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거절하기
- 너무 많은 물건으로부터 해방된 어느 가족의 이야기 -
산드라 크라우트바슐 글◦박종대 옮김
출간 2020년 9월 28일|판형 140×205|제본 무선|252쪽|15,000원
분야 > 사회과학 > 환경문제, 환경운동
ISBN 978-89-6372-331-0 03330
플라스틱 제로에서 쓰레기 제로까지 ‘과잉’을 거부한
어느 가족의 슬기로운 소비 생활!
코로나로 일회용 포장 용기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연일 뉴스에서 곧 쓰레기 대란이 일어날 거라고 말한다. 쓰레기를 안 만들고 살 수는 없는데….
‘우리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
여기 어느 가족의 유쾌한 도전이 있다.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에 이은 두 번째 도전, ‘쓰레기 거절하기’
이웃과 차를 공유하는 실험을 하고, 냉장고는 절반만 채우고, 패션 욕구는 벼룩시장에서 해결하는 동안 지출은 줄어들었고, 가족들은 ‘쓰레기 제로’ 삶을 위한 토론과 열정으로 긴밀해졌다. 실험이 삶으로 이어진 10년 동안 세 아이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기의 삶을 가볍게 꾸리게 되었다고 엄마 산드라는 말한다. 부모가 보여 주는 선의의 도전과 거기에 때로는 동의하고 때로는 저항하면서 자신의 뜻을 분명히 밝히는 세 아이가 치열하게 토론하는 과정은 이 책의 또 다른 재미다. 함께하되 강요하지 않으며, 스스로 선택한 만큼 가볍게 즐기면서 해 나가는 ‘쓰레기 거절하기’.
물건도, 쓰레기도 넘쳐 나는 과잉의 시대에 삶을 가볍게 꾸려 나가는 이 가족의 유쾌한 도전은 너무 많은 물건을 안고 사는 나에게 지금 괜찮으냐고 물어 온다.
▒ 차례
들어가며: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
1부 질문
우리 가족은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
“정말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실험에 동참했나요?”
플라스틱 없이 사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쓰레기의 출발점은 어디일까?
2부 실험
7년의 실험, ‘반쪽짜리 자동차’
강제적 채식주의자?
고쳐 쓰고, 덜 사고
포장 용기에 대한 새로운 제안들
냉장고 절반 채우기, 그리고 식품 구조 운동
‘공짜 가게’로 물건의 수명 연장하기
3부 해결책
실험에서 운동으로, 이웃과 함께
거부, 포기의 즐거움
먹을거리의 가치와 푸드 셰어링
교환학생 제도의 생태 결산표
슬기로운 디지털 기기 사용법
지혜롭게 비우기
물건의 새로운 가치, 업사이클링
물건과 정보의 공유로 모두 함께
우리 실험에 대한 짧은 총평
내 몫의 책임을 지다
후기
용어 설명
추가 정보
옮긴이의 말
▒ 책 소개
우리는 쓰레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020년은 코로나 19로 시작해 여전히 그 터널 속에 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갈 수 없고, 직장인들도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삼시 세끼를 집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외출도 외식도 조심스럽다. 팥빙수도 배달이 되는 놀라운 시스템이라 동네마다 오토바이 소리가 시끄럽고 택배 기사가 바쁘다. 그 덕분에 집집마다 내놓는 쓰레기양이 늘기 시작했다. 연일 뉴스에서 곧 쓰레기 대란이 있을 거라고 보도한다.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뭘 할 수 있나, 분리수거라도 제대로 하면 되지, 모른 척 넘어간다. 우리는 쓰레기가 심각한 문제라는 걸 다 알고는 있다!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평범한 가족의 유쾌한 반란과 도전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남편과 분리수거만 잘해도 된다고 생각하던 아내, 그리고 욕구 왕성한 10대 아이 셋. 다섯 명의 평범한 가족이 있었다. 엄마 산드라가 2009년 9월 어느 날, <플라스틱 행성 Plastic Planet>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말았다. 지구를 덮어 버린 플라스틱의 위험을 보고 난 뒤 호기롭게 딱 한 달만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 실험을 해 보자고 제안했고, 남편과 세 아이는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단, 재미없으면 당장 그만두기! 이렇게 즉흥적으로 시작한 플라스틱 제로 실험은 ‘쓰레기를 거절하는’ 삶으로 이어졌다.
처음 플라스틱 제로 실험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산드라 가족은 100퍼센트 완벽하게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맥주병과 잼 뚜껑에 있는 합성수지, 남편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맥주와 잼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실험의 큰 원칙이 가족들에게 스트레스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거였고, ‘재미’였다. 그리고 실험을 할수록 가장 중요한 것은 물건들을 가능한 ‘쓰지 않는 것’이 본질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산드라 가족은 자연스럽게, 플라스틱 제로 실험을 쓰레기 없는 삶으로 이어 가게 되었다.
1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실험이 삶으로 이어지는 10년 동안의 시간, 먹고 입고 움직이는 모든 생활에서 어떻게 쓰레기를 줄여 나가는지, 선택의 상황에서 가족들은 어떻게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공동의 목표’로 나아가는지 그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자동차가 고장 난 뒤 차 없이 몇 달을 지내다 뜻 맞는 이웃을 만나 7년이나 차를 공동 소유한 이야기, 그 ‘반쪽짜리’ 차를 타고 떠난 여름휴가에서 맛본 물건으로부터의 해방감, 1+1에 휘둘리지 않고 절반만 채운 냉장고로 가벼워진 이야기,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식품이 생산량의 3분의 1이라는 사실에 마트의 대형 쓰레기장을 터는 사건까지. 집은 물론 우리 사회에서 어떤 물건이 어떻게 버려지고 있고, 또 우리가 쓰고 있는 물건들이 생산 과정에서 어떤 오염을 일으키는지 꼼꼼히 들여다볼 수 있다.
새것을 권하는 사회-새 차에 대한 오해
자동차를 예로 들어 보면 오래된 차는 배기가스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새 차가 환경에 덜 해롭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자동차는 생산하는 과정에서 전체 차 운행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양의 15〜20퍼센트가 나온다. 만일 새 차가 100킬로미터에 연료 1리터를 덜 쓴다면 1년에 1만 킬로미터를 20년 달려야만 그것을 생산할 때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기술이 발전해 엔진 효율성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차 무게가 점점 무거워지고 혼자 타고 다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국 에너지 효율성은 떨어진다. 단순하게 말하면 차를 덜 타는 것이 운행과 생산으로 생기는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다. 새 차로 바꾸는 시기도 멀어지는 것이고.
차뿐만 아니라 핸드폰이나 컴퓨터, 전자제품, 옷… 우리가 쓰는 모든 물건들은 만드는 과정에서 이미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뿜어내고 있다. 산드라 가족이 플라스틱 제로에서 ‘쓰레기 거절하기’로 나아간 것은 결국 물건을 오래 쓰고, 덜 사야만 쓰레기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물건을 최대한 오래 쓸 수 있게, 고장 나면 고쳐서 다시 쓸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고장 난 물건을 고치려면 부품을 구하기도 어렵고, 수리비가 더 드니 새것을 사라는 이야기를 흔하게 듣는 세상이다. 산드라는 기업이, 사회가 함께 ‘물건의 수명’에 대해서 ‘수리’ ‘재사용과 재활용’ 시스템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의 영역만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해 나가야 할 문제까지 짚어 보고 있는 것이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시스템의 변화
그럼, 사회가 변하기 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까? 개인이 하는 건 달걀로 바위 치기일까? 그런데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꾸준히 하면 바위에도 금이 간다. 산드라 가족의 유쾌한 도전과 실험은 친구에서 이웃으로, 지역 사회로 점점 확산되고 있다. 헌 옷이나 물건을 공짜로 나눌 수 있는 ‘공짜 가게’가 생기고, 다 읽은 책을 함께 공유하는 ‘열린 책꽂이’와 포장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포장 없는 가게’가 지역 곳곳에서 생기고 있다.
산드라는 지역 사람들과 함께 집집마다 잠자고 있는 장바구니를 모은 행사를 잊을 수 없다. 6천 개가 넘는 장바구니를 모았고, 동네 가게 어디서나 장바구니를 빌려 쓸 수 있게 되자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구체적으로 행동하고 그 행동으로 변화를 느꼈을 때 함께한 사람들 사이에 건강한 집단의식이 생겼고, 이 집단의식은 더 나은 변화로 가는 바탕이 되었다. 몇 사람의 작은 발걸음이 모여 둘레를 바꾸는 큰 변화를 이끌어 내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가늠해 보게 된다.
‘과잉’을 거절하니 쓰레기도 줄고, 삶도 가벼워졌다(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가볍게 꾸준히)
도대체 산드라 가족은 어떻게 10년째 ‘쓰레기 거절하기’를 할 수 있을까? 물론 가끔 귀찮을 때도 있지만 산드라 가족은 이전의 삶보다 훨씬 여유 있고, 가족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가볍게 꾸리게 되었다고 말한다. 해야 하는 과제가 아니라, 이건 우리가 할 만해, 재밌겠어, 하는 마음으로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산드라는 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각자가 즐겁게 할 수 있는 만큼 해 보길 권한다. 자기 가족의 도전은 자기 가족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어떤 행동이나 도전이 스트레스가 된다면 계속 할 수도 없고,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산드라는 적게 가질수록 여유 있고 많이 쉬게 되었다. 물건에서 해방된 가벼움, 그 경험을 놓치지 않을 거라고 한다. 물건을 갖게 되면 그 순간 ‘책임감’이 따라온다. 물건들도 보살펴야 하니까 쓸고 닦아야 한다. 그러니 가진 게 많을수록 바쁠 수밖에 없다. 쓰레기를 거절하는 것과 슬기로운 소비 생활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그리고 그 둘은 우리 삶의 질과 맞닿아 있다. 너무 많은 물건들에게 빼앗긴 내 시간을 다시 찾으면 어떨까? ‘과잉’을 거절한 순간 우리 집은 넓어지고, 나는 가벼워지지 않을까?
▒ 책 속으로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주 던졌고, 그 답을 느낄 때도 많았다. 그건 늘 내가 무척 그리워하는 것들이었다. 왜냐하면 나 역시 단 한순간도 나 자신을 느끼지 못하고, 단 한순간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지 못한 날이 이어지면 그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풀려는 보상 심리를 잘 알기 때문이다. 이것은 딜레마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자기만의 시간과 휴식 그리고 자유로운 생각인 듯하다. 이것들을 얻지 못하면 우리는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로 보상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물건들은 일시적인 만족감만 줄 뿐 장기적으로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은 필요 없는 물건들을 잔뜩 쌓아 두어서는 좋은 삶을 살 수 없음을 본능으로 안다.
_6쪽
▒ 저자 소개
글쓴이_산드라 크라우트바슐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하며 남편과 세 아이와 평범하게 살았다. 2009년 9월, 다큐멘터리 영화 <플라스틱 행성>을 보고 난 뒤 지구를 뒤덮어 버린 플라스틱을 그대로 보고 있을 수 없어 딱 한 달만 플라스틱 없이 살아보는 실험을 해 보기로 했다. 토론을 즐기는 가족은 재미있을 거 같다는 호기심으로 모두 동의한다. 그렇게 시작한 플라스틱 제로 실험이 가족의 일상을 바꾸었고, 드디어는 쓰레기 제로 생활에 도전하게 되었다. 문제는 플라스틱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생활 곳곳에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끝없이 도전하며 2015년부터는 슈타이어마르크주 녹색당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첫 책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는 오스트리아는 물론 한국에서도 꾸준한 사랑받고 있다.
옮긴이_박종대
성균관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쾰른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사람이건 사건이건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이면에 관심이 많고, 환경을 위해 어디까지 현실적인 욕망을 포기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 자신을 위하는 길인지 고민하는 제대로 된 이기주의자가 꿈이다. 지금껏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청소년을 위한 환경교과서》 《토마스 만 단편선》 《위대한 패배자》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승부》 《콘트라바스》 《세상을 알라》 《너 자신을 알라》 100권이 넘는 책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