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토요일 김해에서 해바라기 심는 날
난 미리 간다는 연락도 없이 전화번호도 적어오지 않고 대성동 박물관에 갔다
혹 일행을 못 만나면 왕릉을 걷고 싶기도 해서... 대책없는 것은 나의 주 특기이긴
하지만 도착하니 차 한 대가 출발 하려고 하고 아는 얼굴이 보였다
안녕하세요...ㅎ
해맑은 웃음의 여인들이며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리고 주촌면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밖을 보니 아! 김해시 주변에 이런 곳이...
내 가슴에 또 다른 설레임을 안겨 주었다
일하다 휴식공간으로 이용할 집은 문화원 원로이신 선생님의 노후를 위해 3년 전에
준비해서 필요할 때마다 이용하는 전형적인 시골집 골목길을 지나 마당에 들어서기도
전에 첫 감격은 팽나무의 아름드리 나무였다
그리고 집 뒤엔 대나무 숲 ... 어쩌면 나의 유년의 풍경화가 눈앞에 펼쳐진 느낌이였다
우린 먼저 와서 비빔밥 재료로 나물을 다듬고 있는 아름다운- 봉사의 마음을 보았다
먼저 호박 넣고 끓인 수제비를 먹어보라고 했지만 점심을 먹고 와서 사양했다
김해 주촌면 앞 톨게이트에서 휘어지는 길 국유지 약 1322제곱미터의 땅에 5000여포기를
열다섯 분 중에 두 분은 먹거리를 준비해야했다
우선 호미를 준비 못해 와서 선생님 집에 있는 호미를 빌렸다
날씨가 흐리긴 해도 비는 오지 않아 오히려 꽃모종 하기에 좋다면서 밭을 향해 힘차게
언덕으로 올라갔다
내가 집에서 상상하기엔 길가에 코스모스처럼 심으려는 것이려니 생각했었는데...
밭에다 심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외국인 한분 선생님 친구분인데 그 사람 낭만적인 분인지 손에 꽃이며
새의 깃털을 주워 들고 있었고 복장은 청바지 브이자 모양의 럭셔리한 서구의 농부의 옷차림이다 참 잼있다 옷차림들이 구두도 신은 사람 원피스를 입은 사람 꼭 소풍나온 모습들에서 잠시 웃음이 픽 나왔다 그리고 괜스레 웃음이 비실 비실 나오더라구 맨땅이라니 땅을 깊숙이 파서 일구어진 흙이 아닌 자갈밭 그것도 산에서 아무렇게나 뒹그는 거칠은 산돌들이 많이 있고 산에서 퍼온 흙이 굳은 공사일로 풀도 그리고 달맞이꽃도 약초인 비수리도 있었다 모두 바람에 날려와 뿌리를 내린듯 했다 도로 공사로 인해 옮겨다 놓은 흙들이 분명했다
우리들은 그 약초 이야기를 하면서 해바라기를 재미있게 쪼그리고 않아서 심었는데 아 글쎄 오래지 않아 뒷다리가 땡기고 오른쪽 무릎이 시큰 거렸다
요즈음 내가 어깨도 안좋고 해서 스트래칭을 한지가 두주 밖에 안되어서 온 몸의 세포들이
아우성인데 ...평생 농사일을 하신 나의 부모님 생각에 죄송한 맘이 울컥 치밀었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인고?
난 내 몸이 나에게 가끔은 반발을 하지만 계속 일을 하려는데...안되겠기에 앞에서 돌 고르고 풀 뽑고 비수리 나무 꺾어내는 일을 교대로 하자고 했다
또다시 다른 분과 호미가 부족해서 교대해서 해바라기를 심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슬이던 가랑비가 점차 굵은 비로 변했다
두 사람은 비옷을 준비하러 가고 우린 잠시 고가도로 밑으로 비를 피해 앉아 있는데
저만치서 코스모스 꽃들이 계절을 잊고서 활짝 피어 있었다
차량들은 끊임없이 오고 가는데 꽃들의 속삭임을 듣고 싶어 더 가까이 가려다 말고 우린
또다시 비옷을 입고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너무 힘들어 하니 들어가고 음식하는 분들과 교대하라고 하신다 오늘 처음으로 봉사 나온 고운 여인과 둘이서 휴식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미끄러지면서 겨우 왔다
오는 도중에 그 비수리는 어린아이 아스피린 알약만한 흰바탕에 핑크색 꽃을 처음으로 대하는 비수리꽃은 작고 앙징스러웠다
그 정겨운 집에 오니 고생했다면서 반갑게 맞아준다
카레향내 물씬나는 뜨거운 부추전을 먹으면서 교대를 했다
나는 주변 정리 좀 하고 전을 지져내기 시작했다
진동의 핸드폰 여보세요...나의 큰딸 어디세요
아 여기 ... 부산에 있어야할 엄마가 왜?
그랬다 부산 문화회관에서 음악회 티켓을 큰딸이 준비해 주면서 친구와 같이 가보라던
그걸 깜박하고 말았다
서운한 마음도 잠시 또다시 난 열심히 불앞에서 전을 지졌다 포도씨유로 지글작 주걱으로 누르면서... 비빔밥 나물 일곱가지 재료들을 그릇에 예쁘게 담는 그녀의 손끝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일들을 마치고 비에 젖어 지쳐서 들어들 오시고 우린 기쁘게 마음가득 맞이했다
고생했다면서 ...왁자지껄 맛있게 비빔밥 한그릇씩 먹고나서 수박을 자르는데 나는 밖으로 나왔다 하늘 한번 보고 팽나무 한번 보고 마당을 요리 저리 걸어보았다 마당 한쪽엔 가내공장을 했었는지 제법 규모있는 건물이 있는데 앞으로 미술관으로 꾸미실 예정이라네
대밭을 둘러보고 모터가 설치된 우물을 둘러보고 물이 고인 곳에서 물장난도 한번 쳐보는데
텃밭 주변에서 뭔가 내게 다가오는 듯하여 물기 머금은 바닥을 소리를 쫒아 살펴보니 어스름 속에서 폴짝 폴짝 내게로 다가온다...아! 왠 개구리가 이렇게 클까?
그것은 말로만 듣던 외래종 황소 개구리였다 ... 그런데 울음소리도 달리 들렸다
신기해서 난 자꾸만 따라갔다 그 개구리 폴짝 폴짝 잘도 뛰어 밭 가운데로 사라졌다
내가 저에게 해롭게 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해서였을까
아님 친구 찾아 마실가는 걸까?
텃밭에서 딴 팔뚝만한 오이 속 향기는 시원함을 더한다
소설 ‘향수’에 나오는 그루누이의 코가 이렇게 민감할까?
내가 향수를 읽을 때의 기분이 새롭게 상상의 날개를 달아준다 오이의 향으로 인해...
내게 짐이 있다면 신은 내가 충분히 감당할 무게만큼만 주신다는 어느 성인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견고한 나의 삶이라 생각한다
생각을 더 펼치려다 거실로 들어오니 오늘의 일과 브리핑이다 차 한 잔씩을 앞에 두고 모두 모여 앉았다
그리고 청화대 견학 문제로 신원조회를 한다고 주민번호와 연락처를 다시 적었다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는 곳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도 다녀오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으리라 본다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소시민인 내가 대통령을 혹여 만난다면 그 곳이 대통령 집무실이자 집이니 만난다면 정말 스스럼없이 문학을 이야기 하고 사회의 내가 느낀 모순들을 격의 없이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난 궁금하다 형식적인 개방의 문은 아닌지? 난 대책 없는 행동으로 무슨 질문을 할까? 또 다른 나의 상상의 소스를 제공 받음을 기쁘게 생각 한다
실현될지 아닐지는 미지수지만 말이다
꽃이 해를 향해 핀다는 뜻의 해바라기
국화과에 속하는... 페루의 국화이자 미국 캔자스 주의 주화(州花)인 꽃
해바라기는 꽃말이 지혜와 이성을 뜻한다네... 그리고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의 분위기는...누군가 말했다...
당장이라도 분출할 듯한 억눌린 에너지 창고라고?
나 역시 한사람의 예술인이다... 혼자만의 상상의 화가
설명하지 못할 대책 없는 나...그래도 나는 내가 좋다
첫댓글 오손 도손 해바라기 심는 풍경이 눈에 선합니다 사랑은 언제나 되돌림으로 갑절 행복합니다 수고하심의 몇갑절 더 그날의 추억으로 살아감의 청량제가 되겠지요 해월정님의 정겨운 글밭에 앉아서 머지 않은날 해바라기 가 한창일때 님들 그 예쁜 마음씀씀이를 확인하며 저 또한 해바라기 사랑에 흠뿍 빠져있겠지요 함께하지 못함에 죄송합니다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님의 글을 읽으며 다시 그 기분에 젖을 수 있어 좋습니다. 다감한님의 글 자주 대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행복한 바벨님들과 함께 하면서 행복을 느끼지 못 한다면 인간이 아닙니다~(반분이 풀리는지요? ^^) 함께 하고 싶었지만 여의치가 않아 내리는 빗줄기만 병원 중환자실 앞에서 바라보았습니다. 안 봐도 비디오라쿠던데... 눈에 선하네요
해월정님! 해바라기 심던 날을 그림처럼 소상하게 그리셨네요^*^ 해바라기가 뿌리를 내릴때까지 저도 조심스럽게 기다리며 해바라기밭이 사진의 배경이 될 날을 그려봅니다^^
고생했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