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경찰청(LAPD)에서 14년을 일한 경험을 살려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내놓고 영화 각본가로 변신한 조지프 웜보가 28일(현지시간)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할리우드 리포터가 전했다. 그의 대표작은 '어니언 필드'와 '뉴 센추리언', '블루 나이트'(The Blue Knight), '글리터 돔' 등인데 이들 모두 영화로 만들어졌다.
1970년대 NBC 드라마 시리즈 '폴리스 스토리'를 함께 만든 고인은 란초 미라지 자택에서 식도암으로 세상을 등졌다고 가족의 오랜 친구 자네네 간트가 일간 뉴욕 타임스(NYT)에 전했다.
1960년 순찰 경관으로 LAPD에 가세한 그는 데뷔작 '뉴 센추리언'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작품은 1965년 왓츠 폭동으로 이어지는 5년 동안 세 명의 젊은 LAPD 경관들을 쫓아간다. 1971년 리틀 브라운 앤드 코란 출판사가 발간했는데 NYT 베스트셀러 목록에 32주째 머물렀다.
토머스 플레밍은 NYT 서평으로 "경찰을 좋아하는지? '뉴 센추리언'을 읽어라. 경찰을 싫어하는지? '뉴 센추리언'을 읽어라"고 적었다. 이듬해 소설을 각색해 영화를 제작했는데 조지 C 스콧과 스테이시 키치 주연이었다. 웜보는 당시에도 LAPD 형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용의자들이 유명해진 자신의 사인을 얻겠다고 손을 내밀면 수갑을 채워버리겠다고 농을 건네곤 했다. 참고로 1972년 서울 스카라 극장은 신정 작품으로 개봉하며 '쎈츄리안' 제목을 달았다.
그의 두 번째 소설 '블루 나이트'가 1973년 나와 서점가를 휩쓸었다. 첫 작품은 이제 막 첫 발을 디딘 경찰들에 초점을 맞췄는데 이 작품은 퇴직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베테랑 경관들에 대해 썼다. 이 작품은 배지를 찬 이들의 심리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능숙한 솜씨를 발휘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은 같은 해 NBC TV 영화로 만들어져 윌리엄 홀든이 주인공 범퍼 모건을 연기했다. 2년 뒤 CBS 시리즈로 만들어져 조지 케네디 주연으로 25개 에피소드가 방영됐다.
웜보는 다음에 넌픽션을 선택해 대성공을 거뒀는데 1973년작 '어니언 필드'다. 10년 전에 일어났던 일을 바탕으로 삼았는데 교통 신호를 기다리다 납치된 두 잠복 근무 LAPD 경관 이야기였다. 납치범들은 캘리포니아주 베이커스필드 외곽 어니언 필드로 두 경찰을 끌고 가 한 명은 처형하고 다른 한 명이 달아났다. 웜보는 이 끔찍한 밤을 정교하게 묘사했고 평론가들은 극찬했다. 트루먼 커포티의 '콜드 블러드'와 필적한다고 보는 이도 있었다.
이 작품은 NYT 베스트셀러 목록에 14주째 머물렀고 에드가상을 수상했다.
그는 2008년에 “난 '어니언 필드'를 쓰기 위해 이 지구에 보내졌다. 이것이 내가 느낀 그대로"라면서 "내겐 감정 넘치는 경험이었다. 경찰청에 6개월 휴가를 내고 이 책을 썼다. 법원 문서만 4만쪽을 읽었다. 대략 63명을 인터뷰했고, 3개월 동안 이 책을 썼다"고 털어놓았다.
웜보는 해롤드 베커가 연출하고 제임스 우즈와 프랭클린 실스가 납치범으로, 존 새비지와 테드 댄슨이 경관으로 열연한 1979년 영화 각색을 손수 했다. 이 작품이 거둔 성공은 저자 자신에게도 분기점이 됐다. 그는 1974년 178번 경찰 배지를 반납하고 LAPD를 퇴역, 전업작가로 나섰다.
조지프 알로이시우스 웜보주니어는 1937년 1월 22일 펜실베이니아주 이스트 피츠버그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경찰서장이었다가 나중에 제철 노동자가 됐다. 열네 살 때 가족이 LA로 이주했다. 1954년 해병대에 자원하며 야간 학교에도 다녔다. 전역 후 그는 현지 제철소에서 일하며 파트타임으로 대학을 다녔다. 문학에 관심이 많아 그는 영어 교사가 되고 싶어 했는데, 핏속에 경찰 피가 힘을 써 LAPD에 들어갔다. 훈련이나 일하면서도 틈틈이 공부를 계속해 1960년 캘리포니아주립대 LA 캠퍼스(UCLA) 석사학위를 땄고 1968년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땄다.
LAPD 경사로 진급하는 과정에도 그는 쉬는 날 단편 연마에 힘을 쏟았다. 출판사들의 퇴짜를 줄줄이 맞았는데 한 편집자가 오히려 장편을 써보라고 격려한 것에 힘입어 쓴 것이 데뷔작 '뉴 센추리언'이었다.
1973년 웜보는 '블루 나이트' 극본을 집필했던 E 잭 노이먼과 힘을 합쳐 '폴리스 스토리'를 제작했다. 이 영화는 '힐 스트리트 블루스'와 'NYPD 블루'의 전초가 됐다. ('폴리스 스토리'는 1976년 에미상 최고 드라마 시리즈상을 수상해 앤지 디킨슨이 주연한 '폴리스 우먼' 등 세 가지 스핀오프를 낳았다)
고인의 다른 성공작 소설로는 'The Choirboys'(로버트 알드리치 감독의 1977년 영화), 'The Black Marble'(베커 감독에 본인이 각색한 1980년 영화), '글리터 돔'(제임스 가너와 존 리스고우 주연의 1984년 HBO 영화), 'The Delta Star', 'The Secret of Harry Bright' 등이 있다. 또 넌픽션 'Echoes in the Darkness'와 소설 'Fugitive Nights'도 각각 1987년과 1993년 TV 영화로 만들어져 방영됐다.
1990년대에도 웜보는 넌픽션 세 작품 'The Golden Orange', 'Finnegan’s Week', 'Floaters'을 세상에 선보였다. 그 다음 책은 'Fire Lover: A True Story'(2002)인데 글렌데일 소방청에서 일했던 방화 수사관 존 레너드 오르의 일생을 넌픽션으로 그린 것이었다.
웜바우는 2006년 다시 범죄소설로 돌아와 'The Hollywood Station'을 내놓았는데 범죄를 해결하는 것보다 명성을 누리고 싶어하는 네이트 바이스와 서퍼를 즐기는 두 경관 얘기 등 달라진 경관 캐릭터를 소개했다. 'The Hollywood Station'와 네 권의 속편은 LA의 유명인 집착을 꼬집었다.
미국추리작가협회는 웜보에게 에드가상을 세 차례나 시상했으며 2004년 그랜드 매스터상을 수여했다.
유족으로는 1955년 결혼한 부인 디, 두 자녀 데이비드와 자네트가 있다. 아들 마크는 스물한 살이던 1984년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데이비드는 2013년 자신의 회고록 'The Last Call'를 썼다.
2010년 소설의 영감을 어디에서 얻느냐고 묻자 고인은 이렇게 답했다. “내 캐릭터들은 내가 만난 사람들로부터 대부분 구성돼 있다. 때때로 그들은 살아있는 사람들에 아주 가까웠다. 내 작업은 캐릭터가 몰아가는 것이라, 일단 캐릭터들을 만들면, 그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지 못한 채 자신의 얘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난 캐릭터들이 날 그곳에 데려가게 놓아두며, 여행하는 내내 난 그들이 누구인지 더 잘 알게 되고 그들을 수용하기 위해 변화를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