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의 꼬리말
최 병 창
감쪽같이 속여 넘긴 위자료가
고작 본전도 안 된다니
뱁새와 황새차이가 엄청나 보인다
잠시 눈이 멀어 보이던
괜찮지 않은 흥정을 깊숙이 찔러도 보지만
어림도 없는 차이란 도저히 감당해 내기 어려웠으니
굴렁쇠가 혼자서 굴러가는 것은
순전히 사람의 힘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가만히 있는 것은
아무런 힘도 없다는 말인지
모이고 흩어졌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힘
뜬눈이 깜박거리면서 중력 쪽으로 밀려간다
사랑의 힘이란 함부로 단정할 수 없이 위대한 것
언제나 생각이 머물던 자리에는
녹슨 이름이 먼저라지만
도대체 돌아가는 힘이란 어디서 왔을까
비로소, 비로소 그때쯤
왈칵 쏟아지는 사나운 바람소리
낯익은 주름 속에서
펄럭이던 어머니의 간간한 목소리였으니
어느 틈에 여기까지 밀려와
엉성하게 헐거워져 받지 못한 편지처럼
속이 많이 아플지도 모를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그때 지금쯤
두 눈 지그시 감았다 뜨는 소리의 공명처럼
부르는 게 값이라는
새벽 같은 얼굴을 제 홀로 붉히고 있다.
< 2017.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