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하고 나서, 한가롭게 끄적여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남을 이롭게 하는 착한 직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존경합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기도 하고,
직업마다 사회에서 다 필요하고 제각기 소중한 역할을 하지만,
세상을 밝게 만드는 직업은 따로 있습니다.
사회복지사, 환경미화원, 자선활동가, 소방관, 응급구조사, 의사, 간호사, 한의사, 경찰, 군인, 정보기관원 등등
(저도 밝힐수는 없지만, 착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고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있습니다.)
이중에서도 의료인분들을 존경합니다.
살면서 좋은 의료인분들을 만나서 그런지, 의료인들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어요.
한 30여년전, 군제대후 복학전 영어회화 학원을 다닐때 였습니다.
소규모 클래스 였고 산부인과 원장님이 같이 공부를 하고 있었죠.
(이분 남편도 민변 소속 변호사로 일반 사병으로 전역하시고, 좋은 일 많이 하신 분이셨어요^^)
의약품 이야기하다가, 마침 포비돈요오드 (상품명, 베타딘 이라고도 해요) 이야기가 나왔는데,
원장님이 못 알아들으시더라구요. 상품명 말하면 모른다, 요오드나 아이오다인(영어발음) 이라고
해야 알아듣는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얼마후 유명한 대학병원 이비인후과에 특진(?. 교수 지정진료)를 받으러 갔습니다.
제 앞에 제 부모님 연배의 부부 있었고 남편이 환자, 부인이 보호자 였습니다.
교수님 주변에는 수련의가 6~8명 정도 빙 둘러서 지켜 보고 있었죠.
저는 그 다음이라, 옆 의자에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일단 그 환자분이 교수님 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 보였는데
교수님이 진료중 반말을 하시더라구요.
"저 오늘은 어때?" "지난번 보다 나아졌어?" "그래 다행이네" 뭐 이런식이에요.
갓 제대한 제가 볼때 보는 것만으로도 불쾌하더군요.
제 아버지가 어린 수련의들에 둘러싸여서 한참 동생뻘 되는 의사한테 하대 받으면서
진료를 받는다고 생각이 드니, 감정이입이 되서, 주먹이 불끈 쥐어 지더군요.
이윽고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반말로 이것저것 물어봅니다.
좀 좋아졌냐?
" 네, 지난번 진료이후, 아이오다인 으로 가글을 한 이후로 많이 호전 되었습니다"
제 대답에 갑자기 교수님이 존댓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다행입니다.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이게 뭐지? 진료 끝까지 존댓말로 마무리 되었네요.
참 놀라운 경험을 했습니다. 그 영어 단어 하나가 뭐라고, (포비돈)요오드 가글액으로
가글했다는 건데...
아이오다인... 이게 30년전에는 전문용어 였는지, 제가 의료쪽 종사자 또는 학생으로 착각하셨는지... 존댓말을 하시네요.
지금도 생각하면 웃음이 나와요.
세월이 흘러, 요즘 만나뵙는 의사분들중에는 이런분들 (거의) 없었습니다.
다들 친절하시고, 예의 바르신 분들이시죠.
환자 많이 생각해 주시고....
아마 그 교수님은 지금은 노인이 되어 은퇴하셨거나, 어쩌면 작고하셨을지도 모르죠.
이런분들이 소멸(?)되면서, 우리 사회의 부조리, 불합리도 함께 소멸 되어가겠죠? ㅎㅎ
세상은 좋아지고 있습니다.
어릴적 동사무소의 고압적인 공무원들도 지금은 민원인 존중하는 친절한 분들로 변하셨죠.
경찰관들도 많이 친절하시고, 오히려 제한적으로 공권력 행사하시는 모습이 안스럽기까지 하구요.
세상은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더 좋아질 거라고 믿습니다. 오늘도 힘나는 하루 되세요.
첫댓글
저도 30년전 귀를 다쳐 입원한 성모병원에서 저랑 연배가 비슷한 레지던트가 반말하길래 저도 말을 짧게 대꾸하니 다시 제대로 존대를 하더군요 ㅎㅎ
간호사 하나도 어려보이니 반말 비스무리하게 해서 혼쭐내줬던 기억이 납니다
잘 하셨습니다 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죽기전에 가능하겠죠. 영화가 현실이 되는 시대이니...ㅎㅎ
그런 것들이 의료인이라니 자연치료 법을 공부해보면 아하 하는 탄성이 나오기도 하더군요 난 내가 아는 의사아니면 거의 신뢰가 가지 않던데 친구 산배 후배 친구의 형 정도
그래도 이전보다는 세상이 좋아지고 있으니 희망은 있어요 ㅎ
경험담 재밌게 잘봤습니다 ㅎ 저도 앞으로 세상이 더 좋아질 거라고 믿습니다 다만 그전에 큰 관문의 통과시험이 기다리고 있을것같은 생각.
근데 요즘 병원 의사분들이야 다 젠틀하지만 얼마전 족저근막염으로 시장통의 한 작은 병원에 갔는데 거기 노 의사님은 아직 반말하시고 대답이 좀만 맘에 안들면 바로 호통치셔서 깜놀햇네요 ㅎ
"악마를 보았다" 실사판이군요
내가 니 아들이냐? 이런 열여덟? 을 하셨으면 ^ ^
좋은 세상이 오기전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그분도 곧 소멸?되고 나쁜 관행도 없어지겠죠. 힘내세요. ㅎㅎ
저는 글을 읽으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먼저 드네요.
월급 받는 직업, 그것도 보람 있는 착한 직업....
울 아들은 서른 넘었는데, 아직도 임시직만 전전해요.
그렇다고 아빠 찬스 쓸 수도 없고...(뭐 그럴만한 지위, 인맥, 돈도 없지만)
아무튼 신망 높고 자부심 느끼는 착한 직업은 소멸(?)되지 않았으면 해요.
역으로 생각해 보면 아직도 환자의 폭언과 폭행, 심지어 피살 당하신
의료인 분들 많이 계셔요.(고인이 되신 임세원 교수님 법도 생겼지요)
https://www.segye.com/newsView/20190103001573
환자를 영어로 patient 하는 건 다들 아실텐데, 참을성,인내심이란 뜻도 있다고 하네요.
@별사랑(일산) 네 저도 임세원. 이국종 교수님 같은 분들 존경합니다. 그분들외에도 살면서 행복하게도 좋은 의료인분들 여럿 만났구요. 아드님도 곧 좋은 일 있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밤안개(서울) 덕담 고맙습니다. 따님분들도 아버님 심성을 이어받아 우리 사회의 소중한 인재가 되길 기원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제가 근무하는 병원 원장님은 30대셔서 친절 친절 하시네요 다행히도
복 받으셨네요. 좋은 분 만나는것도 행복이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