노동이 확산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이나 SNS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배달대행, 대리운전, 가사돌봄 등의 노동력이 사고팔리고 있다. 우버, 에어비앤비, 타다, 배민라이더스, 쿠팡플렉스 등이 대표적인 플랫폼들이다. 특히 코로나19가 퍼지면서 외출과 다른 사람과의 대면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플랫폼 노동의 수요가 그야말로 폭발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는 옥스퍼드대학 막달렌컬리지 법학 교수인 제레미아스 아담스 프라슬이 쓴 《Humans as a service》를 우리글로 옮긴 책이다. ‘as a service’는 IT 기술용어에서 따왔다. IT 분야에서는 ‘as a service’가 클라우드로 하드웨어 자원을 서비스하는 ‘Infrastructure as a Service(IaaS)’, 클라우드로 소프트웨어 자원을 서비스하는 ‘Software as a Service(SaaS)’ 등으로 쓰인다. ‘Software as a Service’의 경우 소프트웨어를 컴퓨터에 번거롭게 설치할 필요 없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Humans as a service’는 노동법의 규제를 받지 않고 사람의 노동력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뜻에서 플랫폼 노동을 표현한 것이다. 이제 인간이, 인간의 노동력이 서비스되고 있는 셈이다.
플랫폼 노동은 혁신인가, 덫인가?
플랫폼 노동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원하는 노동력을 쉽고, 빠르며 저렴하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노동자들 역시 일거리를 쉽고, 빠르게 구할 수 있게 되었고 자기 결정을 통해 유연하게 일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쉽고, 빠르고 유연한 일거리는 노동자들에게 불안정과 저임금, 위험을 떠안긴다. 플랫폼 기업들은 자유롭게 일거리를 선택할 수 있는 판을 제공하는 동시에 알고리즘과 등급 평가 등으로 노동자들을 옥죈다. 그리고 계약서에는 분명 노동자가 사장으로 적혀 있지만 일을 시킬 때는 노동자로만 본다. 그런가 하면 ‘일 시킬 땐 우리 직원, 사고 나면 사장’과 같은 태도로 사고와 위험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책임을 피한다.
문제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렇다고 《플랫폼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가 플랫폼 기업들을 문 닫게 만들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 노동은 이미 우리 생활에 친숙하게 자리를 잡았고, 일자리 기회를 창출하며, 그만의 장점이 있다. 2017년 봄, 영국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영국에는 110만 명의 플랫폼 노동자들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고, 그 수는 계속 늘고 있다. 한국에서도 플랫폼 노동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플랫폼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는 긱 경제(Gig economy)의 숨겨진 노동자들에 초점을 맞춘다. 다시 말해, 이 책은 긱 경제의 양상을 살펴보고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가려진 노동자들의 모습을 돌아보며 플랫폼 노동이 건강하게 더욱 진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달라지는 노동과 경제 상황을 살피고 싶은 독자들에게, 플랫폼 기업과 플랫폼 노동의 문제점을 알아보고 해결책을 모색하기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지은이
제레미아스 아담스-프라슬(Jeremias Adams-Prassl)
영국 옥스퍼드대학 막달렌칼리지 법학 교수다. 옥스퍼드대학(박사)과 파리2대학(석사)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하버드대학 로스쿨을 졸업했다(LL.M.). 주요 저작으로는 《The Concept of the Employer》(2015)와 《The Autonomy of Labour Law》(2015, 공저)가 있다. 《플랫폼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Humans as a Service)》(2018)로 2019 상트페테르부르크 사법학상(2019 St Petersburg Private Law Prize)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혁신 정책과 노동시장 규율에 관해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연구를 통해 여러 나라의 정부와 법원, 국제기구에 도움을 주고 있다. 트위터 @JeremiasPrassl로 노동의 미래에 대해 소통하고 있다.
▮옮긴이
이영주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박사 과정(노동법 전공)에서 플랫폼 노동을 연구하고있다.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노동을,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교통과 물류를 담당했고, 현재는 라이더유니온 정책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추천사
노동자를 착취하던 악덕 기업가들은 청바지와 흰 티셔츠로 갈아입고 인재들에게 자유와 해방을 가져다주는 혁명가를 자처하고 있다. 노동자에게 “사장님” 이름표를 붙이기만 하면 해고할 필요도 없고 노동법을 지킬 필요도 없지만, 알고리즘과 프로모션으로 일은 더 많이 시킬 수 있으니 자본가의 오랜 꿈이 이뤄진 것이다. 이 책은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들이 ‘계약서엔 사장님, 일 시킬 땐 근로자’, ‘일 시킬 땐 우리 직원, 사고 나면 사장님’이라 부르는 현상을 다룬다. 플랫폼 노동을 알고 싶다면 스타트업의 PPT가 아니라 이 책을 읽어 보길 추천드린다.
-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새로운 노동의 민낯은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조직할 때 드러난다. 특수고용이 특수한 고용 형태가 아니라 자영업자로 위장(은폐)되었을 뿐 기존 고용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 것도 그런 과정이었다. 마찬가지로 위장하고 은폐하는 기술만 새로워졌을 뿐 그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이제 막 조직되고 있는 플랫폼 노동이 폭로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혁신을 내세우는 자본가들이 어떻게 전통적인 노동과 노사관계를 숨기고 포장하는지, 어떤
기술과 기제로 우리의 눈을 가리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사람이 먼저다”라는 책이 나왔을 때 너무나 당연하지만 실로 요원한 그 제목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그 후 10년 동안 세상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혁신이란 이름의 반동이 지구적 차원에서 주류가 되었고, 노동은 그저 온라인 플랫폼에서 분 단위로 거래되는 진정한 ‘상품’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젊은 나이에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획득한 저자의 영민함이 돋보이는 이 책이 번역되어 출간됨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온갖 매체에서 전파하는 혁신이라는 거짓 복음에 취한 자들은 이 책을 통해 진정한 복음을 맛보길 바란다.
- 권오성 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경제사회노동위원회 배달업종 분과위원회 위원
▮차례
한국어판 서문
들어가며
1. 주문형 노동
2. 감언이설
3. 군중 속에서 길을 잃다
4. 혁신의 역설
5. 혁신가들을 혁신해 보자
6. 경기장을 평평하게 만들기
에필로그
감사의 글
역자 해제
주
▮책 속에서
그렇다면 당신을 위해 일할 사람을 구하고 ‘더 필요하지 않을 때 그들을 자르는’ 것이 왜 더 이상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닌가? 어떻게 긱 경제는 서비스로서의 인간을 팔면서 전통적인 노동법의 보호를 무시할 수 있을까? 왜냐하면 현대판 기계 투르크인과 마찬가지로 많은 플랫폼들은 궁극적으로는 그들의 사업 모델 뒤에 있는 현실을 이해하기 어렵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이러한 분석이 플랫폼 기업들을 문 닫게 만들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님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긱 경제에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향상된 매칭의 효율성과 관련 알고리즘은 우리 경제에 가치를 부가하고, 일자리 기회를 창출하며, 우리 모두가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나 긱 경제가 모든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기 위해서는 플랫폼 기업들이 더 이상 기존 규칙 주변에서 규제 차익거래를 누리지 못하고 그들의 사업 모델에 따른 비용 전체를 부담해야 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모두에게 평등하고 공평한 조건을 위한 열쇠는 바로 노동법이다.
- 본문 중에서
실제로는 많은 플랫폼 기업들은 운전자들에게 그들의 앱이 작동되는 동안 평균 호출 수락률을 높게 유지하도록 요구하고 승차 취소 가능 횟수에 엄격한 제한을 가한다. 비싼 운행에 집중하려는 시도는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에 의해 통제된다. 다시 말해 “운전자들은 더 높은 요금을 받는 일을 잡기 위해서 더 낮은 요금을 받는 일을 거부하는 행위에 대해 제재를 받는다. 이것은 독립적인 기업가로서 그들의 ‘자유’에 대한 또 다른 제약을 보여 주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이러한 엄격한 통제의 또 다른 열쇠는 기술이다. 업워크의 고객은 이른바 업무 일지를 통해 자신의 노동자가 잘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프리랜서가 시간 단위로 보수가 지급되는 일을 할 때마다 업워크의 소프트웨어는 그의 모니터 화면을 규칙적으로 스크린샷으로 캡처하고 키보드 입력을 카운트하며 프리랜서가 보수를 청구한 시간 내내 그 일을 한 것이 맞는지 고객이 확인할 수 있도록 완료된 작업을 기록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소프트웨어가 업데이트된 후, 우버 앱은 이제 운전자의 과속이나 급제동을 감지하기 위해서 각 운전자의 아이폰에 있는 GPS, 자이로미터, 가속도 센서를 이용하고 있다.
- 본문 중에서
많은 배달 서비스는 시간의 압박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교통 규칙을 조금이라도 어기지 않고서는 작업을 완료할 수 없다. 불법 주차에 대해 포스트메이츠 사가 내놓은 해결책은 무엇이었을까? ‘주문을 제때에 배달하는 데 필요하다면 법을 위반해도 괜찮다는 명시적인 제안’이었다.
한편, 노동자들은 위험한 근로조건에 맞서면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위협을 받고 있다.
- 본문 중에서
플랫폼 기업이 임금률을 정하지 않는 경우에도 플랫폼 기업은 여전히 노동자의 급여에 대해 상당한 통제권을 행사한다. 많은 기업들은 수수료, 청구, 결제의 모든 측면을 완전히 통제하기 위해 소비자와 노동자 간에 어떤 현금 교환도 직접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한 노동자들에 대한 급여 지급의 시기와 방식도 대부분 플랫폼 기업이 결정하는데, 때로는 가혹한 방식으로 결정된다. 미국 바깥에 있는 M터크 노동자 대다수는 아마존의 온라인 포털에서만 쓸 수 있는 아마존 닷컴 상품권으로만 급여를 받을 수 있다.
- 본문 중에서
1990년대에 영국의 버거킹 지점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버거를 뒤집거나 또는 계산대 앞에서 주문을 받는 시간에 대해서만 급여를 받는 것으로 악명 높았던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노동자들에게 떠넘겨지는 것은 ‘유휴’시간의 비용뿐만이 아니다. 긱 경제에서는 자동차나 컴퓨터와 같은 도구를 제공하는 것에서부터 유지비와 운영비를 지불하는 것까지 모든 것을 노동자들이 책임진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