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도입을 둘러싼 정부와 재건축조합의 공방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건교부는 이 제도를 강행키로 하고 지난달 30일 규제개혁위원회에 이 제도 도입을 담은 도시 및 주거 환경 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을 넘겼다.
재건축조합들은 이에 맞서 규개위를 상대로 개정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한편, 조합인가증 반납 등의 초강력 수단을 동원해 전면 투쟁에 나설 태세다. 조합인가증 반납 의사를 밝힌 조합(추진위 포함)은 서울ㆍ경기지역 재건축 단지 205곳에 이른다.
조합들이 단순히 엄포성을 넘어 조합인가증을 실제로 반납할 경우 ‘무더기 조합인가 철회’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건교부는 조합들이 인가증을 반납하는 실력행사를 할 경우 이를 모두 받아들여 조합인가를 철회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이미 밝혔다.
건교부, 원안대로 강행
재건축 임대주택 공급 의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도정법 개정안은 지난 7월 14일부터 지난달 3일까지 입법예고됐다. 이 과정에서 재건축 조합들은 임대주택 공급 의무화에 대해 강력 반발하며 조합인가증 반납 의사를 처음으로 밝혔다.
그러나 건교부는 지난달 25일까지 자체 규제심사를 거쳐 30일 규개위에 결과를 넘겨 규제 심사를 요청했다. 건교부 심사 과정에서 일부 조항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긴 했으나 개발이익환수제도의 취지가 후퇴할 수는 없다는 방침에 따라 일부 내용을 보완하는 선에서 원안이 통과됐다.
건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문가의 90%가 개발이익 환수에 찬성했으며, 건교부 자체 규제심사에서도 민간 전문가 모두 개정안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도정법 개정안은 규개위 심사와 법제처의 법률심사를 거쳐 10월중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조합, 인가증 반납 초읽기
조합들은 일말의 기대를 걸었으나 거의 원안대로 규개위에 넘어가자 투쟁 대상을 건교부에서 규개위로 전환했다.
조합들은 7일 규개위에 조합의 의사를 공식 전달한 뒤 8일 조합대표자회의에서 조합인가증 반납을 최종 결의하기로 했다.
바른재건축실천전국연합(이하 재건련) 김진수 회장은 “조합인가증 반납은 이미 결정됐다. 최종 결의만 남은 상태다. 규개위에서 임대주택 의무건립 등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수도권 205개 조합들이 모두 재건축 사업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집값 상승 폭이 다른 강남과 강북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고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합대표자회의에서 이를 최종 결정할 경우 각 조합들은 단지별로 ‘사업포기 서면결의서’를 받아 조합인가증과 함께 건교부와 규개위에 제출할 계획이다. 규개위는 오는 17일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하게 된다.
서울 서초구 J아파트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서울ㆍ경기 지역에서 공급되는 아파트 중 재건축의 비중은 2002년 38%, 2003년 41%로 매우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건축 사업으로 포기하는 단지가 속출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집값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건교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규개위 심사과정에서 일부 손질이 있을 수도 있지만 재건축에 따른 개발이익을 거둬들여 투기적 요인을 제거하고 재건축 사업을 정상화한다는 취지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건교부는 일반적인 제도 개선 사항은 개정안이 공포되는 내년 초에 곧바로 시행하고, 임대주택 공급제도는 시행령에서 임대주택 공급비율, 보상기준 등을 마련한 뒤 내년 상반기 중 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