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요일이다.
박 신부는 조용히 독서를 하고 있고, 현암과 승희는 신혼여행을 가자니 말자니 하며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봐,현 승희, 우리가 돈이 얼마나 있냐? 그 까짓 신혼여행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 아니야?"
"내가 그럴줄 알았지...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 세상에 신혼여행을 가지 않겠다는 사람은 현암군 밖에 없을거야."
"이봐~ 거기들, 사랑 싸움은 나가서 하지?"
박 신부가 시끄럽다는 듯 말을 하자, 현암과 승희는 못마땅한듯이 박 신부를 쳐다보고는 각자 쿵쿵 소리를 내며 방으로 들어갔다.
"휴... 아무튼 조용한 날이 없다니까..."
박 신부도 한숨을 쉬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한편,준후는 시험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사실 준후는 출생신고도 되어있지않아서 학교도 가지 못했다.
그런데, 백호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대학에 들어가게 됐는데,
준후는 대학이라는것은 매우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준후에게 시험이라니.....
워낙 영리한 준후라서 꼴지를 하지는 않겠지만 공부를 하지 않으면 성적이 떨어지게 되기 때문에 공부는 절대로 해야만 됐다.
"젠장. 승희누나는 가르쳐 준다면서..... 쳇! 이런, 이건 왜이렇게 안풀어져. 으이씨.. 짜증나."
준후는 아무 죄도 없는 책에게 별 욕을 다 해댔다.
그러나 아라는 더 했다.
학교에서 배운것이 없어도 준후는 워낙 머리가 좋았는데, 아라는 그렇지가 못했다.
아라는 문제가 풀어지지 않자, 애꿎은 머리카락만 잔뜩 헝클어 놓았다.
"이씨... 나 않해!!"
아라의 목소리가 온 집안에 울려퍼졌다.
결국에는 한참 전쟁 중이던 승희가 아라를 가르쳐주었다.
"자, 이건 이렇게 하고...... 그렇지.. 그건 반대로......"
승희가 도와주는데도, 아라는 준후가 문제를 다 푼 20분후에야
문제를 다 풀수있었다.
아라는 후다닥 뛰어나와서는 잠을 자고 있던 박 신부를 깨웠다.
"신부님~~ 저 배고파요..... 밥해줘요!!"
"으음... 승희...가...있...잖아...."
"칫! 치사하다."
아라는 다시 뛰어나와서 승희를 졸랐다.
"언니~~ 나 배고파.나 밥해주라."
"나...나는 밥 못하는데...."
"에? 언니도 밥 못해?? 그래서 살림을 어떻게 하겠어?"
"헤헤.."
"언니도 밥 않먹었지?...신부님도 주무시고..."
".... 이봐!! 현암군!! 준후야!!"
승희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현암과 준후를 불렀다.
"무슨일이야?"
준후는 부엌에서 숟가락을 들고 나왔다.
"어? 오빠, 밥 먹었어? 오빠 밥 할줄알아?"
"어,그런데 오늘은, 현암 형이 해준건데."
승희와 아라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무뚝뚝한 현암,아직은 어린 준후가 밥을 할줄안다?!
승희와 아라는 부엌으로 들어가보았다.
그안의 현암은..... 앞치마를 두르고,손에는 주걱을 들고 밥을 푸고 있었다.
"혀...현암군!?"
"뭐야? 나 첨 보나?....."
".............."
"거기 가만히 있지말고 이리와, 아라 너도..... 밥 않먹어?"
"아...아니.... 머..먹어야지."
현암과 준후는 아무렇지 않는 듯이 밥을 먹었지만,승희와 아라는 현암을 놀란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형! 이 김치찌개, 고추장을 너무 많이 넣었어."
"그러니? 적당히 넣은것 같았는데..."
준후는 여러가지 음식을 조금씩 먹어 보더니,
"음.... 다른것은 다 괜찮아. 실력이 많이 늘었는데?"
라고 말하는 것이다.
"저.... 두 사람 다 밥할 수 있나?"
승희가 조심스레 물었다.
"물론이지. 놀기만 좋아하고 왈가닥이신 두분보다는 훨씬 잘할걸?"
승희와 아라는 얼굴이 빨개졌다.
"아~ 잘 먹었다. 누나랑 아라도 다 먹은 거지?"
"어?....어...."
"준후야. 설거지는 누가 할래?"
"음..... 가위,바위,보로 결정하자."
"저기......현암군,준후야.... 설거지는 나랑 아라가.."
현암과 준후는 승희의 말을 무시한채 가위,바위,보를 하기 시작했다.
잠시후..
"으악!! 져..졌다."
"장 준후, 너한테 맡기고 나는 간다~~ 그리고 승희랑 아라에게는 절대로 시키지 마~ 그릇 다섯갠 날라가니깐."
현암이 말하자, 아라가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오빠! 너무하잖아. 우리를 그렇게 못 믿겠어? 좋아 그럼 내기하자!
언니도 동의하지?"
"그래"
아라 못지않게 화가 나있던 승희가 대답했다.
"현암 오빠, 준후 오빠, 잘들어. 만약에 우리가 그릇을 다섯개 이상 깬다면 음........ 좋아! 언니랑 내가 20000원을 주고, 그릇을 다섯개 이상 안 깨면... 오빠들이 40000원을 줘. 공평하지?"
"휴.... 좋다,좋아."
현암이 귀찮다는 듯이 말하자, 승희와 아라는 고무장갑을 끼고는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1분이 지나고...
"쨍그랑!!"
"챙!!"
"음.. 승희누나 한개,아라 한개."
"이...이정도로 이겼다고 생각하지마! 이제는 안 깰거야"
"좋아! 하나 남았어! 언니? 이거는 그냥 깨버릴까?"
아라가 속삭였다.
"그래라. 세 개 깨두 우린 이긴거니깐..."
승희의 말이 끝나자 마자..
"쨍그랑!!"
소리를 내며 접시가 깨져버렸다.
"자! 우리는 세개 깼어!"
아라가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칫! 그게 자랑이냐?"
"퍽!"
준후가 비꼬는 듯 말하자 승희가 준후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그만해라, 자.여기 40000원."
"아싸~ 언니? 이걸루 뭐하지?"
"음........ 피자 사먹을까?"
"그래! ^^"
아라는 말을 마치고 순식간에 뛰어나갔다.
"야! 같이가!!"
승희가 뛰어가는 순간!
"아!"
승희가 다리를 감싸쥐며 넘어졌다.
"무..무슨일이야?"
방으로 들어가던 현암과 준후가 놀라서 뛰어왔다.
"내..다리....."
현암은 승희의 다리를 보았다.
승희의 발바닥에 유리가 박혀있던 것이다.
"야,이 바보야! 조심조심 다녀야지."
현암이 걱정스러운듯 말하고나서.. 승희를 번쩍들어 방으로 들어갔다.
"헤~~ 현암 오빠는 힘 디게쌔다."
언제 왔는지 아라는 현암의 모습을 보고 감탄하고있었다.
"현암 형이 힘센거 몰랐어? 암튼 너는 이거좀 치워라."
"왜? 오빠가 치워!!"
"이씨,, 맨날 나만 이런거 해.."
준후가 유리를 치우는 사이에,현암은 승희의 발바닥에 박힌 유리조각을 빼내고 있었다.
"저기..현암군? 유리를 멀로 뺄거야?"
"월향."
"뭐...뭐?! 워..워...월향?? 싫어!! 아프단 말야!!"
월향은 이미 귀곡성을 내며 공중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현암군! 나를 죽일거야?"
"이리와라 월향!"
어느새 월향은 현암의 손에 쥐어져있었다.
"않아프게 해줄게..."
"현암군!! 제..제발..그것만은.."
승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현암은 월향으로 유리조각을 빼냈다.
"자~ 됐어."
"돼..됀거야?"
"그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월향으로 내 발바닥을..."
"니 냄새나는 발바닥 때문에 월향도 기분이 나쁠거야."
"뭐?"
승희는 화가 난듯이 현암을 한번 쏘아보고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문을 열었다.
현암은 그런 승희를 보고 다시 다가가서 승희를 번쩍들고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
"이..이봐!! 어디로 가는거야?"
"너,발 닦아야지, 냄새나잖아."
"이씨..... 나는 냄새 않나!!"
승희는 말을 마치고는 현암의 팔을 계속 꼬집고 염력도 썼다.
그러나 현암에게는 약간 따끔할 뿐이었다.
"다 왔다. 자 이리와."
"싫어!"
그러자 현암은 강제로 승희의 발을 물에 담그고 닦아주기 시작했다.
승희는 아직도 삐진듯 입을 삐죽거리고 있었다.
"됐어. 음... 아직도 피가 나오네? 붕대 감을까?"
"싫어!"
그러자 현암은 지금까지 했던것처럼 강제도 승희를 데려가서 붕대를 감아주기 시작했다.
현암이 그렇게 까지 하니까 승희도 화가 풀리기 시작했다.
붕대를 감아주는 현암과, 현암의 무릎위에 앉아서 미소를 지으며 현암을 바라보는 승희에게는 작지만 아름다운 사랑이 싹트고 있음을 느낄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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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설연재
나.. 아라를 사랑하나봐 <11> (부제:현암과 승희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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