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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호시야마 씨. 도와줘. 이 사람이 도무지 말귀를 못 알아들어.” 이라부가 응석 부리듯 말했다.
“못 알아듣는 건 선생님이에요.” 아이코가 느닷없이 야단을 쳤다. “초등학생 같은 그런 작문을 어떻게 책으로 만들어 서점에 내놓느냐고요?. 어른이니까 좀 상식적으로 판단하세요.”
이라부의 눈이 동그래졌다. “호시야마 씨, 왜 그래? 뺨이 씰룩씰룩하잖아?” 주눅이 든 기색이라곤 전혀 없었다. 점점 더 화가 났다.
“이봐요, 의사 양반. 소설을 우습게 보지 말아요. 작가가 어떤 심정으로 글을 쓰는지 알아요? 다들 뼈를 깎는 고통과 바싹 마른 걸레를 쥐어짜는 심정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써나간다고요. 그걸 생초짜가….”
“호시야마 씨, 얼굴이 빨갛네. 열 있는 거 아냐?”
“그래요. 열 있어요. 마그마가 폭발할 것 같아요.”
“아, 맞다. 구토증이 있었지.”
입술이 떨렸다. 이 바보 멍텅구리가. 얼굴에 대고 토해버릴까.
“하지만 아라이 씨가 재밌다고 했단 말이야.” 이라부가 입을 삐죽 내밀고 말했다. 의자에 기대앉아 코를 한 번 훌쩍했다.
“뭐라고?” 아이코는 말문이 막혔다. 아라이를 보니 “아, 아니, 그게.” 하며 말을 잊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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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달까, 몇 번이나 첨삭하다 보니 묘한 맛이 있다고 할까….”
“거봐, 나, 재능 있다니까.” 이라부가 득의양양해져 가슴을 폈다.
“뭐야, 정말이야?” 아이코가 물었다.
“재능은 없지만…. 글쎄, 기교가 전혀 없어서 신선하다고 할까? 하도 엉터리여서 아무도 흉내를 못 낼 것 같다고 할까….”
“이리 줘봐.” 아이코는 원고를 집어 들고 눈으로 읽기 시작했다. 문장이 엉망진창이었다. 그림으로 치자면 추상화이다. 피카소이거나 아니면 미치광이다.
“편집자의 직업병 탓인지 조금이라도 장점을 찾아볼까 해서 읽어보니, 아주 약간은 재미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선생님께 그렇게 얘기하는 걸 듣더니 저렇게 의기양양해서.”
“그럼, 당신이 책임지고 책을 내면 되겠네. 사람 귀찮게 하지 마.” 아라이를 노려보았다.
“와~! 책이다, 나도 책 낸다.” 이라부가 만세를 불렀다.
“무리예요. 이런 걸 책으로 만들 만큼 출판계는 목가적이지 않다고요. 호시야마 씨도 아시잖아요. 내로라하는 책조차 팔리지 않는 판에.”
“그건 당신들 탓이지.”
“맞아, 맞아. 당신이 나빠.” 이라부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