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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정토회 만일결사 중 제10차 천일결사, 제8차 백일기도 입재식이 열리는 날입니다.
새벽 5시에 9700일째 천일결사 기도를 한 후 오전 8시부터 2차 만일준비위원회와 온라인으로 간담회 시간을 가졌습니다.
1차 만일결사 회향을 300일 앞두고, 2차 만일준비위원회(이하 만준위)에서는 미래를 준비하며 스님에게 7가지 자문을 구했습니다. 지속 가능한 정토회 의제, 지도법사 제도, 2차 만일결사 기간 동안 주력 사업, 지도법사의 역할 분담 방안 등 그동안 만준위에서 토론한 내용을 발표하고, 스님의 조언을 들었습니다.
붓다가 생존했을 시와 입멸 후 상가의 운영방식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1차 만일결사는 법륜 스님이 시작하고 법륜 스님이 중심이 되는 체계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2차 만일결사에는 법륜스님을 대신할 사람이 없을 것 같습니다. 2차 만일결사에는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을 해야 하는지 연구하는 과정에서 2600년 전 붓다가 생존했을 시와 붓다가 돌아가신 이후에 상가의 운영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함이 생겼습니다.”
“부처님 생존 시에는 제도보다는 부처님이 가진 인격에 의해서 상가가 운영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도적인 장치가 미비하기도 했지만 굳이 제도가 필요 없었습니다. 어려움이 있으면 부처님께 여쭤보면 되었고, 부처님이 원칙과 관점을 잡아주면 그 관점대로 운영하면 되었어요. 그래서 어떤 규정 같은 게 많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부처님 당시에 제도가 조금씩 만들어진 부분도 있어요. 부처님 당시에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주로 제도를 완비시킨 사람은 사리푸트라였습니다. 사리푸트라는 출가하기 전에 이미 수행 집단에서 리더 역할을 했던 분이기 때문에 기존의 사문과 그 당시 여러 종교 집단들의 제도를 이미 잘 알고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중에 여러 장점들을 수용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에 맞게 제도를 정비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 당시에도 일부 제도가 하나씩 정비되어 나갔다고 볼 수 있죠.
그러나 처음부터 제도나 계율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초기 수행자들에게는 계율이 필요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부처님이 ‘그건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그건 그렇게 하는 게 좋은데’ 이렇게 하나씩 말씀을 하시게 되면서 계율이 점점 갖추어져 나가게 된 거예요. 계율이 지금처럼 정비된 건 모두 부처님이 열반하신 뒤에 일어난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부처님과 같은 역할을 다음에 누가 해야 하느냐?’ 하고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바로 뎃바다타였습니다. 데바다타가 자신이 붓다의 후계자라고 하면서 제2의 붓다가 되겠다고 하니까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승가는 어떤 누구에 의해서 지도되지 않는다.’
붓다를 대신할 존재가 필요 없다는 겁니다. 열반하기 직전에도 아난존자가 부처님이 열반하신 후에는 누가 부처님을 대신해야 하느냐고 질문하니까 역시 ‘승가는 누구에 의해서 지도되지 않는다’ 하고 명백하게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이후에는 부처님의 가르치신 말씀과 율에 근거해서, 즉 제도에 의해서 운영되었습니다. 만약 누군가에 의해서 승가가 유지되어야 했다면 마하가섭 존자가 2대 부처님이 되면 되지 굳이 무엇 때문에 이런 제도를 만들었겠습니까.
그러니 부처님이 입멸하신 후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경전과 계율을 정비한 후 그것에 의지해서 교단을 운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좋은 방식이었는지 나쁜 방식이었는지 우리로서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부처님이 입멸하신 후는 제도에 의해서 운영이 되었어요.
여러 가지 제도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두 가지입니다. 첫째, 부처님이 하신 말씀, 즉 사상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이 입멸하신 후 부처님이 하신 말씀을 항상 되뇌는 암송 의식이 생겨났습니다. 둘째, 공동체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가치관과 행동규범, 즉 계율입니다. 사상과 계율, 두 가지에 의해서 상가가 유지되었다고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불교가 중국에 전래된 후 제도가 점점 타락하니까 선불교가 새로 일어나면서 제도를 모두 부정해 버렸어요. 그러면 선불교는 무엇으로 정체성을 삼았을까요? 제2의 붓다인 미륵불이 오실 때까지 붓다를 대행하는 ‘석가여래부촉법’이란 것을 만들었습니다. 부처님의 법을 계승한 상속자를 ‘조사’라고 하는데, 조사가 석가모니불과 미륵불 사이의 기간을 대행한다는 제도가 나오게 된 거예요.
부처님 생존 당시에는 제도에 의해서 운영되기보다는 인격에 의해서 운영되었다고 볼 수 있고, 부처님 입멸 이후에는 부처님의 말씀과 계율, 즉 제도에 의해서 유지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제도에 의해서 상가가 유지되니까 전법의 확산 속도가 훨씬 더 빨라졌습니다. 부처님의 인격에 의해서 유지되는 방식은 활동 범위가 좁았어요. 부처님과 접할 수 있는 범위가 시공간 상으로 굉장히 제한이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도에 의해서 운영되니까 지역을 뛰어넘고 시대를 뛰어넘는 운영이 가능해졌어요.
전법이 축소된 게 아니라 오히려 전법이 확장된 겁니다. 대신에 시간이 갈수록 인격적인 감화가 부족해지다 보니까 조금씩 변질이 되어가는 한계도 있었어요. 이런 한계가 있었지만,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죠. 부처님의 인격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부처님이 수백 년을 살 수는 없고, 부처님의 인격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부처님이 전 세계로 다 다닐 수는 없습니다. 이미 법이 다 설해졌기 때문에 부처님이 더 오랫동안 살아 있을 필요도 없었어요. 부처님은 역할을 다 하고 가신 겁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선언을 하셨습니다.
‘나는 이미 할 일을 다 해 마쳤다. 스승의 손안에 숨겨진 비밀은 없다.’
부처님이 남기신 말씀은 사상, 즉 경전으로 정립이 되고, 가치관과 행동규범은 계율이라는 제도로 정립이 되면서 이후에는 무한 확산이 가능해졌습니다. 정토회의 2차 만일결사도 그런 관점에서 설계해 나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네, 많은 의문점이 해소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질문에 대해 답변을 마치자 약속한 9시 30분이 다 되었습니다. 만준위 위원들은 소중한 가르침을 일러준 스님에게 삼배를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오전 10시부터는 10-8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시작했습니다. 입재식은 방역 당국의 지침에 따라 온라인 생방송으로 진행했습니다. 사회자는 서울 서초 법당에서 촬영을 하고, 스님은 두북 수련원에서 촬영을 했습니다. 국내외에서 7천 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입재식을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정토회 백일 간의 발자취를 담은 영상을 보고 2021년 정토행자상 시상식이 진행되었습니다. 한 해 동안 각 부분에서 모범적으로 활동하신 분이나 단체에게 드리는 상입니다.
‘정진상’은 지회의 많은 구성원들이 함께 동참하는 새벽 공동 정진 분위기를 만든 대구경북지부 포항지회 백은정 님이 수상했습니다. ‘포교상’은 세계 전법의 기반을 마련한 국제지부 콘텐츠팀, ‘통일상’은 2018년 사천왕사지 통일 정진을 맡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5년째 매주 기도를 하고, 매년 광복절 만배 정진, 새해맞이 통일 정진을 해온 부산울산지부 남울산 지회 김천호 님이 수상했습니다. ‘복지상’은 행복시민들과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을 꾸준히 도우며 지역 담당 공무원과 연계하여 지역복지 증진에 기여한 대전충청지부 충주지회 안기숙 님, ‘환경상’은 환경문제 개선방안을 연구하여 고양시에 담배꽁초 전용수거함 및 빗물받이 덮개 정책을 도입시키고, 행복시민의 자발적 성장과 지역의식 개선에 기여한 인천 경기서부지부 일산지회 윤순애 님이 수상했습니다. ‘특별상’은 온라인정토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지역활동가들과 힘을 모아 전국 법당을 정리하는 행정업무를 지원해 온라인 정토회 정착에 기여한 강원경지동부 남양주지회 향등 법사님이 수상했습니다. ‘보시상’은 2003년부터 20여 년간 필리핀 JTS 대표로 활동하며 오지 원주민을 돕는 헌신적 활동과 대가를 바라지 않는 보시를 해오신 해외지부 아시아 태평양 유럽지회 이원주 님이 수상했습니다. 한 분, 한 분 활동하신 내용이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시상할 때마다 전국 곳곳에서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정토행자 대상이 발표되었습니다. 대상은 수행, 보시, 봉사의 모든 면에서 정토행자의 귀감이 되는 분에게 드리는 상입니다. 2021년 대상은 지원국장을 맡아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하기까지 수많은 어려운 과정을 오히려 화합의 장으로 이끌며 헌신적으로 활동해온 경남지부 진주지회 박종숙 님에게 돌아갔습니다. 스님도 방송을 보며 박수로 축하해주었습니다.
“아이가 사춘기에 굉장히 방황했을 때 우연히 법문 테이프를 듣고 법륜스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월간정토지에서 오늘 복지상을 받은 안기숙 님의 이야기를 보고 불교대학에 입학을 했습니다. 같이 상을 받아서 너무 기쁘네요. 그렇게 직접 찾아간 연신내 법당에서 갓난아이를 데리고 법당에 와서 봉사를 하던 조성숙 님을 만났습니다. 그때 봉사를 해야겠다고 처음 마음 냈습니다. 벌써 15년이 됐네요. 일산 법당에서 함께 활동한 윤순애 님과도 같이 상을 받아서 너무 기쁩니다.
지도법사님께는 당연히 감사드리고요. 가장 감사드리고 싶은 분은 저희 시어머니입니다. 정토회를 직장처럼 다니는 며느리를 보고 돈 한 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하시면서도 이 며느리를 꾸준히 예쁘게 봐주셨어요. 어머니께서 ‘너 하나 불교 공부하니까 집안이 다 편안하다’라고 해주신 말씀이 참 감사했습니다. 저는 불법 만나서 이미 상은 다 받았다 싶을 정도로 편안해졌습니다.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지만 일만전법은 하고 죽겠습니다. (웃음) 온라인 정토회까지 함께 와주신 정토행자님들께 감사드리고 끝까지 이 길을 가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짧은 소감 속에 긴 세월 동안 수행하고 활동해온 감동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어서 도반의 이야기로 더욱 감동을 더했습니다. 대구경북지부 안선영 님의 수행담을 영상으로 만나보았습니다.
“술을 많이 마시던 남편이 자살을 하고, 내가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냐고 생각했습니다. 내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서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버텼습니다. 먹고살기 위해서 출근은 했지만 계속 울고 다녔습니다.
직장 연수에서 만난 후배를 통해 정토회를 알게 되었고 법당을 찾아갔습니다. 2011년 9월 30일이었습니다. ‘내가 세상의 희망이 되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보는데 가슴이 벅찼습니다. 그 길로 수행과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중략) ...기도를 하며 그동안 원망하며 살았던 시간들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원망했던 남편과 아들 잃은 시어머니의 아픔이 이해됐습니다. 남편이 떠난 후 저를 안 본다고 하셨던 시어머니를 찾아갔습니다.
‘어머니, 제가 얼마나 원망스러우셨어요. 죄송합니다.’
시어머니는 제게 고맙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부처님 법을 제대로 만나서 고맙구나.’
그 뒤로 시어머니와 모녀처럼 잘 지내게 되었습니다. 잘못된 지난 일들이 하나씩 바로잡혔습니다.
‘삶이 이렇게 즐겁고 행복할 수 있구나. 내가 이렇게 잘 쓰일 수도 있구나.’
법륜스님 감사합니다. 또 이 법을 만나게 해 준 수많은 인연들에게 감사합니다. 내가 세상의 희망이 되겠습니다.”
수행을 통해 삶이 바뀐 기적 같은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니 눈시울이 촉촉해졌습니다. 이어서 지난 백일을 돌아보며 천일결사자의 열 가지 약속을 잘 지켰는지 돌아보는 포살을 했습니다.
“첫째, 매일 새벽 5시에 정진한다. 어떤 행자라도 이 계본을 어기면 허물이 됩니다. 이제 여러분께 묻겠습니다. 이 계본에 대해서 청정합니까?”
허물이 있으면 세 번 절하면서 참회했습니다. 포살을 통해 승가는 다시 청정함을 얻었습니다.
다음은 제10차 천일결사 제7차 백일기도 회향 법문이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백일기도는 작년 늦가을에 시작해서 올봄을 맞이하며 회향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백일 간의 발자취를 보면 우리 도반들이 곳곳에서 많은 일들을 해왔습니다. 우리가 알던 모르던 보든 안 보든 도반들은 마치 자연 속에 있는 많은 생물들이 생태계를 위해서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활동을 하듯이 활동을 했습니다. 그중에 아주 일부분만 소개가 되었어요. 소개가 되지 않은 분들은 섭섭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알릴 수는 없어요. 그러면 백일 간의 발자취만 하루 종일 봐야 해요. 수행자들은 세상이 봐주든 안 봐주든 내 할 일 하는 사람입니다.
오늘은 수많은 활동가 중에서 자기 정진도 열심히 하고 이웃과 세상, 정토회를 위해 모범적으로 활동한 몇몇 분들에게 상을 드렸습니다. 상품은 신통찮지만 마음을 담아서 격려를 했습니다. 상을 받으신 분들이 훌륭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정말 숨은 공로자들도 많았습니다. 선정하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그분들께도 마음으로 위로하고 격려를 드립니다.
진정한 기적이란
오늘 수행 사례담에서 기적을 만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산을 옮기거나 물 위를 걷는 게 기적이 아니라 운명을 바꾼 것이야말로 기적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운명은 정해져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다’라고 생각해서 운명론을 신봉했어요. 운명론에는 신이 운명을 정해놓았다는 ‘유신론’, 태어난 생년월일시에 의해서 운명이 결정된다는 ‘사주팔자론’, 전생에 의해서 현생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전생론’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세 가지를 다 부정하셨습니다. 운명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형성된 것이라고 보셨어요. 그렇기 때문에 운명을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지간한 노력으로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자각하면 운명을 바꿀 수 있습니다. 자각을 해서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된 사람이 바로 붓다입니다. 붓다는 중독된 업식에서 벗어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밖에 있는 백만의 적을 이기는 사람보다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더 큰 영웅이다.’
누구나 자신이 살아온 습관에 따라 욕망, 성질, 시비심이 자동으로 올라옵니다. 습관은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조금 바뀌는 것 같다가도 금방 원래대로 돌아오기가 쉽기 때문에 운명이 결정되어 있다고 본 거예요. 그러나 운명은 결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운명의 노예가 될 것인지, 주인이 될 것인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어요. 수행자는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그런 기적을 일으킨 대표적인 사례를 오늘 보지 않았나 싶어요.
사람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내가 사생아로 태어났든,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든, 나로 인해서 죽는 사람이 있었든,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조건과 살면서 겪은 일을 핑계로 자신의 불행을 합리화합니다. 예를 들어, 자식이 죽은 부모는 ‘나는 행복할 수 없어. 내가 행복하게 살면, 사람들이 나보고 자식이 죽었는데 뭐 좋다고 웃느냐고 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적어도 이번 생은 괴로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행복할 권리를 포기합니다.
그러나 그 어떤 사람도 괴로울 수밖에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장애인 아들을 둔 부모이든, 장애를 가진 사람이든,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한 사람이든, 자식이 죽은 부모이든, 부모가 일찍 죽은 자식이든, 어떤 조건에 처했든 살아있는 사람은 다 행복할 수 있습니다. 정말 우리가 무언가를 믿어야 한다면 이 사실을 믿어야 하고, 우리가 정말 무언가를 행해야 한다면 이것이 이루어지도록 행해야 합니다. 이렇게 관점을 가질 때 기적이 일어납니다. 우리는 오늘 작은 기적을 봤습니다. 여러분 스스로도 지금 이런 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참가만 해도 절반은 성공인 이유
지난 100일을 돌아보면, 기도 시간도 제대로 못 맞추고, 기도를 제대로 못 할 때도 있었고, 실천과제도 제대로 못한 사람들도 있었을 겁니다. 부족한 게 많았더라도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비록 부족했지만 오늘 입재식에 참가했다는 것만 해도 절반은 성공한 거예요. 왜 그럴까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은 다시 시작할 기회조차 없는 거예요. 아무리 내가 지난 백일 동안 부족했다 하더라도 오늘 이 자리에 참여했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겁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도 탈락했다가 패자부활전에서 다시 올라오는 사람이 있잖아요. 다시 시작할 수만 있으면 성공이에요. 이 자리에 참여한 사람은 과거가 어쨌든 지금 희망을 가지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지난 백일을 어떻게 보냈든지 다음 백일을 시작하는 입재식에 참가만 하면 절반은 성공이에요. 정진을 안 해도 좋다는 말이 아닙니다. 지난 백일 동안 여러분 스스로 제대로 못했다고 느꼈다 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실을 맺는 동시에 새로운 봄을 준비한 백일
지난 백일은 과거의 결실을 맺는 동시에 봄을 위한 준비를 하는 기간이었습니다. 지난 백일 동안 신규 전법활동가, 신규 통일의병, 신규 서원행자가 탄생했습니다. 이 사람들이 탄생했다는 것이 바로 결실을 맺은 것에 해당합니다. 그 결실의 씨앗은 지난 백일에 심어진 것이 아니라 그전 백일 또는 1년, 2년, 3년 전부터 심어진 것입니다. 마치 농사처럼 봄에 뿌린 씨앗을 가을에 추수한 것과 같습니다. 한 해 농사를 주로 11월에 수확하듯이 정토회에서도 지난 11월에 많은 결실을 맺었습니다.
이렇게 결실을 맺는 동시에 새로운 준비를 하는 기간이기도 했습니다. 오늘부터 정토불교대학 1만 인 전법을 시작합니다. 이 활동을 시작하기 위해 지난 백일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준비가 있었습니다. 초심자의 눈높이에 맞춰 불교를 더 쉽고 알차게 배울 수 있도록 불교대학을 개편하자는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저와 법사님들, 정토불교대학 운영 관계자들이 일주일에 몇 차례씩 모여 의논을 해왔습니다. 지금까지의 불교대학 수업은 제가 혼자 구성한 내용이었습니다. 이번에 불교대학을 새로 개편하는 과정에서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중지를 모아서 전체 내용을 업그레이드했습니다. 불교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알기 쉽도록 표현을 좀 바꾸거나, 내용을 더 보충하거나, 굳이 필요 없는 내용은 뺐습니다. 이렇게 자연이 봄을 맞이하는 준비를 하듯이 지난 백일은 1만 전법을 준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특별히 오늘 화상회의 방에 들어오신 분들은 지난번에 처음 입재를 하고 백일 간 수행을 해본 분들입니다. 백일 동안 수행을 해보고 할 만하면 계속하고, 하기 어려우면 그만둘 수 있도록 ‘예비 결사자’라고 불렀습니다. 아직 정식 결사자가 아니고 연습을 해 보는 사람들이라는 뜻이죠. 예비 결사자 중에서 3백여 명이나 ‘나도 내 운명의 주인이 되겠다’라고 발심해서 오늘 정식으로 입재를 했습니다. 여기까지 오시는데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이제 같은 천일결사자로서 8차 백일기도를 함께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지난 백일의 성과가 다음 백일의 기반이 되기를 바랍니다.”
회향식을 마치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휴식시간이 끝이 났습니다. 이제 화면 법당 앞으로 다시 와주시기 바랍니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천일결사자들은 다시 화면 앞으로 돌아왔습니다. 8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시작했습니다.
여는 영상을 본 후 새로 천일결사에 입재한 분들을 위해 예비 천일결사자 결의식을 진행했습니다. 결의식을 마친 후 스님은 온라인으로 한꺼번에 염주를 신규 입재자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제가 염주를 걸어드리겠다고 말하면, 잘 받았습니다 하면서 염주를 자기 목에 겁니다. 여러분 모두 정진 잘하시라고 제가 염주를 드리겠습니다.”
“잘 받았습니다.”
기존 천일결사자들은 640여 명의 예비 천일결사자들을 힘찬 박수로 환영했습니다. 스님은 새롭게 마음을 낸 예비 천일결사자들이 꾸준히 수행할 수 있도록 격려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이어서 천일결사자들은 8차 백일기도 입재 법문을 스님에게 청했습니다. 스님은 이번 100일에 집중해야 할 단 한 가지 과제를 알려주었습니다.
“오늘부터 10차 천일결사 8차 백일기도를 시작하겠습니다. 처음 백일기도를 시작하시는 분도 있고, 백일기도를 한 번 마치고 두 번째 시작하는 분도 있습니다. 저는 만일 기도 중 마지막 삼백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저와 같이 처음부터 만일결사에 입재해서 여기까지 온 사람들은 거의 끝자락에 다다랐습니다. 마지막 1년이 남았어요.
이번 백일은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
첫째, 어느 백일이든 관계없이 수행자는 자기를 행복하게 해야 합니다.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되어야 해요. 무엇을 하든 항상 수행을 바탕으로 삼아야 합니다. 수행이란 무엇일까요? 자기를 괴롭히지 않는 겁니다. 아무리 세상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하고 세상에서 존경을 받는다 하더라도 내가 괴롭고 힘들다면 그 사람은 수행자가 아니에요. 수행자는 괴롭지 않은 사람입니다.
둘째, 지금까지 정토회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해왔어요. 이번 백일 동안은 다양한 활동으로 분산했던 힘을 한 군데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바로 전법입니다. 속된 말로 몰빵을 하자는 거예요. 우리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전법에 쏟아 보자는 겁니다. (웃음)
이번 백일 중 2월과 3월은 정토불교대학을 널리 전하고, 4월에는 행복학교를 널리 전해 봅시다. 전법 외에 다른 활동은 현상 유지만 하거나 문 닫아 놓고 자리만 지켜도 돼요. 나머지 힘은 전부 전법에 모아 봅니다. 만일을 회향하는 기념으로 만 명에게 전법을 해봅시다.
만일 기도를 회향하며 단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정토회는 그동안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해낸 역사가 있습니다. 남이 볼 때는 기적처럼 보이는 일들이었어요. 정토회 회원이 몇 명 안 될 때 북한동포 돕기 100만 인 서명을 받았고, 빈 그릇 운동 100만 인 서명도 이뤘습니다. 북한에 옥수수 1만 톤 보내기도 해냈습니다. 우리는 몇 년에 한 번씩 모든 에너지를 모아서 큰일을 해 본 적이 있어요. 만일을 회향하면서 이번 백일은 전법에 집중을 해봅시다. 1년도 아니고 딱 백일이에요.
마음을 모아서 하면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기적이라고 하는 일도 잘 살펴보면 모두 노력해서 이루어진 일입니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노력이 안 보이기 때문에 기적이라고 하는 거예요. 외국에서는 한국의 빠른 경제 성장을 두고 한강의 기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엄청나게 노력해서 이룬 발전이지만 그들의 눈에는 우리의 노력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라인강의 기적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일 사람들이 폐허 속에서 일군 노력을 모르기 때문에 기적이라고 하는 겁니다. 그러니 기적을 만들려면 보통 사람이 노력하는 수준보다 더욱 집중을 해야 해요.
그런 의미에서 기적은 없습니다. 다 인연을 지어서 일어나는 일이에요. 수행자는 항상 복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복을 짓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온 힘을 다해 집중할 때 하늘이 돕는 것이지 하늘만 쳐다보고 도와 달라고 하는 태도를 가져서는 안 돼요.
우리가 다 같이 집중해서 하면 하늘도 감동을 합니다. 종교적으로 표현하면 불보살이 감동을 해서 기적이 일어나는 거예요. ‘지성이면 감천이다’하는 말이 있듯이 하느님이 보시기에도 안 도와줄 수가 없도록 정성을 기울여야 기적이 일어나는 겁니다. 이번 백일은 자꾸 잔머리 굴리지 말고, 계산 너무 하지 말고, 이 좋은 법을 우리 이웃에 기꺼이 나누었으면 합니다. 우리 모두가 전법의 원을 세우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가 봅시다.”
100일 동안 함께 만들어갈 기적이 기대됩니다. 다음 100일 동안 천일결사자 모두가 집중할 ‘백일의 약속’을 함께 살펴본 후 사홍서원으로 입재식을 마쳤습니다.
마지막으로 산회가를 함께 부르며 다음 입재식을 기약했습니다. 카메라가 스님을 비추자 스님은 환한 웃음으로 손을 흔들며 인사했습니다.
점심 식사 후 오후 2시부터는 제1차 정토회 합동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온라인정토회로 전환한 이후 각 단위별 사업을 공유받고 질문, 건의, 제안하는 토론의 장이 처음으로 열렸습니다.
정토회를 운영하고 있는 240여 명의 관계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김은숙 정토회 대표님이 개회를 선언했습니다. 2021년 전국 사업보고, 2022년 전국 사업계획, 통일특별위원회, 1만 전법 기획단, 만일준비위원회 등 각 단위에서 어떤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지 발표하자 여러 가지 질문, 건의, 제안이 쏟아졌습니다.
다섯 시간 동안의 발표와 토론 끝에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여러분의 발표를 들으면서 저도 몇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요. 그중 하나는 모둠원이 먼저 안건을 제안하고, 모둠에서 안건을 채택한 후, 지회에서 의결을 하고, 지부가 최종 승인하는 아래부터의 의사결정도 새로 도입해보면 좋겠어요. 가령 지부장만 전국 사업의 초안을 제출하는 게 아니라 지부장이 각 지부에서 활동하는 모둠원들과 함께 전국 사업의 초안을 내어보는 방식을 실험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해서 밑으로부터 올라오는 제안들이 반영될 수 있는 통로를 많이 만들어보면 좋겠습니다...”
온라인정토회로 전환 이후 직접 민주주의가 대폭 확대되었고, 대중도 이에 대해 적응을 많이 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8시 30분부터는 일요 명상 생방송을 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96번째로 진행하는 온라인 명상 시간입니다.
온라인 일요 명상
지난주에 영어로 올라온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한 후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명상을 차분해진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자세를 바로 하고,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고, 편안한 마음을 갖습니다. 아무런 할 일이 없는 사람이 됩니다. 관심을 콧구멍 끝에 둡니다. 그러면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어떤 방해꾼이 나타나더라도 관심을 거기에 두지 않고 오직 호흡만 알아차립니다. 모든 동작을 멈추고, 모든 생각을 멈추고, 편안한 가운데 다만 호흡만 합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이 끝나자 다시 스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해 보니 어땠는지 자신이 느낀 바와 의문을 채팅창에 올려 주세요.”
실시간 채팅창에 수많은 소감들이 쏜살같이 지나갔습니다. 스님이 직접 한 줄 한 줄 읽어 주었습니다.
“잡념이 많았습니다. 잡념과 집중 사이를 왔다 갔다 했습니다.”
“Lots of distractions. I repeated distractions and focus.”
“발렌타인 카드를 같이 명상하는 도반들한테 써줄 것을 생각해서 기뻤습니다.”
“I saw my smile then I was thinking about writing Valentine cards to my meditations Doban I felt happer.”
“망상은 많았지만 명상하고 나서 좀 더 차분해진 것 같습니다.”
“I had many distracting thoughts but I feel more relaxed after meditation.”
“다리가 아프고 저린 것을 단지 감각으로만 느끼려고 해 봤습니다.”
“I try to feel the cramping in my legs and aches in my legs as just that sensation.”
“집중하지는 못했지만 명상이 끝난 후 마음이 편안합니다.”
“I wasn't able to focus during meditation but now that it's over my mind is at ease.”
마지막으로 스님이 닫는 인사를 했습니다.
“여러분들이 경험하고 느낀 것을 잘 들었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일주일간 편안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밤 10시가 다 되었습니다. 오늘도 새벽부터 밤까지 정말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외국인을 위한 영어 즉문즉설과 전법활동가 법회를 한 후 오후에는 정토불교대학 기획 회의와 공동체 지부 공청회를 하고, 저녁에는 저녁반을 위한 전법활동가 법회를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