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의 삶 제 7부
"한국에 찾아오는 뻐꾸기의 정확한 전체 개체 수(총 마리 수)"
안타깝게도 국가 차원에서도 명확한 수치로 집계된 데이터가 없습니다. 그 이유는,뻐꾸기는 울창한
숲속 높은 나뭇가지에 숨어 지내는 데다, 둥지를 틀지 않고 끊임없이 이동하는 생태적 특성 때문에
한마리 한마리를 눈으로 일일이 세는 전수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대신,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과 학계는 매년 전국적인 '봄철 조류 센서스(밀도 조사)'를 통해 뻐꾸기
의 개략적인 개체수 변화 경향을 파악하는데.현재 한국 뻐꾸기 개체수의 현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뻐꾸기- 흔한 여름철새, 그러나 감소 추세"
뻐꾸기는 과거부터 우리나라 전역의 산림, 구릉, 농경지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고 울음소리를 들
을 수 있는'흔한 여름철새'로 분류되어 왔습니다.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도 멸종위기
종이 아닌 '관심대상(LC)' 단계에 속해 있으며, 최근 환경부의 생태계 조사 결과 우리나라를 찾는 뻐
꾸기의 발견 밀도가 과거에 비해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2. "개체수 감소 원인"
전문가들은 한국을 찾는 뻐꾸기 수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로 '기후변화'와 '숙주 새의 감소'를 꼽습
니다. [기후변화 : 지구온난화로 인한 뻐꾸기 탁란(托卵)시기 불일치 (Mismatch)]
뻐꾸기는 주로 뱁새('붉은머리 오목눈이')의 둥지에 탁란을 합니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로 봄이 빨리
따뜻해지면서 뱁새의 알을 낳는 시기가 예전보다 훨씬 빨라졌지만, 반면, 아프리카에서 출발하는 뻐
꾸기는 예전과 비슷한 시기(5월)에 한국에 도착합니다. 막상 도착해보니 뱁새 새끼들이 이미 깨어나
자라고 있어 탁란할 타이밍을 놓치는 일이 잦아졌고,이는 자연스레 뻐꾸기의 번식 성공률 저하로 이
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산림 개발과 농약 사용] 뻐꾸기가 주식으로 삼는 대형 나방 애벌레나 곤충들이 농약 살포와 환경 오
염으로 줄고, 또한 도심 개발로 인해 탁란할 숙주 새들의 서식지(덤불, 낮은 관목림)가 사라진 것도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요약하자면, 숫자로 된 정확한 총개체 수는 알 수 없지만, 뻐꾸기는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새입니다. 다만, 기후변화와 서식지 파괴로 인해 과거에 비해 그 개체 수가 서서히 감소하는
경고등이 켜진 상태라고 판단하시면 정확합니다. 시골길에서 들리는 "뻐꾹" "뻐꾹" 소리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려면, 우리 숲의 건강성과 생태계의 타이밍이 잘 유지되어야 합니다.
야생 뻐꾸기의 평균 수명은 대략 4년에서 5년 정도로 생각보다 길지 않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뻐꾸
기의 독특한 생존 방식과 험난한 여정을 고려하면 매년 살아남는 것 자체가 엄청난 도전입니다.
뻐꾸기 수명에 관한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험난한 장거리 비행 :한국을 찾는 뻐꾸기는 가을이 되면 동남아시아나 저 멀리 아프리카 동부까지 수
천 킬로미터를 날아가 겨울을 나고, 봄에 다시 돌아옵니다. 이 거대한 이동 과정에서 체력 소모와 천
적의 위협 등으로 많은 개체가 목숨을 잃습니다.
탁란의 위험성 : 뻐꾸기는 다른 새(뱁새, 개개비 등)의 둥지에 알을 낳는 '탁란'을 하죠. 뻐꾸기 새끼는
부화하자마자 본능적으로 다른 알들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는데, 이 과정에서 둥지 주인 새에게 들켜
공격을 받거나 낙하 사고로 어릴 때 도태되는 비율이 꽤 높습니다.
사육 상태의 수명 :천적이나 굶주림,힘든 이동이 없는 동물원 같은 안전한 환경에서는 뻐꾸기는 야생
생태에 비해 훨씬 오래 살아 10년 이상 생존한 기록도 있습니다. 야생에서의 평균 수명은 4~5년으로
짧은 편이지만, 혹독한 자연환경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강인한 개체들은 간혹 10년 가까이 살아가기
도 합니다.
암컷 뻐꾸기의 번식 활동은 자연계에서도 가장 치열하고 치밀한 전략 중 하나로 탁란托卵 횟수와 성
공 확률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1. "1년에 시도하는 탁란 횟수 (알을 낳는 개수)" -암컷 뻐꾸기는 한 번에 여러 개의 알을 낳아 기르는
보통의 새들과 달리, 한 둥지당 딱 하나의 알만 낳아 두고 떠나기에, 한 번의 번식기(보통 5월~7월)동
안 대략 12개에서 22개(평균 15개 안팎)의 알을 낳습니다.
탁란 최대 기록 : 환경이 좋고 숙주 새(둥지 주인)의 둥지가 풍부할 경우, 약 50일 동안 최대 25개까지
탁란을 시도했다는 조사 기록도 있습니다.
산란 방식 : 뻐꾸기는 보통 이틀에 한 번꼴로 알을 낳으며,알을 낳기전 숙주 새의 둥지를 면밀히 관찰
해 알이 몇 개 있는지, 언제 낳기 시작했는지 타이밍을 계산하는 치밀함을 보입니다.
2. "탁란의 최종 성공 확률" :
자연 다큐멘터리에서는 뻐꾸기가 아주 손쉽게 남의 둥지를 차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최종 성
공률(알에서 깨어나 무사히 이소하여 독립할 확률)은 약 5% ~ 10% 내외로 매우 낮습니다.
많아야 1~2마리만 살아남는 셈입니다. 이렇게 낮은 이유는 단계별로 수많은 난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1단계 : "숙주 새의 발각과 거부 (성공률을 낮추는 가장 큰 요인)"
뱁새(붉은머리오목눈이)나 개개비 같은 숙주 새들도 뻐꾸기에게 그냥 당하고만 있지 않습니다.
뻐꾸기가 알을 낳고 가면,자기 알과 색깔이나 무늬가 미묘하게 다른 것을 눈치채면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거나 아예 둥지를 버리고 새로 짓기도 합니다.
2단계 : "포식자의 위험"
숙주 새의 둥지 자체가 뱀, 족제비, 까치 같은 천적에게 습격당해 뻐꾸기 알과 숙주 새의 알이 통째로
먹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3단계 : "부화 후 생존 경쟁"
가까스로 부화한 뻐꾸기 새끼가 본능적으로 다른 알을 밀어내다 실수로 떨어지거나, 너무 자란 몸집
때문에 둥지가 무너져 황당하게 추락사하기도 합니다.
4단계 : "독립 직전의 위험"
둥지를 떠나 날기 시작하는 치어기(어린 새) 시절에도 '매'나 '삵' 같은 천적들의 표적이 되기 쉽습니다.
요약하면, 암컷 뻐꾸기는 한 해 동안 부지런히 15개 안팎의 둥지에 탁란을 시도하지만, 둥지 주인의
반격과 자연 생태계의 혹독함 때문에 실제로 대를 잇는 새끼는 겨우 1~2마리에 불과합니다. 낮아 보
이지만,뻐꾸기 입장에서는 스스로 둥지를 틀고 새끼를 직접 기르는 조류들의 평균 생존율과 비교했을
때 결코 밑지는 장사가 아닌 셈입니다.
(제8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